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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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싶은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7

저자 - 한수옥 (미세스 한)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16p



죽어 마땅한



명실공히 한국 대표 추리작가들의 추리문학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 책과나무 출판사의 한국추리문학선 일곱번째 작품이 베일을 벗었다. 이번 작품의 작가이신 '한수옥'작가는 (이제는 언제까지 이 말을 쓸지 모르겠다. -_-;;;) 지난 6월 추리문학 팬덤 + 한국추리작가협회 콜라보로 진행되었던 서울 정모에서 처음 뵀었는데 정모를 마치고 귀가길에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던 인연(?)이 있는 작가님이기도 하고 추리장르는 아니지만 늦둥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아낸 소설 [아주 귀찮은 선물]로 접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엽기적 연쇄살인과 각 인물들간의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되면서 참혹하고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는 정통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작품이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드러나는 끔찍하고 추악한 욕망과 그로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피해자들...정말로 잡아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공분의 사회파 미스터리였다. ㅠ_ㅠ



연이어 발생되는 끔찍한 묻지마 범죄

오직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피해자간의 접점은 찾을 수 없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여성의 젖가슴이 도려내져

과다출혈로 죽기직전까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 여성들...

그녀들의 도려진 가슴위로 박쥐 모양의 목각인형을 세우는

연쇄살인 시그니처를 남기고...

사람들은 이 연쇄살인마를 박쥐 살인마라 부른다.



강력반 형사 재용은 박쥐 살인마 수사로 집에도 가지 못하고 경찰서에서 생활하다 근 한달만에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반가이 맞이해야할 아내 은옥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한달전 섹스리스 부부로 오래도록 잠자리를 참아온 재웅이 참지못하고 은옥에게 접근했다가 야멸차게 거부당했던것. 한달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내는 잠자리를 극도로 기피하고 있어 재웅은 답답하기만 하다. 수사에 지친몸을 잠으로 풀려하지만 또다시 울리는 재웅의 전화벨 소리. 또다시 박쥐 살인마의 피해자가 발견되었다는 통화에 아내 은옥은 재웅에게 사건에 대해 케묻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박쥐 인형을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자 은옥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뒤 살인사건 현장에서 아내로 보이는 여성을 목격하는 재웅은 점점 아내의 이상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끔찍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범인의 정체 보다는 살인의 이유. 즉 'Why done it'에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다. 젖가슴을 도려내는 살인행위가 살인의 이유에 대한 힌트랄까...은옥의 잠자리에 대한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숨겨진 이유. 고아들을 맡아 기르는 보육원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학대. 이 분절된 사건들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의 도가니로 독자를 몰어 넣는다. 



*스포주의


젖가슴, 섹스에 대한 트라우마, 보육원 학대.....그렇다. 이 작품은 실제로도 매스컴을 타고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공분을 심어줬던 도가니 사건과 같은 보호시설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미성년 성폭행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꽃같은 소녀들을 참혹하게 유린하고 욕망의 도구로 사용하는 권력자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의 룰에 분노하게 되고,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의 절망의 외침을 듣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회에 탄식하게 된다. 



끔찍하게 슬프고 아리다...


우리는 도가니 사건과 밀양 사건등을 통해 피해자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이고 이들을 보호해야할 주변 사람들까지 더없이 잔혹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똑똑하게 목격했다. 결국 그런 비정상적이고 뒤틀려버린 사회가 이런 작품을 내놓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평생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 트라우마를 안겨주고도 권력자라서, 돈이 많아서, 미성년자라서 법망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쓰레기들을 보니 이런놈들 잡아 죽이는 살인마라면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_-



참혹한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을 달리고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훌륭한 작품이다.은옥의 비밀을 좀 더 뒤에 배치하여 궁금증을 증폭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스토리 자체는 시원시원하게 전개되고 과거와 현재, 각 캐릭터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심리 스릴러 답게 반전을 위해 이리저리 꼬아대기 보다는 스토리 자체를 밀어붙여 압박하고 각 캐릭터의 감정을 공감시키는데 더 치중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2014년 [박쥐]란 제목으로 전자책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얼마전 작가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제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원 제목 [박쥐]도 좋지만 이번 종이책에 새로 붙은 [죽이고 싶은]이란 제목도 작품을 읽고 나니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재미(물론 재미있었다.)를 떠나 굉장히 답답하고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픽션으로 치부하기 이전에 사회의 아픈 폐부를 꿰뚫는 날카로운 작품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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