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애서광들 (2018년 초판)

저자 - 옥타브 위잔

그림 - 알베르 로비다

역자 - 강주헌

출판사 - 북스토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11p



애서광인들....



애서광 : 책을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책덕후를 위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나 역시 한때 미친듯이 절판본들을 찾아 전국을 헤맨적이 있어 애서광인들의 기분을 약간이나마 알기에 작가가 이야기 하는 11가지 책덕후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이자 애서가였던 저자 역시 절판본 덕후로서 음지에 묻혀 있던 '사드'의 작품들을 다수 발굴하여 양지로 꺼내놓은 성애문학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라고 하는데, 그런 그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현재와는 멀리 동떨어진 19세기가 배경인 책덕후들의 이야기지만 역시 어느 시대이던 어느 공간이던 언제나 책은 존재해 왔고, 절판본을 향한 덕후들의 애타는 집착과 수집욕은 시대를 막론하기에 21세기의 내가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덕후들만의 덕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서광...과연 읽기 위한 집착인가? 그저 컬렉션을 채우기 위한 수집욕인가?...물론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에 절판본을 구하는 애서광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가 목적인 절판 컬렉터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맘에 꽂힌 몇몇 작가의 중복 판본을 포함한 전체 판본을 지금도 모으고 있으니 말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는 같은 작품을 표지별로 사모으는걸 가슴을 치고 답답해 하고 있지만 말이다...ㅠ_ㅠ 결국...아무리 전국을 이잡듯이 뒤지고 정가의 수십배라는 엄청난 금액을 들여 구한 초레어 보물같은 책일지라도...관심없는 일반인이 보기엔 그냥 낡디 낡은 폐지만도 못한 종이 쓰레기로 보일 뿐이니...참 아이러니 하다. 

어쨌던...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고 공감될 열한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 뮤즈 연감, 1789년



2. 시지스몽의 유산

두 애서광인 친구가 있다.(친구라고 할 수 있나?...) 시지스몽이 유명을 달리하고, 그의 레어들을 눈독들이던 기유미르는 당장 시지스몽의 집으로 쳐들어가려고 하지만...망할 시지스몽이 술책을 부려놨으니...죽기직전 자신의 책을 절대로 팔지 말고,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달에 딱 한번 집안에서만 볼 수 있게 유언장을 남긴것이다. 절망에 빠진 기유미르에게 남은 한마디가 희소식이었으니...시지스몽과 결혼할 뻔한 여성에게 책의 보관권리를 넘긴 것이다. 순간 번뜩이는 눈으로 여성의 집으로 달려간 기유미르는 당장 그녀의 집문을 벌컥 열고....이제 58세를 넘겨 쭈그렁 할머니가된 여성에게 결혼해 달라 청혼하는데....

- 엎치락 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애서광 VS 경멸서광의 한판대결... 과연 승자는?...실소가 나오는 코믹한 단편이었다.


  

3. 로테르담의 사서, 판 데르 부컨 

네덜란드 여행중 만난 로테르담의 사서 판 데르 부컨...그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었으니...자신을 초능력자라 소개한 부컨은 나를 동물원으로 데려가 동물들에게 신묘한 최면술을 선보이는데....

- 애서광 레벨이 일정 한도 이상 쌓이면 초능력이 생길 수도 있다. 



4. 프랑스계 일본인 무사의 이야기 

프랑스 대학에서 지인을 통해 만난 일본인 남성 리쓰...그의 뿌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니..오래전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귀족 앙게랑은 자신을 환대해준 영주를 위해 함께 전쟁에 참여했고....자신은 일본에 정착한 앙게랑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 딱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떠올랐는데, 작가가 내놓는 이야기는 한발 더 나간다. 당시 앙게랑이 입고간 철갑주로 일본의 갑주가 발명되었고, 문장학등 일본의 문화 예술계에 프랑스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썰을 펼치는데...

 


5. 알려지지 않은 낭만주의 작품들 

나에게 어느날 날아온 부고장...홀로 여행간 바다가에서 함께 수영을 하며 친구가된 베르나르 디뉘가 죽고, 그가 모아온 레어장서들을 공매에 붙인다는 부고장을 받게 된 것이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디뉘의 낭만주의 초레어들을 공매로 획득한 나는 30권의 초레어들을 주변 애서광들에게 소문내고....

- 그래....그렇게 희귀도서들을 미친놈 소리 들을 정도로 모으는건 물론 나의 수집욕을 채우기 위함도 있지만 같은 광인들에게 마음껏 자랑하고 부러움을 받기 위함도 분명 한 이유일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ㅋㅋ 그러면서 굳이 작가가 가진 30권의 진귀한 초레어들의 제목과 책상태, 표지그림을 굳이 이 책에 소개하는건....이걸 보고 한번 부러워 해보라는 자랑질인가...-_-;;;;



6. 나폴레옹 1세의 수첩 

포화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한명의 병사가 오색 보자기에 쌓인 책을 소중히 지켜낸다. 그 병사가 지켜낸 것은 바로 나폴레옹이 직접 쓴 수첩 1권....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수첩의 일부가 소개되는데...

- 리얼인지 픽션인지 알 수가 없으니...-_-;;; 현재는 어느 부호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이 수첩의 내용은 어떻게 알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7. 책의 종말 

지구의 종말에 대한 학회에 참여한 나는 학회 후 여러 명사들과 100년뒤의 세상에 대해 담론을 나눈다. 누군가 나에게 책은 어떻게 변할지를 문의하고....

- 작가가 상상하는 100년뒤 책의 미래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19세기에 작가가 상상한 책의 미래는....현재와 어느정도 흡사한 상당히 예리한 추론을 해내고 있었다...한가지만 말하자면...오디오북에 밀려 종이책의 종말을 예고 했는데...현재도 '오디언' 같은 오디오북이 서비스 되고 있으니...전혀 말도 안되는 상상은 아니란것...개인적으론 지금부터 100년이 지나도...종이책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갈것 같다...또 그랬으면 좋겠다..-_- 하긴...종이책 질감의 E-book이 나온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8. 화약고와 도서관 



9. 케르아니 기사의 지옥 

부유한 백작 케르아니의 서재를 궁금해 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그가 성애문학에 미쳐있는 색정광이란걸 알게 된다. 드디어 그의 집에 있는 마니아틱하고 진귀한 성애문학들과 미술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 애서광에 대한 이야기라면 성애문학에 미쳐있는 색정광 이야기가 한편쯤을 나오겠거니 했는데...9번째만에 드디어 나온다. 백작의 다양한 컬렉션들 속에서 도착적 성애문학의 진수 '사드'의 작품들이 줄줄이 소개되는걸 보니 나도 '사드'작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던 과거가 어렴풋 떠오른다....'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점잖빼는 귀족 양반들이 그토록 집중해 숨죽여 듣던 외설적 성애소설 낭독회가 떠오른다...돈많고 시간많은 귀족들이 인간 본연의 욕구를 자극하는 성애문학에 빠져드는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작가는 이 성애문학에 빠진 색정광에 대해 지옥과 견주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 놀라웠다. -_- 왜지?...

 


10. 시인 스카롱의 새해 선물 



11. 미라 이야기

골동품 수집가 백작과 만난 나는 그의 진귀한 컬렉션중 미라가 된 사람의 머리를 보게 되고....미라를 입수하게 된 백작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마지막 단편은 딱히 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보너스로 쓴 작품인지 모르겠지만...정말 제목 그대로 미라 이야기다...독일 30년 전쟁에 휘말렸던 기사의 머리를 미라로 만든 이야기과 함께 실제 미라의 머리 사진을 수록하니...이건 정말 레알?....ㄷㄷㄷ 미라의 저주에 대한 오컬트 단편이었다.



책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끊임없이 나와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_- 개인적으론 애서인들의 광적인 집착을 코믹하게 그려낸 두번째 단편 [시지스몽의 유산]이 11편중 가장 재미있던것 같다.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단편도 있고, 타인들만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고, 당시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리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픽션이던 논픽션이던 11편 모두 책과 관련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들이었다는건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지금까지 애서가들을 위한 영원한 고전으로 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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