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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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라흐마니노프 (2019년 초판)_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68p



눈으로 듣는 클래식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선율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클래식 미스터리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2막이 올랐다. 데뷔작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등단한 작가의 두번째 격정적 선율이 한국땅에 울리게 되었다. 처음 '온다리쿠'의 클래식 소설 [꿀벌과 천둥]을 통해 음악은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눈으로도 들을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 신비하고 기묘한 경험은 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온다리쿠'와 '나카야마 시치리'의 두작품 모두 클래식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클래식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하고 자리잡게 만든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전편에 이어 천재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는 재등장(외에 다른 캐릭터도 재등장 한다) 하지만 무대는 완전히 뒤바뀐다. 라흐마니노프의 현신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가 학장으로 있는 음악 대학교에 쓰게 아키라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하는 가을 정기공연의 단원을 뽑는 공개 콘테스트가 열린다. 가난한 집안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대학생활을 이어가던 고학생 기도 아키라는 가을 정기공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클래식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바이올린 콘테스트에 임하고 행운이 더해져 원하던 콘서트 마스터 자리를 얻게 된다. 콘서트 마스터와 각 악기의 1주자는 악기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는 가장 좋은 악기를 공연 당일 연주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드디어 불후의 명기 스트라토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연주할 기회가 생겼다고 기뻐하던 기도 아키라에게 청전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오니....악기보관실 속에 있던 스트라토바리우스 첼로가 도난당한 것이다. CCTV확인 결과 도난 당한 첼로가 보관실로 들어간 흔적은 있지만 나온 장면은 없었고, 출입문은 단 하나 밖에 없는...밀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난되기 직전까지 보관실을 드나든 사람은 기도 아키라를 포함해 합주단원 5명뿐....서로에게 불신을 품은 단원들은 단합하지 못하고 연주 또한 중구난방 오합지졸로 변해가고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며 정기연주회는 파국으로 치달아 간다.......이때 나타난 파이노 임시강사 미사키 요스케! 그는 이 연이은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가을 정기연주회에서 콘서트 마스터를 맡은 기도 요스케와 이 연주회를 저지하려는 누군가의 방해공작을 중심 스토리로 이어가면서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클래식 연주자로서 꿈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뼈아픈 현실과 고생담과 미사키 요스케와 만나 극한 상황에서 혼신을 다한 연주로 한층 성장하고 각성하여 오합지졸 단원들을 열정과 끈기로 단합시키는 기도 아키라를 통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같은 공감과 감동의 드라마를 그려낸다.([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답게 두 건의 밀실 미스터리 문제를 던지며 독자를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하고 클래식 소설답게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격정의 연주장면도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이것이 클래식 소설이다! 연주자의 심플한 감정묘사와 클래식 음악용어, 역동적인 악기 연주묘사의 합...몇가지 단어만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연주는 제법 웅장하고 가슴 깊은곳에서 커다란 공명을 이끌어 낸다. 작품속 연주중 나와 가장 큰 공명으로 진동하던 우중(雨中)연주 장면이 뇌리에 남는데, 다소 느닷없는 전개가 뜬금없었지만 폭격이 쏟아붓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합주하는 단원들처럼, 혹은 침몰해가는 타이타닉 호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위해 조용히 합주하던 클래식 단원들의 연주처럼...기도 아키라를 각성시키는 중요한 포인트이자 진정한 뮤지션으로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던 이 연주가 극한상황에서 비장감과 치열함으로 가장 눈부시게 빛났던 한장면이었던것 같다. 


   

기만을 때려 부숴라. 

나태를 짓밟아라. 

불안을 흩뜨려라.

나약함을 날려 버려라.

우아함을 벗어 던지고 팔 전체로 바이올린을 휘두른다.

미사키 선생님도 양손을 폭발하듯 움직이면서 정점에 오르려 하고 있다.


방해꾼은 어디에도 없다.

음악의 영혼이 정점을 노린다.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말을 건네고 선율을 휘감으며 파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숨을 멈춘다.

심장 박동이 선율과 동조한다.

허공을 찌르는 활.

무너지는 건반.

찟어지는 음.

꺼지는 리듬.

그리고 열광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악기가 격렬한 마침표를 찍었다.

순간 의식이 사방에 흩어져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_ 258~259p



텍스트를 통해 울리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의 선율이 격정적 클라이멕스로 심장을 관통하고 그들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일치해져 간다. 어느새 숨을 멈추고 눈으로 그들의 음악을 쫓는사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그들의 연주와 혼연일체 되고, 찢어질듯 활을 키는 아키라의 바이올린과 건반을 망치로 치듯 두드리는 미사키의 피아노 연주가 귓가에 생생히 들려온다. 멈출줄 모르는 두근거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한줄기의 서늘한 감각. 이것이 텍스트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라장조]인가! 아직도 그들의 연주가 옴몸을 타고 흐르며 깊숙이 공명한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내게 작품을 읽으며 귓가에 멤돌던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본인도 모르겠다. 다만 리드미컬한 단어와 단어에 취해 기억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이름모를 클래식 한소절을 소환시켜냈던것 같다. 물론 작품에 언급되는 음악을 알고 본다면, 아니면 실제 음악을 들으며 읽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 소개되는 음악을 전혀 몰라도 그건 그것대로 상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의 귓가에 적당한 음악을 알아서 소환해 줄테니까 말이다. (환청인가...) 이런 작가가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다는건 내겐 작품속 반전보다 더큰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_-;;;



미스터리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기도 아키라가 위기에 처해있을때마다 나타나 최적의 조언을 해주는 미사키 요스케의 명랑발랄한 모습도 극의 경쾌한 요소로 작용하고, 결말부 연주회 방해자의 범인과 방해 이유를 정확히 짚어내는 명탐정 미사키 요스케의 반전 모습 역시 매력적으로 그려지면서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작가의 작품중 아~주 드물게 죽음, 살인, 피가 등장하지 않는 고결한 클래식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편 [언제까지나 쇼팽]에서는 또 어떤 숨겨진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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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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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크로스로드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421p



죽기전까지 한 명이라도 더 죽이리라!

VS

죽기전까지 꼭 잡고 말리라!!



신생출판사 크로스로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굵직한 첫출간작. 바로 '야쿠마루 가쿠'의 [데스미션]이다. 시한부 살인마 VS 시한부 경찰의 목숨을 건 쫓고 쫓기는 대결이라는 설정 그 하나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작가의 이름이 바로 흥행과 연결되는 보증수표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이니 재미와 작품성은 말해 뭣하랴. 그냥 무조건 읽으면 되는거다!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을 얻고 호화스러운 멘션에서 유유자적하던 삼십대 청년 사카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추악한 욕망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것은 성행위 도중 상대여성을 목졸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이다. 이 욕망 때문에 대학교때 만나 교제했던 첫사랑 스미노와 헤어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위해 부단히 살인충동과 싸워나간다. 시간은 흘러 스미노와 사카키는 재회하고, 아직 둘사이에 미련이 있음을 서로 깨닫는다. 그런데 살인충동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사카키에게 느닷없이 내려진 위암말기 선고...남은 시간은 불과 몇 달...이 사형선고에 사카키는 환희에 찬다. 드디어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사회적 규범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살인을 실행한 사카키는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충만감을 느끼는데....


아내가 죽던날도 살인범을 쫓느라 가는길을 지켜보지 못한 진성 열혈 형사 아오이는 신출내기 신입 야베와 파트너가 되어 액사로 발견된 여성의 시체를 수사한다. 나이트 죽순이였던 여성의 주변을 샅샅이 탐문하던중 두번째 시체가 발견되고, 일반 살인사건에서 연쇄살인사건으로 수사본부가 재편성된다. 이에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 하지만  탐문에 유독 체력이 떨어지는것을 느낀 아오이는 병원을 찾고, 위암말기를 선고 받는다. 자신이 죽고나면 홀로 남게될 두 자식들이 눈에 밟히지만 지금 수사하는 연쇄살인범을 꼭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아오이는 남아있는 생명을 태우며 범인에게 근접해 가는데.....



사실 이렇게 대놓고 광기에 휘둘리는 연쇄 살인마와 열혈 경찰의 대결을, 그것도 죽어야 하는 남자들이란 부제를 달고 시작하는 작품은 독자들의 기대치를 처음부터 높여놓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가져오는데 개인적으론 그 한껏 오른 기대치를 거의 전부 충족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말로 작품을 읽으며 형사 뿐만아니라 살인범까지 목숨을 불사지르고 있다는 그 일분 일초의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숨이차고, 음료수 뚜껑조차 따지 못할 정도로 죽음을 앞둔 이들이 그토록 자신들의 목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카키의 경우 처음엔 섹스중 목을 조르는 행위로 쾌감을 느끼는 '아스피시오필리아' 즉 질식기호증의 상대적 기호가 성애로 발현되 집착하고 그로인하여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첫 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충동이 섹스와 연관된 것이 아닌 살인을 저지르는것 그 자체에서 성적 쾌락을 얻는 '에로토포노필리아' 증후군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목을 조르는 행위와 살인충동 사이에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이 사카키에 대한 비밀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결말까지 안고 가는 핵심이야기로 배치된다. 사실 일반적으로 변태성욕을 가진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에서 살인마가 어떻게 변태성욕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변태 성욕을 갖게된 배경보다는 살인마와 이를 쫓는 경찰의 추적을 중심으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이 작품은 확실히 살인범과 형사의 마지막 대결이라는 설정 답게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비중을 살인범 사카키에게 할당한다. 여성을 목졸라 죽일때마다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의 파편이 떠오르는 사카키....그 기억속 퍼즐이 모두 맞춰졌을때 자신의 충동적 살의에 대한 참혹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살인범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상성애와 살의에 대한 사이코 드라마가 이작품의 첫번째 재미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불독같은 끈질김으로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범인을 쫓는 형사 아오이와 취직난에 허덕이다 그저 취직하려고 원서를 내고 경찰이 되버린 신출내기 경찰 야배와의 케미가 두번째 재미요소이다. 이젠 클리셰 처럼 익숙해진 열혈경찰물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이 설정은 아오이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절박함과 몰입감을 베가시키는데,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범인을 잡는데 소모하는 아오이의 모습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던 야배가 결국 아오이의 열정에 동화되어 조금씩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게 되는 성장스토리가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뜨겁게 지펴놓는다. 결말로 치달으면서 극한의 고통속에서도, 의식이 멀어져 가면서도 범인을 잡기위해 힘을 짜내는 아오이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ㅠ_ㅠ 독자까지 불태워버리는 이런 열정이 진정한 열혈형사물의 재미 아니겠는가.... 



확실히 죽음의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들을 보며 뜨거워 질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극한의 재미로 끌고가는건 작가의 거침없는 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살인범 사카키와 형사 아오이 두 주역뿐만 아니라 신참 야배를 비롯해 아오이의 자식들까지 주변 캐릭터 하나 하나 전부다 각자의 사연을 만들고 스토리를 이어가니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캐릭터는 모두 생생하게 살아숨쉰다. 제목만큼이나 죽이게 재미있다. 지금껏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중 단 세편의 작품밖에 읽지 못했지만 매번 읽을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였고, 이번 작품 역시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강렬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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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디자이너를 위한 신박한 요괴자료집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 4
김수용 지음 / 들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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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세계디자이너를위한신박한요괴자료집 (2019년 초판)

저자 - 김수용

출판사 - 들녘

정가 - 23000원

페이지 - 440p



요괴? 동서양 가릴것 없이 전부 내 밑으로 집결!!



그동안 요괴도감 하면 정식출판이건 개인출판(텀블벅)이던 (가능한한) 가릴것 없이 수집하고 있는데, 근래 출간된 요괴도감중 가장 눈에 띄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자료집이 출간되었다. [이세계 디자니어를 위한 신박한 요괴 자료집]....제목은 좀 길긴 한데 -_-;; 근래 선풍적으로 유행하는 이세계물 소위 이공깽(이세계에 공간이동해서 깽판침) 물을 위한 소설, 게임 시나리오? 혹은 게임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료집이라고 해야하나?...이렇게 이야기하면 단순히 판타지로 대표되는 서양 판타지 계열의 드래곤 같은 몬스터들만 주루룩 있을것 같지만 조금만 살펴봐도 이 책에 실린 크리처들이 얼마나 방대하고 충실한 고증에 의해 쓰여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게임, 애니메이션 아트 디렉터로 일한 작가는 이 자료집을 위해 [그리스 로마신화 인물백과], [한국민속신앙사전], [문화원형백과 인귀세상], [종교학 대사전] 등등 다양한 참고문헌을 섭렵하여 이세계 주민 200종을 선별하여 실어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이세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판타지세계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세계(異世界) 말그대로 현실과는 또다른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다른 세계에는 판타지속 히드라, 드래곤을 비롯한 다양한 요정과 정령들이 살아 숨쉬고, 죽지못한 해골들이 살아 움직이는 언데드, 좀비와 뱀파이어등 서양의 몬스터도 공존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 처녀귀신, 몽달귀신 같은 귀신도 존재하는 세계이다. 바꿔말해 서양의 몬스터, 동서양의 귀신과 요괴, 신화속 신들과 몬스터, 판타지 세계의 크리쳐들, 악마와 악귀 더불어 신비한 동식물까지....경계를 허물고 모든 이세계물을 총망라하는...ㄷㄷㄷ 명실공한 최강 이세계 도감인 것이다.  



다양한 요괴들을 접할 수 있는 메리트도 메리트지만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삽화이다. 지금껏 국내에서 출간된 요괴도감들을 소개하면서 빠짐없이 언급한 말이 있는데, 바로 요괴들의 삽화가 빈약하고 아쉽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본 요괴도감은 예외이다. 비단 본인이 니뽄우월주의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그림들을 놓고 비교해 보면 단박에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_-;;;)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요괴 그림들은 지금껏 봐왔던 요괴도감들중 그래도 가장 높은 퀄리티의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색있는 그림도 그림이거니와 한국 도깨비엔 뿔이 없는 특징을 그대로 살려낸 충실한 고증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덜트 버젼과 함께 실린 귀여운 2D버전은 보너스로 생각하면서 각 요괴에 얽힌 사연과 각 요괴들의 체력, 공격력 등의 자세한 스탯 그래프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좋은 설정자료로 손색없을듯 하다. 



그냥 한페이지, 한페이지 신박한 요괴들의 그림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이세계로 워프하여 떨어진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시간이 순삭되는 신묘한 경험...ㄷㄷㄷ 요괴덕후 뿐만 아니라 판타지, 신화, 이세계, 몬스터 덕후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최강 자료집으로 강려크하게 추천하면서...무조건 소장각!




[왼쪽쪽엔 설명과 스탯 그래프, 오른엔 컬러 도감이 실려있는 구성]



[자세한 캐릭터 설명과 스탯그래프]



[신비아파트에서도 등장했던 어둑시니다.]



[이 처자...사일런트 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걸 본 것 같은데...-_-]



[이렇게 요괴 컬렉션이 또 하나 느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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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두부모서리에머리를부딪혀죽은사건 (2019년 초판)

저자 - 구라치 준

역자 - 김윤수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7p



전대미문의 살인사건!!!



"나도 처음부터 그것이 걸렸다. 

시체의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하얀 것이 산산조각 나서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두부다.

앞으로 쓰러진 시체와 그 주변에 흩어진 두부. 

게다가 시체의 후두부에는 사각 물체의 모서리로 구타한 상처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_157p



포동포동한 두부 모서리로 뒷통수를 쪼개다니...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은 머리를 쪼갤 수 있는 흉기가 전혀 없는 밀실...여지껏 만나본적 없는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_-



[머리를 깨트릴 날카로운 흉기는 전혀 없는 밀실 연구실...]



이야미스, 바카미스, SF, 정통추리, 밀실살인, 코지미스터리, 미스터리...이 모든 장르의 미스터리가 한번에 담긴 이상야릇한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다른건 다 알겠는데 바카미스는 뭐냐?...찾아보니 '말도 안되는 의외성이 있는 트릭을 사용하거나 설정이 황당무계하여 웃음이 나는 미스터리'란다. 다른 미스터리 단편집을 읽었을때 뭐이딴 말도안되는 트릭이 다있냐며 황당해 했던 작품이 바로 의도적으로 노리고 쓴 바카미스 였나보다. -_-;; (이렇게 또 하나 알아가는구나...) 어찌됐던...표제작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외에도 정통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기기괴괴 미묘한 다섯 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단편집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다. 



1. ABC사건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속이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게 다다.' _9p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전부 도박에 탕진하고 동생에게 손을 벌렸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단다는 전국에 열풍처럼 부는 묻지마 살인에 편승해 동생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 이야미스 단편으로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살의, 이를 조롱하는 넷상의 채팅들이 기분 더럽게 만드는 단편이다. 그와는 별개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떠오르게 만드는 살인 트릭과 이 모두를 비웃듯 벌어지는 황당한 결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2. 사내 편애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은 회사생활 전체를 뒤바꿔 버렸다. 평가, 진급, 적성, 심지어 입사와 퇴사까지 사내 인사를 총괄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내문화를 창조해낸다. 이 복잡한 시스템도 헛점이 있으니, 수만분의 일로 인공지능에 버그가 발생되는데 그 버그가 사내 편애이니....

- SF 단편으로 코믹한 미래의 회사생활을 그려낸다. 회사를 옮기고 싶을땐 이직 후 퇴사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는 작품


  

3.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빌라에서 반듯이 누운채 발견된 소녀의 시체 한구, 외상하나 없이 목이 졸려 교살된 살인사건이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은 시신의 입에 꽂힌 길고 하얀 대파 한대와 시신의 머리위에 있던 케이크 세 개 때문이다. 과연 이 파와 케이크의 의미는 무엇인가?...

- 때때로 살인마의 독특한 시그니처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단편의 엽기적 시그니처 역시 그 의도를 궁금케 한다. 그와는 별개로 살인범의 이 독특한 표식을 정확하게 예측한 경찰이 있다면...이 경찰은 살인마의 엽기적인 심리를 꿰뚫고 있다고 볼 수 있는건지, 아니면 경찰 역시 비뚤어진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건지....



4. 밤을 보는 고양이

오랜만에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할머니와 고양이 단둘이 사는 시골집에서 유유자적 휴가를 보내는 손녀는 손녀가 온 날부터 밤마다 뚫어지게 한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내리 4일째 벽을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집밖으로 나간 손녀는....

- 코지미스터리 단편. 벽을 응시하는 고양이에게 보인 것은....귀...귀신?....



5.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때는 2차 세계대전. 일본군의 패색이 짙어가던중 이를 뒤집기 위해 비밀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밀실 같은 방에서 1인 8시간씩 교대로 자전거 패달을 돌리던 나는 아침 교대로 실험실 문을 여는 순간 쓰러져 있는 동기를 발견한다....

- SF 미스터리 장르. 다소 황당한 설정과 비약에 가까운 트릭....이 단편이야 말로 바카미스라고 생각했는데....작품에서 제시하는 밀실 연구실과 이들이 연구하는 순간이동 장치는 독자의 열린사고를 제한하는 장치였으니...-_-;;; 한마디로 작가의 농간에 당한 것이다...



6.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신소재 연구자료를 받기위해 연구소를 찾은 의류회사 개발직원 하마오카는 연구소에서 우연히 연구소 개발상품의 홍보영상을 찍던 학교선배 네코마루와 만난다. 인형옷에 탈을쓴 네코마루는 하마오카의 업무에 단순 호기심으로 동행하기로 한다. 하마오카는 연구실장에게서 중요 정보가 든 USB 칩을 건네받고 연구소 직원들과 밖으로 나가던 도중 전면에 폐쇄된 연구소 건물 창가에서 하얀옷을 입은 누군가를 목격했다는 연구실장의 말에 함께 있던 다섯 명 모두 폐쇄 연구동을 수색하기로 한다. 출입구를 지키는 하마오카 외에 네 명이 각 층마다 수색하기로 하고 건물에 들어간지 한참...기다려도 아무도 보지이 않아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하마오카는 뒷통수에 다량의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연구실장을 발견한다. 그의 곁에 나뒹구는 양동이와 젖은 바닥 그리고 그가 쥐고 있던 500엔 동전.....과연 연구실장을 살해하려던 범인은 누구인가?!!!!

- 정통 미스터리 장르로 중편 분량의 작품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어서 몰랐는데, 작가가 시리즈로 쓰고 있는 네코마루 시리즈의 외전겪 작품이라고 한다. 비실비실 엉뚱한 행동과 언변 그러나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단정짓는 매력적인 캐릭터 였다. 그와는 별개로 본인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는 트릭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떨지....



어려운 본격이나 무거운 사회파와는 달리 초심자도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가벼운 미스터리 단편집이었다. '구라치 준'의 날카로운 재치와 유머, 통통튀는 위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달까...다소 억지스럽고 말같지도 않은 결말이 황당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런 황당함 조차 의도적이었다면 그 황당함도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가 되는거아니겠는가...어쨌던 이 트릭을 납득하던, 납득하지 못하던 어디까지나 개인의 케바케 호불호이니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는걸로....개인적으론 이런 불공정한 부조리함이 신박한 엉뚱함으로 다가오는 개취작품집이었던것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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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안전한나의집 (2019년 초판)

저자 - 정윤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87p



비명과 고통이 흐르는 안전한 나의 집



재미한인이 영어로 써낸 스릴러 작품이 미국 본토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되 나왔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재미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씨네 편의점]이란 미드가 인기를 끌고 시즌을 이어가는걸 보면서 타국인들의 눈으로본 한국적 정서와 양식이 생소하고 신기하게 보인다는것을 깨닫게된다. 이 작품 역시 장르는 다르지만 작품속 재미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와 미국적 정서가 맞물리면서 그들에겐 색다르게 보여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집안의 분란을 담장 너머로 들리지 않게 쉬쉬하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전통적 가부장적 가족관계를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진 모르겠다. 다만 타국에서 그들의 냉대와 차별을 극복하고 그 땅에 자리잡기 위해 모든걸 내려놓고 묵묵히 참아야 했던 1세대 한인들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았을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행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재미한인 2세대 서른 다섯 대학교수 경은 아내 질리언과 아들 이선과 함께 어려운 형편이지만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집을 내놓기 위해 부동산 관계자가 경의 집을 찾아온 그날 창문 밖에 저멀리 숲속에서 알몸의 여성이 맨발로 걸어나온는 것을 발견한 경은 이내 그 알몸여성이 자신의 어머니 매라는것을 깨닫는다. 서둘러 뛰쳐나간 경은 어머니의 몸에 심하게 구타를 당한 흔적들을 발견하고 다혈질 아버지가 저지른 폭력이라 생각한 경은 어머니를 집에 모셔놓고 경찰로 재직중인 아내의 장인과 함께 근처 부모님 집을 찾아간다. 엉망이 되버린 집안....그리고 의자에 묶인채 피를 흘리고 있는 아버지....침대에 널부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가정부....그리고 발견된 시체 한구.....그날 부모님 집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누구보다 안전하고 아늑한 나의 집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비극....굳게 닫혀버린 대문 안에서 어떤 고통과 비명이 들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안전한 나의 집]이 갖는 폐쇄성이 한 집안의 구성원들을,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들까지 산산조각 부숴버린다. 사실 처음 전개되는 도입부만 봤을땐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집안에 괴한들의 침입으로 평화가 깨져버리고 부모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괴한을 아들이 끈질기게 추적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노크], [퍼니게임] 같이 미국 영화도로 많이 제작된 낯선이의 방문 그리고 꽁꽁 묶인 가족이 차례차례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류의 스릴러 말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초반부 끔찍했던 그날의 진실이 드러난 뒤에는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입은 부모님들을 어쩔 수 없이 경의 집에 모셔놓고 부모님과 아들내외의 어색한 동거생활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_- 그런데....이 가족들.....분위기가 상당히 묘하다. 아니 묘하다기 보단 뭔가 불쾌하고 불편한 껄끄러운 분위기랄까...그 불편함의 중심에 애써 잊으려 했던 어릴적 사건을 떠올린 경이 있다.



남들이 존경하는 성공한 교수지만 집안에서는 엄하고 완벽주의적인 전형적 가부장적 아버지 '진'

이웃들에겐 따뜻하고 친절한 여성으로, 남편 진의 말엔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전형적 한국적 아내 '매'

밖에서는 세상 행복한척 연기하고, 집안에서는 숨막히는 긴장을 연출하는 부모를 보고 성장한 아들 '경'  



이들의 불편한 동거 뒤에 곪을대로 곪아있던 상처가 터져버리고 안전한 나의 집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진실이, 그리고 괴한들이 찾아온 그날의 끔찍한 진실이 반전으로 돌아온다. 사실 친구들에겐 그리도 친절하면서 자식에겐 무뚝뚝하기만한 부모님의 이중적인 모습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미국인 경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으리라. 더군다나 단란한 아내의 처가를 보면서 느꼈을 괴리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여 그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들과 일탈적 행동, 패륜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아늑한 집이라는 공간을 끔찍한 공간으로 반전시키는 역설이 참혹함을 부각시키고,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중반부를 절제된 문장과 경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집안에서 발생하는 전혀다른 타인의 폭력, 그리고 가족간의 폭력이 이야기의 끝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작용하면서 앞선 복선들을 되짚게 만들고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면초가의 상황이 깊고 어두운 암울속으로 끌어내린다. 앞서도 말했지만 굉장히 한국적인 가족의 정서를 낯선 타국에 끌어다 놓고 여기에 한인사회의 독특한 요소와 유색인종으로 경험했던 차별들을 믹스하여 불안감과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건 그런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설음 때문인것도 같다. 비명과 고통이 흐르는 안전한 나의 집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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