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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퍼펙트데이즈 (2019년 초판)
저자 - 라파엘 몬테스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351p
남미판 완전한 사육
때때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선의, 혹은 우연한 호의를 통해 전혀 모르던 낯선 사람과 관계를 트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본다. 물론 이런 우연한 만남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속적 관계를 통해 좋은 인연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는데....정말로 우연한 만남이 전부 좋은 만남만 있을 수 있을까?...
엄마에게 끌려온 이웃집 바베큐 파티 속 이웃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답답했던 의대생 테우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남몰래 집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술에 취한 미모의 아가씨가 있는것 아닌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는 그녀의 이름은 클라리시. 둘은 잠시동안 사소한 잡담을 나누고 그 잠시동안의 시간에도 태우는 클라리스의 매력에 홀딱 빠지고 만다. 무슨 일을 하냐는 테우의 질문에 영화 시나리오 [퍼펙트 데이즈]를 집필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그녀. 태우는 클라리시의 시나리오에 큰 관심을 표하면서 그녀의 사니리오를 꼭 보고 싶다고 어필한다. 기약없는 다음을 말하며 헤어지려는 찰나...별뜻없이 태우에게 가벼운 굿바이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그녀....
이때만해도 그녀는 전혀 몰랐다. 이 작별의 입맞춤이 어떤 참극을 불러올지를......
자의적 아싸이자 동정남의 가슴에 광풍을 불고온 그녀의 잔영이 시든때도 없이 아른거리던 태우는 결국 클라리시를 스토킹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혼자만의 크나큰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드디어 고백 디데이....그녀의 이름과 똑 같은 작가의 두꺼운 소설을 선물로 준비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 태우는 수천번 되네이며 준비했던 사랑의 고백을 읍조리는데......
그래서 어찌됐냐고?...당연히 지독하고 매정하게 가차없이 거절당한다. (남일 같지 않았다...ㅠ_ㅠ)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태우의 머리속엔 이 난감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비정상적 사고의 회로가 돌아가고....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만다. 이른바 현실도피, 정신승리, 유체이탈 화법, 비정상적 집착과 도착, 이상성벽, 충동적 폭력, 자기 합리화, 비약 등등등 이런 복합적 정신파탄상태로 어떻게 의대생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부풀어오른 시한폭탄의 뇌관이 터지듯 거침없이 저지르는 범죄행각들과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뻔뻔한 태도가 극심한 분노를 일으키는 고구마 같은 데이트 스릴러였다.
그녀의 지독히도 끔찍한 완벽한 날들.....
이후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은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것 같다. 브라질판 완전한 사육이라고....나약한 여성의 몸으로 신체를 결박당한체 수개월의 시간동안 집요하고 교묘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던 클라리사가 점차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건 작품을 읽는 나조차도 굉장한 압박에 정신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물론 당연히 감금 스릴러에서 빠질 수 없는 상대의 방심을 틈탄 단 한순간의 탈출 기회와 역공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감금 스릴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한번의 탈출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알고 있으리라. 차라리 결과보다는 이 기회를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내팽겨쳐버느냐가 더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ㅠ_ㅠ
이렇듯 감금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는듯한 작품이지만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범인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갖혀있는 여성의 시선에서 점차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그리며 독자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반면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 미친놈의 시선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다.그런데 이 현실도피적 아스트랄한 사이코패스의 머리속을 생생하고 절묘하게 그려내다보니 황당함속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다. 이 놈의 머리속을 온통 헤집는듯한 사이코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니 감금된 여성을 그리는 작품의 몰입감과는 또다른 종류의 몰입감을 선사하면서 가슴을 조이는 긴장감 선사한다. 사랑을 부르짖으며 태우가 아주 냉정하고 용의주도하게 클라리사에게 벌이는 끔찍한 짓거리들은 (더군다나 이 놈은 의대생이다....ㄷㄷㄷ) 너무나 잔인하고 잔혹하여 실로 몸서리쳐질 정도라는....
인생에서 기억하지도 못할 짧은 순간의 대화....그리고 뜻없는 입맞춤이...클라리사의 남은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갈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독한 운명이란 신의 장난에 진정한 공포와 경악을 불러오는 잔혹 데이트 심리 스릴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