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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무저갱 (2108년 초판)
저자 - 반시연
출판사 - 인디페이퍼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07p
악마 VS 악마 = 생지옥
강렬하다!!! 국내 스릴러 작품중에 이렇게 자극적이고 송곳으로 폐부를 후벼파는듯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 일찍이 있었던가?...인간 내면의 저 깊숙한 곳 잠재된 폭력의 본능을 대놓고 자극하는 작품이자 폭주기관차 처럼 쉴틈없이 극단으로 치달아 가는 액션의 서사...웬만한 멘탈은 붕괴시켜버릴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잔혹한 수위의 묘사들..그래 더이상 일본의 엽기적 잔혹 스릴러를 보면서 국내 엽기 잔혹 스릴러의 부재를 개탄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에겐 [무저갱]이 있으니까...-_- 라고 생각할 정도로 개취로는 최적의 작품이었다. 눈살이 찌푸려질정도로 잔학적 수위는 수위!, 복잡하게 꼬아놓은 복선은 복선!, 후두부를 후려갈기는 서술트릭의 반전의 묘미!! 와...어디있다 이제서야 나타난거냐...
[사냥꾼]
하얀 가면을 쓰고 오늘도 지하실을 찾는다. 빛 한점 없는 어두컴컴한곳 의자에 묶여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저 남자는 연쇄강간범. 여러 여성의 인생을 파괴시켜버린 인간 쓰레기...가면속 숨겨진 얼굴에 혐오감이 드러난다. 하지만 프로는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쓰레기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네 죄를 말해."
그리고 죽지 않을 정도의 세기로 최대한의 고통을 효율적으로 안기는 예술적 구타와 함께 면도칼을 꺼내 팔뚝살을 서서히 저민다. 쓰레기에게 최고의 공포감을 선사하면서 의뢰인의 의뢰를 충실히 이행하는것...보호대행 주식회사의 성공한 차장으로서 의뢰인의 보호를 위해 위험인자를 처단하는 청소작업에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싸움꾼]
"룰을 세웠지. 첫째, 상대에게 폭력을 당할 이유가 있을 것.
둘째, 내가 상대에게 폭력을 쓰고 싶을 것.
셋째, 폭력을 쓸 수 있는 상황이 갖추어질것.
넷째, 앞선 세 개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움직일 것. 이렇게."
"아마도 내 살은 폭력, 뼈는 정의, 피는 광기로 되어있을 거라고, 또한 나 같은 놈이 나타나게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는 그게 균현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너희 같은 버러지들의 맞은편에 서서,
기울어져 바닥을 긁고 있는 저울을 올리기 위함이라고 말이야. 일종의 좆같은 추 같은 거지."
찌질한 사회 실패자로 버러지처럼 공기만 삼키던 병신이 우연히 경험한 폭력의 쾌감에 젖어들어 마치 자신이 정의의 심판자인양 사회의 쓰레기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다. 인생은 실패했지만 악인을 구타하고 죽여버리는데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하는 사내...사회의 쓰레기 들은 내손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희대의 변태 강간범이자 쾌락살인마 노남용의 출소까지 앞으로 21일....
솔직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걱정해주는 이상한 나라이자 법 앞의 평등을 비웃는듯 가진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부패한 사법현실...아직까지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나라...가끔씩 TV를 보다보면 가슴속에서 불구덩이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올때가 많을 정도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는 사건들을 목격하게된다. 희생자 본인이나 가족은 평생을 두려움에 떨고 사회의 눈을 피해 도망자로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얼마간의 콩밥을 먹고 나면 죗값을 치럿다며 떳떳이 발뻗고 자는 세상. 그러다보니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거 아닌가 싶다...사법제도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간 인간 쓰레기들을 불법적으로라도 좋으니 그저 시원하게 뒤질때까지 패죽여 버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회원으로서의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작품 말이다.
그래...이 작품은 정말 사회의 암덩어리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피눈물을 흘릴때까지 구타하여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숨이 끊어질때까지 질기도록 오래오래 안겨주며 처단하는 단죄의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너무나 지독한 폭력의 수위는 머리속 사고스위치를 OFF시켜버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거부감이나 악인일 지라도 비인간적 폭력 행위에 대한 거부감마저 마비 시켜버린다. 그저 때려죽일놈을 때려죽인다는 불쾌하면서도 미묘한 쾌감만 남길뿐...
작품을 보면 아무래도 여러 영화가 떠오르는데, 바로 [올드보이]와 [호스텔]이다. '최민식'이 감금되어 몇십년간 갇혀 있던 감금소와 감금되어 지독한 고문을 당하던 호스텔을 믹스하면 작품속 하얀 가면을 쓴 보호 대행 주식회사의 지하 감옥이 되지 않을까....또한 사법기관에 불만을 갖고 직접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설정은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모범시민]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 영화들에서 봐왔던 설정이기에 작품이 익숙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것 같다.
후반부 서술트릭이 있다보니 자세한 스토리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작품은 희대의 변태 강간범 노남용의 출소를 두고 쓰레기 처단자와 노남용 사이의 피튀기는 대결을 그린다. 지킬것이 있는 자와 지킬것이 없는 자의 모든것을 건 대결...무려 십년간 이어지는 두 미치 광이의 싸움은 보는이를 질려버리게 만든다. 이건 뭐...둘 다 미친놈이니 누굴 응원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다는....악마와 악마가 만나니 아비규환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현실에서 범죄섹션을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쉽게 떠오를만한 현실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았다는걸 알 수 있다. 노남용만 보더라도 여아를 강간하여 감옥에 들어가고 음주상태의 심신미약으로 낮은 형량을 받고 출소가 다가오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장면은 같은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 이제 출소가 얼마 안남은 현실의 또라이 변태새끼를 떠오르게 만들어 작품속 그의 비극적 최후에 좀 더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머...노남용 말고도 여러 쓰레기 사례들이 나오니 공분과 처단의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주는 복잡한 작품이랄까...ㅠ_ㅠ
어쨌던...일단 펴들면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종일관 계속되는 극한의 상황은 읽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지만 마약처럼 폭력에 중독되어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만들기도 하는 위험한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썩어버려 악취를 풍기는 이 사회에 시원하게 돌직구를 날리는, 무저갱 처럼 바닥 없이 깊은 구덩이속 인간의 심연을 드러내는 문제적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