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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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곤베리소녀 (2019년 초판)

저자 - 수산네 얀손

역자 - 이경아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34p



죽음을 부르는 늪지



차가운 백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누아르에 오컬트 공포를 가미한 새로운 스타일의 북유럽 공포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이름부터 낯선 작가가 들려주는 늪지 공포괴담. 마을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라며 차례로 죽음으로 인도하는 죽음을 부르는 늪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북유럽 스릴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로 선선한 공포를 선사하는 독특한 작품 [링곤베리 소녀]이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 모스마르켄의 늪에서 기원전 300년경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소녀 미라가 발굴되면서 커다란 화제가 된다. 당시 늪지에서 소녀 미라를 발견한 12세 소녀 나탈리에는 미라 발견 직후 마을을 떠났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모스마르켄으로 돌아온다. 기후연구자가 된 나탈리에가 늪지의 온실가스에 대한 논문을 위해 장원의 별채를 몇주간 빌려 머물게 된것. 홀로 별채에 머물며 연구에 매진하던중 매일 자신의 집앞을 지나 조깅을 하는 예술학교 학생 요한네스와 얼굴을 트게되고 얼마안가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늪지대 근처에서 둔기로 머리를 크게 다친채 쓰러져 있는 요한네스를 발견한 나탈리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 가까스로 목숨을 지켰으나 요한네스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늪지대 살인미수 사건으로 수사를 나온 레이프 형사와 프리랜서 사진사 마야는 요한네스가 쓰러져 있던 현장을 돌며 현장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마야의 사진기 속에 현장 근처 늪지 수풀 사이로 흐릿한 사람의 형체가 찍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의문의 사람을 찾기 위해 마야는 홀로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년전부터 늪지대에서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벌여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기원전부터 마을의 안녕을 위해 희생양으로 늪지로 내던져진 수많은 링곤베리 

소녀들의 원한에 맺힌 복수일까?

늪지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을 이용한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소행일까?

으스스한 공포 뒤에 예상치 못한 소름끼치는 냉혹한 진실이 간담을 서늘케 한다.    



작은 마을에서 전해내려오는 인신공양 전설에서 진한 초자연적 공포를 선사하고 나탈리에가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을에 얽혀있는 끔찍한 비밀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순간 짜릿한 스릴러의 서스펜스의 묘미를 선사한다. 특별히 잔혹한 장면 없이도 [오멘]과 같은 수퍼내추럴 오컬트 특유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분위기 하나로 압도하는 작품이다. 초반만 해도 책표지의 소녀가 별 느낌이 없었는데, 중반부를 넘어가니 소녀의 촛점 풀린 표지 눈과 마주칠때마다 뭔가 오싹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게 영 꺼림칙 하더라는...ㅠ_ㅠ...



북유럽의 민속학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극지방 소수민족의 끔찍한 역사를 스릴러에 녹인 [라플란드의 밤]과 유사하지만 누구나 생각하는 극지방이 아닌 무엇이던 한번 잘못 발들이면 머리 끝까지 빨아들이는 눅눅한 늪지대에서 초자연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를 끌어내는 점에서 여타 북유럽 작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듯 하다. 허나 역시 근본 없는 공포는 존재하지 않고 원인 없는 악의는 없거니와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인간이란 존재이니....인간의 위선과 편협된 사고에서 비롯된 안일주의는 악마도 한수 접고 갈정도의 처절한 비극을 양산해 낸다. -_- 그래서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텅빈것 같은 공허함, 허무함과 함께 씁쓸한 쓴맛이 입안을 맴돌게 만든다. 



"바로 그겁니다. 정확히 그런 이유로 내가 유령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그건 모순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유령은 존재에 대한 부정이자 비어 있음이거든요. 하지만 존즤 부제인 비어

있음은 막대한 힘을 소유하고 있어요. 일종의...굶주림이죠. 나는 이곳으로 이사 왔을때

내가 감지한 것, 처음부터 내 관심을 잡아끈 것이 바로 그 힘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는 잘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이 말씀하신....그들의 굶주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건가요?"


"그래요. 자신들에게 없는 육체와 영혼을 향한 굶주림이죠."


_231p




띠지 문구대로 '피 한 방울 없이 소름 끼치는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말 그대로 고어틱한 하드함 보다는 잔잔한 서늘함을 안겨주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여성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그렇거니와 잔인/잔혹/고어는 딱 질색인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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