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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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2019년 초판)

저자 - 닐 셔스터먼, 제러드 셔스터먼

역자 - 이민희

출판사 - 창비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59p



어쩌면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미래

타는 목마름이 광기로 변하는 그 찰나의 순간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의 몸에 포함된 수분은 체중의 60%이며 체내 수분의 12%만 잃어도 갈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사망에 이르는 3의 법칙.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를 버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공기 다음으로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물. 수분인 것이다. 그런 중요한 물이 없는 세상을 그린 끔찍한 드라이 아포칼립스 SF가 출간되었다. 아이들의 장기를 떼어내 어른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충격적 설정의 영어덜트 SF [분해되는 아이들]의 저자 '닐 셔스터먼'이 이번엔 아들 '제러드 셔스터먼'과 함께 마실 물이 없어 혼돈에 빠진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아이들의 처참하고 생생한 지옥도를 그려냈다.



얼마전 부터 극심한 물부족으로 제한적 급수조치를 취하더니 결국 무기한 단수가 결정되었다. 당장 강을 보유한 주의 수량이 저하되니 해당 주지사가 댐수문을 걸어 잠갔고 하류에 위치한 미국 남부의 주들은 곧바로 물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부모님, 삼촌, 남동생 개릿과 함께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던 여학생 얼리사에게도 단수조치는 커다란 위기로 다가오고, 당장 마실물을 사기 위해 간 코스트코에서부터 생수를 차지하려는 어른들의 날선 대치에 공포를 경험한다. 단수 하루....이틀....마실물은 바닥났고 삼촌은 집을 떠나고 부모님은 얼리사와 개릿을 남겨둔채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정화기기의 물을 받기 위해 해변으로 떠난다. 그러나 곧 돌아온다던 부모님은 오지 않고 전화도 불통이니, 막연한 걱정이 앞선 얼리사는 이웃집 소년 캘턴과 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찾으로 바닷가로 찾아가고....그곳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는데......



작품은 단수가 시작된 1일차 부터 6일차까지 얼리사, 개릿, 캘턴이 경험하고 목격한 세상이 그려진다. 짧지않은 6일동안 생존을 위해 물 한 방울을 얻기 위한 아이들의 처절한 사투와 물 한 방울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 어른들의 끔찍한 만행들을 통해 순진하고 평화주이자였던 얼리사가 점차 그녀가 가장 경멸했던 폭력에 스펀지 스며들듯 순응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생존을 위한 가장 원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타인에게서 원하는 것을 빼앗는 폭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명사회는 생존권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요 생존에 위협을 받는 그 순간부터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받는 정글과 다름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재난을 통해 정교하게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단번에 무너지고 잠재되 있던 인간의 야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놓는 것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 1~3일차 까지는 아이들의 기지로 그럭저럭 견뎌내며 아직은 이타적인 마음으로 자신이 힘들게 얻은 물을 나눠주려는 모습을 보면서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비정한 현실과는 달리 약간의 판타지 요소를 두어 극한 상황에서 빛나는 인간성을 그리려나보다 생각하면서 약간의 실망 아닌 실망도 했었다. 그런데 갈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3일의 데드라인이 지나고부터는 혼돈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고, 후반부에 이르러 이성을 잃고 생존본능에 의지하여 무감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건 또 이것대로 찝찝하고 불편하달까...-_-;;; 순진했던 아이들이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어른들이었을 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불편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실 가뭄을 소재로 하는 드라이 아포칼립스 SF는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불타버린 세계]로 먼저 접했었다. 이 작품은 오염물질로 바다 전체에 막이 씌여져 수분증발이 불가능해지고 그로인하여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가 배경인데 [불타버린 세계]가 전지구적인 위험으로 10년간 인류가 겪는 카오스를 그리는 묵시록적 거시적 관점의 SF라면 이 [드라이]는 미국 남부지방으로 국한된 지역에 십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6일간 그들이 겪는 카오스를 거의 시간단위로 집약적으로 그리는 스릴 넘치는 미시적 관점의 작품으로 소재는 같지만 이야기를 그려가는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재미있다. 정말로 작품을 읽는이도 무한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실 작품에서 그리는 상황이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라는게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지구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극지방의 빙하는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져 지구상의 어딘가는 통째로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있지만 어딘가에선 마실 물이 없어 말라 죽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우리의 아이들이 이어갈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늦기전에 정신 바짝 차리자.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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