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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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2021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윤성원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59p



작은 고의가 모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리커버 됐다. 2009년 1판에 이어 12년 만에 세 번째 옷을 입고 독자들 앞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인기 작가이기에 기존 판본들의 재판율이 상당히 높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작품을 접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재판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했음을 느낀다. 워낙 많은 작품을 찍어낸 다작 작가이기에 열심히 읽었다고는 하나 아직 '게이고'의 접하지 못한 작품이 접한 작품보다 많은게 사실. 그렇게 지나치는 작품을 재판으로 새롭게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재판의 순기능인가. ㅋ 이런 시선의 변화는 전적으로 이 작품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때문이다. 그정도로 이 작품을 모른채 살았다면 아까웠을...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의 찐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살의? 라기엔 애매한. 그렇다고 우연? 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일 곱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게이고'가 누군가. 장편도 장편이지만 단편이 끝내주는 작가 아니던가.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곧바로 사건으로 이끄는 간결함. 짧은 분량 안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기승전결. 탄식을 내뱉게 만드는 결말의 반전까지. 정말로 책을 집어들고 몇 시간만에 독파하게 만드는 막강의 가독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각 단편의 줄거리는 책 뒷표지에 친절하게 써놓은 로그라인으로 대체한다.


1. 작은 고의 

친구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2. 어둠 속의 두 사람

엄마가 밤마다 창문을 열어둔 까닭은


3. 춤추는 아이

매일 같은 시간 체육관에 나타나는 소녀의 비밀


4. 끝없는 밤

돈 때문에 살고 죽는 부부의 사정


5. 하얀 흉기

회사 동료의 죽음에 얽힌 그녀의 사연


6. 굿바이, 코치

코치에게 남긴 작별 인사의 의이


7.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끝까지 읽어도 어찌된 건지 계속 의아할지도



본인도 사람인지라 일곱 편의 단편 모두가 별 다섯개를 줄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데다가 중간 중간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단편이 포진되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상을 준다. 가장 좋았던, 충격적이던 단편은 [어둠 속의 두 사람]과 [하얀 흉기]이다. 두 작품 모두 범인에 대한 정체를 쉽게 추측하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범행의 동기쪽에 방점을 두어 독자의 충격을 야기한다. 사건의 진상은 끔찍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차마 범인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정서가 잘 묻어난 작품이다. [작은 고의], [춤추는 아이]는 작은 고의?와 우연이 겹쳐 벌어진 사건을 그려낸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의도지 않은 행동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여 내 주변 혹은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인양 작품에 몰입하게 됐던 것 같다. 



결말을 위한 억지스러운 트릭 짜맞추기 보다는 치밀한 복선과 결말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구성에 재미를 느끼는 작품집이다. 이제껏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이 단편집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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