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크로스로드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421p



죽기전까지 한 명이라도 더 죽이리라!

VS

죽기전까지 꼭 잡고 말리라!!



신생출판사 크로스로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굵직한 첫출간작. 바로 '야쿠마루 가쿠'의 [데스미션]이다. 시한부 살인마 VS 시한부 경찰의 목숨을 건 쫓고 쫓기는 대결이라는 설정 그 하나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작가의 이름이 바로 흥행과 연결되는 보증수표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이니 재미와 작품성은 말해 뭣하랴. 그냥 무조건 읽으면 되는거다!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을 얻고 호화스러운 멘션에서 유유자적하던 삼십대 청년 사카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추악한 욕망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것은 성행위 도중 상대여성을 목졸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이다. 이 욕망 때문에 대학교때 만나 교제했던 첫사랑 스미노와 헤어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위해 부단히 살인충동과 싸워나간다. 시간은 흘러 스미노와 사카키는 재회하고, 아직 둘사이에 미련이 있음을 서로 깨닫는다. 그런데 살인충동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사카키에게 느닷없이 내려진 위암말기 선고...남은 시간은 불과 몇 달...이 사형선고에 사카키는 환희에 찬다. 드디어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사회적 규범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살인을 실행한 사카키는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충만감을 느끼는데....


아내가 죽던날도 살인범을 쫓느라 가는길을 지켜보지 못한 진성 열혈 형사 아오이는 신출내기 신입 야베와 파트너가 되어 액사로 발견된 여성의 시체를 수사한다. 나이트 죽순이였던 여성의 주변을 샅샅이 탐문하던중 두번째 시체가 발견되고, 일반 살인사건에서 연쇄살인사건으로 수사본부가 재편성된다. 이에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 하지만  탐문에 유독 체력이 떨어지는것을 느낀 아오이는 병원을 찾고, 위암말기를 선고 받는다. 자신이 죽고나면 홀로 남게될 두 자식들이 눈에 밟히지만 지금 수사하는 연쇄살인범을 꼭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아오이는 남아있는 생명을 태우며 범인에게 근접해 가는데.....



사실 이렇게 대놓고 광기에 휘둘리는 연쇄 살인마와 열혈 경찰의 대결을, 그것도 죽어야 하는 남자들이란 부제를 달고 시작하는 작품은 독자들의 기대치를 처음부터 높여놓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가져오는데 개인적으론 그 한껏 오른 기대치를 거의 전부 충족시켜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말로 작품을 읽으며 형사 뿐만아니라 살인범까지 목숨을 불사지르고 있다는 그 일분 일초의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숨이차고, 음료수 뚜껑조차 따지 못할 정도로 죽음을 앞둔 이들이 그토록 자신들의 목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카키의 경우 처음엔 섹스중 목을 조르는 행위로 쾌감을 느끼는 '아스피시오필리아' 즉 질식기호증의 상대적 기호가 성애로 발현되 집착하고 그로인하여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다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첫 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충동이 섹스와 연관된 것이 아닌 살인을 저지르는것 그 자체에서 성적 쾌락을 얻는 '에로토포노필리아' 증후군이란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목을 조르는 행위와 살인충동 사이에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이 사카키에 대한 비밀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결말까지 안고 가는 핵심이야기로 배치된다. 사실 일반적으로 변태성욕을 가진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에서 살인마가 어떻게 변태성욕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변태 성욕을 갖게된 배경보다는 살인마와 이를 쫓는 경찰의 추적을 중심으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이 작품은 확실히 살인범과 형사의 마지막 대결이라는 설정 답게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비중을 살인범 사카키에게 할당한다. 여성을 목졸라 죽일때마다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의 파편이 떠오르는 사카키....그 기억속 퍼즐이 모두 맞춰졌을때 자신의 충동적 살의에 대한 참혹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살인범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상성애와 살의에 대한 사이코 드라마가 이작품의 첫번째 재미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불독같은 끈질김으로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범인을 쫓는 형사 아오이와 취직난에 허덕이다 그저 취직하려고 원서를 내고 경찰이 되버린 신출내기 경찰 야배와의 케미가 두번째 재미요소이다. 이젠 클리셰 처럼 익숙해진 열혈경찰물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이 설정은 아오이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절박함과 몰입감을 베가시키는데,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범인을 잡는데 소모하는 아오이의 모습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던 야배가 결국 아오이의 열정에 동화되어 조금씩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게 되는 성장스토리가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뜨겁게 지펴놓는다. 결말로 치달으면서 극한의 고통속에서도, 의식이 멀어져 가면서도 범인을 잡기위해 힘을 짜내는 아오이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ㅠ_ㅠ 독자까지 불태워버리는 이런 열정이 진정한 열혈형사물의 재미 아니겠는가.... 



확실히 죽음의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들을 보며 뜨거워 질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극한의 재미로 끌고가는건 작가의 거침없는 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살인범 사카키와 형사 아오이 두 주역뿐만 아니라 신참 야배를 비롯해 아오이의 자식들까지 주변 캐릭터 하나 하나 전부다 각자의 사연을 만들고 스토리를 이어가니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캐릭터는 모두 생생하게 살아숨쉰다. 제목만큼이나 죽이게 재미있다. 지금껏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중 단 세편의 작품밖에 읽지 못했지만 매번 읽을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였고, 이번 작품 역시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강렬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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