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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블루스
마이클 푸어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평점 :


환생 블루스 : 9,995번 환생한 남자의 '완벽한 인생을 사는 법' (2109년 초판)
저자 - 마이클 푸어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99p
일만번 죽고 또 죽어도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 아니겠는가!!
제목부터 부제까지 이 작품이 끝없이 환생하는 주인공의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일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이런 무한루프환생물을 좋아했던지라 [리플레이], [리피트], [시간을 멈추는 법], [변신],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등등 인생 루프 작품들을 즐겨 읽었더랬다. 당연히 이 [환생 블루스]도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연장선겪의 작품일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까보니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의....뭐랄까...-_- 굉장히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웠달까....
기원전 2600년경 인더스강 계곡. 마일로는 어느 원시부족의 아들로 그의 첫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말도 빠르고 걸음마도 빠르고 총명한 머리로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시간이 흘러도 마일로의 키는 여섯살의 키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오기와 용기만은 꺽다리 못지 않은 마일로는 마을의 위기상황에서 홀로 마을사람들을 지키기위해 계곡을 가로지르려다 장렬히 사망하고...현실세계를 카피한 사후세계에서 눈을 뜬다. 그의 곁에 나타난 여신 마마와 낸, 그리고 죽음을 관장하는 수지는 그에게 일만번의 인생중 완벽한 한번의 인생을 살고 눈을 감는 순간 대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우주와 혼연일체되는 오버소울이 실현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남자, 여자 성별과 관계없이 심지어 인간이 아닌 소 혹은 곤충까지 가리지 않고 우주의 생명들로 환생하여 각각의 인생을 경험하는 마일로는 어느새 일만번의 기회중 9,995번의 기회를 소모하고...완벽한 인생을 살기까지 5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는데......
죽음의 순간 의식이 다음생으로 넘어가 또다른 생을 산다는 설정은 여타 환생물과 같지만 이 작품은 마일로의 환생이 시간순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차별점이 있다.(물론 회상의 개념도 아니다.) 사바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혼령은 사후세계로 넘어가 나름의 휴식(?)을 취하면서 여신들 마마와 낸에게 마일로의 전생을 평가받고 질타받은뒤 시간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생을 살게 되는 것인데, 즉...과거, 현재, 심지어 우주선을 타고 외계행성을 떠도는 먼 미래세계까지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_- 하여 판타지 SF 환상소설로 장르를 정의할 수 있는 작품이더라는....
완벽한 인생이란 대주제를 두고 마일로가 살았던 다양한 생들을 살펴보고, 남은 5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마일로의 연인 저승사자 수지와의 사랑이 어지럽게 엮여가면서 단 한번의 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거듭된 환생에 염증을 느끼고 완벽한 인생을 때려치고 그저 연인과 단한번의 인생을 함께 하고픈 마일로...인간들의 생명을 수천년째 회수해오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저승사자 업무를 때려치고 도주해버린 죽음의 신 수지...-_-;;; 이들의 염세적이고 나른~한 분위기가 고단한 인생이란 피로와 덧씌워져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던것 같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철학적이랄까...
마일로가 부처의 제자로 환생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있거니와 거듭된 환생과 진리의 깨달음으로 우주 삼라만상 자체가 된다는 작품의 주제도 그렇고 서양작가의 작품이지만 불교의 윤회사상을 근간에 두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환생을 엿보면서 서로다른 수십편의 단편작품들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하여 육백여 페이지란 육중한 분량을 소화하게 만들지만 그때문에 어수선한 느낌이 들고 주제를 걷도는듯 하여 아쉬웠는데...굳이 스토리와 관계없는 불필요 부분은 쳐내고 분량을 조금 줄였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개인적 아쉬움은 뒤로하고....
죽은 뒤 눈뜰때마다 자신을 내려보고 있는 여성이 저승사자 임에도 사랑에 빠져버리는 알 수 없는 인간심리의 불가사의한 생리와 함께 그녀를 위해 마지막 생을 살아가는 마일로의 결단을 바라보면서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환생 블루스의 선율이 어떤 음악인지 조금은 추측할 수 있을것 같았다. 억겁의 생을 살면 뭐하나 님과 함께 하는 단 한번의 인생이 최고지!!! 그런데...과연 정말 그게 정답일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