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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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크 (2021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59p



이제 됐네... 그만큼 했으면 됐어.



'그만.... 그만 하라고. 친구. 정말 죽을 셈인가?!! 대체 자네가 이러는 이유가 뭔가? 왜 이제껏 자네가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려는 건가?'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을 품고 읽었다. '바튼 조지 도스' 사십대 가장이자 세탁회사의 중역. 메리의 남편. 부하직원들로 부터 존경받는 상사. 작품은 1973년 11월 부터 1974년 1월까지 3개월 간의 '바튼 조지 도스'의 행동을 기록하고 있다. 성실하고 평범했던 한 남자가 3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는 바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고민케 한다. 



하비 총포점. 바튼은 있지도 않은 사촌동생을 들먹이며 44구경 매그넘과 대전차용 곡사포를 구매한다. 지폐를 주인에게 건네는 그 순간에도 바튼은 자신의 결정이 맞는건지, 올바른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바튼에게 아내 메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이사갈 집은 찾고 있는거야?" 바튼은 이사갈 집들의 단점들을 열거한다. 메리의 한 숨. 집안에는 불편한 공기가 가득 찬다. 이 거북한 공기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장 부지 이전 계약이라는 중책을 맡은 바튼에게 계약 진행상황을 묻는 사장에게 이전 부지의 단점들을 열거 하는 바튼. 


'바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 수퍼내추럴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작품 [로드워크]는 작가의 주특기인 수퍼내추럴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이름을 찍고 나온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던 '스티븐 킹'은 고민에 빠진다. 그저 자신의 명성만으로 책이 팔리는 건 아닌가 하고. 그래서 가공의 인물을 만들고 가공의 이름으로 책을 내놓았으니. 그 가공의 인물이 바로 '리처드 바크만'이다. 이 작품 [로드워크]는 '킹'의 친모를 암으로 극심한 고통속에 떠나 보낸 뒤 친모를 떠나보낸 슬픔과 삶의 무의미함.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물음을 담아 집필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장난기(농담)하나 없는 굉장히 진지하고 깊은 어둠을 담아낸다. 실제로 '스티븐 킹'이 아닌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접했다면 과연 이 글에서 '스티븐 킹'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스토리 라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제목 그대로 [로드워크], 무리한 도로공사 때문에 극단에 밀린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개 가장이 국책사업에 저항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 머...하지만 다윗과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서울의 낡은 집들을 전부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다고. 그저 외국인들에게 보여지는 도시경관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졸속으로 시행한 정책으로 거주민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들의 울분과 허망함은 얼마나 깊었을까. 살아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참히 쓸려 나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재개발 보상대첵에 반발하여 저항하다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했던 용산참사가 아직도 나의 뇌리에 박혀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매스컴은 때를 맞춰 열을 띠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일순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지만 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관심은 뚝 떨어지고. 어느새 재개발은 공사를 마친다. 끝까지 저항하고 목숨을 바쳤던 '누군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간다. 작품은 이렇게 지극히 현실을 담고있다. 



수용하느냐? 저항하느냐? 두가지 기로에서 바튼은 결정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끝까지 저항하기로.... 바튼의 극단적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돌덩이가 가시지 않는다. 작품을 읽으면서 수많은 기로 속에서 그의 결정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는다. '왜 그렇게 까지 하는 건가. 왜 자신을 그렇게까지 극단으로 몰아 넣는건가.'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고통이란 난제의 해답 역시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역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바튼의 복잡한 심리묘사에 빠져들어 바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울분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바튼의 마지막 발악을 그리도 응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당신을 보면 뭔가 오금이 저려, 도스. 꼭 갈 길을 정해놓고 거기서 한 발자국도 안 벗어 나려는 사람 같아." _412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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