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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3월
평점 :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2021년 초판)
저자 - 시라이 도모유키
역자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03p
장담컨데 지금껏 읽어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라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시라이 도모유키'가 다시 돌아왔다. 조금 더 하드하고 조금 더 엽기적으로 말이다. 독자는 인간의 고기를 먹기 위해 클론을 사육하는 미친 세상에서 누구도 감히 상상 못한 미친 트릭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성의 극단 그 마지막 경계마저 허물어버리는 자극적 설정에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압도적 폭력성과 더불어 선정적이여 엽기적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 그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어 버렸다.
7년 전 가을, 온갖 포유류, 조류, 어류에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하고 말았다. 강한 독성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내성까지 겸비한 이 바이러스는 공기 중을 장시간 부유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전염되었고, 그 피해를 식물연쇄를 통해 다양한 동물로까지 늘렸다.대량의 가축과 야생동물들의 살처분은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인간이 사는 마을까지 살처분이라는 쓰라라니 경험을 겪었다.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의 치사율은 50%가 넘었고, 격심한 하혈, 전신에 나타나는 노란색 발진, 그리고 격통을 동반하는 장기부전의 공포가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인류, 특히 선진국의 부유층은 이 일을 계기로 극단적일 정도로 육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결국 육식의 종말은 영양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일본은 이를 타계할 타계책으로 합법적 식인을 주장하고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그렇게 지어진 것이 플라나리아 센터이다. 소비자의 체세포를 배양하여 클론을 만들고 성장촉진제로 키워낸 클론은 머리를 잘라낸 뒤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이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벌어지는 일.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클론들의 머리를 잘라내는 일을 하는 시바타 가즈시는 곤경에 처한다. 시바타 가즈시가 직접 잘라낸 클론의 몸통을 받은 은퇴한 정치가 후지야마 히로미가 배달받은 케이스에서 있어서는 안될 머리가 딸려왔기 때문이다. 피투성이 머리와 함께 발견된 협박장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피 뿐만 아니라 뇌수도 맛보시는 건 어떠신가?'
시바타 가즈시는 자신이 머리를 넣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과연 케이스에 머리를 넣은 자는 누구인가? 머리를 넣은 이유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설과 추리속에서 커다란 반전의 진실이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실로 엽기적인 특수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본격미스터리이다. 프롤로그에서 그려지는 한 건의 살인사건. 작품 내내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무자비하게 인간을 도륙하는 장면들. 그리고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키가되는 부재증명까지. 제법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메인 트릭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어 참으련다.
'머 설정만 자극적이지 트릭은 별거 없구만.'이라며 희희낙낙 하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터지는 반전에 등골이 서늘해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ㅋㅋㅋ 그렇다. 작가가 처놓은 떡밥에 영락없이, 속절없이 농락당한 기분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식육이라는 설정이 작품을 이끄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극이 진짜 반전을 감추기 위한 떡밥으로 작용한 것인지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인격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주인공 시바타 가즈시를 필두로 몸을 파는 윤락업소녀 가와우치 이노리, 플라나리아 센터에서 일하며 시바타 가즈시를 돕는 금발의 수수께끼 추리남 유시마 미키오까지 등장인물들 조차 평범한 사람이 없다. ㅎㅎㅎ (유시마 미키오를 보며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로 그의 결말이 어떨지도 상상했달까. ㅋ) 여튼, 코로나로 미처버린 세상에서 이렇게 대놓고 미처버린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자극적인 본인의 취향에 너무나 잘 맞았고 본격의 묘미까지 잘 살려낸 수작이다. 단순히 선정성, 폭력성에 작가가 치밀하게 셋팅한 트릭이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이 작품보다 더 하드하다고 하는 [도쿄결합인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