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창비청소년문고 30
설흔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뒤쫓는소년 (2018년 초판)

저자 - 설흔

출판사 - 창비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72p




책을 써라. 세상이 바뀔것이니...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사연들과 시대극이 절묘하게 조합된 기묘한 판타지가 출간되었다.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는 미스터리한 소녀 '섭구'와 17세 소년선비 '책을 씨'가 피냄세 진하게 풍기는 마을들을 찾아가 갇혀있던 책들을 구하고 책 때문에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며 책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엿보게 만드는 작품...하여 이 책의 소제목은 [책을 씨와 섭구 씨의 기이한 책 여행]이다. 사실 제목이나 공개된 플롯만 보고선 국내에서 대박친 작품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떠올린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품을 읽고 나니 물론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같은 말을 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작품만이 추구하는 방향 혹은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작품만의 분위기가 분명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책과 관련된 야사?, 기담들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각기다른 기묘하고 괴이한 이야기들 속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아버지를 독살하고 왕위를 빼앗았다는 소문이 도는 제국의 황제는 이 소문을 무마하려는듯 지독한 공포정치로 민초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런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맹자], [논어], [주역]등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책 외에는 다른 책들을 분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제국의 집행자인 검은 옷을 입은 까마귀들은 소설가를 잡아가 고문하고, 집안에 숨겨진 책들을 찾아내 불태워 버린다. 할아버지가 까마귀들에게 잡혀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아수라장이 된 집에서 넋이 나간 책을 씨에게 묘령의 소녀가 찾아온다. 자신을 섭구라 소개하는 소녀는 책을 씨가 책을 구하면 자신은 그 책들을 보관하여 타락한 제국을 개혁 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책을 씨를 떠밀어 여행길에 오른다. 피 냄세를 맡으며 마을을 찾아가는 섭구와 책을 씨...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뚜렷하게 시대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조선시대를 상정하고 쓰여진 이야기라서인지, 짙게 베인 시대적 분위기 때문인지 판타지라기 보단 기담/괴담에 가까운 분위기의 이야기이다. 각 마을엔 책과 관련된 사연이 소개되고, 섭구와 책을 씨의 기지로 갇혀있던 책을 풀어준다. 총 여섯 마을을 방문하여 여섯 권의 책을 구하면서 각 단편의 말미엔 단편을 쓰게된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여 당시 책에 대한 폐쇄적이고,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문화사를 손쉽게 이해시켜 준다.



몇가지만 언급하자면 '2장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바른 행실>'에서는 [삼강행실도]에 언급된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인하여 끔찍한 신체절단이 유행했다는 사실은 웬만한 공포괴담 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왔고, '4장 <정숙한 여인이 지켜야 할 오백한 가지 기본예절>은 [사소절]을 통해 정숙한 여인이 지켜야할 법도들을 강조하며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탄압하여 정숙함을 위해 급기야 자결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당시 여성으로 사는것이 얼마나 힘겹고 괴로웠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5장 <소설 중독자의 일기>'로 당시 조선시대엔 소설이 남들 몰래 읽는 저급한 책으로 인식되어 업신여겨지고 탄압받았다는걸 알게 해준다.



책과 인권의 억압의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알려주다니..-_- 이것 또한 책의 순기능 아닌가...분서의 위기에서, 끈질기게 구전되고, 오래도록 숨겨져 있다 비로소 빛을 발하니...섭구 씨와 책을 씨의 기묘한 모험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신비스러운 이야기로 때로는 공포소설 뺨칠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안타깝기도 하며, 전설속 무릉도원의 이상향을 본듯도한...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책을 통해 철옹성 같은 제국이 무너지듯, 책의 숨겨진 힘이 무엇인지, 책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을 지키는 냐옹이도 매력적이지만 책을 보관하는 미스테리어스한 냉미녀 섭구의 매력도 놓치지 말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