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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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방문객 (2018년 초판)

저자 - 마에카와 유타카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창해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67p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



이십대때... 군제대 후 대학 복학전까지 몇달간의 백수 시절이있었다. 제대도 했겠다. 부모님이 눈치주는것도 없고하여

온몸의 귀차니즘을 마음껏 느끼며 두문불출, 방콕생활을 마음껏 즐겼었는데 방판이던 포교던 어떤 목적이든 대낮에

내가 사는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는 방문자들이 그렇게 많았는지는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그중 여러 방문자들 중에서도 포교 목적으로 방문하는 분들은 일단 문안으로 들어오면 아무리 불쾌한 내색을 비춰도 좀처럼 나가질 않아 굉장히 당황하게 만들었는데...모두들 밖으로 나가고 집안에는 연로한 노인, 혹은 가정주부가 홀로 집을 지키는 한낮...불손한 의도로 초인종을 누른 방문객에게 속아 현관문을 열어준다면...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문밖에 서있는 사슴눈을 한 낯선 방문객의 모습이 어우러져 불쾌한 공포를 자아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한낮 선한 얼굴로 방문판매를 가장하여 집안으로 들어온 후 악마로 돌변해 잔인하게 현금을 갈취하고 노약자를 해치는 악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년의 대학 시간강사이자 인문학 잡지에 기사를 쓰고 생활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다지마는 미타카 시에서 발생한 모녀

아사사건을 접하고 가난 때문에 사회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고독사한 모녀에 대해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마침

인문학 잡지 '시야'에서는 다지마의 기사 의도를 수긍하고 정식 원고를 요청한다. 다지마는 모녀가 죽기전 수도세 체납

에 따라 수도를 끊은 수도국의 냉정함과 모녀의 아사를 연관지어 사회비판의 목소리를 실어 기사를 쓰고 잡지에서는

다지마의 원고를 개제한다. 


한편, 옆집에 사는 뮤지션 자매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에 모녀의 집을 찾아가니 집안에는 잘생긴 청년과 운동 꽤나 했을 법한 청년이 앉아 있다. 정수기를 방문판매한다는 꽃미남 다쿠마는 공짜로 수질검사를 해준다며 집안에 들어와 불과

몇천엔짜리 정수기를 삼십만엔에 구매하라며 덩치좋은 아사노와 함께 자매를 협박하는 중이었던것. 다지마가 논리적으로 대처하지만 다쿠마 역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협박의 수위는 점차 강해진다. 결국 자매는 알고 지내던 경시청 수사과 형사에게 SOS를 치고...형사의 등장으로 상황은 일단락 되는가 싶었는데....형사는 다지마에게 생각지 못한 제안을 하는데...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이 생각나게 하는 미타카 시 모녀 아사사건과 6인조 방문판매단의 연쇄살인사건. 이 두사건에 휘말려 자신을 포함해 가족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 쉰 여섯의 중년남 다지마의 고군분투기?...일단 주인공이 프리랜서 기고가 답게 사건을 접근하고 조사하는 방식은 논픽션 르포 뺨치게 생생하게 그려내는것 같아 몰입감을 높여 주고 아무런 관계가 없을것 같았던 두 사건에서 우연히 접점을 발견하면서 사건 전환의 급물살을 타게 되는것 또한 흥미로웠다. 뭣보다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사건이 모티브라는 점에서 공포의 공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을 걸러주는 정수기라며 노약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사기성 방문판매가 급증하는듯 한데...무료 수질검사랍 시고 부엌물을 받아 시약을 타면 얼마뒤 수돗물이 시꺼멓게 변하는 검사는 이십년도 더 전에 우리집에 찾아왔던 정수기 판매업자가 했던 일인데....그걸 아직도 한단 말인가?...-_-; 게다가 방사능을 걸러준다고?!! 



일단...작품에서는 정수기는 집안에 들어갈 구실일뿐...6명의 사내들에 둘러싸여 으르렁대며 협박하면 정신을 부여잡을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그나마도 협박에 안넘어 가면 남은건 난도질뿐...ㄷㄷㄷ 실로 악랄하고 악질적인 범죄행위인데 이 악랄한 범죄 한가운데 서있는 남자....바로 리더 아사노의 매력이 (이런말 하긴 뭣하지만...) 작품의 빛을 발하게 한다.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에 있던 짐승을 떠올리게 하는 해맑고 순수한 악의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아사노의 만행은 새로운 짐승의 계보를 잇는듯 하다. 교묘한 언변으로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철저히 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비열함, 교묘하고 대담한 범죄행위들...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이는 아사노의 만행들은 읽는 이를 치떨리게 만든다. 



타인의 방문을 경계하게 만드는...한없이 불신주의로 만드는 문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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