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용소년 - 한국 근대 SF 단편선
허문일.김동인.남산수 지음 / 아작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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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용소년 (2018년 초판)

저자 - 허문일, 김동인, 남산수 외

출판사 - 아작

정가 - 5500원

페이지 - 114p




근대 SF의 효시



얼마전 한국 최초의 창작 SF [K박사의 연구]를 포스팅 했었는데, 그 시절 국내 근대SF를 엮은 단편집이 아작에서 출간됐었다. 작년부터 서울국제도서전 즈음하여 이벤트성 단편집을 내는데 작년엔 페미니즘 SF단편집 [내 플란넬 속옷]을 올해는 국내 근대SF단편집 [천공의 용소년]을 출간했다. 구매하기는 국제도서전에서 구매했으나 아끼고 아끼다 술도 퍼마셨겠다 올해가 마무리되기전에 일독했다. 한국최초창작 SF라 일컬어지는 '김동인'의 [K박사의 연구]를 비롯하여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한국 창작 SF의 태동을 볼 수 있는 작품 4편이 수록되 있는 주옥같은 단편집이다. 발표시기가 일제강점기에 친일파 활동의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의 첫 근대 SF작가의 작품들로 역사에 기록된 만큼 당시 시대의 SF문학을 추측하는 시료이자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1. 천공의 용소년 - 허문일 ([어린이] 1930년 11월호)

화성에 사는 별 박사와 한달 소년이 지구를 향해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상상으로는 현재의 지구보다 약간 과학이 발달한 화성에서 지구를 향해 여행하는 박사와 소년의 우주여행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신비한 우주여행 끝에 도달한 지구의 사람들이 한창 전쟁중이고 이에 휘말려 화성 우주선이 추락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것을 보면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반영한듯 같아 씁쓸함이 남는다. 

 


2. K박사의 연구 - 김동인 ([신소설] 1929년 12월호)

K박사의 기상천외한 연구...한국 최초의 근대 SF로 기록된 작품이며 E-book으로 무료 배포된 작품이다. 현재도 무료이기도 하고, 창의적이고 엽기발랄한 독창성에 꼭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포스팅한 독후감으로 대신한다. 



3. 소신술 - 남산수 ([신시대] 1941년 5월호)

상해에서 '소신법'이란 신기장치를 개발한 양박사는 수령 울스키의 협박에 '소신법'을 사용하여 실험재료이자 고난에 처하게 한다. 양박사의 '소신술'은 '리처드 매드슨' [줄어드는 남자]의 소형화 기술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며, 이 '소신술'을 이용하여 울스키를 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창피를 주는것으로 끝난다.  



4. 삼대관의 괴사 사건 - 작가 미상 ([과학조선] 1935년 11월호)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사건과 이 살인에 연관된 듯한 QT치료기....[K박사의 연구]가 최초 근대 SF라면 이작품은 최초 근대 추리 SF작품인가?....정작 QT치료기의 정체는 지금에선 보잘것 없지만 당시 시대에서는 완전범죄를 성립하는 과학기술의 보고 였을까?....-_-



작년부터 아작에서 이벤트성으로 출간되는 단편집이지만, 올해 출간된 [천공의 용소년]은 의도가 어찌됐던 한국인으로서 한국 근현대 SF의 효시를 볼 수 있었던 뜻깊고 유익한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물론 현대SF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작품성으로는 떨어지는 작품임엔 분명하나 사실 [K박사의 연구]를 제외한 3편의 단편은 생전 들어본적도 없었고, 어찌보면 평생 접해볼 일이 없었던 작품이니 이 단편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것 같다. 일제치하라는 암흑같은 시대상에서도 이념을 떠나 과거의 한국문학을 근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작품임에는 분명한 사료로서의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발표 당시의 고어체를 현대적으로 읽기에 지장없이 번역하여 출간한것 또한 아작의 배려라 보이는 부분이다. 더불어 '박상준'님의 근대사 SF를 아우르는 작품해설까지 더하여 커피 한잔값으로 즐기는 최고의 초기 한국 SF단편집으로 더할나위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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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작가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
사와무라 미카게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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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작가는인간이아니었습니다 (2018년 초판)

저자 - 사와무라 미카게

역자 - 김미림

출판사 - artepop(아르테팝)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39p



나의 작가님은.... 이계탐정?



'제2회 가도카와 문고 캐릭터소설대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 수상작이 아르테의 라이트노벨 계열 임프린트 출판사인 아르테팝에서 출간되었다. 라이트노벨 답게 참신하고 독특한 설정과 함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높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어 책을 펴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_- 인간이 아닌 작가의 숨겨진 이중생활과 그에 휘말린 어설픈 새내기 편집자가 함께 해결하는 미스터리한 이계 사건들은 지극히 판타지스럽지만 인간이 아닌 그들이 바라보는 인간계의 모습을 통해 한발 뒤에서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기오사 출판사의 신입 편집자 아사히에게 새로운 작가의 담당이 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그는 바로 기오사 출판사의 간판 인기 작가 미사키 젠. 전임 담당자는 아사히에게 미사키 젠의 담당자로서 세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첫째 낮엔 절대 연락해선 안되고 찾아가지도 말 것.

둘째 작가를 만날때는 은제품을 몸에 걸치지 말 것.

셋째 경찰을 조심할 것.

  

그렇다...아사히가 맡게된 작가는 뱀파이어였던 것이다. -_- 20대의 외모에 빛이 나는 미모, 청산유수 같은 언변으로 마음을 빼앗겨버린 아사히는 작가와 같은 취미인 영화감상을 어필하여 가까스로 작가의 새로운 담당자로 허락받게되고, 몇년째 작품활동이 없는 미사키 젠에게 원고를 받기 위해(서인지 작가를 보기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뻘질나게 작가의 집을 드나든다. 그런 어느날 미사키 젠의 집에 형사 나츠키가 방문하고, 자신을 '이질사건수사계'라고 소개한 나츠키는 미사키 젠에게 이계사건 해결을 위한 자문을 구한다. 전에도 미사키 젠이 이계사건에 휘말려 크게 다쳤던 사실을 알고 있는 아사히는 급기야 신작 원고를 위해 미사키 젠의 왼팔 보디가드(왼손잡이란다.)로 나서게 되고....흡혈귀 미사키 젠, 이수계 형사 나츠키....그리고 새내기 편집자 아사히는 미스터리한 이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1. 자시키와라시 유괴 사건

전직 거물 정치인의 호출로 거대한 자택을 방문한 젠과 나츠키, 아사히는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 자시키와라시를 찾아 달라는 전직 정치인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나서는데....

- 유괴 사건이 왜 이계사건이냐...이유는 유괴된 자시키와라시가 인간이 아닌 요괴이기 때문이다. 자시키와라시가 사는 집은 풍요로워 진다는 일본의 길한 요괴로 [신과 함께 : 인과 연]에 '마동석'이 연기했던 한국의 성주신과 같은 개념의 요괴이다. 자시키와라시 덕에 거물 정치인이 되고 막대한 부를 누렸지만 사라져 버린 자시키와라시...이제 남은것은 악재뿐...부와 명예에 연연하여 가족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는 인간계 사회를 씁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화목함이 사라진 막장 가족에게 올 요괴는 [보기왕]뿐이겠지...[요괴소년 호야]에서도 자시키와라시를 억지로 결계로 가둬두던 이 작품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2. 검은 개 사건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요괴는 자신이 운영하는 잡화점 가게에 괴물개가 출연했다며 미사키 젠에게 도움을 청한다. 때마침 함께 있던 나츠키, 아사히와 함께 여우요괴 다카라의 가게로 향하고, 그곳에서 실제로 괴물개에게 물어뜯겨 상해를 입은 청년 2명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게 된다. 괴물처럼 거대한 검은 개가 나타나 인간을 괴롭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댕댕이가 왜 괴물이 됐을꼬....



3. 여대생 감금 흡혈 사건

한 여성이 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흡혈귀이자 작가 미사키 젠이 지목된다. 검시결과 사망한 여성의 몸에서 다량의 혈액이 빠져있었고, 그녀의 몸에 여러개의 이빨자국과 바늘자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형사 나츠키와 편집자 아사히, 미사키 젠은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서는데....

- 이 작품 역시 유년시절의 고독, 상실감으로 인해 마음이 썩어버린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내면을 무섭도록 예리하게 간파하는 미사키 젠의 통찰력이 빛난다.



이렇게 사건만 쫓아다니는데 과연 신작 장편 원고는 받을 수 있을까?....-_-;;;;;



흡혈귀, 요괴의 존재가 정식으로 인정되고 그들의 사건을 전담하는 비밀경찰 부서가 존재하는 판타지적 설정에 영겁의 삶을 산 흡혈귀 미사키 젠의 인간을 꿰뚫는 통찰력과 추리로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시원하게 밝혀낸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여 현실 사회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보는 작가의 접근방식이 마음에 든다.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가슴저리게, 때로는 묵직하게 말이다. 그럼에도 실수투성이 캐릭터 아사히를 이용하여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피눈물나는 현실직장 코미디로 승화시키는 강약의 조절도 좋았다. 라이트 노벨의 경쾌함과 깊이를 모두 갖췄기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것이 납득이 가는 작품이었다.



덧1 - 아사히와 미사키 젠의 대화에서 무수히 언급되는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작품과 연관되는 영화도 있고, 한국 영화도 3편이 언급된다는...   

  


덧2 - [요괴소년 호야] 자시키와라시 에피소드는 TV애니 10화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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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마틸다의비밀편지 (2018년 초판)
저자 - 스텐 나돌니
역자 - 이지윤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3p



대마법사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12통의 편지



백살이 넘는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12통의 비밀편지...과연 어떤 이야기를 남기려한 것일까?...작품은 마법사 할아버지 파흐로크가 쓴 12통의 편지와 파흐로크의 두번째 부인 레일란더가 동봉한 한통의 편지, 그리고 파흐로크의 조력자 발데마르 3세가 쓴 헌사로 이루어져 있다. 파흐로크의 편지들을 마틸다가 17살이 되는 해에 꼭 전해줘야 한다는 당부가 쓰인 레일란더의 편지를 시작으로 파흐로크 할아버지의 편지가 시작된다. 솔직히 자신이 마법사라고 고백하는 편지의 첫소절과 마법사로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법, 똑바른 삶을 사는 노하우, 자신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100년의 세월 등을 이야기 하는 글을 보면서 마법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빌려 사랑하는 손녀에게 남기는 할아버지의 세상사는 지혜가 담긴 따뜻한 염려와 격려의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법사지만 평범하게 살아오던 할아버지의 인생에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인생을 뒤바꿀 참혹한 전쟁이 찾아오고 처음 생각했던 단순한 격려글은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_- 이...이걸 뭐라고 해야하지...판타지?...디스토피아 SF?...휴머니즘 드라마?...



106세의 파흐로크는 마법사이다. 팔을 늘려 먼곳의 물건을 훔치고, 동물로 변신하는가 하면, 공중부양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벽을 통과하고 돈까지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대마법사의 능력자이다. 하지만 파흐로크는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2차세계대전에서는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평생 라디오 전파상, 발명가, 심리치료사 방랑가등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 17살이면 마법사의 능력이 깨어날 마틸다에게 마법사로서 세상에 들키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알려주는 파흐로크의 숨겨진 이유는 무엇인가?....마지막 발데마르 3세의 헌사에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1]
어릴적 절친한 동료이자 함께 마법을 부리던 친구는 격변하는 정세속에서 나치스 간부가 되고, 나치의 전체주의 이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파흐로크의 가족을 뒤쫓는다. 도시와 동떨어진 숲으로 도망쳐 숨어살지만 점차 나치의 압박은 턱밑으로 다가오고, 파흐로크는 마법사 공동체를 조직하여 마법을 사용하여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람을 헤치는 마법은 시도조차 불가능해 계획은 좌절되고, 잠시 시내로 공중비행을 하던 파흐로크는 공중에서 유태인의 끔찍한 학살장면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시간의 틈에 빠져버러 2년간의 기억을 잃고, 유태인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파흐로크는.....



[2]
어릴적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는 격변하는 정세속에서 나치스 간부가 되고, 나치의 전체주의 이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파흐로크의 가족을 뒤쫓는다. 도시와 동떨어진 숲으로 도망쳐 숨어살지만 점차 나치의 압박은 턱밑으로 다가오고, 파흐로크는 저항군 레지스탕스를 조직하여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하지만 히틀러 근처에 접근하는것 조차 어려운 현실일 직시하고 계획은 좌절된다. 잠시 시내로 잠입하던 파흐로크는 유태인의 끔찍한 학살장면을 목격하고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기억을 읽은 파흐로크는 2년간 유태인 수용소에서 부역을 하게 되는데....



[1]이 작품속 편지의 내용이고, [2]는 마법을 배제하고 내가 쓴 내용이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편지를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나 '팀버튼'감독의 [빅 피쉬]류의 이야기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참혹한 진실보단 차라리 판타지가 더 날지도 모른다...파흐로크가 말하는 마법사로서의 인생을 진실로 봐도 되지만,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가리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마틸다(=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할아버지의 양념(MSG)으로 봐도 무방하다 생각했다. 머..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견해지만...어쨌던...그래서 할아버지의 12번째 편지가 끝날때까지 [2]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12번째 편지말미 죽음에 임박한 할아버지의 고백을 보면서 내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했더랬다....그런데!!!!! 문제의 발데마르 3세의 헌사가 안심하고 있던 나의 뒷덜미를 낚아채는것이 아닌가...-_-;;; 이게 뭥미?..반전?...발데마르의 편지로 말미암아 앞선 이야기 전부에 대한 시각이 뒤바뀌면서 작품의 장르 자체가 바뀌어 버리게 된다...



사실 앞선 12통의 편지는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106년 동안 2차세계대전, 두번의 결혼, 여러 직업, 세계여행 등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온 파흐로크의 인생을 손녀에게 잔잔하게 전하는 회고록 혹은 106년간 살아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생의 지혜를 전하는 자기개발서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자기개발서나 회고록으로 알고 읽은 사람에겐 단언컨데 마지막 13페이지는 작품 자체에 대한 정체성의 의문과 함께 헤어나올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것이다. 참 다양한 해석을 유발하는 반전의 결말이랄까... (하지만 마지막 13페이지를 제외하면 어찌됐던 판타지를 가장한 자기개발서라고 봐야할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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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부서진 밤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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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부서진밤 (2018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3400원

페이지 - 303p



시대극과 좀비의 절묘한 조화



흥행여부는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와 좀비를 융합한 퓨전 시대극 [창궐]이 상영중이고, 고구려 양만춘 장군과 당의 치열한 전투를 담은 영화 [안시성]이 성황리에 극장상영을 내린 이시기에...장르문학계에도 영화판의 새로운 시도에 발맞춰 참신한 발상의 좀비소설이 출간되었다. 전국의 사적을 직접 찾아가 방문하는 문화 유적 답사가이자 [붕괴]좀비 앤솔러지 [그것들]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작품활동을 펼치는 전업 소설가로 활동중인 작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역사와 좀비라는 이질적 소재를 혼용하여 새로운 괴이 시대극을 탄생시켰다. 국사시간에나 봤던 삼국시대 고구려의 역사와 웨스턴 몬스터의 대명사 좀비...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이야기를 합치니 진부함은 가고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때는 고구려 말기...거듭된 당나라의 침략에 결국 고구려는 패망하고...고구려의 수장이던 세활은 무너진 고구려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안시성 함락 후 흔적이 묘연한 양만춘 장군을 찾아 나선다. 우연히 요동성에서 점쟁이 노파에게 양만춘 장군이 망월향에 있다는 점궤를 접하고, 소수의 정예원들을 데리고 망월향으로 향한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망월향에 이르지만 근처를 지나던 말갈족에게 발각되어 안개가 자욱한 계곡으로 도주한다. 뒤에는 말갈족이, 앞에는 깊은 안개속 인간이 아닌 무언가와 마주한 세활과 부하들...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양만춘 장군은 어디에 있는지...안개속에 숨어 잔혹하게 인간을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그것은 무엇인지...정체불명의 기이하고 괴이한 사건들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작품은 세활이 망월향 계곡에 들어가 갖히면서 안개속 좀비들과 겪는 기괴한 일들과 어린 세활이 연씨가문에 가노로 들어가 칼을 잡고 나서부터 차츰차츰 고구려의 장수로 여러 전장을 거치게 되는 두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구성이다. 앞선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좀비들과는 다른 설정의 좀비가 등장하여 유혈과 오장육부를 날리는 좀비 호러물로, 뒷 이야기는 역사속 실제 전쟁속 (다른 의미로) 유혈과 오장육부가 난무하는 전투장면을 그리며 서로 다른 개성의 재미를 선사한다. 



고구려의 실존했던 장수 세활을 주인공으로 그가 겪어온 수라장들이 소설로 옮겨져 당과 고구려의 처절했던 전장의 모습이 그대로 머리속에 그려지는데, 수적 열세에도 패기 하나로 무장했던 고구려인들의 기개와 기상이 그대로 전달되어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얼마만큼이 리얼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하여 치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전투들은 생생한 현장감을 불러일으켰을 뿐만아니라 얼마전 봤던 영화 [안시성]의 장면들이 소설의 장면으로 자동변형되어 파노라마 처럼 플레이 되는 신박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안시성]을 보고 이 작품을 읽으면 재미가 두배라는 말이다.-_-) 결과적으로 역사전쟁소설에 좀비를 끼얹졌달까...전쟁이 7이라면 좀비는 3 정도의 비율로 역사소설 쪽에 약간 더 무게가 실린 구성이다. 



어쨌던 수십년간 이어져온 전쟁으로 폐허가 되버린 나라와 그로인해 고통받는 백성들의 참상과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좀비가 되어 전쟁을 이어가는 저항정신은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고구려라는 나라에 대해, 중국의 침략에 정면으로 맞서 한반도를 지켜낸 그들의 투혼에 대해 숙연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양만춘의 별로 개연성 없는 뜬금없는 

정체나 갑자기 사라져버린 망월향의 노인과 아이들, 제목에 비해 그닥 영향을 못준 달이 부서진 밤 등 줄기차게 달리다 힘이 빠져버린듯한 후반부는 아쉬웠지만 퓨전 시대극으로서 역사소설로나 좀비소설로서 모두 만족스러운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분명 기존의 익숙한 도시형 좀비물과는 다른 색다른 배경이 주는 신선함을 갖고 있는 역사호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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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떡하죠마흔입니다 (2018년 초판)

저자 - 키어런 세티야

역자 - 김광수

출판사 - 와이즈베리

정가 - 14800원

페이지 - 247p



어떡하죠...좀 있음 마흔입니다...



서른의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중년으로 들어가는 마흔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장으로서의 부담은 점점 더해오고, 직장에서는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해 오고 있는 지금 시기에 40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남은 살날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숫자임엔 분명한듯 하다. 이 책은 철학자인 저자가 마흔을 앞둔, 혹은 이미 중년을 맨몸으로 싸우며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써낸 자기개발서이고 싶은 철학서이다. 저자는 중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들을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위대한 철학자, 유명 작가들의 저서와 일화들을 바탕으로 알기쉽게 풀어내어 사유의 폭을 넓혀준다. 



중년의 위기는 시간의 불가역적 성질과 같이 남녀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결국 사회적, 생물학적 운명의 한 부분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겪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언제 겪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누구나 겪게될 중년 크라이시스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좀 더 윤택한 중년 이후의 삶을 영위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100세 시대에 40살 이후로도 60년을 더 살아야 하니...위기의 중년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기를 차지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저자는 생애주기의 U자형 곡선을 예로 들며 중년의 위기에 심각성을 부여한다. 경제학자가 제시한 이 곡선에서 인생의 만족도가 최하위로 떨어지는 U자의 바닥을 치는 나이가 평균 46살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영국 노동인구 조사에서 45살에 우울증과 불안증세의 발병률이 정점을 이루는 것을 보면 이 U자형 생애주기는 어느정도 근거가 있는 자료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그렇다면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이 위기 극복에 대해 기억나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첫번째, 당신 자신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써야 한다. 

힘든 상황일수록 자신의 행복을 목표로 설정하게 마련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기주의의 역설...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야말로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머...짐을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린다고 할까...예를들면 내경우는 책에 관심을 두는 것일 것이고, 야구, 혹은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내가 맞게 해석한거냐?...-_-;;;)


 

두번째, 상실감은 현실이다.

후회한 것을 후회하고, 이루지 못한 욕망이 없기를 바랄지언정 결국 나는 완벽하게 충족될 수 있는 욕망을 선택할 수는 없다. 상실감은 사라지기를 바랄게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대상이다. 상실감은 삶의 잉여에 대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보지 못한 삶을 막연히 상상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부분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일들에 미련을 두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나간 것을 아쉬워 말고 현재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인 것이다.



세번째, 죽음의 공포에 집착하지 않기.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그렇게 직면하게 되는 죽음의 공포는 나와 주변을 위축시키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불멸에 집착하느니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을 살기'라는 마음으로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것이 생산적이지 않을까.



외에도 중년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진지한 고찰과 삶의 풍부한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우울하다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중년의 위기를 이 책으로 새로운 삶의 기회이자 도약의 발판으로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 보는것도 좀더 풍성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라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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