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창비청소년문고 30
설흔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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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뒤쫓는소년 (2018년 초판)

저자 - 설흔

출판사 - 창비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72p




책을 써라. 세상이 바뀔것이니...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사연들과 시대극이 절묘하게 조합된 기묘한 판타지가 출간되었다.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는 미스터리한 소녀 '섭구'와 17세 소년선비 '책을 씨'가 피냄세 진하게 풍기는 마을들을 찾아가 갇혀있던 책들을 구하고 책 때문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며 책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엿보게 만드는 작품...하여 이 책의 소제목은 [책을 씨와 섭구 씨의 기이한 책 여행]이다. 사실 제목이나 공개된 플롯만 보고선 국내에서 대박친 작품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떠올린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품을 읽고 나니 물론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같은 말을 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작품만이 추구하는 방향 혹은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작품만의 분위기가 분명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책과 관련된 야사?, 기담들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각기다른 기묘하고 괴이한 이야기들 속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아버지를 독살하고 왕위를 빼앗았다는 소문이 도는 제국의 황제는 이 소문을 무마하려는듯 지독한 공포정치로 민초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런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맹자], [논어], [주역]등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책 외에는 다른 책들을 분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제국의 집행자인 검은 옷을 입은 까마귀들은 소설가를 잡아가 고문하고, 집안에 숨겨진 책들을 찾아내 불태워 버린다. 할아버지가 까마귀들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아수라장이 된 집에서 넋이 나간 책을 씨에게 묘령의 소녀가 찾아온다. 자신을 섭구라 소개하는 소녀는 책을 씨가 책을 구하면 자신은 그 책들을 보관하여 타락한 제국을 개혁 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책을 씨를 떠밀어 여행길에 오른다. 피 냄세를 맡으며 마을을 찾아가는 섭구와 책을 씨...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뚜렷하게 시대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조선시대를 상정하고 쓰여진 이야기라서인지, 짙게 베인 시대적 분위기 때문인지 판타지라기 보단 기담/괴담에 가까운 분위기의 이야기이다. 각 마을엔 책과 관련된 사연이 소개되고, 섭구와 책을 씨의 기지로 갇혀있던 책을 풀어준다. 총 여섯 마을을 방문하여 여섯 권의 책을 구하면서 각 단편의 말미엔 단편을 쓰게된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여 당시 책에 대한 폐쇄적이고,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문화사를 손쉽게 이해시켜 준다.



몇가지만 언급하자면 '2장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바른 행실>'에서는 [삼강행실도]에 언급된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인하여 끔찍한 신체절단이 유행했다는 사실은 웬만한 공포괴담 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왔고, '4장 <정숙한 여인이 지켜야 할 오백한 가지 기본예절>은 [사소절]을 통해 정숙한 여인이 지켜야할 법도들을 강조하며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탄압하여 정숙함을 위해 급기야 자결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당시 여성으로 사는것이 얼마나 힘겹고 괴로웠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5장 <소설 중독자의 일기>'로 당시 조선시대엔 소설이 남들 몰래 읽는 저급한 책으로 인식되어 업신여겨지고 탄압받았다는걸 알게 해준다.



책과 인권의 억압의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알려주다니..-_- 이것 또한 책의 순기능 아닌가...분서의 위기에서, 끈질기게 구전되고, 오래도록 숨겨져 있다 비로소 빛을 발하니...섭구 씨와 책을 씨의 기묘한 모험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신비스러운 이야기로 때로는 공포소설 뺨칠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며, 전설속 무릉도원의 이상향을 본듯도한...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책을 통해 철옹성 같은 제국이 무너지듯, 책의 숨겨진 힘이 무엇인지, 책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을 지키는 냐옹이도 매력적이지만 책을 보관하는 미스테리어스한 냉미녀 섭구의 매력도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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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아이들 1 - 몬스터 대재앙 Wow 그래픽노블
맥스 브랠리어 지음, 더글라스 홀게이트 그림,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지구최후의아이들 1 : 몬스터 대재앙 (2108년 초판)
저자 - 맥스 브랠리어
그림 - 더글라스 홀게이트
역자 - 심연희
출판사 - 보물창고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31p



소년판 나는 전설이다


경쾌하고 흥미진진한 십대들을 위한 좀비아포칼립스 어드벤쳐 작품이 출간되었다. 엄선된 청소년 그래픽노블을 출간해온 보물창고에서 나온 이번 신작은 판형이나 표지를 봤을때 그래픽노블인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래픽노블이라기 보단 약간의 삽화가 곁들여진 소설이라고 봐야할것 같다. 전인류가 좀비화 되고 거대 몬스터들로 초토화 된 세상에 남은 주인공 잭 설리번과 그의 세 친구들...그들의 모험이 지금 시작된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세계가 멸망해 버렸다. 인류는 괴바이러스로 좀비화 되었고, 어디에서 나타난지 모르는 괴생명체들이 지구를 뒤덮었다. 위탁가정에 맡겨져 양부모 밑에서 잡일을 하던 잭 설리번은 지구가 멸망하던 날 학교에서 서둘러 귀가했으나 양부모는 이미 잭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 도망가 버리고...잭은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비밀기지인 나무위 오두막으로 대피한다. 오두막에서 고립되 보낸 몇일...굶어죽지 않기 위해 용기내 나무 아래로 내려온 잭은 마을에서 자신외에 정상인은 단 한명도 남지 않았음을 알게되고, 지구 최후의 생존자로 살아남기 위해 부러진 야구방망이, 하키채를 그러잡고 좀비와 몬스터들과 싸워 나간다. 그렇게 서바이벌 생존에 요령이 붙어갈즈음...절친 퀸트가 준 워키토키에서 퀸트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지구 최후의 생존자...열 세살의 잭 외엔 좀비와 끔찍한 몬스터들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절망적 상황...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묘하게 밝고 경쾌한 분위기....-_-;;; 십대들을 타겟으로 하는 작품답게 마치 좀비 액션 RPG게임을 하는
듯 집채만한 몬스터와 한판승을 벌이며 날라다니는 잭의 모험담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미 표지에서 밝히듯 주인공 잭외에도 비상한 머리로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내는 발명가 퀸트, 헐크같은 괴력의 소유자
터크, 그리고 유일한 홍일점 잭의 짝사랑 준을 차례로 파티원으로 들이면서 이 아이들 모두가 합심하여 건물 크기만한
최악의 악질 몬스터 블라그를 무찌르는 이야기가 이번 1편 [몬스터 대재앙]에서 다뤄지는 스토리이다. 좀비와 돌연변이
괴물들이 나오는것만 봐서는 [바이오 하자드]가 떠오르긴 한데...소년판은 좀비물 마저도 이렇게 밝을 수가 있구나!!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개성적인 삽화가 곁들여 지니 아이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상당히 좋을것 같았다. 나 역시
작품에 실린 그림으로 그래픽노블로 나와줘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학교에서는 그저 미래없이 암울한 고아 잭이었지만, 대공황에서 살아남은 잭은 지구 최후의 아이이자 훌륭한
몬스터 헌터로 새롭게 태어나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나아가 짝사랑하던 그녀 준의 눈을 하트로 만들어
버리는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미녀는 용기있는 자가 차지한다...거침없이 돌진하는 무모한 잭의 추진력과 각 
개성만점 친구들의 모험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데...곧 출간될 2편 [좀비 퍼레이드]에서는 친구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역시 보물창고!...저자극, 무MSG, 무선정적, 덜폭력적인 작품으로 아이들이 보기에도, 어른들이 보기에도 무리 없이 
건강하고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초반 몇 페이지를 큰 딸에게 읽어줬는데 상당히 흥미있게 듣더라는...
근데 글자가 너무 많아 도저히 읽어줄 수가 없구나...미안하다 딸아...ㅠ_ㅠ...잘 모셔뒀다가 한글 떼고 무리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때 추천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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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켜보고 있어 스토리콜렉터 6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널지켜보고있어 (2018년 초판)

저자 - 마이클 로보텀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북로드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50p



지켜보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창밖에서 여성을 엿보는듯한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이 작품은 관음증에 걸린 변태 스토커로 인하여 인생이 망가져버린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 몹시도 나를 사랑하여 어릴적 부터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몰래 지켜보는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도 모르는사이 나의 인생이 감시자의 의도대로 조작 당한다면...그것도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다...심하게 뒤틀려버린 사랑은 여성을 위한 필요악적 행위였다고 자위하지만 결국 그녀를 지옥으로 빠트리는 초고속 열차에 탑승시킨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 마니는 도박빚을 내고 잠적해버린 남편 대니얼 덕분에 빚더미에 빠지고, 범죄조직으로 가혹한 협박과 압박을 받는다. 팔 수 있는 살림은 다 팔아버리고 15살 난 첫째 조이 몰래 매춘부로 성매매까지 감행하지만 빚더미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딸래미는 엇나가기만 한다. 넉넉하진 않지만 평범하고 행복했던 일상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빠져 버린것이다. 영국법상 실종은 7년이 지나야만 사망선고 처리가 되기 때문에 7년동안은 남편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도, 남편의 은행계좌에 접근 할 수도, 하다못해 이혼조차 할 수가 없다. 남편이 잠적한지 1년...이제 더 이상은 방법이 없다. 남편의 사망선고를 받기 위해선 남편의 유서나 사망이 의심될만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 가까스로 남편이 시간강사로 일했던 대학 개인 사물함에서 남편이 마니 몰래 준비했던 서프라이즈 앨범과 DVD를 발견하고...DVD에서 과거 마니와 연관되었던 친구, 동창, 지인들의 동영상을 보게 된다. 동영상 속 마니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마니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저주를 퍼붓는데....마니가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인가?.마니와 마니의 심리상담을 맡았던 조 올로클린은 마니의 인생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음을 알게되는데... 



전작 [미안하다고 말해]로 잔혹한 소녀 납치범과 살아남기 위해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소녀의 대치, 소녀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조 올로클린의 노력이 어우러져 강렬한 재미를 선사했던 조 올로클린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매력적인 유부녀 마니의 망가진 인생을 되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의 노력이 펼쳐진다. (당연히 조의 절친 은퇴형사 루이츠도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한다.) 이번 편에서도 냉철하고 이지적인 심리상담가로서의 조와 수시로 온몸의 힘을 앗아가는 파킨슨 병과 싸워가면서 마니를 위해 노력하는 츤데레 아저씨 조의 이중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한다.   



당사자 몰래 타인을 지켜보며 인생을 조작질한다...영화[트루먼 쇼]나 '클레어 맥킨토시'의 소설 [나는 너를 본다]등등 여러 채널에서 많이 다뤄지던 소재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차별점을 둘지 기대했는데, 역시...갓로보텀 답게 관음증 스토커에 전혀 예상치 못한 XXXX을 끌고 들어와 뒤섞어버리니....모든 사건이 마니의 환상인지 실존하는 범죄인지 독자를 미친듯이 헷갈리게 만들면서 결말에 강력한 카타르시스라는 폭탄을 투척해버린다. 속 시원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언급 자체가 스포일러라서...(스릴러로서는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임엔 분명한데, 스토킹 범죄에 접목시킬줄이야...) 딱 300페이지 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떡밥그물에 걸려들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저 작가의 능수능란한 농락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날 차버린 남친은 호수에 익사체로 발견되고, 바람난 남친과 사귄 여친은 마약 소지 혐의로 감방에 투옥되고, 날 때린 사람은 목이 잘리고, 나와 말다툼을 벌인 사람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두개골이 골절되고, 날 째려본 사람은 눈알이 파이고, 내차를 긁고 지나간 사람은 온몸에 스크래치가 날지도 모른다...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쪽지엔 이렇게 씌어있다. '복수의 맛이 어때?'...나와 한번이라도 얼굴을 붉힌 사람은 나도 모르는 사이 지독한 응징을 당한다. 이 얼마나 잔혹한 피의 가디언이란 말인가?...다른 작품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작품속 스토커이자 가디언은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본적 없이 자신만의 사랑의 방식 때문에 어긋나버린 케이스라서 돌이킬 수 없는 인생과 관계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번 작품 역시 캐릭터, 스토리, 결말로 치닫는 반전의 묘미까지 3박자를 모두 충족하는 싸이코 스릴러였다. 심리학 박사 조 올로클린 시리즈답게 범죄의 이상 심리를 파고들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지적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만족시키는 대박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을듯 하다. 다시한번 외친다..갓로보텀!!! 갓로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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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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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게으름뱅이의모험 (2018년 초판)

저자 - 모리미 도미히코

역자 - 추지나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39p




게으름뱅이에게도 나름의 모험이 있다



작년 공포연작 단편집 [야행]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환적 공포를 선사했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신작도 공포작품일까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니 공포와는 영~ 거리가 먼것 같고...게으름뱅이면 게으름뱅이지 거룩한 게으름뱅이는 뭘지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하여 작품을 읽어보니...일본의 축제처럼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유쾌 상쾌한 판타지더라!



식품포장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고와다는 귀차니즘의 삶을 몸소 실천하는 게이름뱅이의 표본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누우면 잠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진 그에게 마을의 괴인이자 히어로, 너구리 가면을 쓰고 선행을 베푸는 폼포코 가면이 후계자로 고와다를 점찍는다. 하지만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인 고와다는 폼포코 가면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린다. 마을의 영웅으로 사람들에게 추앙받던 폼포코 가면은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하여 폼포코 가면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고, 갑작스런 사람들의 태세전환 뒤에 끝없이 이어진 조직의 커넥션이 있음을 알게된다. 마을사람들에게 쫓겨다니다 지쳐버린 폼포코 가면을 지켜보던 고와다는 마침내 게으름의 늪에서 빠져나올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되는데.....



교토 지역을 중심으로 너구리 가면을 쓰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성심껏 돕는 정의의 괴인과 함께 천하제일 게으름 

뱅이 고와다, 얼렁뚱땅 탐정과 길치 조수, 고와다의 선배 온다와 여자친구 모모키가 얽히고 설켜 정신없지만 유쾌하게

만드는 해피바이러스 같은 작품이다. 눈살 찌푸려지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 무자극 무MSG로 건강하게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마음편히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중요한 순간 잠에 빠져 자신만의 꿈속을 헤매는 우리의 주인공 고와다 처럼 현실과 꿈같은 환상의 세계가 교차되며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코믹하고 퐝당한 시츄에이션은 독자마저도 고와다의 독특하고 느릿한 모험에 함께 빠져들게 만든다. 



이제껏 이렇게 게으르고 나태한 주인공이 있었던가?..."아무것도 하기 싫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싫다!"고 말하던 

모 CF가 생각난다. 그저 숨만쉬면서 늦은 아침에 눈떳다 그대로 누워서 잠들고 다음날 눈뜨게 되는...너무 자서 설잠이 드는데 외부 소리가 들리면서도 꿈을 꾸고 있는, 그리고 그런 꿈을 꾸고 있는걸 자각하면서도 계속 잠들어 있는...그런 경험이 있기에 고와다라는 캐릭터에 괜스레 감정이입 되고 너무나 공감하면서 작품을 읽었다. -_- 머..주인공이라고 나중에 각성? 그런거 없다...끝까지...신 앞에서도 게으름의 본성을 유지하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인거다...그런 게으름뱅이의 모험이라니...한창 사건사고중에 홀로 쏙 빠져 광속에 숨어 잠들지언정 그마저도 게으름뱅이에겐 모험인거다...-_-;; 실로 독특한 캐릭터이다 보니 이야기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정리되지 않는 매력을 선사한다. 



유난히 너구리가 많이 등장하는데, 괴인의 이름인 폼포코 가면에서 알 수 있다시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걸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교토가 너구리로 유명한가?...) 또한 읽어보진 않았지만 작가의 전작 [유정천 가족]과 이어지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이번 작품에 등장하여 작가의 팬이라면 반가워 할만한 '모리미 도미히코'월드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이라고 한다. (역자 후기에 그렇게 적혀있다.) 



장난끼 많지만 악의는 없는 너구리 처럼 건강한 웃음을 주는 작품이라 좋았던것 같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며 시간에

휘둘려 숨가쁘게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에게 한템포의 휴식을 주는.. 게으름의 미학을 일깨우는 작품...이제 방바닥에 딱 붙어 빈둥거리며 게으르게 다음 책이나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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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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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완벽에가까운결혼 (2018년 초판)

저자 - 미셸 리치먼드

역자 - 김예진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7p



완벽한 결혼을 원하십니까?...



결혼이란 무어냐...이제 10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타는 연애시기가 끝나고 비로소 남남이던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거쳐 한 가정으로 합쳐지고 나면....그다음 기다리는건....피터지는 싸움이란걸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_- 남들은 모르겠는게 내 경우는 연애기간이 길어서 인지 달달한 신혼 보다는 매일 매일 박터지게 싸우기만 했더랬다...여러 이혼의 위기를 거쳐내며 1년을 버티니 그나마 안정기가 찾아왔는데...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던 그 시절...누군가 다가와 결혼생활을 안전하게, 완벽에 가깝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계약서에 싸인을 하겠는가?....


여기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결혼유지계약인 '협정'에 다분히 감정적으로 싸인을 했다가 말그대로 뒈질뻔한 신혼부부 앨리스와 제이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션이었다가 결혼과 함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음악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활동중인 매력적이고 정력적인 앨리스와

차분한성격의 심리상담가 제이크는 서로의 사랑의 결실로 결혼식을 올리려한다. 우연히 앨리스 로펌의 고객으로 만났던

유명뮤지션 피니건은 앨리스의 결혼식에 참석할 의사를 전하고 부부는 흔쾌히 승낙한다. 그리고 며칠뒤...피니건으로

부터 결혼선물이 택배로 도착하고...안에는 고급스러운 선물과 함께 의문의 상자가 동봉되있다. 그리고 피니건에게

이메일이 온다.


"당신은 결혼 생활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랍니까?"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밝을 때나 어두울 때나 항상 변함없이 긴 결혼 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까?"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을 영원히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의향이 있습니까?"

"두 사람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은 새로운 일에 열려있는 성격입니까? 두 사람 모두 당신들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들일 의향이 있습니까?"


모두 "예"라고 대답한 부부에게 며칠뒤 비비언이라는 여성이 찾아와 '협정'계약서를 내민다. 호기심반 장난반의 마음으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싸인해버린다. 그리고...앨리스와 제이크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협정의 압박은 불쾌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사랑이 불타오르는 신혼초기(난 아니었지만..) 상대방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저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것이며 완벽한 결혼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협정'에 가입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_-;; 하다못해 중요한 계약에도 계약서를 꼼꼼이 읽지 않고 싸인해 버리는데, 이런 장난같은 계약서의 세부사항을 누가 상세히 읽겠는가...그렇게 휘갈긴 이름 때문에 이렇게 감시당하고, 억압받고, 고통받으며, 괴로워하게 될줄은 누가 알았겠가.......

-_-;;;;그저 망할 피니건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버린 재수없는 운명을 탓해야 할뿐....



책한권 뚜께의 '협정'메뉴얼은 한달에 한번 선물하기, 기념일은 별도로 선물하기, 배우자의 전화는 무조건 받기, 한달에 한번은 함께 여행가기 등등 정말로 관계 개선을 위한 간단히 지킬 수 있는 조약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이를 위반할시엔.....벌건 대낮에 총을 휴대한 건장한 남성이 검은 SUV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 발목에 사슬을 채우고 구속복에 고무재갈을 물려 차에 실고, 저 멀리 네바다주 폐쇄된 교도소로 끌고 들어가 전기고문을 가할지도 모른다....

-_-;;;;;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라 결혼을 하고...이후 감정이 식거나 불화가 생기면 이혼을 하는...자연스러운 개개인의 삶의 선택을 타인의 강요로 인해 억지로 지속하게 된다면...그걸 완벽한 결혼생활이라 말할 수 있을까?...초반만 해도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협정의 메뉴얼을 따르던 부부에게 점차 가해지는 강한 압박과 가학적 벌칙들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이를 지켜보는 나까지 강한 심리적 프레셔를 가해온다. 



출간당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플롯을 봤을때부터 떠올랐던 작품이 있는데, '스티븐 킹'의 걸작 단편인 [금연 주식회사]이다. 금연을 하기위해 자신의 의사로 금연 주식회사에 가입하고 계약을 어겼을때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제제....-_- 가학적 공포라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인간의 욕구를 차단하는 공포스러운 설정은 목적은 다르지만 이 작품과 상당히 닮아있다...



말도 안되는 메뉴얼, 기상천외한 제재들, 우연히 협정 모임에서 만난 제이크의 과거 대학동창 조앤의 처참한 몰골과 그녀의 믿기지 않는 증언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말살하는 인격말살의 학대들...협정에서 탈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먹혀 들지 않고 공포에 떨어야만 하는 앨리스와 제이크...그리고 서서히 금가는 부부의 관계...읽는 내내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에 숨통이 막힌다. ㅠ_ㅠ 억지로 이어가는 결혼생활도 끔찍하지만 타인에 의해 지속되는 완벽한 결혼생활은 더욱 끔찍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서히 옥죄는 심리적 압박에 따른 감정묘사도 좋았는데, 결말부 부부가 선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좀 부족했던것 같다. 제이크에게 제시한 협정 대표자의 제안은 '뜬금없이 왜?' 라는 물음표를 남기게 한다. '기승전'까진 좋았는데 '결'이 아쉬웠다는...어쨌던...하찮은 건이라도 내 이름을 남기는 계약을 할때는 꼭 세부사항을 꼼꼼이 정독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었다.....는 뻥이고...결혼과 이혼, 부부간 사랑과 믿음, 불신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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