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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로베르토 아기레사카사, 로버트 핵, 최필원 / 문학세계사 / 2018년 12월
평점 :
사브리나의오싹한모험 (2018년 초판)
글 - 로베르토 아기레 - 사카사
그림 - 로버트 핵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문학세계사
정가 - 16000원
페이지 - 162p
매혹적인 마녀의 세계로...
넷플릭스 시청률 랭킹 1위에 빛나는...인기 미드의 원작 만화가 출간되었다. 본인은 아쉽게도 그 유명한 넷플릭스 미가입자로 미드를 볼 수는 없지만 대안으로나마 원작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_-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금발 여성 앞에 놓인 16개의 초가 꼿힌 케이크...이 미모의 여성을 영상으로는 볼 수는 없었지만 매력 가득한 만화속 캐릭터로 만나볼 수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16개의 촛불....당연히 아무 의미없는 생일 케이크는 아니리라...주인공 사브리나의 운명을 가로짓는 16살의 생일밤...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릴적 8~9십년대를 주름잡던 소년/소녀들의 인기 오컬트 잡지 [소년중앙]에는 매월 해외의 '리얼'오컬트 사건들을 소개했더랬다. 어린나이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었으니....캔자스 시티에 살던 소녀가 사실은 마녀로 밝혀졌다는 기사였다. 세월이 흘러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에 실린 소녀는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다가 급작스런 열병을 앓고 난뒤 알 수 없는 방언을 읍조리고, 자해를 하는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고, 양머리에 특히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마을의 목사가 살펴본 결과 마녀에 씌였다는 증언과 함께 이어지는 엑소시즘의 경과들....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치 실제인양 참고 사진도 실려있어 어렸던 본인이 받은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밤에 오줌이 마려워도 무서워 화장실에 갈 수 없는 공포의 나날들이 이어졌던 것이다. -_-;;;; 지금에서야 회상해보면 그렇고 그런 단순한 거짓 오컬트기사였지만 여리디 여린 어린 마음엔 굉장한 공포의 스크래치로 남았던 기억이 난다. ㅠ_ㅠ 좌우간...유년시절 한참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마녀와 십수년 만에 다시 재회했다. 이제는 코웃음치며 즐길 수 있는 오컬트 만화로 말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마법사 에드워드는 가문을 잇기 위해 사귀던 마녀와 헤어지고 인간 여성을 만나 임신시키고, 건강한 딸을 출산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마녀 자매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그와중에 친모는 정신줄을 놓고 만다. 이후 두 마녀 고모의 손에 길러진 사브리나는 반마녀 반인간으로 집에서는 마녀로, 밖에서는 인간의 아이로 자라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5살이된 사브리나는 학교에서 킹카 남친을 사귀고, 나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녀에겐 커다란 시련이 닥쳐오니....진정한 마녀가 되기 위해선 16살 생일날 마녀 성인식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하필 그와중에 에드워드에게 딱지를 맞고 마녀의 세계에서도 금기인 자결로 지옥으로 떨어져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마담 사탄이 지옥 순례를 마치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인간세계로 돌아 오는데....반인마녀 사브리나는 마담 사탄의 핏빛계략에서 무사히 성인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일단 그래픽 노블이니 작화를 언급안할 수가 없다. 원래 그림체가 그런건지 의도한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배경인 1960년대에 딱 어울리는 레트로풍의 그림체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정말로 6~7십년대 출간된 슈퍼맨 코믹스를 보는듯한 분위기의 그림체는 나름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마녀라는 컨텐츠와 잘 맞아 떨어지는듯 하다. 본래 이 작품은 아치 호러라는 호러 전문 레이블 코믹스에서 [아치의 사후세계]라는 만화가 대박을 치자 그 인기에 힘입어 나온 외전격의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지의 제작 의도를 보면 이 작품의 메인 분위기가 바로 떠오르는데, "어...[로즈메리의 아기], [오멘], [엑소시스트] 같은 어둡고 초자연적인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내려고 했어요..." 언급된 작품만 보더라도 바로 이 작품에 가득찬 슈퍼내추럴한 오컬트적 분위기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WITCH라는 오컬트적 소재와 함께 성장기 유리멘탈 소녀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재력 만땅의 일탈 혹은 폭발이 궁금증을 더하니 작품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마치 [캐리]의 캐리가 돼지피를 뒤집어 쓰고 폭주하기 직전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공포 말이다.)
아쉽지만 이번 편에서는 사브리나의 폭주까지는 볼 수 없었다. ㅠ_ㅠ 1편답게 사브리나의 탄생 배경, 주적 마담 사탄의 귀환과 그녀의 계략들, [베르세르크]의 피의 일식이 떠오르는 사브리나의 피투성이 성인식까지가 이번편에 담긴 내용이라 다음편을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사브리나의 본격적인 오싹한 모험을 기대하면서 넷플릭스 가입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겠다...-_-
덧 -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는지 작품에서 망자를 살리는 주술에 '네크로노미콘'이 언급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