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음의론도 (2018년 초판)

저자 - 안드레아스 그루버

역자 - 송경은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55p



지옥에서 돌아온 지옥의 사자 마르틴 S. 슈나이더




전작 [죽음을 사랑한 소년]에서 충격적 결말로 당연히 시리즈 종료라고 생각했건만....-_- 이렇게 속편이 출간되었네...생각지도 못한 신작 출간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수습했는지 내심 궁금했었는데, 비로소 두 눈으로 확인 하게 되었다. 평생 감빵에서 썩을거라 생각했던 '슈나이더'가 멀쩡히 일상생활을 하는 영위하는 것에 놀랐고, 그나마 빵에 들어갈 뻔한 이유가 내가 생각했던 살인이 아니었다는 것에 또한번 놀랐다;;;(뭔말인지 궁금한 사람은 전작 [죽음을 사랑한 소년]을 읽어보길...) 어쨌던...다시 돌아온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한층 쎄고, 더욱 지독하고 악랄하게 돌아왔다. 마치 전작 '슈나이더'의 범죄를 아는 사람들을 전부 숙청하고 리셋이라도 하려는듯...끊임없이 들려오는 죽음의 론도를 보니 범죄 프로파일러라기 보단 지옥의 저승사자가 더 어울리는듯 했다. 



전작의 살인으로 감빵에 갈뻔하지만 가까스로 실형은 모면한 슈나이더는 범죄수사국 프로파일러로서는 옷을 벗고 일반 고등학교에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는 교수로 생활한다. 슈나이더가 맡았던 경찰 아카데미에서 범죄심리학 교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ㅑ 자비네가 임시 교수직을 맡던중 수사국장 헤스의 명령으로 살인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일반적인 실족사로 보이는 여성의 죽음. 여느 사고사 처럼 보이지만 죽은 여성이 경찰 아카데미에서 교수를 했었던 안나 하게나의 언니임을 알게되고, 안나 하게나를 만나러 그녀의 집으로 향하던 자비네는 안나 하게나가 철도 선로에 차를 멈추고 자살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다. 이후 아우토반에서의 의문의 역주행 사고,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 등등등...연이어 벌어지는 자살소식과 이 자살자들의 접점에 마트린 S. 슈나이더가 있고 이들이 20년전 마약범죄 수사국에 근무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비네는 슈나이더에게 과거 마약 수사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진상을 묻지만 입을 굳게다문 슈나이더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부의 지시로 자살 사건 수사에서도 제외되 버리는 자비네는 맨붕에 빠지는데....



이번편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이들이 전작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_-;; 지금까지 짜놓은 판은 엎어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위한 대청소 인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름 권력과 명성을 얻은 이들이 가족까지 뒤로하고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20년전의 숨겨진 진실과 함께 때를 맞춰 20년만에 출소한 마약거래상 하디의 이야기가 병행되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확실히 이번 작품은 전작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띈다. [죽음을 사랑한 소년] 이전 시리즈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전작에서 사건 수사를 주도하고 맹활약을 펼치던 슈나이더와 그의 조수? 혹은 수족?으로 부려지는 자비네의 이야기에서 이번 작품에서는 슈나이더는 후위에서 조력자(라고 읽고 깐족대 승질나게 만드는...) 역할로 물러나고 조수였던 열혈 청춘 형사 자비네의 주도하에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지게 된다. 이게 새로운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작업인건지 아니면 범죄 수사물의 주인공으로서 씻어낼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슈나이더가 한번 쉬어가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건지 모르겠다만...모든 진실은 다음 작품에서 속시원히 밝혀주리라....



어쨌던, 의도야 어찌됐던 해직당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슈나이더 덕분에 날카롭고 번뜩이는 슈나이더의 수사를 볼 수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자비네의 활약이 신선하게 보이긴 했지만 역시 슈나이더의 카리스마를 넘기에는 아직 내공이 한참 부족하지 않겠는가...그와 함께 초중반의 핵심인물들의 자살이 주는 충격에 비해 범인의 정체와 밝혀진 진실은 약간 논리적으로 비약이 보여졌던것 같다. 약간의 아쉬운점은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페이지 순삭은 여전하더라. 어찌됐건...침묵을 지키던 슈나이더가 이제 칼을..아니 총을 빼들었다. 관망자에서 게임의 판을 주도하는 조정자로 바뀐 슈나이더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다음편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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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로베르토 아기레사카사, 로버트 핵, 최필원 / 문학세계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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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의오싹한모험 (2018년 초판)
글 - 로베르토 아기레 - 사카사
그림 - 로버트 핵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문학세계사
정가 - 16000원
페이지 - 162p


매혹적인 마녀의 세계로...


넷플릭스 시청률 랭킹 1위에 빛나는...인기 미드의 원작 만화가 출간되었다. 본인은 아쉽게도 그 유명한 넷플릭스 미가입자로 미드를 볼 수는 없지만 대안으로나마 원작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_-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금발 여성 앞에 놓인 16개의 초가 꼿힌 케이크...이 미모의 여성을 영상으로는 볼 수는 없었지만 매력 가득한 만화속 캐릭터로 만나볼 수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16개의 촛불....당연히 아무 의미없는 생일 케이크는 아니리라...주인공 사브리나의 운명을 가로짓는 16살의 생일밤...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릴적 8~9십년대를 주름잡던 소년/소녀들의 인기 오컬트 잡지 [소년중앙]에는 매월 해외의 '리얼'오컬트 사건들을 소개했더랬다. 어린나이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었으니....캔자스 시티에 살던 소녀가 사실은 마녀로 밝혀졌다는 기사였다. 세월이 흘러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에 실린 소녀는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다가 급작스런 열병을 앓고 난뒤 알 수 없는 방언을 읍조리고, 자해를 하는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고, 양머리에 특히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마을의 목사가 살펴본 결과 마녀에 씌였다는 증언과 함께 이어지는 엑소시즘의 경과들....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치 실제인양 참고 사진도 실려있어 어렸던 본인이 받은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밤에 오줌이 마려워도 무서워 화장실에 갈 수 없는 공포의 나날들이 이어졌던 것이다. -_-;;;; 지금에서야 회상해보면 그렇고 그런 단순한 거짓 오컬트기사였지만 여리디 여린 어린 마음엔 굉장한 공포의 스크래치로 남았던 기억이 난다. ㅠ_ㅠ 좌우간...유년시절 한참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마녀와 십수년 만에 다시 재회했다. 이제는 코웃음치며 즐길 수 있는 오컬트 만화로 말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마법사 에드워드는 가문을 잇기 위해 사귀던 마녀와 헤어지고 인간 여성을 만나 임신시키고, 건강한 딸을 출산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마녀 자매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그와중에 친모는 정신줄을 놓고 만다. 이후 두 마녀 고모의 손에 길러진 사브리나는 반마녀 반인간으로 집에서는 마녀로, 밖에서는 인간의 아이로 자라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5살이된 사브리나는 학교에서 킹카 남친을 사귀고, 나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에겐 커다란 시련이 닥쳐오니....진정한 마녀가 되기 위해선 16살 생일날 마녀 성인식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하필 그와중에 에드워드에게 딱지를 맞고 마녀의 세계에서도 금기인 자결로 지옥으로 떨어져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마담 사탄이 지옥 순례를 마치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인간세계로 돌아 오는데....반인마녀 사브리나는 마담 사탄의 핏빛계략에서 무사히 성인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일단 그래픽 노블이니 작화를 언급안할 수가 없다. 원래 그림체가 그런건지 의도한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배경인 1960년대에 딱 어울리는 레트로풍의 그림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정말로 6~7십년대 출간된 슈퍼맨 코믹스를 보는듯한 분위기의 그림체는 나름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마녀라는 컨텐츠와 잘 맞아 떨어지는듯 하다. 본래 이 작품은 아치 호러라는 호러 전문 레이블 코믹스에서 [아치의 사후세계]라는 만화가 대박을 치자 그 인기에 힘입어 나온 외전격의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지의 제작 의도를 보면 이 작품의 메인 분위기가 바로 떠오르는데, "어...[로즈메리의 아기], [오멘], [엑소시스트] 같은 어둡고 초자연적인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내려고 했어요..." 언급된 작품만 보더라도 바로 이 작품에 가득찬 슈퍼내추럴한 오컬트적 분위기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WITCH라는 오컬트적 소재와 함께 성장기 유리멘탈 소녀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재력 만땅의 일탈 혹은 폭발이 궁금증을 더하니 작품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치 [캐리]의 캐리가 돼지피를 뒤집어 쓰고 폭주하기 직전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공포 말이다.)


아쉽지만 이번 편에서는 사브리나의 폭주까지는 볼 수 없었다. ㅠ_ㅠ 1편답게 사브리나의 탄생 배경, 주적 마담 사탄의 귀환과 그녀의 계략들, [베르세르크]의 피의 일식이 떠오르는 사브리나의 피투성이 성인식까지가 이번편에 담긴 내용이라 다음편을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사브리나의 본격적인 오싹한 모험을 기대하면서 넷플릭스 가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겠다...-_- 


덧 -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는지 작품에서 망자를 살리는 주술에 '네크로노미콘'이 언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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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원
알렉산드라 올리바 지음, 정윤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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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라스트원 (2018년 초판)

저자 - 알렉산드라 올리바

역자 - 정윤희

출판사 - 교보문고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47p



마지막 한사람



[더 라스트 원] 처음 책을 펼때만 해도 이 제목이 이런 의미심장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막대한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에 참가한 12명...매순간 호스트가 주는 미션에 따라 가혹한 숲속에서 생존해야 다음 미션을 수행할 기회가 주어지는 서바이벌 방식. 하지만 프로그램이 촬영에 들어간지 불과 수 일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참가자들...12명의 도전자중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한사람.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출판사에서 공개한 작품의 플롯만 봤을땐 10억이란 상금을 따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인터넷방송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한국영화 [10억]이 떠올랐다. 막대한 상금과 서바이벌이라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스릴러적인 영화였지만 거지같은 연기와 질떨어지는 각본으로 폭망했던...비운의 영화..-_-;;; 하여 이 작품도 [10억]과 닮은꼴의 작품일거라 생각하고 페이지를 들추다 제대로 한방 먹었다. 그저 단순한 서바이벌 스릴러가 아니었으니...서바이벌 TV쇼에 세계의 종말을 짬뽕시킨 포스트아포칼립스 SF 스릴러물이었던 것이다. 아예 프롤로그부터 친절하게 세상의 멸망을 언급해 주시는 작가의 친절함이여...



평범한 야생동물 보호원으로 근무하던 우즈는 아이를 가지기전 마지막 모험을 위해 막대한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TV쇼에 출연을 결심한다. 운좋게 도전자로 당첨된 우즈는 프로그램안에서 주(ZOO)라는 닉네임을 얻고 다른 11명의 참가자와 함께 챌린지를 시작한다. 쇼 호스트의 미션에 따라 순위권에 들게 되면 숲속의 생존 서바이벌에 유리한 전리품을 얻게 되는 방식으로 초반엔 어둠속 산타기 1등하기, 흙탕물 정수하기, 자력으로 불피우기 등등 간단한 미션이 주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션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참가자들은 피로에 지치고 카메라가 있다는걸 망각한채 내면의 이기심을 드러내 마찰과 갈등이 불거지고 탈락자도 속출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고난을 영리하게 극복해 나가던 주에게 방송사는 마지막 미션을 던진다. '지금부터는 솔로 챌린지 입니다. 각 개인은 숨겨진 힌트를 찾아 동쪽으로 가세요. 표지만, 지형 지물 모두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솔로 챌린지 이틀만에 함께 하던 개인 카메라맨은 모습을 감추고, 숲속에 숨겨진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주는 우승을 향해, 동쪽으로 숲을 가로지른다. 


외롭고 처절한 고행의 끝....그녀가 목도한 것은 세계의 끝이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주'를 포함한 12명의 도전자가 벌이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생존게임이 펼쳐지는 과거의 시점과 솔로 챌린지로 홀로 생존 게임을 벌이는 현재의 '주'의 시점이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두 시점 모두 리얼리티 TV쇼라는 공통된 끈으로 묶여 있지만 두 시점의 온도차는 사뭇 다르다. 과거의 시점이 독자들이 마치 실제 TV쇼를 보듯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면서 거리를 두는 반면 현재의 시점은 주가 겪는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TV쇼는 이 이야기가 방송사의 통제 혹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고, 현재의 '주'가 겪는 일들은 모두가 리얼이라는 사실을 시점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아무리 주는 TV쇼로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재난에 TV쇼를 합성하니 실로 독특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리얼리티쇼 부분은 (비록 방송사에서 만들어낸)극한 상황을 통해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심리적 스릴러의 재미를 주는가하면 리얼부분은 급작스럽게 찾아온 묵시록적 종말의 상황에서 세상에 홀로 남은 '주'가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리는 재난SF적 재미를 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장르의 재미를 동시에 주는 것이다. 한 작품에서 [정글의 법칙]의 병만족장과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떠올리게 하다니..ㅋㅋ



하지만 이런 이질적 장르의 이종교배를 위한 무리수였을까...다소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리얼리티쇼야 그렇다 치자...문제는 리얼상황이다. '주'는 솔로 챌린지가 이어진다고 믿으면서 홀로 마을을 지나고,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널부러진 시체들과 폐허가 되버린 건물들 등 대재난의 지옥도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블록버스터급 TV쇼의 장치라고 생각하는 '주'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을 유발시킨다...ㅠ_ㅠ 물론 리얼리티와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를 강조하는 작품이거니와 '주'가 참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방어기재로서 현실도피적 심리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불과 50여 페이지를 남겨 두고서야 현실을 직시하다니...이거 너무 질질 끈거 아니요?!!! 그전까지는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감내해야만 한다...ㅠ_ㅠ 머...난 그랬단 거고...극적 사건에 따른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니 서스펜스 심리 스릴쪽이 취향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장르를 뛰어넘는 독특한 설정과 주인공의 섬세한 내러티브는 데뷔작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 수작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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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격투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오사다 류타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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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격투기 (2018년 초판)
저자 - 오사다 류타
역자 - 남지연
출판사 - AK TRIVIA SPECIAL
정가 - 21800원
페이지 - 262P


현존하는 벽화와 유물들을 토대로 재현해낸 도해 고대 격투 교본


세상의 잡스러운 상식, 지식들을 풀어놓는 AK출판사의 트리비아 시리즈의 신간이 새로 나왔다. 누군가에겐 영 쓰잘데기 없는 잡스러운 지식이 누군가에겐 보물같은 자료가 될 수도 있는법...현존하는 벽화와 유물등을 토대로 지중해 세계의 고대 격투기의 기술과 자세를 도해로 설명하는 이 격투 교본의 가치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책에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로마, 이란 등 각 나라의 문헌을 토대로 복싱, 레슬링, 판크라티온, 스틱파이팅, 무기 전투술, 검투사 총 6종목에 대하여 각각의 경기 방식과 자세, 기술등을 총망라 하고 있다. 이들 경기들을 고대 올림픽을 통해 경기를 개최하였고, 경기에서 승리할 시 당연히 그에 걸맞는 보상이 주어지고, 패배 할 시 관객들의 따뜻한 격려가 이루어졌다는건..........개뿔이고...패배자에게 격한 비난과 집단 린치를 가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_- 현재의 올림픽 정신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듯 명예를 건 살벌한 매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음...역시 이래야 야생의 시대라 할 수 있지...


[복싱]
기원전 2000년 무렵의 수메르 문명과 히타이트 문명이 남긴 부조에도 복싱이 연상되는 장면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문명의 발상까지 거슬러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격투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맨주먹으로 상대를 때려 눕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원시적인 격투이니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것도 무리는 아닌듯 하다. 고대의 복싱 규칙은 딱히 없었다고 한다. 지금의 라운드 다운이 경기를 끝맺는 것은 아니고, 다운 상태의 상대를 달려가 후두려 패도 무방했다고 한다. 상대가 실신하거나, 포기의사를 밝혀야만 경기가 끝났고 격투중 상대를 죽이는건 반칙패로 적용됐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랄까...시대와 나라에 따라 글러브 또한 발전한다. 무두질한 소가죽끈을 감는 밴디지 방식으로 시작해, 만화 [권노사투전 세스타스]가 연상되는 히만테스 밴디지, 글러브에 쇠붙이를 다는 끔찍한 글러브 카이스투스까지...특히 카이스투스는 완전 흉기와 다름없어 경기 후엔 카이스투스에 상대의 뇌수와 피로 흠뻑 적셔졌다고 한다...ㄷㄷㄷ, 아무래도 [권노사투전 세스타스]를 통해 보아왔던 고대 복싱 장면들이라 다른 격투기에 비해선 비교적 낯익었던것 같다.



[카이스투스....저걸로 얼굴을 찍으면 살아 남겠는가...ㄷㄷㄷ]


[레슬링]
역시 고대 격투기 하면 레슬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두 남성이 알몸으로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살을 맞대는...뭔가 오묘,기묘한 모습...아닌게 아니라...그리스에서는 레슬링과 동성애가 밀접한 연관을 띄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상상과는 달리 항문 섹스는 터부시 되었다고...OTL...그나마 다행이군...어쨌던...온몸을 부대끼며 힘을 쏟는 레슬링 도중 의도치 않게 발기되는것을 막기위해 성기에 끈을 메달고 발기 하려 하면 지켜보던 코치가 끈을 사정없이 잡아당겨 진정시켰다고 하니...른 의미의 극한 스포츠가 아니었나 싶다...ㄷㄷㄷ 레슬링 종목에서 소개하는 기술 도해들은 이집트 베니하산 무덤 유적군에서 발견된 600개에 달하는 벽화자료를 전부 망라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함.



[그림으로 배웠어요!]



[이...이거슨...스크류파일드리이버?!!]



[과연 누가 공격하고 있는 것인가?!!!
위...위험해...뭔지는 잘 모르겠지만...너무나 위험해...]


[판크라티온]
판크라티온은 타격기, 메치기, 관절기와 조르기를 포함하는 종합 격투기라고 하니 지금의 UFC로 생각하면 쉬울것 같다.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던 격투기로 올림픽에서 판크라티온과 복싱 이관왕을 차지하는 것은 최고의 명예로 여겨졌다고 한다. 복싱과 마찬가지로 라운드 없음, 규칙 없음, 상대가 전투 불능이나 항복할때까지 싸웠으며 급소 공격도 허용되었다고 한다...ㄷㄷㄷ 소개되는 도해에서는 팔꿈치 치기, 다리 잡고 펀치 날리기 등 지금의 이종격투술과 흡사한 기술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검투사]
검투사 하면 '러셀 크라우'가 열연했던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듯 하다. 상대를 쓰러트리고 왕은 엄지를 치켜든 손을 아래로 내리면 승자는 패자를 가차없이 칼로 찔러 죽이고, 관중은 피와 광기로 뒤덮인 열광의 도가니탕이 되는 장면은 검투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검투사에 동원되는 사람이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죄수 였다고 하니 관중들의 광기가 어느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것 같다. 그나마 전쟁 포로를 즉결심판이 아닌 검투전을 통해 구제의 기회를
주는 것이니 당시로선 꽤나 인도적 처사였던 거라고....어쨌던, 이렇게 포로로 어쩔 수 없이 검을 잡는 검투사가 있는가 하면 훈련을 통해 양성된 프로 검투사도 있었고, 노예 검투사 등 다양한 처지의 검투사가 존재했다고 한다. 여성 VS 여성의 검투경기도 있었다고 한다. 도해를 통해 실로 다양한 고대의 투구를 볼 수 있어 이색적이었다.


 
[저런 조악한 조각상으로 이런 퀄리티의 투구를 복원 하다니...거의 천지창조 수준이 아닌가!!!]


고대의 벽화와 조소들을 통해 고대 격투기의 기술과 자세등의 설명을 보고 있자니 뭐가 고대부터 전해내려오는 격투비기를 보는듯한 기분이 든다. (쿵부 비급을 통해 무술의 달인이되는듯한 느낌이랄까..-_-;;;) 달랑 두사람이 엉켜있는 벽화를 통해 기술과 동작을 유추하여 교본을 만들어낸 작가의 노력이 가득 담긴...트리비아를 향한 작가의 열정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당시 격투가들의 피끓는 용맹함이 내게도 전달되는 듯한...당장 뛰쳐나가 행인을 붙들고 맨손 격투를 벌이고 싶은 충동이 일게 만드는 위험한 비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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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 부티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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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부티크 (2018년 초판)

저자 - 강지영

출판사 - 씨네21북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0p



본격 후각 미스터리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여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후각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기존에 냄새를 시각적으로 보는 소녀가 살인범을 쫓는 설정의 웹툰과 함께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던 [냄새를 보는 소녀]가 인기를 끌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후각 능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추적하는 조향사가 등장하여 흥미를 자극한다. 실제로 주변에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 전날 먹은 음식까지 알아맞히는 신기한 능력을 본적이 있는데, 범죄 현장에 남은 범인의 잔향을 통해 범인의 생활과 습관을 유추해낼 수 있다면 실제로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냄새 하나로 모든것을 유추해내는 신의 후각을 가진 조향사 타신 VS 증거, 체취하나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과 의 대결...일단 설정 하나는 충분히 기대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CCTV나 안전의 사각지대인 허름한 고시촌에서 고시생만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노끈으로 목을 졸라 교살한뒤 입속에 찢어낸 사전 페이지를 가득 집어넣고 떠나는 범인...여섯건의 살인동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살해된 고시생 또한 어떠한 접점도 없어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고시생 살인사건 특별수사팀 반장 두현은 고심끝에 후배경찰 재경에게 조향사 타신을 설득하여 범죄현장으로 데려오라고 말하고, 재경은 살인사건에 조향사를 데려오라는 의미에 반신반의하며 타신이 운영하는 부촌의 향수가게로 향한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재경이 먹은 음식과 샴푸린스, 바디로션 브랜드, 운동화 밑창에 붙은 껌까지 알아내는 타신의 능력에 놀라고, 괴짜스러운 미남 조향사 타신을 수사에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일단 개인적이고 싸가지 없는 괴짜이자 신의 후각을 지닌 타신이라는 조향사와 과거 사귀던 남친을 연쇄살인범에게 잃은 아픈 과거를 간직한 열혈 여형사 재경의 티격대는 만남이 독특한 설정의 미스터리 로맨스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엄청 재수없는 부잣집 귀공자지만, 나름의 아픈 사연이 있고, 더럽게 싸가지 없는 말 한마디 뒤로 언뜻 언뜻 내비치는 츤데레의 향기...-_- 로맨스 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듯한 클리셰스러운 타신의 모습이 바로 눈에 그려지면서 열정은 가득하지만 약간 어리바리한 여경을 골탕먹이는 장면들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듯하여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죄장르의 당겨진 긴장감을 풀어준다. 특히 후각 미스터리 답게 사건의 중요한 단서들을 냄새를 통해 유추하고 서서히 범인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추격전도 기존의 수사물과 다른 느낌의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여러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쏘아대는 사랑의 화살들이 엇갈리면서 사랑의 향방을 점치게 하는 다른 의미의 미스터리 로맨스로서의 재미도 주는 작품이었다. 



여러모로 내겐 신박한 설정의 흥미로운 미스터리 였으나 몇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번째로 이 작품의 진주인공 조향사 타신의 부재이다. 이게 뭔말이냐면 애초에 타신의 후각 능력을 너무나 높게 설정한 탓인지 초중반까지는 후각으로 사건의 결정적 힌트를 주던 타신이 중후반부엔 거의 등장하지 않고 특별수사대가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는 장면이 계속되는 것이다. -_-;;; 타신의 능력을 통해 시원하게 연쇄살인범을 잡는 장면을 예상했지만 중후반부 활약이 거의 전무하다는것이 아쉽다. 오히려 타신의 등장과 함께 다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프롤로그겪의 1부가 나머지 연쇄살인범과의 사투를 그린 2,3부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는것...-_-;;; 두번째로 다소 과해 보이는 극적전개가 아쉽다. 초중반까지 차근차근 살인범의 정체를 숨긴체 미스터리를 쌓아 올리는데, 별다른 증거도 없이 정황만으로 느닷없이 범인의 정체가 특정되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몇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로맨스 미스터리로서 사건의 수사와 더불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개인사로 매력을 더하고, 사랑과 시기와 질투 등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 숨겨진 출생의 비밀과 부유층의 고고한 가면 뒤에 숨겨진 더러운 민낯 등등...뭔가 다분히 클리셰스럽지만 알면서도 즐길 수 밖에 없는 가볍고 재미있는 작품이랄까...쳐낼 부분은 쳐내고 드라마화 하면 꽤 어울릴것 같은 작품이었다. 호러 단편집 [개들이 식사할 시간]으로 만났던 작가인데, 이번 대중적 미스터리도 좋았지만 역시 내겐 마니악한 호러쪽이 더 좋은것 같다. ㅎ 끝내주는 호러집 하나 더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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