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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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애서광들 (2018년 초판)

저자 - 옥타브 위잔

그림 - 알베르 로비다

역자 - 강주헌

출판사 - 북스토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11p



애서광인들....



애서광 : 책을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책덕후를 위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나 역시 한때 미친듯이 절판본들을 찾아 전국을 헤맨적이 있어 애서광인들의 기분을 약간이나마 알기에 작가가 이야기 하는 11가지 책덕후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이자 애서가였던 저자 역시 절판본 덕후로서 음지에 묻혀 있던 '사드'의 작품들을 다수 발굴하여 양지로 꺼내놓은 성애문학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라고 하는데, 그런 그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현재와는 멀리 동떨어진 19세기가 배경인 책덕후들의 이야기지만 역시 어느 시대이던 어느 공간이던 언제나 책은 존재해 왔고, 절판본을 향한 덕후들의 애타는 집착과 수집욕은 시대를 막론하기에 21세기의 내가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덕후들만의 덕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서광...과연 읽기 위한 집착인가? 그저 컬렉션을 채우기 위한 수집욕인가?...물론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에 절판본을 구하는 애서광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가 목적인 절판 컬렉터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맘에 꽂힌 몇몇 작가의 중복 판본을 포함한 전체 판본을 지금도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는 같은 작품을 표지별로 사모으는걸 가슴을 치고 답답해 하고 있지만 말이다...ㅠ_ㅠ 결국...아무리 전국을 이잡듯이 뒤지고 정가의 수십배라는 엄청난 금액을 들여 구한 초레어 보물같은 책일지라도...관심없는 일반인이 보기엔 그냥 낡디 낡은 폐지만도 못한 종이 쓰레기로 보일 뿐이니...참 아이러니 하다. 

어쨌던...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고 공감될 열한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 뮤즈 연감, 1789년



2. 시지스몽의 유산

두 애서광인 친구가 있다.(친구라고 할 수 있나?...) 시지스몽이 유명을 달리하고, 그의 레어들을 눈독들이던 기유미르는 당장 시지스몽의 집으로 쳐들어가려고 하지만...망할 시지스몽이 술책을 부려놨으니...죽기직전 자신의 책을 절대로 팔지 말고,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달에 딱 한번 집안에서만 볼 수 있게 유언장을 남긴것이다. 절망에 빠진 기유미르에게 남은 한마디가 희소식이었으니...시지스몽과 결혼할 뻔한 여성에게 책의 보관권리를 넘긴 것이다. 순간 번뜩이는 눈으로 여성의 집으로 달려간 기유미르는 당장 그녀의 집문을 벌컥 열고....이제 58세를 넘겨 쭈그렁 할머니가된 여성에게 결혼해 달라 청혼하는데....

- 엎치락 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애서광 VS 경멸서광의 한판대결... 과연 승자는?...실소가 나오는 코믹한 단편이었다.


  

3. 로테르담의 사서, 판 데르 부컨 

네덜란드 여행중 만난 로테르담의 사서 판 데르 부컨...그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었으니...자신을 초능력자라 소개한 부컨은 나를 동물원으로 데려가 동물들에게 신묘한 최면술을 선보이는데....

- 애서광 레벨이 일정 한도 이상 쌓이면 초능력이 생길 수도 있다. 



4. 프랑스계 일본인 무사의 이야기 

프랑스 대학에서 지인을 통해 만난 일본인 남성 리쓰...그의 뿌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니..오래전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귀족 앙게랑은 자신을 환대해준 영주를 위해 함께 전쟁에 참여했고....자신은 일본에 정착한 앙게랑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 딱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떠올랐는데, 작가가 내놓는 이야기는 한발 더 나간다. 당시 앙게랑이 입고간 철갑주로 일본의 갑주가 발명되었고, 문장학등 일본의 문화 예술계에 프랑스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썰을 펼치는데...

 


5. 알려지지 않은 낭만주의 작품들 

나에게 어느날 날아온 부고장...홀로 여행간 바다가에서 함께 수영을 하며 친구가된 베르나르 디뉘가 죽고, 그가 모아온 레어장서들을 공매에 붙인다는 부고장을 받게 된 것이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디뉘의 낭만주의 초레어들을 공매로 획득한 나는 30권의 초레어들을 주변 애서광들에게 소문내고....

- 그래....그렇게 희귀도서들을 미친놈 소리 들을 정도로 모으는건 물론 나의 수집욕을 채우기 위함도 있지만 같은 광인들에게 마음껏 자랑하고 부러움을 받기 위함도 분명 한 이유일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ㅋㅋ 그러면서 굳이 작가가 가진 30권의 진귀한 초레어들의 제목과 책상태, 표지그림을 굳이 이 책에 소개하는건....이걸 보고 한번 부러워 해보라는 자랑질인가...-_-;;;;



6. 나폴레옹 1세의 수첩 

포화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한명의 병사가 오색 보자기에 쌓인 책을 소중히 지켜낸다. 그 병사가 지켜낸 것은 바로 나폴레옹이 직접 쓴 수첩 1권....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수첩의 일부가 소개되는데...

- 리얼인지 픽션인지 알 수가 없으니...-_-;;; 현재는 어느 부호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이 수첩의 내용은 어떻게 알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7. 책의 종말 

지구의 종말에 대한 학회에 참여한 나는 학회 후 여러 명사들과 100년뒤의 세상에 대해 담론을 나눈다. 누군가 나에게 책은 어떻게 변할지를 문의하고....

- 작가가 상상하는 100년뒤 책의 미래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19세기에 작가가 상상한 책의 미래는....현재와 어느정도 흡사한 상당히 예리한 추론을 해내고 있었다...한가지만 말하자면...오디오북에 밀려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 했는데...현재도 '오디언' 같은 오디오북이 서비스 되고 있으니...전혀 말도 안되는 상상은 아니란것...개인적으론 지금부터 100년이 지나도...종이책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갈것 같다...또 그랬으면 좋겠다..-_- 하긴...종이책 질감의 E-book이 나온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8. 화약고와 도서관 



9. 케르아니 기사의 지옥 

부유한 백작 케르아니의 서재를 궁금해 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그가 성애문학에 미쳐있는 색정광이란걸 알게 된다. 드디어 그의 집에 있는 마니아틱하고 진귀한 성애문학들과 미술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 애서광에 대한 이야기라면 성애문학에 미쳐있는 색정광 이야기가 한편쯤을 나오겠거니 했는데...9번째만에 드디어 나온다. 백작의 다양한 컬렉션들 속에서 도착적 성애문학의 진수 '사드'의 작품들이 줄줄이 소개되는걸 보니 나도 '사드'작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던 과거가 어렴풋 떠오른다....'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점잖빼는 귀족 양반들이 그토록 집중해 숨죽여 듣던 외설적 성애소설 낭독회가 떠오른다...돈많고 시간많은 귀족들이 인간 본연의 욕구를 자극하는 성애문학에 빠져드는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작가는 이 성애문학에 빠진 색정광에 대해 지옥과 견주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 놀라웠다. -_- 왜지?...

 


10. 시인 스카롱의 새해 선물 



11. 미라 이야기

골동품 수집가 백작과 만난 나는 그의 진귀한 컬렉션중 미라가 된 사람의 머리를 보게 되고....미라를 입수하게 된 백작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마지막 단편은 딱히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보너스로 쓴 작품인지 모르겠지만...정말 제목 그대로 미라 이야기다...독일 30년 전쟁에 휘말렸던 기사의 머리를 미라로 만든 이야기과 함께 실제 미라의 머리 사진을 수록하니...이건 정말 레알?....ㄷㄷㄷ 미라의 저주에 대한 오컬트 단편이었다.



책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끊임없이 나와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_- 개인적으론 애서인들의 광적인 집착을 코믹하게 그려낸 두번째 단편 [시지스몽의 유산]이 11편중 가장 재미있던것 같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단편도 있고, 타인들만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고, 당시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리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픽션이던 논픽션이던 11편 모두 책과 관련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었다는건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지금까지 애서가들을 위한 영원한 고전으로 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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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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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2018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비채
정가 - 454p



과학기술 발전의 두 얼굴



하반기에도 끊이지 않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의 출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3년 일본과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의 원작소설이다. 2011년 서울문화사에서 영화와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비채에서 판권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된듯 하다. 전기공학과 출신의 '게이고'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려 SF배경의 추리소설을 꽤 써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 작품으로 작가의 SF추리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SF추리 작품으로 역시 검증된 독보적인 가독성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까운 미래 국가에서 시민들의 DNA정보를 수집하여 빠른 시간안에 범죄자를 색출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의 개발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나 각질만으로도 하루안에 범죄자의 정확한 신상정보와 몽타주, 시민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로 직계가계의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것 같았던 시스템에 원인모를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3건의 권총 강간살인사건에서 발견된 정액으로 범죄자를 검색했으나 검색마다 전혀 다른 DNA특징의 몽타주를 보이는가 하면 직계가계의 정보엔 'NOT FOUND'일치자 없음이란 메시지가 뜬것이다. 일명 NF13으로 불리며 수사에 난항을 겪게되고, 초조해진 시스템 개발자 가구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천재수학소녀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잠시 치료를 받는사이 소녀역시 NF13이 살인에 쓴 동일한 권총으로 살해당한다. 가구라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을 DNA분석기에 돌리고, 분석결과 모니터에 표시된 몽타주를 보고 크게 놀라는데.....모니터엔 가구라 자신의 몽타주가 떠있었다...



CCTV로 스캔한 생체정보로 언제던 어느곳에서건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그의 화장실에간 횟수까지 개인정보가 줄줄이 뜨는 세상...SF영화에서 봤던 국가가 시민을 완벽히 통제하는 사회는 더이상 영화속 세상만은 아니다. RFID를 통한 생체이식칩 기술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이고 스웨덴에서는 이미 칩을 이식하여 출입문 개폐, 물건의 자동 구매등 실용화되어있다. 다만 개인정보의 침해를 이유로 범용화하지 못하고 있을뿐...그런 의미에서 작품에서 등장하는 DNA를 통한 범죄자 색출기술도 단지 픽션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런 혁신적 과학기술이 야기할 문제 역시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너무나 날카롭게 뼈때리는 통찰력이라 놀라웠다. 아무리 공익적 의도와 완전무결의 시스템이 개발된다 해도....그걸 만든 이도 인간이고...그걸 사용하는 이도 인간이다...감정 없는 로봇이 아닌 이상 사용자가 인간이라면 아무리 신의 망치를 쥐어주어도 인간의 감정이 섞일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작품의 주인공 가구라의 심리적 변화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로봇이 만든 그릇에 밀려 상심한체 자살한 도예가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DNA기술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는 가구라..하지만 살인자로 몰리고 시스템의 오류를 파헤치면서 인간의 부조리함과 이기심을 목도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성숙함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걸 은연중 경고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SF적 소재에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주는건 가구라가 앓고 있는 다중인격이라는 정신병이다. 솔직히 스릴러에 다중인격 하나 얹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아닌가...-_- 어릴적 아버지의 자살이 준 충격으로 자신과 다른 인격으로 분리된 가구라의 불안정한 심리와 분리된 인격이 주도권을 잡았을때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설정...익숙하지만 이것만큼 다음 상황을 궁금하게 만드는 설정도 없으리라...다중인격 가구라와 함께 신설된 시스템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발로 뛰는 수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형사 아사마가 교차되며 펼치는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과 흡입력있는 진행에 힘입어 페이지터너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다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용의자가 급격히 좁혀지면서 범인이 빨리 노출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스터리적 반전의 묘미 보다는 메시지에 좀 더 무게를 두는것 같다.


경솔한 과학만능주의와 함께 [1984] 빅브라더의 출현을 경고하는...이기적이고 편협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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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왼손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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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그녀의왼손 (2018년 초판)

저자 - 츠치도 유메

역자 - 손지상

출판사 - 제우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319p



피아노 연주처럼 아름다운 러브 미스터리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우수상 수상작가의 아름답고 달달한 러브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청춘 남녀의 우연한 만남...각자의 가슴에 담긴 말못할 고민과 비밀...모든 고난은 진실한 사랑으로 치유된다?...반전의 결말과 함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같은 은은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라이트노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처럼 누구나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은 따뜻한 작품이었다.



의과대학 5학년에 재학중인 슈는 어릴적 당한 사고의 트라우마로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방황한다. 그날도 수업을 빠지고 의학부 건물 옥상에 누워있던 슈는 우연히 옥상으로 올라온 여성과 마주치게 된다. 교육학과로 가려다 옥상에 올라왔다는 그녀는 슈에게 길안내를 부탁하고, 그녀의 강한 부탁에 함께 동행한다. 21살 사야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알바를 하면서 입시시험을 치고 선생님이 되는게 목표라고 말하고, 느닷없이 슈에게 입시공부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사야카의 저돌적 요구에 무언가에 홀리듯 과외를 수락하고, 그길로 학교 도서관에서 사야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게 된다. 도서관에서 사야카를 자세히 보면서 그녀가 태어날때부터 오른쪽 팔을 아예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환자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에 서서히 끌리게 되고, 결정적으로 비어있는 음악교실에서 왼손만으로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야카의 모습에 홀딱 반해버린다. 그렇게 사야카와 슈의 만남의 횟수는 늘어가는데.....



피에 대한 트라우마로 의사가 될 수 없는 슈와 한손으로 피아노 연주를 꿈꾸는 사야카...이 완벽하지 않은 남녀가 만나 서로의 빈곳을 보완하고 채워주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중 슈와 사야카를 가깝게 만드는 매개체로 피아노가 사용되는데, 언제나 웃는 얼굴로 왼손으로 열정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야카의 모습에 어느 누가 반하지 않으랴...다양한 클래식 연주곡과 그녀의 피아노 연주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이 작품이 피아노 관련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연주 장면을 보면서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이 떠올랐다. 하지만 [꿀벌과 천둥]이 피아노 천재들의 정열적인 프로세계를 그리는 반면 이 작품은 장애를 딛고 끈기와 노력으로 성장하려 하는 사야카의 모습을 그리기에 좀 더 애착이 간것 같다.



어쨌던...달달하던 둘사이에 이유모를 균열이 발생되고...전전긍긍하던 슈는 마침내 그녀의 비밀을 알아차린다.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던 둘 사이의 숨겨진 교집합은 무엇일까...남녀의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쌓였던 갈등은 말끔히 해소되고, 진실한 사랑은 더욱 굳건해 진다. 솔직히 비밀은 약간 예상하긴 했지만...미스터리가 전부는 아닌 작품이니까...



나와 그녀의 왼손이 마주쳤을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잠자던 연애감성을 깨우는 달콤한 연애 미스터리...

다친 상처를 감싸 안고 희망을 노래하는 치유계 미스터리 [나와 그녀의 왼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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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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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온다 (2018년 초판)
저자 - 사와무라 이치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4p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오컬트 호러의 진수

 

나도 봤다!!! 지금 한창 떠오르는 정말 HOT한 공포호러의 진수!!! [보기왕이 온다]!!!!
재작년 [곡성]의 흥행을 시작으로 갑자기 TV안방을 장악한 호러 열풍에 발맞춰 장르문학계에도 걸출한 오컬트 호러 신작이 출간되었다. 장르 작품을 비평하려다 자신이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으로(이건 마치 '김치찌개 식당이 맛없이 내가 차린집'과 같은것 아닌가!!) 작가가 된 '사와무라 이치'의 첫번째 장편소설 이자 출간 즉시 열도에 큰 화제를 부르며 제22회 일본호러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올해 초에 출간됐던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이후로 장르문학계에 이렇다 할 오컬트 호러 소식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의 출간으로 호러 매니아로서 특히 오컬트 공포 덕후로서 반갑기 그지 없는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이 오컬트와 SF를 접목한 퓨전호러라면 이번 신작은 오컬트의 초심으로 돌아간듯 정석의 공포를 보여준다. 뭐랄까..'스즈키 코지'의 [링]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과 공포랄까...



딩동...
울리는 초인종...
집안에는 치매로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어린 소년 히데키뿐...
'누구세요?'
현관으로 달려나간 히데키에게 문밖의 '그것'은 묻는다.
'엄마 계십니까?'
'시즈씨는 계십니까?'
'히사노리 씨는?'
'긴지씨 긴지씨 긴지씨는 계세요? 안에 계시나요?'
긴지...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찾는 불쾌한 목소리와 함께 문밖 뿌연 유리문에는 기괴하도록 길다란 손가락을 가진 손바닥 두개가 붙어있다.


'돌아가!!!!'
치매로 정신이 없는 할아버지의 일갈 이후 문밖의 '그것'은 돌아가고... 


시간은 흘러 어릴적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흐릿해진 어른의 히데키는 아내 '가나'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2살난 딸 '치사'를 키우는 가장이 된다. 하지만 히데키의 주변에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어릴적 겪었던 문밖의 '그것'에 대한 공포가 떠오른다. 그대로 있다간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직감한 히데키는 사방으로 괴이한 존재에 대해 수소문하고, 민속학 교수인 동창을 통해 '그것'이 보기왕이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전승되오는 민간괴담이란 것을 알게 된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산으로 데려간다.


집안에 붙여두었던 부적이 갈기갈기 찢기고, 아내와 아이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본 히데키는 가족을 위해 보기왕과의 결판을 결심하고, 영매사 마코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결판의 시간.....



문밖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그 부름에 답하는 순간 나의 영혼이 문밖의 존재에게 홀린다는 이야기는 사실 꼬꼬마 시절에 봤던 어린이 괴담집에서 처음 접했을 정도로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누군가 세번 이름을 부르거든 절대로 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국경을 떠나 널리 알려진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는 말인데, 익숙한 괴담의 변주에도 이렇게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공포심을 주는건 우리가 어릴적부터 기억속에 각인된 문밖의 존재,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고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집을 침범하려는 존재에 대한 공포..유년시절 가게에 나가시는 부모님이 내게 절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그 말 속에서 그것이 인간이던 인간이 아니던 누군지 모를 손(guest)에 대한 공포심을 은연중에 전해주었고, 이 작품은 그 잊혀진 기억을 일깨워 준다고 생각한다.



보기왕에게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묻는 히데키에게 영매사 마코토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와 가족들에게 잘 대해주세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과 밝혀지는 진실들...솔직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보기왕이 단란한 히데키의 가정에 찾아온 이유....


'그렇게 엄청난건 부르지 않으면 오지 않아...'


여기서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는 가정의 이면에 주목하게 된다. 나의 가정은 어떤가...항상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건 아닐까?...아내를 배려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보이려 노력하던 내 모습뒤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와 심하게 다투던 모습...부부싸움에 공포를 느끼고 울던 아이들의 모습...업무 스트레스에 퇴근하고 놀자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짜증내던 나의 모습...이런 어두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이내 우리집도 불화와 원망섞인 마음들이 보기왕을 부르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굳건하고 탄탄한 가족앞에 악귀따위가 들어올 여지는 없다. 굳건한 가정에 불화라는 작은 균열을 파고드는 원념이 쌓이고 쌓여 보기왕이라는 강력한 악마를 불러낸다. 물론 작품에서 비춰지는 극단적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일상적 행위가 야기하는 공포와 절망의 연쇄작용이 내겐 더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면서 요괴, 귀신, 이야기, 괴담, 만화, 소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기왕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2ch에서 인기를 끌던 괴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읽어선 안 되는 이야기]에 실려있는 '마비키'와 '쿠네쿠네'이야기이다. 스포가 될것 같아 언급하기 힘들지만 '마비키'는 일본에 실존했던 풍습으로 그 당시의 어렵던 사회상을 반영하기에 보기왕의 탄생 역시 같은 선상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하는 이야기 같다. 또한 후반부 무녀와 보기왕의 본격적인 결판은 강렬한 퇴마액션을 선보이면서 영화나 게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의 균열을 찢어발기면서 심리적으로 옥죄는 심리공포에 신체 절단이라는 하드고어틱한 장면들, 신묘한 능력을 사용하는 영능력자의 액션까지 공포 호러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총망라하는 이유는 이 같은 다양한 매체의 흥행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려 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의 악귀 '부기맨'에서 따온 '보기왕'이란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양의 [컨져링]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비슷한 클리셰를 사용하고 예측이 되는데도 더럽게 무서운...ㅠ_ㅠ...역시 귀신하면 동양귀신...그중에서도 일본귀신이 최고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정말 오랜만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걸작이 나온것 같아 기쁘다.  더불어 12월에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온다]가 기다려진다. 후반부 무녀 VS 보기왕의 대결에 특유의 일본식 뽕끼만 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 같은데..일단 예고편은 잘 뽑아놨던데...설렘반 걱정반이라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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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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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소금처럼그대앞에하얗게쌓인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끝별
출판사 - 해냄
정가 - 14500원
페이지 - 178p


삶과 죽음이 담긴 60편의 시와 단상


생과 사는 떼려야 뗄수없는 관계이다. 약속없는 탄생 뒤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있을뿐.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하나뿐인 일생을 담은 시와 시에 대한 단상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시집이 출간되었다. 여러 시인들이 들려주는 60편의 시에 담긴 인생, 세월, 삶, 나이, 죽음에 대한 글귀들은 하얗게 쌓여만가는 삶이라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빛낸다. 


살면서 정규교육 외에 시집을 읽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것 같다. 평소라면 절대 들춰보지도 않을 시집을 읽게 된건 출판사의 신간 리뷰어로 활동하여 본의아니게 몇십년 만에 시를 접하긴 했지만, 나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면서 여태껏 걸어왔던 삶에 대해, 남아있는 삶에 대해....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시집은 실로 남다르게 다가온것 같다. 짧은 단어와 글귀로 인생이라는 장대하고 기나긴 이야기를 축약하여 들려주는 시라는 장르에,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와 감동을 전해주는 시인들의 센스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다소 어렵고 난해한 시를 한페이지에 알기쉽게 풀어주는 저자 정끝별님의 에세이? 짧막한 단상?도 좋았다.


"늙음과 죽음의 품격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시간에 잘 호응하는가에 달려있다. 시간에 맞게 늙어가는 것, 그것이 비로서 시의성일 것이다. 이 시의성은 말년성과 맞닿아있다. 생물학적이거나 연대기적 후기와 무관하게 시간, 즉 죽음에 임박해서도 의식은 깨어있고 기억은 넘쳐나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 백세시대를 가뿐히 넘어선 이 시대에 그런 진정한 말년을 의기양양하게 꿈꿔본다."


짧고 인상깊었던 시 2편만 소개해 본다.
 


 

이 시는 인터넷인지 TV인지는 모르겠지만 흘러 흘러 먼저 알고 있었던 작품이다. 늙음과 주름...나무의 나이테처럼 깊어가는 주름만큼 얼굴엔 살아온 시간이 새겨지고 노인의 주름진 내천을 바라보며 노인이 살아온 인생을 가늠해 본다. 내천자를 시간과 매치하는 감각...역시 시인의 감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



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세태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성공을 향해 청춘을 저당잡힌 아이들을 바라보며 써냈을 씁쓸한 감정이 느껴진다. 살기위해 하는 일임에도 죽도록 공부하며 보내는 청춘이 아깝고도 가엽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아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각 주제에 맞는 6가지 챕터와 그 안에 담긴 시속에서 삶의 정답을 찾아나가는 탐구와 사색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한 편의 시와 에세이...하루 잠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갖는건 건강한 인생, 품격있는 죽음을 위한 투자가 아닐까...오랜만에 가진 좋은 시간, 좋은 경험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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