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두부모서리에머리를부딪혀죽은사건 (2019년 초판)
저자 - 구라치 준
역자 - 김윤수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7p
전대미문의 살인사건!!!
"나도 처음부터 그것이 걸렸다.
시체의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하얀 것이 산산조각 나서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두부다.
앞으로 쓰러진 시체와 그 주변에 흩어진 두부.
게다가 시체의 후두부에는 사각 물체의 모서리로 구타한 상처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_157p
포동포동한 두부 모서리로 뒷통수를 쪼개다니...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은 머리를 쪼갤 수 있는 흉기가 전혀 없는 밀실...여지껏 만나본적 없는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_-
[머리를 깨트릴 날카로운 흉기는 전혀 없는 밀실 연구실...]
이야미스, 바카미스, SF, 정통추리, 밀실살인, 코지미스터리, 미스터리...이 모든 장르의 미스터리가 한번에 담긴 이상야릇한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다른건 다 알겠는데 바카미스는 뭐냐?...찾아보니 '말도 안되는 의외성이 있는 트릭을 사용하거나 설정이 황당무계하여 웃음이 나는 미스터리'란다. 다른 미스터리 단편집을 읽었을때 뭐이딴 말도안되는 트릭이 다있냐며 황당해 했던 작품이 바로 의도적으로 노리고 쓴 바카미스 였나보다. -_-;; (이렇게 또 하나 알아가는구나...) 어찌됐던...표제작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외에도 정통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기기괴괴 미묘한 다섯 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단편집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다.
1. ABC사건
'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속이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게 다다.' _9p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전부 도박에 탕진하고 동생에게 손을 벌렸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단다는 전국에 열풍처럼 부는 묻지마 살인에 편승해 동생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 이야미스 단편으로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살의, 이를 조롱하는 넷상의 채팅들이 기분 더럽게 만드는 단편이다. 그와는 별개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떠오르게 만드는 살인 트릭과 이 모두를 비웃듯 벌어지는 황당한 결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2. 사내 편애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은 회사생활 전체를 뒤바꿔 버렸다. 평가, 진급, 적성, 심지어 입사와 퇴사까지 사내 인사를 총괄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내문화를 창조해낸다. 이 복잡한 시스템도 헛점이 있으니, 수만분의 일로 인공지능에 버그가 발생되는데 그 버그가 사내 편애이니....
- SF 단편으로 코믹한 미래의 회사생활을 그려낸다. 회사를 옮기고 싶을땐 이직 후 퇴사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는 작품
3.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빌라에서 반듯이 누운채 발견된 소녀의 시체 한구, 외상하나 없이 목이 졸려 교살된 살인사건이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은 시신의 입에 꽂힌 길고 하얀 대파 한대와 시신의 머리위에 있던 케이크 세 개 때문이다. 과연 이 파와 케이크의 의미는 무엇인가?...
- 때때로 살인마의 독특한 시그니처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단편의 엽기적 시그니처 역시 그 의도를 궁금케 한다. 그와는 별개로 살인범의 이 독특한 표식을 정확하게 예측한 경찰이 있다면...이 경찰은 살인마의 엽기적인 심리를 꿰뚫고 있다고 볼 수 있는건지, 아니면 경찰 역시 비뚤어진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건지....
4. 밤을 보는 고양이
오랜만에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할머니와 고양이 단둘이 사는 시골집에서 유유자적 휴가를 보내는 손녀는 손녀가 온 날부터 밤마다 뚫어지게 한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내리 4일째 벽을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집밖으로 나간 손녀는....
- 코지미스터리 단편. 벽을 응시하는 고양이에게 보인 것은....귀...귀신?....
5.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때는 2차 세계대전. 일본군의 패색이 짙어가던중 이를 뒤집기 위해 비밀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밀실 같은 방에서 1인 8시간씩 교대로 자전거 패달을 돌리던 나는 아침 교대로 실험실 문을 여는 순간 쓰러져 있는 동기를 발견한다....
- SF 미스터리 장르. 다소 황당한 설정과 비약에 가까운 트릭....이 단편이야 말로 바카미스라고 생각했는데....작품에서 제시하는 밀실 연구실과 이들이 연구하는 순간이동 장치는 독자의 열린사고를 제한하는 장치였으니...-_-;;; 한마디로 작가의 농간에 당한 것이다...
6.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신소재 연구자료를 받기위해 연구소를 찾은 의류회사 개발직원 하마오카는 연구소에서 우연히 연구소 개발상품의 홍보영상을 찍던 학교선배 네코마루와 만난다. 인형옷에 탈을쓴 네코마루는 하마오카의 업무에 단순 호기심으로 동행하기로 한다. 하마오카는 연구실장에게서 중요 정보가 든 USB 칩을 건네받고 연구소 직원들과 밖으로 나가던 도중 전면에 폐쇄된 연구소 건물 창가에서 하얀옷을 입은 누군가를 목격했다는 연구실장의 말에 함께 있던 다섯 명 모두 폐쇄 연구동을 수색하기로 한다. 출입구를 지키는 하마오카 외에 네 명이 각 층마다 수색하기로 하고 건물에 들어간지 한참...기다려도 아무도 보지이 않아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하마오카는 뒷통수에 다량의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연구실장을 발견한다. 그의 곁에 나뒹구는 양동이와 젖은 바닥 그리고 그가 쥐고 있던 500엔 동전.....과연 연구실장을 살해하려던 범인은 누구인가?!!!!
- 정통 미스터리 장르로 중편 분량의 작품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어서 몰랐는데, 작가가 시리즈로 쓰고 있는 네코마루 시리즈의 외전겪 작품이라고 한다. 비실비실 엉뚱한 행동과 언변 그러나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단정짓는 매력적인 캐릭터 였다. 그와는 별개로 본인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는 트릭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떨지....
어려운 본격이나 무거운 사회파와는 달리 초심자도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가벼운 미스터리 단편집이었다. '구라치 준'의 날카로운 재치와 유머, 통통튀는 위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달까...다소 억지스럽고 말같지도 않은 결말이 황당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런 황당함 조차 의도적이었다면 그 황당함도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가 되는거아니겠는가...어쨌던 이 트릭을 납득하던, 납득하지 못하던 어디까지나 개인의 케바케 호불호이니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는걸로....개인적으론 이런 불공정한 부조리함이 신박한 엉뚱함으로 다가오는 개취작품집이었던것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