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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일곱번째배심원 (2019년 초판)
저자 - 윤홍기
출판사 - 연담L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52p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각본가에 지금 개봉중인 [봉오동 전투]의 각색까지, 한국의 내노라하는 영화들의 사나리오를 집필했던 '윤홍기'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실력이 장편에 그대로 녹아있었는지 카카오페이지 X CJ ENM이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고 출간전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영화속 장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답게 법정의 치열한 공방이 눈에 훤히 보이듯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법정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외국과는 다른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상황과 정서(부패와 부조리 등등등...)를 녹여냈기에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숙자가 가출한 십대소녀를 구타하고 사망한 소녀를 근처 저수지에 유기해버린 잔혹사건이 발생한다. CCTV에 소녀의 멱살을 잡고 나가는 장면이 찍힌 노숙자는 빼도박도 못한채 경찰에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상해치사죄로 첫 공판에 나서게 된다. 한편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작위로 후보들에게 배심원 선정을 위한 법원 출두 편지가 도착하고, 이 편지는 아주 우연하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시골생가에서 지내고 있던 전직대통령 장석주에게 도착한다. 전직 대통령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장석주의 배심원 선정이 사회에 커다란 이슈를 몰고오고 모든 매스컴은 노숙자 상해치사 재판에 시선이 쏠리게 된다. 결국 장석주 전대통령은 일곱석의 배심원 자리중 마지막 일곱번째 배심원으로 선정되고, 재판은 단순히 노숙자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에서 현직 검찰과 전직 대통령간의 이념과 정치권전쟁으로 비화돼 간다. -_-;;;; 검찰측 공판검사 윤진하와 국선변호사 김수민과 전직대통령 장석주....쉽사리 유죄를 따내고 상해치사의 최고 구형인 5년을 넘어 10년을 때리려고 벼르던 윤진하는 과연 자신의 뜻대로 재판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범인은 이미 정해진 재판이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 띠지의 문장만으로도 독자에게 피고인의 원죄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라는 암시를 한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경찰소설의 단골소재처럼 등장하는 초동 졸속수사와 취조과정중 은밀한 협박과 학대에 이른 허위자백 등으로 점철된 사건에서 이런 수사상의 헛점들을 정확히 짚어내며 재판의 흐름을 변호인쪽으로 반전시키는 법정물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런 경찰의 졸속수사에 따른 반전은 특히나 피고인의 억울한 원죄를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정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기에 신선함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작가는 이런 식상함에 정검경 유착과 부패를 소스로 사용하여 프레쉬함을 높이는 요소로 사용한다. 그것도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말이다.....-_-
* 스포일러 일수도...
사실 이부분이 작가가 노리는 승부수이자 이 작품의 핵심포인트인듯 하다. 일곱번째 배심원의 정체...인권변호사 출신의 전직대통령....퇴임후 고향인 시골(봉하?)에서 생활하고...재임기간동안 검찰과 경찰의 분리를 추진했으며(실패했지만...), 이후 정권의 무리한 뇌물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머...이쯤되면 일곱번째 배심원인 장석주 전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모티브로 했는지 누구나 눈치챘으리라....ㅠ_ㅠ 이 열통터지는 실제행적들을 지면으로 보니 또다시 분통이 터지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픽션은 현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일반 법정물에 실제 있었던 정치권의 더러운 암투와 흑막이 더해지니 (무척이나 씁쓸하지만)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좀 더 감정이입하게 됐던것 같다.
다만 치열한 법정공방에서 후반부 지나치게 정치적 다툼으로 흘러가면서 법정 스릴러의 묘미가 약화되는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더불어 진범의 정체 또한 다소 우연성에 의지하는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동안의 법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임엔 분명하다.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소설보다 더 판타지 스러웠던 이전 정권의 만행들을 생각해 봤을때 차라리 이 소설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은...다시금 웃픈 현실을 되뇌이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