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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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자 (2018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비채
정가 - 454p



과학기술 발전의 두 얼굴



하반기에도 끊이지 않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의 출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3년 일본과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플래티나 데이터]의 원작소설이다. 2011년 서울문화사에서 영화와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비채에서 판권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된듯 하다. 전기공학과 출신의 '게이고'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려 SF배경의 추리소설을 꽤 써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 작품으로 작가의 SF추리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SF추리 작품으로 역시 검증된 독보적인 가독성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까운 미래 국가에서 시민들의 DNA정보를 수집하여 빠른 시간안에 범죄자를 색출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이 기술의 개발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나 각질만으로도 하루안에 범죄자의 정확한 신상정보와 몽타주, 시민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로 직계가계의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것 같았던 시스템에 원인모를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3건의 권총 강간살인사건에서 발견된 정액으로 범죄자를 검색했으나 검색마다 전혀 다른 DNA특징의 몽타주를 보이는가 하면 직계가계의 정보엔 'NOT FOUND'일치자 없음이란 메시지가 뜬것이다. 일명 NF13으로 불리며 수사에 난항을 겪게되고, 초조해진 시스템 개발자 가구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천재수학소녀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잠시 치료를 받는사이 소녀역시 NF13이 살인에 쓴 동일한 권총으로 살해당한다. 가구라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을 DNA분석기에 돌리고, 분석결과 모니터에 표시된 몽타주를 보고 크게 놀라는데.....모니터엔 가구라 자신의 몽타주가 떠있었다...



CCTV로 스캔한 생체정보로 언제던 어느곳에서건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그의 화장실에간 횟수까지 개인정보가 줄줄이 뜨는 세상...SF영화에서 봤던 국가가 시민을 완벽히 통제하는 사회는 더이상 영화속 세상만은 아니다. RFID를 통한 생체이식칩 기술은 이미 개발이 끝난 상태이고 스웨덴에서는 이미 칩을 이식하여 출입문 개폐, 물건의 자동 구매등 실용화되어있다. 다만 개인정보의 침해를 이유로 범용화하지 못하고 있을뿐...그런 의미에서 작품에서 등장하는 DNA를 통한 범죄자 색출기술도 단지 픽션으로 치부하기엔 꽤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런 혁신적 과학기술이 야기할 문제 역시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너무나 날카롭게 뼈때리는 통찰력이라 놀라웠다. 아무리 공익적 의도와 완전무결의 시스템이 개발된다 해도....그걸 만든 이도 인간이고...그걸 사용하는 이도 인간이다...감정 없는 로봇이 아닌 이상 사용자가 인간이라면 아무리 신의 망치를 쥐어주어도 인간의 감정이 섞일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작품의 주인공 가구라의 심리적 변화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로봇이 만든 그릇에 밀려 상심한체 자살한 도예가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DNA기술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는 가구라..하지만 살인자로 몰리고 시스템의 오류를 파헤치면서 인간의 부조리함과 이기심을 목도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성숙함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걸 은연중 경고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SF적 소재에 미스터리와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주는건 가구라가 앓고 있는 다중인격이라는 정신병이다. 솔직히 스릴러에 다중인격 하나 얹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아닌가...-_- 어릴적 아버지의 자살이 준 충격으로 자신과 다른 인격으로 분리된 가구라의 불안정한 심리와 분리된 인격이 주도권을 잡았을때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설정...익숙하지만 이것만큼 다음 상황을 궁금하게 만드는 설정도 없으리라...다중인격 가구라와 함께 신설된 시스템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발로 뛰는 수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형사 아사마가 교차되며 펼치는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과 흡입력있는 진행에 힘입어 페이지터너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다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용의자가 급격히 좁혀지면서 범인이 빨리 노출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스터리적 반전의 묘미 보다는 메시지에 좀 더 무게를 두는것 같다.


경솔한 과학만능주의와 함께 [1984] 빅브라더의 출현을 경고하는...이기적이고 편협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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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왼손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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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그녀의왼손 (2018년 초판)

저자 - 츠치도 유메

역자 - 손지상

출판사 - 제우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319p



피아노 연주처럼 아름다운 러브 미스터리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우수상 수상작가의 아름답고 달달한 러브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청춘 남녀의 우연한 만남...각자의 가슴에 담긴 말못할 고민과 비밀...모든 고난은 진실한 사랑으로 치유된다?...반전의 결말과 함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같은 은은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라이트노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처럼 누구나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은 따뜻한 작품이었다.



의과대학 5학년에 재학중인 슈는 어릴적 당한 사고의 트라우마로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방황한다. 그날도 수업을 빠지고 의학부 건물 옥상에 누워있던 슈는 우연히 옥상으로 올라온 여성과 마주치게 된다. 교육학과로 가려다 옥상에 올라왔다는 그녀는 슈에게 길안내를 부탁하고, 그녀의 강한 부탁에 함께 동행한다. 21살 사야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알바를 하면서 입시시험을 치고 선생님이 되는게 목표라고 말하고, 느닷없이 슈에게 입시공부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사야카의 저돌적 요구에 무언가에 홀리듯 과외를 수락하고, 그길로 학교 도서관에서 사야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게 된다. 도서관에서 사야카를 자세히 보면서 그녀가 태어날때부터 오른쪽 팔을 아예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환자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에 서서히 끌리게 되고, 결정적으로 비어있는 음악교실에서 왼손만으로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야카의 모습에 홀딱 반해버린다. 그렇게 사야카와 슈의 만남의 횟수는 늘어가는데.....



피에 대한 트라우마로 의사가 될 수 없는 슈와 한손으로 피아노 연주를 꿈꾸는 사야카...이 완벽하지 않은 남녀가 만나 서로의 빈곳을 보완하고 채워주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중 슈와 사야카를 가깝게 만드는 매개체로 피아노가 사용되는데, 언제나 웃는 얼굴로 왼손으로 열정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야카의 모습에 어느 누가 반하지 않으랴...다양한 클래식 연주곡과 그녀의 피아노 연주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어 이 작품이 피아노 관련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연주 장면을 보면서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이 떠올랐다. 하지만 [꿀벌과 천둥]이 피아노 천재들의 정열적인 프로세계를 그리는 반면 이 작품은 장애를 딛고 끈기와 노력으로 성장하려 하는 사야카의 모습을 그리기에 좀 더 애착이 간것 같다.



어쨌던...달달하던 둘사이에 이유모를 균열이 발생되고...전전긍긍하던 슈는 마침내 그녀의 비밀을 알아차린다.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던 둘 사이의 숨겨진 교집합은 무엇일까...남녀의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쌓였던 갈등은 말끔히 해소되고, 진실한 사랑은 더욱 굳건해 진다. 솔직히 비밀은 약간 예상하긴 했지만...미스터리가 전부는 아닌 작품이니까...



나와 그녀의 왼손이 마주쳤을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잠자던 연애감성을 깨우는 달콤한 연애 미스터리...

다친 상처를 감싸 안고 희망을 노래하는 치유계 미스터리 [나와 그녀의 왼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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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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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온다 (2018년 초판)
저자 - 사와무라 이치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4p

 

오랜만에 돌아온 정통 오컬트 호러의 진수

 

나도 봤다!!! 지금 한창 떠오르는 정말 HOT한 공포호러의 진수!!! [보기왕이 온다]!!!!
재작년 [곡성]의 흥행을 시작으로 갑자기 TV안방을 장악한 호러 열풍에 발맞춰 장르문학계에도 걸출한 오컬트 호러 신작이 출간되었다. 장르 작품을 비평하려다 자신이 직접 써보겠다는 생각으로(이건 마치 '김치찌개 식당이 맛없이 내가 차린집'과 같은것 아닌가!!) 작가가 된 '사와무라 이치'의 첫번째 장편소설 이자 출간 즉시 열도에 큰 화제를 부르며 제22회 일본호러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올해 초에 출간됐던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이후로 장르문학계에 이렇다 할 오컬트 호러 소식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의 출간으로 호러 매니아로서 특히 오컬트 공포 덕후로서 반갑기 그지 없는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이 오컬트와 SF를 접목한 퓨전호러라면 이번 신작은 오컬트의 초심으로 돌아간듯 정석의 공포를 보여준다. 뭐랄까..'스즈키 코지'의 [링]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과 공포랄까...



딩동...
울리는 초인종...
집안에는 치매로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어린 소년 히데키뿐...
'누구세요?'
현관으로 달려나간 히데키에게 문밖의 '그것'은 묻는다.
'엄마 계십니까?'
'시즈씨는 계십니까?'
'히사노리 씨는?'
'긴지씨 긴지씨 긴지씨는 계세요? 안에 계시나요?'
긴지...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찾는 불쾌한 목소리와 함께 문밖 뿌연 유리문에는 기괴하도록 길다란 손가락을 가진 손바닥 두개가 붙어있다.


'돌아가!!!!'
치매로 정신이 없는 할아버지의 일갈 이후 문밖의 '그것'은 돌아가고... 


시간은 흘러 어릴적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흐릿해진 어른의 히데키는 아내 '가나'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2살난 딸 '치사'를 키우는 가장이 된다. 하지만 히데키의 주변에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어릴적 겪었던 문밖의 '그것'에 대한 공포가 떠오른다. 그대로 있다간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직감한 히데키는 사방으로 괴이한 존재에 대해 수소문하고, 민속학 교수인 동창을 통해 '그것'이 보기왕이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전승되오는 민간괴담이란 것을 알게 된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산으로 데려간다.


집안에 붙여두었던 부적이 갈기갈기 찢기고, 아내와 아이가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본 히데키는 가족을 위해 보기왕과의 결판을 결심하고, 영매사 마코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결판의 시간.....



문밖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그 부름에 답하는 순간 나의 영혼이 문밖의 존재에게 홀린다는 이야기는 사실 꼬꼬마 시절에 봤던 어린이 괴담집에서 처음 접했을 정도로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누군가 세번 이름을 부르거든 절대로 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국경을 떠나 널리 알려진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는 말인데, 익숙한 괴담의 변주에도 이렇게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공포심을 주는건 우리가 어릴적부터 기억속에 각인된 문밖의 존재,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고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집을 침범하려는 존재에 대한 공포..유년시절 가게에 나가시는 부모님이 내게 절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그 말 속에서 그것이 인간이던 인간이 아니던 누군지 모를 손(guest)에 대한 공포심을 은연중에 전해주었고, 이 작품은 그 잊혀진 기억을 일깨워 준다고 생각한다.



보기왕에게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묻는 히데키에게 영매사 마코토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와 가족들에게 잘 대해주세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과 밝혀지는 진실들...솔직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보기왕이 단란한 히데키의 가정에 찾아온 이유....


'그렇게 엄청난건 부르지 않으면 오지 않아...'


여기서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는 가정의 이면에 주목하게 된다. 나의 가정은 어떤가...항상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건 아닐까?...아내를 배려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보이려 노력하던 내 모습뒤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와 심하게 다투던 모습...부부싸움에 공포를 느끼고 울던 아이들의 모습...업무 스트레스에 퇴근하고 놀자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짜증내던 나의 모습...이런 어두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이내 우리집도 불화와 원망섞인 마음들이 보기왕을 부르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굳건하고 탄탄한 가족앞에 악귀따위가 들어올 여지는 없다. 굳건한 가정에 불화라는 작은 균열을 파고드는 원념이 쌓이고 쌓여 보기왕이라는 강력한 악마를 불러낸다. 물론 작품에서 비춰지는 극단적 가족의 모습은 아니지만, 일상적 행위가 야기하는 공포와 절망의 연쇄작용이 내겐 더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작가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면서 요괴, 귀신, 이야기, 괴담, 만화, 소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기왕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2ch에서 인기를 끌던 괴담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읽어선 안 되는 이야기]에 실려있는 '마비키'와 '쿠네쿠네'이야기이다. 스포가 될것 같아 언급하기 힘들지만 '마비키'는 일본에 실존했던 풍습으로 그 당시의 어렵던 사회상을 반영하기에 보기왕의 탄생 역시 같은 선상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하는 이야기 같다. 또한 후반부 무녀와 보기왕의 본격적인 결판은 강렬한 퇴마액션을 선보이면서 영화나 게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의 균열을 찢어발기면서 심리적으로 옥죄는 심리공포에 신체 절단이라는 하드고어틱한 장면들, 신묘한 능력을 사용하는 영능력자의 액션까지 공포 호러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총망라하는 이유는 이 같은 다양한 매체의 흥행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려 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의 악귀 '부기맨'에서 따온 '보기왕'이란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양의 [컨져링]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비슷한 클리셰를 사용하고 예측이 되는데도 더럽게 무서운...ㅠ_ㅠ...역시 귀신하면 동양귀신...그중에서도 일본귀신이 최고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정말 오랜만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걸작이 나온것 같아 기쁘다.  더불어 12월에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온다]가 기다려진다. 후반부 무녀 VS 보기왕의 대결에 특유의 일본식 뽕끼만 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 같은데..일단 예고편은 잘 뽑아놨던데...설렘반 걱정반이라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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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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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소금처럼그대앞에하얗게쌓인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끝별
출판사 - 해냄
정가 - 14500원
페이지 - 178p


삶과 죽음이 담긴 60편의 시와 단상


생과 사는 떼려야 뗄수없는 관계이다. 약속없는 탄생 뒤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있을뿐.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하나뿐인 일생을 담은 시와 시에 대한 단상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시집이 출간되었다. 여러 시인들이 들려주는 60편의 시에 담긴 인생, 세월, 삶, 나이, 죽음에 대한 글귀들은 하얗게 쌓여만가는 삶이라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빛낸다. 


살면서 정규교육 외에 시집을 읽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것 같다. 평소라면 절대 들춰보지도 않을 시집을 읽게 된건 출판사의 신간 리뷰어로 활동하여 본의아니게 몇십년 만에 시를 접하긴 했지만, 나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면서 여태껏 걸어왔던 삶에 대해, 남아있는 삶에 대해....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시집은 실로 남다르게 다가온것 같다. 짧은 단어와 글귀로 인생이라는 장대하고 기나긴 이야기를 축약하여 들려주는 시라는 장르에,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와 감동을 전해주는 시인들의 센스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다소 어렵고 난해한 시를 한페이지에 알기쉽게 풀어주는 저자 정끝별님의 에세이? 짧막한 단상?도 좋았다.


"늙음과 죽음의 품격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시간에 잘 호응하는가에 달려있다. 시간에 맞게 늙어가는 것, 그것이 비로서 시의성일 것이다. 이 시의성은 말년성과 맞닿아있다. 생물학적이거나 연대기적 후기와 무관하게 시간, 즉 죽음에 임박해서도 의식은 깨어있고 기억은 넘쳐나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 백세시대를 가뿐히 넘어선 이 시대에 그런 진정한 말년을 의기양양하게 꿈꿔본다."


짧고 인상깊었던 시 2편만 소개해 본다.
 


 

이 시는 인터넷인지 TV인지는 모르겠지만 흘러 흘러 먼저 알고 있었던 작품이다. 늙음과 주름...나무의 나이테처럼 깊어가는 주름만큼 얼굴엔 살아온 시간이 새겨지고 노인의 주름진 내천을 바라보며 노인이 살아온 인생을 가늠해 본다. 내천자를 시간과 매치하는 감각...역시 시인의 감성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



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세태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성공을 향해 청춘을 저당잡힌 아이들을 바라보며 써냈을 씁쓸한 감정이 느껴진다. 살기위해 하는 일임에도 죽도록 공부하며 보내는 청춘이 아깝고도 가엽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아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각 주제에 맞는 6가지 챕터와 그 안에 담긴 시속에서 삶의 정답을 찾아나가는 탐구와 사색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한 편의 시와 에세이...하루 잠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갖는건 건강한 인생, 품격있는 죽음을 위한 투자가 아닐까...오랜만에 가진 좋은 시간, 좋은 경험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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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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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힘든긴밤 (2018년 초판)_가제본

저자 - 쯔진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458p



부패에 맞서 싸운 영웅들의 십년간의 기록



'주하오후이', '레이미'와 더불어 중국 추리소설계 3대 인기작가로 뽑히는 '쯔진천'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수학과 교수 옌랑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추리의 왕'시리즈인 이 작품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부패에 찌든 재계, 정치계, 공권력등 거대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신념 하나로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고난의 투쟁을 그리는 작품이다. 파도 파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더러운 부패의 커넥션과 점입가경되는 비열하고 더러운 음모와 술수들은 외로운 영웅들의 고귀한 신념을 꺾어내려 하지만 그럴수록 불타오르는 그들의 정신에 절로 숙연해지는것 같았다. 픽션이지만 일부 중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품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그만큼 강렬하게 다가온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지하철을 타려던 변호사 장차오는 공안검색대에서 검색대원들에게 즉시 체포된다. 트렁크 안에는 알몸의 시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전직 검찰관 장양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차오는 살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속도로 1심 재판에 서게 된다. 별 어려움 없이 장차오의 살인 판결이 나리라 예상했던 검찰과 대중들에게 장차오는 자신이 장양의 살인범이 아니란 폭탄발언을 선언하고...재판정은 충격에 빠진다. 다시 진행된 장차오의 심문과정에서 장차오가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유력한 알리바이가 공개되고, 살인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에 수학과 교수 옌랑은 미궁에 빠진 사건의 해결을 돕기위해 나서고, 장양의 집을 재수색 하는 과정에서 손때묻은 노트 한권을 발견하게 되고...안에는 십년전 핑캉현 초등학교에 임시선생님으로 배치된 허우구이핑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장양 살인사건 뒤에 부패에 맞서 싸운 그들의 십년간의 투쟁의 기록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난데없는 살인사건과 죄를 순순히 자백했던 살인범의 살인부정으로 진술번복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이어서 십년전 허우구이핑의 제자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전개하면서 허우구이핑, 장양의 죽음 뒤에 상상도 못할 거대한 비리의 장막이 도사리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징시의 외곽 핑캉현은 실로 고담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범죄의 현...고담현으로 그려진다. 아직 문명화 되지 못한 농촌의 작은 마을...작은 소학교에 재학하는 소녀들의 얼굴에 드리운 짙은그늘...임신...자살...모두를 경학케 할 진실을 드러내려는 허우구이핑의 고군분투와 그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고에 대한 현의 공안과 나아가 시의 공안들은 시시각각 허우구이핑을 회유와 협박으로 압박한다. 일개 시민으로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이 겹겹이 쌓인 비리의 장벽앞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드러나는 그들의 만행앞에 비탄의 한숨과 끓어오르는 공분을 자아내게 한다.



인기 할리우드 스타의 잠적 이후 불거지는 온갖 사망설들...이후 부여된 천문학적인 추징금...유명인사의 자유마저 철저히 제한하는 폐쇄적인 공산국가...무소불위의 권력자와 눈부신 급성장으로 세계적 부를 거머쥔 사업가의 검은 커넥션은 이런 실제사건과 맞물려 너무나 현실적으로 비춰져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암울하고 숨막히는 세상에 맞서 인생을 걸고 싸워 나가는 장양과 그와 뜻을 함께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십년간의 투쟁은 치열하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중국에서 이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게 웬지 이해가 간다. 기나긴 암흑같은 부패의 늪속처럼 칠흑같이 이어지는 기나긴 밤, 이 어둠을 걷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호연지기는 부패권력의 억압 속에서 숨죽이며 움츠려살던 인민들이 어둠이 겆히고 동트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의 원제 '장야난명' 빛을 보기 힘든 기나긴 밤이라는 뜻이 기나긴 암흑 통치를 비유하는 말이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패척결 의지표명 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사무위원인 저우융캉이 부패혐의로 재산몰수와 직위박탈 사건이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이 작품에 대한 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는듯 하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드러나는 치떨리는 더러운 진실들과 과거(장양)와 현재(옌랑)를 오가며 숨겨진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이 치밀한 논리에 맞춰지면서 강한 몰임갑과 흡인력을 선사한다. 치떨리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공분하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심을 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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