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몬 부티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로몬부티크 (2018년 초판)

저자 - 강지영

출판사 - 씨네21북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0p



본격 후각 미스터리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여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후각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기존에 냄새를 시각적으로 보는 소녀가 살인범을 쫓는 설정의 웹툰과 함께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던 [냄새를 보는 소녀]가 인기를 끌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후각 능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추적하는 조향사가 등장하여 흥미를 자극한다. 실제로 주변에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 전날 먹은 음식까지 알아맞히는 신기한 능력을 본적이 있는데, 범죄 현장에 남은 범인의 잔향을 통해 범인의 생활과 습관을 유추해낼 수 있다면 실제로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냄새 하나로 모든것을 유추해내는 신의 후각을 가진 조향사 타신 VS 증거, 체취하나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과 의 대결...일단 설정 하나는 충분히 기대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CCTV나 안전의 사각지대인 허름한 고시촌에서 고시생만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노끈으로 목을 졸라 교살한뒤 입속에 찢어낸 사전 페이지를 가득 집어넣고 떠나는 범인...여섯건의 살인동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살해된 고시생 또한 어떠한 접점도 없어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고시생 살인사건 특별수사팀 반장 두현은 고심끝에 후배경찰 재경에게 조향사 타신을 설득하여 범죄현장으로 데려오라고 말하고, 재경은 살인사건에 조향사를 데려오라는 의미에 반신반의하며 타신이 운영하는 부촌의 향수가게로 향한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재경이 먹은 음식과 샴푸린스, 바디로션 브랜드, 운동화 밑창에 붙은 껌까지 알아내는 타신의 능력에 놀라고, 괴짜스러운 미남 조향사 타신을 수사에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일단 개인적이고 싸가지 없는 괴짜이자 신의 후각을 지닌 타신이라는 조향사와 과거 사귀던 남친을 연쇄살인범에게 잃은 아픈 과거를 간직한 열혈 여형사 재경의 티격대는 만남이 독특한 설정의 미스터리 로맨스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엄청 재수없는 부잣집 귀공자지만, 나름의 아픈 사연이 있고, 더럽게 싸가지 없는 말 한마디 뒤로 언뜻 언뜻 내비치는 츤데레의 향기...-_- 로맨스 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듯한 클리셰스러운 타신의 모습이 바로 눈에 그려지면서 열정은 가득하지만 약간 어리바리한 여경을 골탕먹이는 장면들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듯하여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죄장르의 당겨진 긴장감을 풀어준다. 특히 후각 미스터리 답게 사건의 중요한 단서들을 냄새를 통해 유추하고 서서히 범인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추격전도 기존의 수사물과 다른 느낌의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여러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쏘아대는 사랑의 화살들이 엇갈리면서 사랑의 향방을 점치게 하는 다른 의미의 미스터리 로맨스로서의 재미도 주는 작품이었다. 



여러모로 내겐 신박한 설정의 흥미로운 미스터리 였으나 몇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번째로 이 작품의 진주인공 조향사 타신의 부재이다. 이게 뭔말이냐면 애초에 타신의 후각 능력을 너무나 높게 설정한 탓인지 초중반까지는 후각으로 사건의 결정적 힌트를 주던 타신이 중후반부엔 거의 등장하지 않고 특별수사대가 지지부진한 수사를 이어가는 장면이 계속되는 것이다. -_-;;; 타신의 능력을 통해 시원하게 연쇄살인범을 잡는 장면을 예상했지만 중후반부 활약이 거의 전무하다는것이 아쉽다. 오히려 타신의 등장과 함께 다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프롤로그겪의 1부가 나머지 연쇄살인범과의 사투를 그린 2,3부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는것...-_-;;; 두번째로 다소 과해 보이는 극적전개가 아쉽다. 초중반까지 차근차근 살인범의 정체를 숨긴체 미스터리를 쌓아 올리는데, 별다른 증거도 없이 정황만으로 느닷없이 범인의 정체가 특정되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몇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로맨스 미스터리로서 사건의 수사와 더불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개인사로 매력을 더하고, 사랑과 시기와 질투 등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 숨겨진 출생의 비밀과 부유층의 고고한 가면 뒤에 숨겨진 더러운 민낯 등등...뭔가 다분히 클리셰스럽지만 알면서도 즐길 수 밖에 없는 가볍고 재미있는 작품이랄까...쳐낼 부분은 쳐내고 드라마화 하면 꽤 어울릴것 같은 작품이었다. 호러 단편집 [개들이 식사할 시간]으로 만났던 작가인데, 이번 대중적 미스터리도 좋았지만 역시 내겐 마니악한 호러쪽이 더 좋은것 같다. ㅎ 끝내주는 호러집 하나 더 내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