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원
알렉산드라 올리바 지음, 정윤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더라스트원 (2018년 초판)

저자 - 알렉산드라 올리바

역자 - 정윤희

출판사 - 교보문고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47p



마지막 한사람



[더 라스트 원] 처음 책을 펼때만 해도 이 제목이 이런 의미심장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막대한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에 참가한 12명...매순간 호스트가 주는 미션에 따라 가혹한 숲속에서 생존해야 다음 미션을 수행할 기회가 주어지는 서바이벌 방식. 하지만 프로그램이 촬영에 들어간지 불과 수 일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참가자들...12명의 도전자중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한사람.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출판사에서 공개한 작품의 플롯만 봤을땐 10억이란 상금을 따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인터넷방송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한국영화 [10억]이 떠올랐다. 막대한 상금과 서바이벌이라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스릴러적인 영화였지만 거지같은 연기와 질떨어지는 각본으로 폭망했던...비운의 영화..-_-;;; 하여 이 작품도 [10억]과 닮은꼴의 작품일거라 생각하고 페이지를 들추다 제대로 한방 먹었다. 그저 단순한 서바이벌 스릴러가 아니었으니...서바이벌 TV쇼에 세계의 종말을 짬뽕시킨 포스트아포칼립스 SF 스릴러물이었던 것이다. 아예 프롤로그부터 친절하게 세상의 멸망을 언급해 주시는 작가의 친절함이여...



평범한 야생동물 보호원으로 근무하던 우즈는 아이를 가지기전 마지막 모험을 위해 막대한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TV쇼에 출연을 결심한다. 운좋게 도전자로 당첨된 우즈는 프로그램안에서 주(ZOO)라는 닉네임을 얻고 다른 11명의 참가자와 함께 챌린지를 시작한다. 쇼 호스트의 미션에 따라 순위권에 들게 되면 숲속의 생존 서바이벌에 유리한 전리품을 얻게 되는 방식으로 초반엔 어둠속 산타기 1등하기, 흙탕물 정수하기, 자력으로 불피우기 등등 간단한 미션이 주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션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참가자들은 피로에 지치고 카메라가 있다는걸 망각한채 내면의 이기심을 드러내 마찰과 갈등이 불거지고 탈락자도 속출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고난을 영리하게 극복해 나가던 주에게 방송사는 마지막 미션을 던진다. '지금부터는 솔로 챌린지 입니다. 각 개인은 숨겨진 힌트를 찾아 동쪽으로 가세요. 표지만, 지형 지물 모두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솔로 챌린지 이틀만에 함께 하던 개인 카메라맨은 모습을 감추고, 숲속에 숨겨진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주는 우승을 향해, 동쪽으로 숲을 가로지른다. 


외롭고 처절한 고행의 끝....그녀가 목도한 것은 세계의 끝이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주'를 포함한 12명의 도전자가 벌이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생존게임이 펼쳐지는 과거의 시점과 솔로 챌린지로 홀로 생존 게임을 벌이는 현재의 '주'의 시점이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두 시점 모두 리얼리티 TV쇼라는 공통된 끈으로 묶여 있지만 두 시점의 온도차는 사뭇 다르다. 과거의 시점이 독자들이 마치 실제 TV쇼를 보듯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면서 거리를 두는 반면 현재의 시점은 주가 겪는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TV쇼는 이 이야기가 방송사의 통제 혹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고, 현재의 '주'가 겪는 일들은 모두가 리얼이라는 사실을 시점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아무리 주는 TV쇼로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재난에 TV쇼를 합성하니 실로 독특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리얼리티쇼 부분은 (비록 방송사에서 만들어낸)극한 상황을 통해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심리적 스릴러의 재미를 주는가하면 리얼부분은 급작스럽게 찾아온 묵시록적 종말의 상황에서 세상에 홀로 남은 '주'가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리는 재난SF적 재미를 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장르의 재미를 동시에 주는 것이다. 한 작품에서 [정글의 법칙]의 병만족장과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떠올리게 하다니..ㅋㅋ



하지만 이런 이질적 장르의 이종교배를 위한 무리수였을까...다소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리얼리티쇼야 그렇다 치자...문제는 리얼상황이다. '주'는 솔로 챌린지가 이어진다고 믿으면서 홀로 마을을 지나고,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널부러진 시체들과 폐허가 되버린 건물들 등 대재난의 지옥도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블록버스터급 TV쇼의 장치라고 생각하는 '주'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을 유발시킨다...ㅠ_ㅠ 물론 리얼리티와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를 강조하는 작품이거니와 '주'가 참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방어기재로서 현실도피적 심리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불과 50여 페이지를 남겨 두고서야 현실을 직시하다니...이거 너무 질질 끈거 아니요?!!! 그전까지는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감내해야만 한다...ㅠ_ㅠ 머...난 그랬단 거고...극적 사건에 따른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심리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니 서스펜스 심리 스릴쪽이 취향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장르를 뛰어넘는 독특한 설정과 주인공의 섬세한 내러티브는 데뷔작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 수작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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