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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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곧쉬게될거야 (2019년 초판)

저자 - 비프케 로렌츠

역자 - 서유리

출판사 - 고요한숨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71p



태어난지 6주 밖에 안된 딸이 실종됐다. 그것도 엄마 레나가 잠든 집에서....

딸이 잠들어있던 빈침대에 놓여진 쪽지 한장. 그리고 딸아이의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말하면 네 딸은 죽어!'



이어지는 쪽지에는 레나가 감당하기 힘든 지령들이 아기를 볼모로 이어지고,

감당하기 힘든 공포와 걱정속에 꾸역꾸역 지령들을 수행한 그녀에게 마지막 쪽지가 도착한다.



'자정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이.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죽어.'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내가 죽던지 아기가 죽던지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는다!

세 시간안에 아기를 훔쳐간 납치범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사랑하는 아이를....그것도 생후 6주 밖에 안된 자식을 잃은 엄마의 속이 타들어가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끔찍한 극한 추적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심리묘사도 묘사지만 수수께끼 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전개와 지루할틈 없는 빠른 속도감 그리고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듯 뱃속이 요동치는 강렬한 반전의 반전까지... 심리 스릴러란 바로 이런 것 이란걸 알려주는 작품 [너도 곧 쉬게 될거야]이다.  



알콜중독자 치료모임에서 만난 다니엘과 한순간 사랑에 빠진 레나는 다니엘이 유부남에 11살된 딸 조시가 있음에도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이후 만남을 지속하면서 다니엘은 아내와 이혼하고 레나는 아기를 임신한채로 결혼식을 올린다. 얼마뒤 다니엘과 임신한 레나는 새로 이사갈 집을 보러가던중 사소한 다툼으로 레나를 길바닥에 내리고 홀로 차도를 질주하던 다니엘은 마주오던 차와 부딪혀 둘 다 사망한다. 다니엘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다니엘의 죽음이 레나 때문이라며 분노한 전처의 딸 조시에게 떠밀려 넘어진 레나는 양수가 터져 남편의 장례식날 딸 엠마를 출산한다. 이제 홀로 남은 레나와 엠마에게 남은건 죽은 남편의 시어머니 에스더 뿐....그러나 손녀를 물심양면으로 돌보던 에스더가 멀리 여행을 간 그날 엠마가 사라진 것이다......



여느 스릴러처럼 아이가 사라진 시점에서 용의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살짝 살짝 떡밥을 던지고 조금씩 단서를 흘리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결말에 터트리는 식의 조금은 답답한 구성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단 납치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을 범인이 친절하게 죽여주니 의외의 전개에서 신선함을 주고, 엄마 레나의 정신을 산산이 부숴놓는 싸이코틱한 지령이 적힌 쪽지가 루즈할 틈 없이 주인공을 강하게 밀어 붙인다. 뭣보다 심리 스릴러 전매특허인 현실과 망상의 불문명한 경계로 장난질 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1인칭 시점이 아니라 해당사항 없는건가...), 주인공의 절절한 심리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 극한상황에 몰아넣고 독자로부터 멘붕에 빠진 주인공의 정신을 짐작케 하는 점이 오히려 더욱 공감 요소로 작용한것 같다.



초반부터 막 죽여재끼니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이 눈에 띄긴 한데, 솔직히 본인은 시작 후 백 페이지에서 이미 범인을 눈치 챘으니 본인의 추리 내공이 빛을 발하는건지 아니면 그만큼 범인의 정체는 눈에 보이는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표지의 "쉿, 스포일러 절대 금지" 문구는 범인의 정체 (WhodunIt) 보다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유 (WhydunIt)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남편이 죽었는지, 왜 레나 주변인물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지, 왜 아기가 납치됐는지에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게다가....ㅎㅎㅎ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진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471 페이지를 붙잡은 자리에서 몇 시간안에 독파하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과 가독성 좋은 페이지터너형 작품이었고 끝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 레나의 질주하는 지옥행 특급 열차에 기꺼이 동승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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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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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2019년 초판 3쇄)

저자 - 최유나

그림 - 김현원

출판사 - RHK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46p



결혼의 중도해지 이혼 이야기



출판계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케 출간 한달만에 3쇄를 찍는 기염을 토하는 핫한 베스트셀러인 이혼 전문 변호사가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려낸 공감툰 [우리 이만 헤어져요]이다. 김현원 작가의 그림으로 인스타에 연재되며 16만 독자가 열광하는 높은 관심은 그만큼 사랑과 결혼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인지 아니면 단순히 타인의 결혼문제에 쏠리는 관심 때문인지 의아했는데, 막상 작품을 읽어보니 왜 대중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것 같았다.  



남편과 아내가 치열하게 법정다툼을 벌이며 유책배우자는 조금이라도 위자료를 줄이기 위해, 원고인은 조금이라도 더 재산을 뜯어내기위해 벌이는 치열한 총성없는 전쟁터 속에서 당사자들을 대신해 전투를 벌이는 대리자를 이혼 변호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선입견이랄까? 고정관념이 많이 허물어졌다. 이혼 변호사 역시 결혼을 경험했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배우자이자 부모로서 이혼 변호사지만 가능하다면 부부의 이혼을 막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정말로 이혼 사유가 확실시 될때는 피해자가 받은 상처와 낭비한 시간을 보상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발로 뛰는 조력자였던 것이다.



타인의 이혼 사례들을 보면서 본인 역시 10년차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가장으로서 그동안의 결혼생활을 다시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본인도 순탄하기만한 결혼생활은 아니었고, 나름 이혼 위기도 겪었던 입장이기에 대화의 부제, 서로에게 상처되는 행동과 말이 상황을 얼마나 악화 시키는지 경험으로 체험했고 각자의 확연한 입장차를 절실히 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역시 상대에게 얼마나 양보하고 타협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듯 하다. 물론 이 작품에서 이혼 변호사 최변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음을 되감아 배려와 사랑의 한팀이 되어 새롭게 플레이 하라고....



때로는 TV드라마로나 봤던 남에 자식을 키운 남편이나 사별한 자식의 손녀를 계속 키우고 싶은 할머니, 상대 부부와의 불륜 등 상상을 초월한 기막힌 사례들로 요지경 세상을 그리는가 하면 때로는 이혼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의 아픔을, 수십년간 남편의 학대를 받은 노모가 황혼이혼으로 기나긴 폭력에서 벗어나는 가슴아픈 사연들로 마음 아프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 평생을 살아야 하니 크고 작은 분쟁은 또 얼마나 많고 기막힌 사연은 얼마나 많겠는가...-_-



사례는 다르지만 사건에 임하는 최변호사의 따뜻한 마음이 무한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올바른 사랑과 결혼생활을 위한 꽤 유익한 처방전이 되는듯 하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살아갈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위해서라도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이런 말은 미안하지만 이혼 전문변호사가 더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사랑만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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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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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2019년 초판)

저자 - 닐 셔스터먼, 제러드 셔스터먼

역자 - 이민희

출판사 - 창비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59p



어쩌면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미래

타는 목마름이 광기로 변하는 그 찰나의 순간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몸에 포함된 수분은 체중의 60%이며 체내 수분의 12%만 잃어도 갈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사망에 이르는 3의 법칙.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를 버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공기 다음으로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물. 수분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물이 없는 세상을 그린 끔찍한 드라이 아포칼립스 SF가 출간되었다. 아이들의 장기를 떼어내 어른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충격적 설정의 영어덜트 SF [분해되는 아이들]의 저자 '닐 셔스터먼'이 이번엔 아들 '제러드 셔스터먼'과 함께 마실 물이 없어 혼돈에 빠진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아이들의 처참하고 생생한 지옥도를 그려냈다.



얼마전 부터 극심한 물부족으로 제한적 급수조치를 취하더니 결국 무기한 단수가 결정되었다. 당장 강을 보유한 주의 수량이 저하되니 해당 주지사가 댐수문을 걸어 잠갔고 하류에 위치한 미국 남부의 주들은 곧바로 물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부모님, 삼촌, 남동생 개릿과 함께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여학생 얼리사에게도 단수조치는 커다란 위기로 다가오고, 당장 마실물을 사기 위해 간 코스트코에서부터 생수를 차지하려는 어른들의 날선 대치에 공포를 경험한다. 단수 하루....이틀....마실물은 바닥났고 삼촌은 집을 떠나고 부모님은 얼리사와 개릿을 남겨둔채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정화기기의 물을 받기 위해 해변으로 떠난다. 그러나 곧 돌아온다던 부모님은 오지 않고 전화도 불통이니, 막연한 걱정이 앞선 얼리사는 이웃집 소년 캘턴과 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찾으로 바닷가로 찾아가고....그곳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는데......



작품은 단수가 시작된 1일차 부터 6일차까지 얼리사, 개릿, 캘턴이 경험하고 목격한 세상이 그려진다. 짧지않은 6일동안 생존을 위해 물 한 방울을 얻기 위한 아이들의 처절한 사투와 물 한 방울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 어른들의 끔찍한 만행들을 통해 순진하고 평화주이자였던 얼리사가 점차 그녀가 가장 경멸했던 폭력에 스펀지 스며들듯 순응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생존을 위한 가장 원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타인에게서 원하는 것을 빼앗는 폭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명사회는 생존권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요 생존에 위협을 받는 그 순간부터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받는 정글과 다름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재난을 통해 정교하게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단번에 무너지고 잠재되 있던 인간의 야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놓는 것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 1~3일차 까지는 아이들의 기지로 그럭저럭 견뎌내며 아직은 이타적인 마음으로 자신이 힘들게 얻은 물을 나눠주려는 모습을 보면서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비정한 현실과는 달리 약간의 판타지 요소를 두어 극한 상황에서 빛나는 인간성을 그리려나보다 생각하면서 약간의 실망 아닌 실망도 했었다. 그런데 갈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3일의 데드라인이 지나고부터는 혼돈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고, 후반부에 이르러 이성을 잃고 생존본능에 의지하여 무감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건 또 이것대로 찝찝하고 불편하달까...-_-;;; 순진했던 아이들이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어른들이었을 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불편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실 가뭄을 소재로 하는 드라이 아포칼립스 SF는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불타버린 세계]로 먼저 접했었다. 이 작품은 오염물질로 바다 전체에 막이 씌여져 수분증발이 불가능해지고 그로인하여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가 배경인데 [불타버린 세계]가 전지구적인 위험으로 10년간 인류가 겪는 카오스를 그리는 묵시록적 거시적 관점의 SF라면 이 [드라이]는 미국 남부지방으로 국한된 지역에 십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6일간 그들이 겪는 카오스를 거의 시간단위로 집약적으로 그리는 스릴 넘치는 미시적 관점의 작품으로 소재는 같지만 이야기를 그려가는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재미있다. 정말로 작품을 읽는이도 무한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실 작품에서 그리는 상황이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라는게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지구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극지방의 빙하는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져 지구상의 어딘가는 통째로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있지만 어딘가에선 마실 물이 없어 말라 죽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우리의 아이들이 이어갈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늦기전에 정신 바짝 차리자.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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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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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소녀 (2019년 초판)

저자 - 수산네 얀손

역자 - 이경아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34p



죽음을 부르는 늪지



차가운 백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누아르에 오컬트 공포를 가미한 새로운 스타일의 북유럽 공포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이름부터 낯선 작가가 들려주는 늪지 공포괴담. 마을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라며 차례로 죽음으로 인도하는 죽음을 부르는 늪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북유럽 스릴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로 선선한 공포를 선사하는 독특한 작품 [링곤베리 소녀]이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 모스마르켄의 늪에서 기원전 300년경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소녀 미라가 발굴되면서 커다란 화제가 된다. 당시 늪지에서 소녀 미라를 발견한 12세 소녀 나탈리에는 미라 발견 직후 마을을 떠났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모스마르켄으로 돌아온다. 기후연구자가 된 나탈리에가 늪지의 온실가스에 대한 논문을 위해 장원의 별채를 몇주간 빌려 머물게 된것. 홀로 별채에 머물며 연구에 매진하던중 매일 자신의 집앞을 지나 조깅을 하는 예술학교 학생 요한네스와 얼굴을 트게되고 얼마안가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늪지대 근처에서 둔기로 머리를 크게 다친채 쓰러져 있는 요한네스를 발견한 나탈리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가까스로 목숨을 지켰으나 요한네스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늪지대 살인미수 사건으로 수사를 나온 레이프 형사와 프리랜서 사진사 마야는 요한네스가 쓰러져 있던 현장을 돌며 현장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마야의 사진기 속에 현장 근처 늪지 수풀 사이로 흐릿한 사람의 형체가 찍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의문의 사람을 찾기 위해 마야는 홀로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년전부터 늪지대에서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벌여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기원전부터 마을의 안녕을 위해 희생양으로 늪지로 내던져진 수많은 링곤베리 

소녀들의 원한에 맺힌 복수일까?

늪지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이용한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소행일까?

으스스한 공포 뒤에 예상치 못한 소름끼치는 냉혹한 진실이 간담을 서늘케 한다.    



작은 마을에서 전해내려오는 인신공양 전설에서 진한 초자연적 공포를 선사하고 나탈리에가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을에 얽혀있는 끔찍한 비밀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순간 짜릿한 스릴러의 서스펜스의 묘미를 선사한다. 특별히 잔혹한 장면 없이도 [오멘]과 같은 수퍼내추럴 오컬트 특유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분위기 하나로 압도하는 작품이다. 초반만 해도 책표지의 소녀가 별 느낌이 없었는데, 중반부를 넘어가니 소녀의 촛점 풀린 표지 눈과 마주칠때마다 뭔가 오싹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게 영 꺼림칙 하더라는...ㅠ_ㅠ...



북유럽의 민속학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극지방 소수민족의 끔찍한 역사를 스릴러에 녹인 [라플란드의 밤]과 유사하지만 누구나 생각하는 극지방이 아닌 무엇이던 한번 잘못 발들이면 머리 끝까지 빨아들이는 눅눅한 늪지대에서 초자연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를 끌어내는 점에서 여타 북유럽 작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듯 하다. 허나 역시 근본 없는 공포는 존재하지 않고 원인 없는 악의는 없거니와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인간이란 존재이니....인간의 위선과 편협된 사고에서 비롯된 안일주의는 악마도 한수 접고 갈정도의 처절한 비극을 양산해 낸다. -_- 그래서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텅빈것 같은 공허함, 허무함과 함께 씁쓸한 쓴맛이 입안을 맴돌게 만든다. 



"바로 그겁니다. 정확히 그런 이유로 내가 유령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그건 모순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유령은 존재에 대한 부정이자 비어 있음이거든요. 하지만 존즤 부제인 비어

있음은 막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어요. 일종의...굶주림이죠. 나는 이곳으로 이사 왔을때

내가 감지한 것, 처음부터 내 관심을 잡아끈 것이 바로 그 힘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는 잘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이 말씀하신....그들의 굶주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건가요?"


"그래요. 자신들에게 없는 육체와 영혼을 향한 굶주림이죠."


_231p




띠지 문구대로 '피 한 방울 없이 소름 끼치는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말 그대로 고어틱한 하드함 보다는 잔잔한 서늘함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여성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그렇거니와 잔인/잔혹/고어는 딱 질색인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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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다리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8
천선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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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다리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08

저자 - 천선란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19p



다리를 무너뜨린 자는 누구인가



척박한 SF장르계에서 꿋꿋이 국내 작가들의 신작 SF를 내놓는 그래비티 북스의 그래비티 팩션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그리는 세계는 그동안 여러 SF에서 다뤄지던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SF 하위장르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이다. 과거 미소냉전시대부터 팽배해온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장르의 인기를 부추겼고 이제는 한국도 옆나라에서 발생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굳이 핵전쟁이 아닌 원전사고로로도 얼마든지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가슴한켠에 뿌리깊이 박히게 된것 같다. 이 작품 역시 3차세계대전으로 인한 핵전쟁이나 원전사고가 원인은 아니지만 핵원자로 대폭발로 인하여 지구의 절반이 초토화된 재앙을 맞이한 직후 인류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만 흔히들 예상하는 SF아포칼립스와는 조금은 다른 결을 지닌 SF였다는것....



208X년대 인류의 평균 수명은 100세를 넘기고 핵엔진을 장착한 우주선으로 광속을 정복한다. 급격히 도약한 우주기술과 함께 안드로이드 기술 또한 비약적 발전을 통해 휴론(휴먼+클론)을 개발하고 인간의 신체 기관 이식용으로 클론 안드로이드를 휴론을 생산한다. 넘치는 인간들, 자원의 제약, 환경오염으로 인류는 제2의 지구로 눈을 돌리고 테라포밍 프로젝트를 위해 몇백광년이 떨어진 가이아 행성으로 첫 우주선을 쏘아올린다. 인류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우주선 조종사 아인은 가이아 행성 도착직전 유성우에 우주선과 충돌하여 심각한 손상을 입고 긴급히 탈출선에 실려 지구로 쏘여진다. 


그렇게 우주 탈출정에서 동면한채 11년의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지구에서 눈을 뜬 아인에게 안드로이드 기술자 마티어스 박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동면기기의 오동작으로 아인의 망가진 몸에서 겨우 뇌를 떼어내 휴론의 기계몸체에 이식했다는것. 그리고 이보더 더 충격적인 소식은 아인이 지구를 향해 오는 동안 거대한 핵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이 폭발을 일으켜 아메리카 반도로 추락하면서 엄청난 핵복발을 일으켰고 그 충격으로 아메리카 대륙 지층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여파로 지구 전체에 지진과 함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는 것이다......



머...천조국으로 전세계를 군림하던 미국은 그대로 폭삭 망했고, 가까스로 살아난 생존자들은 이웃 나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미 씻을 수 없는 방사능에 피폭된 그들을 맞이하는건 따뜻한 원조가 아닌 차가운 총탄이었으니...현실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치명적 방사능 구역이란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후쿠시마로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과 내란등의 전쟁으로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살길을 찾아 타국을 찾는 난민들이 출입거부로 쪽배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버린 상황이 작품과 오버랩 되었다. 결국 우리와 그들의 생존의 다리를 무너뜨린건 바로 같은 인간들이었고 그렇게 다리를 무너뜨림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인간성은 내던져진것이다. 



희망없는 미래 이어지는 고통의 나날들 사이를 파고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 휴론이다. 이제 남은 인류의 희망은 아메리카 대륙에 떨어진 핵엔진을 고쳐 가이아로 이주할 우주선을 만드는일뿐. 하여 전세계에 동작하는 800대의 휴론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내지만 통신이 두절되버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뇌를 탑재한 휴론 아인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낸다. 아인의 임무는 딱 두가지이다. 


첫째. 인간의 지배를 벗어난 휴론이 인류의 위협이 되는지 확인할 것. 

둘째. 추락한 핵엔진을 찾아 낼 것.


인간의 감정을 가진 기계인간 아인은 직접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고립된 재앙의 연옥 미국 대륙의 참상을 자신의 뇌세포 하나 하나에 아로 새긴다. 인간에도 휴론에도 낄 수 없는 중간적 존재 아인을 통해 그가 바라본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인간의 어두운 실체와 맞닥뜨리고 그와는 반대로 휴론과 함께 하며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창조주 인간을 뛰어넘을 새로운 신인류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는 아인을 통해 다시한번 인공지능과 인간의 존엄성간의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체적으로 중간자적 인물을 통해 바라보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시선은 앞선 그래비티 픽션 07번 [꿈을 꾸듯 춤을 추듯]과 같은 지점을 향하는듯 하다. 



종말 하면 의례 기대하는 처참한 재난상황에서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인류의 끈질긴 생존을 기대하는데 이 작품은 그와는 달리 개인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들면서 사색적, 감성적인 전개가 부각되는 점이 여타 종말물과 다른 차별점인듯 하다. 다만 작품을 읽으며 보이는 설정상의 구멍들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어쨌던, 전지구적 위기속에서 휴론 VS 인간 VS 이단 VS 반란군 등등 제 한몸 지키기도 바쁜 시국에 무한 대립으로 긴장과 혼란을 가중시키며 극한의 상황으로 치달아가게 만든다. 인류와 휴론의 생존의 열쇠를 가진 키메이커 아인의 선택은 과연 무너진 다리를 다시 이어줄 수 있을까?.. 대재앙의 카오스 속에서 인간 밑바닥 깊숙이 숨겨진 심연을 들춰내는 SF [무너진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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