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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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라흐마니노프 (2019년 초판)_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68p



눈으로 듣는 클래식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선율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클래식 미스터리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2막이 올랐다. 데뷔작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등단한 작가의 두번째 격정적 선율이 한국땅에 울리게 되었다. 처음 '온다리쿠'의 클래식 소설 [꿀벌과 천둥]을 통해 음악은 귀로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눈으로도 들을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 신비하고 기묘한 경험은 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온다리쿠'와 '나카야마 시치리'의 두작품 모두 클래식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클래식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하고 자리잡게 만든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전편에 이어 천재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는 재등장(외에 다른 캐릭터도 재등장 한다) 하지만 무대는 완전히 뒤바뀐다. 라흐마니노프의 현신이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가 학장으로 있는 음악 대학교에 쓰게 아키라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하는 가을 정기공연의 단원을 뽑는 공개 콘테스트가 열린다. 가난한 집안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대학생활을 이어가던 고학생 기도 아키라는 가을 정기공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클래식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바이올린 콘테스트에 임하고 행운이 더해져 원하던 콘서트 마스터 자리를 얻게 된다. 콘서트 마스터와 각 악기의 1주자는 악기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는 가장 좋은 악기를 공연 당일 연주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드디어 불후의 명기 스트라토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연주할 기회가 생겼다고 기뻐하던 기도 아키라에게 청전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오니....악기보관실 속에 있던 스트라토바리우스 첼로가 도난당한 것이다. CCTV확인 결과 도난 당한 첼로가 보관실로 들어간 흔적은 있지만 나온 장면은 없었고, 출입문은 단 하나 밖에 없는...밀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난되기 직전까지 보관실을 드나든 사람은 기도 아키라를 포함해 합주단원 5명뿐....서로에게 불신을 품은 단원들은 단합하지 못하고 연주 또한 중구난방 오합지졸로 변해가고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며 정기연주회는 파국으로 치달아 간다.......이때 나타난 파이노 임시강사 미사키 요스케! 그는 이 연이은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가을 정기연주회에서 콘서트 마스터를 맡은 기도 요스케와 이 연주회를 저지하려는 누군가의 방해공작을 중심 스토리로 이어가면서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클래식 연주자로서 꿈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뼈아픈 현실과 고생담과 미사키 요스케와 만나 극한 상황에서 혼신을 다한 연주로 한층 성장하고 각성하여 오합지졸 단원들을 열정과 끈기로 단합시키는 기도 아키라를 통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같은 공감과 감동의 드라마를 그려낸다.([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답게 두 건의 밀실 미스터리 문제를 던지며 독자를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하고 클래식 소설답게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격정의 연주장면도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이것이 클래식 소설이다! 연주자의 심플한 감정묘사와 클래식 음악용어, 역동적인 악기 연주묘사의 합...몇가지 단어만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연주는 제법 웅장하고 가슴 깊은곳에서 커다란 공명을 이끌어 낸다. 작품속 연주중 나와 가장 큰 공명으로 진동하던 우중(雨中)연주 장면이 뇌리에 남는데, 다소 느닷없는 전개가 뜬금없었지만 폭격이 쏟아붓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합주하는 단원들처럼, 혹은 침몰해가는 타이타닉 호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혼란에 빠진 승객들을 위해 조용히 합주하던 클래식 단원들의 연주처럼...기도 아키라를 각성시키는 중요한 포인트이자 진정한 뮤지션으로 한층 성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던 이 연주가 극한상황에서 비장감과 치열함으로 가장 눈부시게 빛났던 한장면이었던것 같다. 


   

기만을 때려 부숴라. 

나태를 짓밟아라. 

불안을 흩뜨려라.

나약함을 날려 버려라.

우아함을 벗어 던지고 팔 전체로 바이올린을 휘두른다.

미사키 선생님도 양손을 폭발하듯 움직이면서 정점에 오르려 하고 있다.


방해꾼은 어디에도 없다.

음악의 영혼이 정점을 노린다.

두려울 건 아무것도 없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말을 건네고 선율을 휘감으며 파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숨을 멈춘다.

심장 박동이 선율과 동조한다.

허공을 찌르는 활.

무너지는 건반.

찟어지는 음.

꺼지는 리듬.

그리고 열광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악기가 격렬한 마침표를 찍었다.

순간 의식이 사방에 흩어져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_ 258~259p



텍스트를 통해 울리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의 선율이 격정적 클라이멕스로 심장을 관통하고 그들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일치해져 간다. 어느새 숨을 멈추고 눈으로 그들의 음악을 쫓는사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그들의 연주와 혼연일체 되고, 찢어질듯 활을 키는 아키라의 바이올린과 건반을 망치로 치듯 두드리는 미사키의 피아노 연주가 귓가에 생생히 들려온다. 멈출줄 모르는 두근거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한줄기의 서늘한 감각. 이것이 텍스트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라장조]인가! 아직도 그들의 연주가 옴몸을 타고 흐르며 깊숙이 공명한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내게 작품을 읽으며 귓가에 멤돌던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본인도 모르겠다. 다만 리드미컬한 단어와 단어에 취해 기억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이름모를 클래식 한소절을 소환시켜냈던것 같다. 물론 작품에 언급되는 음악을 알고 본다면, 아니면 실제 음악을 들으며 읽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에 소개되는 음악을 전혀 몰라도 그건 그것대로 상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의 귓가에 적당한 음악을 알아서 소환해 줄테니까 말이다. (환청인가...) 이런 작가가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다는건 내겐 작품속 반전보다 더큰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_-;;;



미스터리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기도 아키라가 위기에 처해있을때마다 나타나 최적의 조언을 해주는 미사키 요스케의 명랑발랄한 모습도 극의 경쾌한 요소로 작용하고, 결말부 연주회 방해자의 범인과 방해 이유를 정확히 짚어내는 명탐정 미사키 요스케의 반전 모습 역시 매력적으로 그려지면서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작가의 작품중 아~주 드물게 죽음, 살인, 피가 등장하지 않는 고결한 클래식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편 [언제까지나 쇼팽]에서는 또 어떤 숨겨진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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