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등록자 (2018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비채
정가 - 454p



과학기술 발전의 두 얼굴



하반기에도 끊이지 않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의 출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3년 일본과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의 원작소설이다. 2011년 서울문화사에서 영화와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비채에서 판권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된듯 하다. 전기공학과 출신의 '게이고'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려 SF배경의 추리소설을 꽤 써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 작품으로 작가의 SF추리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SF추리 작품으로 역시 검증된 독보적인 가독성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까운 미래 국가에서 시민들의 DNA정보를 수집하여 빠른 시간안에 범죄자를 색출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의 개발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나 각질만으로도 하루안에 범죄자의 정확한 신상정보와 몽타주, 시민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로 직계가계의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것 같았던 시스템에 원인모를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3건의 권총 강간살인사건에서 발견된 정액으로 범죄자를 검색했으나 검색마다 전혀 다른 DNA특징의 몽타주를 보이는가 하면 직계가계의 정보엔 'NOT FOUND'일치자 없음이란 메시지가 뜬것이다. 일명 NF13으로 불리며 수사에 난항을 겪게되고, 초조해진 시스템 개발자 가구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천재수학소녀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잠시 치료를 받는사이 소녀역시 NF13이 살인에 쓴 동일한 권총으로 살해당한다. 가구라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을 DNA분석기에 돌리고, 분석결과 모니터에 표시된 몽타주를 보고 크게 놀라는데.....모니터엔 가구라 자신의 몽타주가 떠있었다...



CCTV로 스캔한 생체정보로 언제던 어느곳에서건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그의 화장실에간 횟수까지 개인정보가 줄줄이 뜨는 세상...SF영화에서 봤던 국가가 시민을 완벽히 통제하는 사회는 더이상 영화속 세상만은 아니다. RFID를 통한 생체이식칩 기술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이고 스웨덴에서는 이미 칩을 이식하여 출입문 개폐, 물건의 자동 구매등 실용화되어있다. 다만 개인정보의 침해를 이유로 범용화하지 못하고 있을뿐...그런 의미에서 작품에서 등장하는 DNA를 통한 범죄자 색출기술도 단지 픽션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런 혁신적 과학기술이 야기할 문제 역시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너무나 날카롭게 뼈때리는 통찰력이라 놀라웠다. 아무리 공익적 의도와 완전무결의 시스템이 개발된다 해도....그걸 만든 이도 인간이고...그걸 사용하는 이도 인간이다...감정 없는 로봇이 아닌 이상 사용자가 인간이라면 아무리 신의 망치를 쥐어주어도 인간의 감정이 섞일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작품의 주인공 가구라의 심리적 변화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로봇이 만든 그릇에 밀려 상심한체 자살한 도예가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DNA기술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는 가구라..하지만 살인자로 몰리고 시스템의 오류를 파헤치면서 인간의 부조리함과 이기심을 목도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성숙함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걸 은연중 경고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SF적 소재에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주는건 가구라가 앓고 있는 다중인격이라는 정신병이다. 솔직히 스릴러에 다중인격 하나 얹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아닌가...-_- 어릴적 아버지의 자살이 준 충격으로 자신과 다른 인격으로 분리된 가구라의 불안정한 심리와 분리된 인격이 주도권을 잡았을때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설정...익숙하지만 이것만큼 다음 상황을 궁금하게 만드는 설정도 없으리라...다중인격 가구라와 함께 신설된 시스템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발로 뛰는 수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형사 아사마가 교차되며 펼치는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과 흡입력있는 진행에 힘입어 페이지터너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다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용의자가 급격히 좁혀지면서 범인이 빨리 노출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스터리적 반전의 묘미 보다는 메시지에 좀 더 무게를 두는것 같다.


경솔한 과학만능주의와 함께 [1984] 빅브라더의 출현을 경고하는...이기적이고 편협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