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평점 :
거의완벽에가까운결혼 (2018년 초판)
저자 - 미셸 리치먼드
역자 - 김예진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완벽한 결혼을 원하십니까?...
결혼이란 무어냐...이제 10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타는 연애시기가 끝나고 비로소 남남이던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거쳐 한 가정으로 합쳐지고 나면....그다음 기다리는건....피터지는 싸움이란걸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_- 남들은 모르겠는게 내 경우는 연애기간이 길어서 인지 달달한 신혼 보다는 매일 매일 박터지게 싸우기만 했더랬다...여러 이혼의 위기를 거쳐내며 1년을 버티니 그나마 안정기가 찾아왔는데...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던 그 시절...누군가 다가와 결혼생활을 안전하게, 완벽에 가깝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계약서에 싸인을 하겠는가?....
여기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결혼유지계약인 '협정'에 다분히 감정적으로 싸인을 했다가 말그대로 뒈질뻔한 신혼부부 앨리스와 제이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션이었다가 결혼과 함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음악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활동중인 매력적이고 정력적인 앨리스와
차분한성격의 심리상담가 제이크는 서로의 사랑의 결실로 결혼식을 올리려한다. 우연히 앨리스 로펌의 고객으로 만났던
유명뮤지션 피니건은 앨리스의 결혼식에 참석할 의사를 전하고 부부는 흔쾌히 승낙한다. 그리고 며칠뒤...피니건으로
부터 결혼선물이 택배로 도착하고...안에는 고급스러운 선물과 함께 의문의 상자가 동봉되있다. 그리고 피니건에게
이메일이 온다.
"당신은 결혼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까?"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밝을 때나 어두울 때나 항상 변함없이 긴 결혼 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까?"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을 영원히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의향이 있습니까?"
"두 사람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은 새로운 일에 열려있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 모두 당신들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들일 의향이 있습니까?"
모두 "예"라고 대답한 부부에게 며칠뒤 비비언이라는 여성이 찾아와 '협정'계약서를 내민다. 호기심반 장난반의 마음으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싸인해버린다. 그리고...앨리스와 제이크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협정의 압박은 불쾌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사랑이 불타오르는 신혼초기(난 아니었지만..) 상대방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저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것이며 완벽한 결혼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협정'에 가입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_-;; 하다못해 중요한 계약에도 계약서를 꼼꼼이 읽지 않고 싸인해 버리는데, 이런 장난같은 계약서의 세부사항을 누가 상세히 읽겠는가...그렇게 휘갈긴 이름 때문에 이렇게 감시당하고, 억압받고, 고통받으며, 괴로워하게 될줄은 누가 알았겠가.......
-_-;;;;그저 망할 피니건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버린 재수없는 운명을 탓해야 할뿐....
책한권 뚜께의 '협정'메뉴얼은 한달에 한번 선물하기, 기념일은 별도로 선물하기, 배우자의 전화는 무조건 받기, 한달에 한번은 함께 여행가기 등등 정말로 관계 개선을 위한 간단히 지킬 수 있는 조약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이를 위반할시엔.....벌건 대낮에 총을 휴대한 건장한 남성이 검은 SUV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 발목에 사슬을 채우고 구속복에 고무재갈을 물려 차에 실고, 저 멀리 네바다주 폐쇄된 교도소로 끌고 들어가 전기고문을 가할지도 모른다....
-_-;;;;;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라 결혼을 하고...이후 감정이 식거나 불화가 생기면 이혼을 하는...자연스러운 개개인의 삶의 선택을 타인의 강요로 인해 억지로 지속하게 된다면...그걸 완벽한 결혼생활이라 말할 수 있을까?...초반만 해도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협정의 메뉴얼을 따르던 부부에게 점차 가해지는 강한 압박과 가학적 벌칙들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이를 지켜보는 나까지 강한 심리적 프레셔를 가해온다.
출간당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플롯을 봤을때부터 떠올랐던 작품이 있는데, '스티븐 킹'의 걸작 단편인 [금연 주식회사]이다. 금연을 하기위해 자신의 의사로 금연 주식회사에 가입하고 계약을 어겼을때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제제....-_- 가학적 공포라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차단하는 공포스러운 설정은 목적은 다르지만 이 작품과 상당히 닮아있다...
말도 안되는 메뉴얼, 기상천외한 제재들, 우연히 협정 모임에서 만난 제이크의 과거 대학동창 조앤의 처참한 몰골과 그녀의 믿기지 않는 증언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말살하는 인격말살의 학대들...협정에서 탈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먹혀 들지 않고 공포에 떨어야만 하는 앨리스와 제이크...그리고 서서히 금가는 부부의 관계...읽는 내내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숨통이 막힌다. ㅠ_ㅠ 억지로 이어가는 결혼생활도 끔찍하지만 타인에 의해 지속되는 완벽한 결혼생활은 더욱 끔찍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서히 옥죄는 심리적 압박에 따른 감정묘사도 좋았는데, 결말부 부부가 선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좀 부족했던것 같다. 제이크에게 제시한 협정 대표자의 제안은 '뜬금없이 왜?' 라는 물음표를 남기게 한다. '기승전'까진 좋았는데 '결'이 아쉬웠다는...어쨌던...하찮은 건이라도 내 이름을 남기는 계약을 할때는 꼭 세부사항을 꼼꼼이 정독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었다.....는 뻥이고...결혼과 이혼, 부부간 사랑과 믿음, 불신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