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일곱번째배심원 (2019년 초판)

저자 - 윤홍기

출판사 - 연담L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52p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각본가에 지금 개봉중인 [봉오동 전투]의 각색까지, 한국의 내노라하는 영화들의 사나리오를 집필했던 '윤홍기'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실력이 장편에 그대로 녹아있었는지 카카오페이지 X CJ ENM이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고 출간전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영화속 장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답게 법정의 치열한 공방이 눈에 훤히 보이듯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법정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외국과는 다른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상황과 정서(부패와 부조리 등등등...)를 녹여냈기에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숙자가 가출한 십대소녀를 구타하고 사망한 소녀를 근처 저수지에 유기해버린 잔혹사건이 발생한다. CCTV에 소녀의 멱살을 잡고 나가는 장면이 찍힌 노숙자는 빼도박도 못한채 경찰에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상해치사죄로 첫 공판에 나서게 된다. 한편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작위로 후보들에게 배심원 선정을 위한 법원 출두 편지가 도착하고, 이 편지는 아주 우연하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시골생가에서 지내고 있던 전직대통령 장석주에게 도착한다. 전직 대통령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장석주의 배심원 선정이 사회에 커다란 이슈를 몰고오고 모든 매스컴은 노숙자 상해치사 재판에 시선이 쏠리게 된다. 결국 장석주 전대통령은 일곱석의 배심원 자리중 마지막 일곱번째 배심원으로 선정되고, 재판은 단순히 노숙자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에서 현직 검찰과 전직 대통령간의 이념과 정치권전쟁으로 비화돼 간다. -_-;;;; 검찰측 공판검사 윤진하와 국선변호사 김수민과 전직대통령 장석주....쉽사리 유죄를 따내고 상해치사의 최고 구형인 5년을 넘어 10년을 때리려고 벼르던 윤진하는 과연 자신의 뜻대로 재판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범인은 이미 정해진 재판이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 띠지의 문장만으로도 독자에게 피고인의 원죄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라는 암시를 한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경찰소설의 단골소재처럼 등장하는 초동 졸속수사와 취조과정중 은밀한 협박과 학대에 이른 허위자백 등으로 점철된 사건에서 이런 수사상의 헛점들을 정확히 짚어내며 재판의 흐름을 변호인쪽으로 반전시키는 법정물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런 경찰의 졸속수사에 따른 반전은 특히나 피고인의 억울한 원죄를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정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기에 신선함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작가는 이런 식상함에 정검경 유착과 부패를 소스로 사용하여 프레쉬함을 높이는 요소로 사용한다. 그것도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말이다.....-_-



* 스포일러 일수도...


사실 이부분이 작가가 노리는 승부수이자 이 작품의 핵심포인트인듯 하다. 일곱번째 배심원의 정체...인권변호사 출신의 전직대통령....퇴임후 고향인 시골(봉하?)에서 생활하고...재임기간동안 검찰과 경찰의 분리를 추진했으며(실패했지만...), 이후 정권의 무리한 뇌물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머...이쯤되면 일곱번째 배심원인 장석주 전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모티브로 했는지 누구나 눈치챘으리라....ㅠ_ㅠ 이 열통터지는 실제행적들을 지면으로 보니 또다시 분통이 터지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픽션은 현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일반 법정물에 실제 있었던 정치권의 더러운 암투와 흑막이 더해지니 (무척이나 씁쓸하지만)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좀 더 감정이입하게 됐던것 같다.



다만 치열한 법정공방에서 후반부 지나치게 정치적 다툼으로 흘러가면서 법정 스릴러의 묘미가 약화되는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더불어 진범의 정체 또한 다소 우연성에 의지하는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동안의 법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임엔 분명하다.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소설보다 더 판타지 스러웠던 이전 정권의 만행들을 생각해 봤을때 차라리 이 소설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은...다시금 웃픈 현실을 되뇌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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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펙트데이즈 (2019년 초판)

저자 - 라파엘 몬테스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351p



남미판 완전한 사육



때때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선의, 혹은 우연한 호의를 통해 전혀 모르던 낯선 사람과 관계를 트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본다. 물론 이런 우연한 만남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속적 관계를 통해 좋은 인연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는데....정말로 우연한 만남이 전부 좋은 만남만 있을 수 있을까?...



엄마에게 끌려온 이웃집 바베큐 파티 속 이웃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답답했던 의대생 테우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남몰래 집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술에 취한 미모의 아가씨가 있는것 아닌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는 그녀의 이름은 클라리시. 둘은 잠시동안 사소한 잡담을 나누고 그 잠시동안의 시간에도 태우는 클라리스의 매력에 홀딱 빠지고 만다. 무슨 일을 하냐는 테우의 질문에 영화 시나리오 [퍼펙트 데이즈]를 집필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그녀. 태우는 클라리시의 시나리오에 큰 관심을 표하면서 그녀의 사니리오를 꼭 보고 싶다고 어필한다. 기약없는 다음을 말하며 헤어지려는 찰나...별뜻없이 태우에게 가벼운 굿바이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그녀....


이때만해도 그녀는 전혀 몰랐다. 이 작별의 입맞춤이 어떤 참극을 불러올지를......


자의적 아싸이자 동정남의 가슴에 광풍을 불고온 그녀의 잔영이 시든때도 없이 아른거리던 태우는 결국 클라리시를 스토킹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혼자만의 크나큰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드디어 고백 디데이....그녀의 이름과 똑 같은 작가의 두꺼운 소설을 선물로 준비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 태우는 수천번 되네이며 준비했던 사랑의 고백을 읍조리는데......



그래서 어찌됐냐고?...당연히 지독하고 매정하게 가차없이 거절당한다. (남일 같지 않았다...ㅠ_ㅠ)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태우의 머리속엔 이 난감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비정상적 사고의 회로가 돌아가고....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만다. 이른바 현실도피, 정신승리, 유체이탈 화법, 비정상적 집착과 도착, 이상성벽, 충동적 폭력, 자기 합리화, 비약 등등등 이런 복합적 정신파탄상태로 어떻게 의대생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부풀어오른 시한폭탄의 뇌관이 터지듯 거침없이 저지르는 범죄행각들과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뻔뻔한 태도가 극심한 분노를 일으키는 고구마 같은 데이트 스릴러였다. 



그녀의 지독히도 끔찍한 완벽한 날들.....


이후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은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것 같다. 브라질판 완전한 사육이라고....나약한 여성의 몸으로 신체를 결박당한체 수개월의 시간동안 집요하고 교묘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던 클라리사가 점차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건 작품을 읽는 나조차도 굉장한 압박에 정신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물론 당연히 감금 스릴러에서 빠질 수 없는 상대의 방심을 틈탄 단 한순간의 탈출 기회와 역공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감금 스릴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한번의 탈출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알고 있으리라. 차라리 결과보다는 이 기회를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내팽겨쳐버느냐가 더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ㅠ_ㅠ



이렇듯 감금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는듯한 작품이지만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범인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갖혀있는 여성의 시선에서 점차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그리며 독자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반면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 미친놈의 시선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다.그런데 이 현실도피적 아스트랄한 사이코패스의 머리속을 생생하고 절묘하게 그려내다보니 황당함속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다. 이 놈의 머리속을 온통 헤집는듯한 사이코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니 감금된 여성을 그리는 작품의 몰입감과는 또다른 종류의 몰입감을 선사하면서 가슴을 조이는 긴장감 선사한다. 사랑을 부르짖으며 태우가 아주 냉정하고 용의주도하게 클라리사에게 벌이는 끔찍한 짓거리들은 (더군다나 이 놈은 의대생이다....ㄷㄷㄷ) 너무나 잔인하고 잔혹하여 실로 몸서리쳐질 정도라는....



인생에서 기억하지도 못할 짧은 순간의 대화....그리고 뜻없는 입맞춤이...클라리사의 남은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갈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독한 운명이란 신의 장난에 진정한 공포와 경악을 불러오는 잔혹 데이트 심리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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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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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싶은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7

저자 - 한수옥 (미세스 한)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16p



죽어 마땅한



명실공히 한국 대표 추리작가들의 추리문학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책과나무 출판사의 한국추리문학선 일곱번째 작품이 베일을 벗었다. 이번 작품의 작가이신 '한수옥'작가는 (이제는 언제까지 이 말을 쓸지 모르겠다. -_-;;;) 지난 6월 추리문학 팬덤 + 한국추리작가협회 콜라보로 진행되었던 서울 정모에서 처음 뵀었는데 정모를 마치고 귀가길에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던 인연(?)이 있는 작가님이기도 하고 추리장르는 아니지만 늦둥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아낸 소설 [아주 귀찮은 선물]로 접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엽기적 연쇄살인과 각 인물들간의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되면서 참혹하고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는 정통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작품이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드러나는 끔찍하고 추악한 욕망과 그로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피해자들...정말로 잡아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공분의 사회파 미스터리였다. ㅠ_ㅠ



연이어 발생되는 끔찍한 묻지마 범죄

오직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피해자간의 접점은 찾을 수 없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여성의 젖가슴이 도려내져

과다출혈로 죽기직전까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 여성들...

그녀들의 도려진 가슴위로 박쥐 모양의 목각인형을 세우는

연쇄살인 시그니처를 남기고...

사람들은 이 연쇄살인마를 박쥐 살인마라 부른다.



강력반 형사 재용은 박쥐 살인마 수사로 집에도 가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생활하다 근 한달만에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반가이 맞이해야할 아내 은옥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한달전 섹스리스 부부로 오래도록 잠자리를 참아온 재웅이 참지못하고 은옥에게 접근했다가 야멸차게 거부당했던것. 한달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내는 잠자리를 극도로 기피하고 있어 재웅은 답답하기만 하다. 수사에 지친몸을 잠으로 풀려하지만 또다시 울리는 재웅의 전화벨 소리. 또다시 박쥐 살인마의 피해자가 발견되었다는 통화에 아내 은옥은 재웅에게 사건에 대해 케묻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박쥐 인형을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자 은옥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뒤 살인사건 현장에서 아내로 보이는 여성을 목격하는 재웅은 점점 아내의 이상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끔찍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범인의 정체 보다는 살인의 이유. 즉 'Why done it'에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다. 젖가슴을 도려내는 살인행위가 살인의 이유에 대한 힌트랄까...은옥의 잠자리에 대한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숨겨진 이유. 고아들을 맡아 기르는 보육원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학대. 이 분절된 사건들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의 도가니로 독자를 몰어 넣는다. 



*스포주의


젖가슴, 섹스에 대한 트라우마, 보육원 학대.....그렇다. 이 작품은 실제로도 매스컴을 타고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공분을 심어줬던 도가니 사건과 같은 보호시설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미성년 성폭행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꽃같은 소녀들을 참혹하게 유린하고 욕망의 도구로 사용하는 권력자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의 룰에 분노하게 되고,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의 절망의 외침을 듣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회에 탄식하게 된다. 



끔찍하게 슬프고 아리다...


우리는 도가니 사건과 밀양 사건등을 통해 피해자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이고 이들을 보호해야할 주변 사람들까지 더없이 잔혹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똑똑하게 목격했다. 결국 그런 비정상적이고 뒤틀려버린 사회가 이런 작품을 내놓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평생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 트라우마를 안겨주고도 권력자라서, 돈이 많아서, 미성년자라서 법망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쓰레기들을 보니 이런놈들 잡아 죽이는 살인마라면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_-



참혹한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을 달리고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훌륭한 작품이다.은옥의 비밀을 좀 더 뒤에 배치하여 궁금증을 증폭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스토리 자체는 시원시원하게 전개되고 과거와 현재, 각 캐릭터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심리 스릴러 답게 반전을 위해 이리저리 꼬아대기 보다는 스토리 자체를 밀어붙여 압박하고 각 캐릭터의 감정을 공감시키는데 더 치중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2014년 [박쥐]란 제목으로 전자책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얼마전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제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원 제목 [박쥐]도 좋지만 이번 종이책에 새로 붙은 [죽이고 싶은]이란 제목도 작품을 읽고 나니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재미(물론 재미있었다.)를 떠나 굉장히 답답하고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픽션으로 치부하기 이전에 사회의 아픈 폐부를 꿰뚫는 날카로운 작품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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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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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 (2019년 개정판 1쇄)_가가 형사 시리즈 1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50p



가가 형사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중 30년동안 시리즈를 이어가며 애정을 쏟는 캐릭터 가가형사 시리즈가 현대문학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추리 내공이 짧다 보니 그동안 가가형사 시리즈는 단 한편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드디어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공교롭게 가가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기도의 막이 내릴때]의 출간과 때를 같이하여 기존 가가형사 시리즈가 재출간되니 '게이고'의 팬이던, 가가형사 시리즈의 팬이던 이 어찌 반가운 소식이 아닐소냐!



대학교 4학년인 가가 교이치로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사토코, 와코, 도도, 하나에, 나미카, 쇼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중 사토코를 짝사랑하여 학기초에는 고백도 하였으나 대답을 듣진 못하고, 그저 검도에 정진하는 진지청년이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졸업 후 사회로 나가리라 생각했던 가가의 예상을 깨버리는 일이 발생하였으니...쇼코가 하숙집에서 숨진채 발견된 것이다. 손목을 긋고 물을 받은 세면대에 넣어 출혈사로 사망한...자살....남친이었던 도도와 친구들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이고 나름대로 자살이유를 찾던중 쇼코가 죽기전 참석했던 여름캠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쇼코가 자살 했던 날 쇼코의 방문을 열었던 옆방 후배와 15분 뒤 쇼코의 방문을 열려 했으나 문이 잠겨 열 수 없었던 나미카의 엇갈린 방의 상태에서 쇼코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불거지는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는 법. 가가형사 시리즈의 첫 시작인 작품이지만 아직 가가는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신분으로 약간의 제약속에서 친구들의 살인사건을 파헤쳐간다. 사회로 첫발을 내딛기 전 기나긴 학생의 신분을 마치는 졸업이라는 제목은 냉혹한 사회의 룰에 내던져질 가가의 험난한 숙명을 의미하는 동시에 부모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던 이들이 취업, 결혼, 부모의 기대라는 본격적 인생의 기로 앞에서 결국 자신들의 욕망에 휘둘려 자멸하는 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_- 그만큼 서로 격의 없이 친밀했던 3커플(가가+사토코, 와코+하나에, 쇼코+도도)과 나미카의 관계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들의 웃음 이면에 실로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고 그로인하여 서서히 파멸로 치달아가는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어쨌던, 지금은 사회파추리로 이름을 날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재기넘치는 본격 미스터리의 기발한 추리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전인 1986년 작에 데뷔작 이후 두번째로 내놓은 작품이라 아직 의욕이 앞선 풋풋함이 언뜻 보이지만 한 건의 밀실살인과 다도의 차를 타는 방식을 이용한 한 건의 살인사건의 정교하고 치밀한 트릭이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깨닫게 하고, 사실 범인은 어느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결말의 거듭되어 드러나는 'Why done it'을 통해 예상된 범인을 상쇄하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본격이니 트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 첫번째 트릭은 '게이고'가 공학도출신이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트릭이었고, 두번째 설월화 살인은 상자안의 카드를 뽑아 카드에 따라 찻잔을 닦고 차를 따르고 차를 마시는 순서가 정해지는데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그림을 실어 설명하고 있지만 머리가 굳어서인지 당췌 뭔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아 너무나 답답했다..ㅠ_ㅠ 다만 차를 마시는 순서에 의해 독살이 되는 점에서 얼마전 읽었던 '이노우에 마기'의 [성녀의 독배]가 떠오르더라는...어쨌던, 첫번째 트릭만으로도 신박함을 느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겠다...



시리즈의 끝 [기도의 막이 내릴때]가 나왔지만 가가 형사 시리즈를 온전히 알기 위해선 시리즈의 첫시작 [졸업]을 꼭 읽어야만 하는 법. 아직 사회에 때묻지 않은 가가가 형사가 되고 앞으로 겪을 사건들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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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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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블루스 : 9,995번 환생한 남자의 '완벽한 인생을 사는 법' (210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푸어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99p



일만번 죽고 또 죽어도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 아니겠는가!!



제목부터 부제까지 이 작품이 끝없이 환생하는 주인공의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일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이런 무한루프환생물을 좋아했던지라 [리플레이][리피트][시간을 멈추는 법][변신][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등등 인생 루프 작품들을 즐겨 읽었더랬다. 당연히 이 [환생 블루스]도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연장선겪의 작품일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까보니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의....뭐랄까...-_- 굉장히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웠달까....



기원전 2600년경 인더스강 계곡. 마일로는 어느 원시부족의 아들로 그의 첫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말도 빠르고 걸음마도 빠르고 총명한 머리로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시간이 흘러도 마일로의 키는 여섯살의 키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오기와 용기만은 꺽다리 못지 않은 마일로는 마을의 위기상황에서 홀로 마을사람들을 지키기위해 계곡을 가로지르려다 장렬히 사망하고...현실세계를 카피한 사후세계에서 눈을 뜬다. 그의 곁에 나타난 여신 마마와 낸, 그리고 죽음을 관장하는 수지는 그에게 일만번의 인생중 완벽한 한번의 인생을 살고 눈을 감는 순간 대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우주와 혼연일체되는 오버소울이 실현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남자, 여자 성별과 관계없이 심지어 인간이 아닌 소 혹은 곤충까지 가리지 않고 우주의 생명들로 환생하여 각각의 인생을 경험하는 마일로는 어느새 일만번의 기회중 9,995번의 기회를 소모하고...완벽한 인생을 살기까지 5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는데......



죽음의 순간 의식이 다음생으로 넘어가 또다른 생을 산다는 설정은 여타 환생물과 같지만 이 작품은 마일로의 환생이 시간순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차별점이 있다.(물론 회상의 개념도 아니다.) 사바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혼령은 사후세계로 넘어가 나름의 휴식(?)을 취하면서 여신들 마마와 낸에게 마일로의 전생을 평가받고 질타받은뒤 시간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생을 살게 되는 것인데, 즉...과거, 현재, 심지어 우주선을 타고 외계행성을 떠도는 먼 미래세계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_- 하여 판타지 SF 환상소설로 장르를 정의할 수 있는 작품이더라는....



완벽한 인생이란 대주제를 두고 마일로가 살았던 다양한 생들을 살펴보고, 남은 5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마일로의 연인 저승사자 수지와의 사랑이 어지럽게 엮여가면서 단 한번의 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거듭된 환생에 염증을 느끼고 완벽한 인생을 때려치고 그저 연인과 단한번의 인생을 함께 하고픈 마일로...인간들의 생명을 수천년째 회수해오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저승사자 업무를 때려치고 도주해버린 죽음의 신 수지...-_-;;; 이들의 염세적이고 나른~한 분위기가 고단한 인생이란 피로와 덧씌워져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던것 같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철학적이랄까...



마일로가 부처의 제자로 환생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있거니와 거듭된 환생과 진리의 깨달음으로 우주 삼라만상 자체가 된다는 작품의 주제도 그렇고 서양작가의 작품이지만 불교의 윤회사상을 근간에 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환생을 엿보면서 서로다른 수십편의 단편작품들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하여 육백여 페이지란 육중한 분량을 소화하게 만들지만 그때문에 어수선한 느낌이 들고 주제를 걷도는듯 하여 아쉬웠는데...굳이 스토리와 관계없는 불필요 부분은 쳐내고 분량을 조금 줄였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개인적 아쉬움은 뒤로하고....



죽은 뒤 눈뜰때마다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여성이 저승사자 임에도 사랑에 빠져버리는 알 수 없는 인간심리의 불가사의한 생리와 함께 그녀를 위해 마지막 생을 살아가는 마일로의 결단을 바라보면서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환생 블루스의 선율이 어떤 음악인지 조금은 추측할 수 있을것 같았다. 억겁의 생을 살면 뭐하나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지!!! 그런데...과연 정말 그게 정답일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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