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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평점 :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2021년 초판)
저자 - 윤자영
출판사 - 북오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07p
* 한국 추리문학상 신예상
* 제2회 엔블록 미스터리 걸작선 당선
*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
2019년 기준 229,6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하루 평균 62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2021년 현재를 따져봐도 이 수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구당 한 대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게 많은 자동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와 부딪히고 박아대니 사연 없는 사고가 어디 있으랴. 그 기구한 사연을 들여다 보고 미스터리를 접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그렇게 교통사고 전문 특화 탐정 삼비(BBB)가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작가에 의해 탄생되었다.
작년 [파멸일기]에 이어 1년 만에 선보이는 성인대상 미스터리 작품이다. 교통사고에 얽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복잡한 사연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묘미에 교통사고에 숨겨진 진실을 물리학 관점에서 접근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 추리의 묘미를 더했다. 그동안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기발한 본격 트릭을 고안했던 작가의 특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실제 교통사고 조사 기법을 참고 한 듯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고 조사 기법은 놀랄만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이었다. 사전 조사에 굉장히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런 치밀한 조사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어 현실의 사건을 보는 듯 했다.
"내가 직접 증명하겠어. 당신들 그때는 옷 벗을 각오해!"
_55p
자. 모름지기 탐정물이라면 소위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정도는 외쳐줘야 진짜 탐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도 미궁에 빠진 교통사고의 진짜 가해자들을 찾아내는 탐정물 만의 카타르시스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범인을 밝혀내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죄지은 놈을(때로는 법을 어겨서라도) 직접 응징하는 단죄의 카타르시스도 담겨 있다. 그 점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길티플레져라고 하던가. 그래. 천하의 나쁜놈들은 그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지 진짜 마무리지. ㅎㅎㅎ
1부 | 누나의 자살
한 여성의 시신이 교량아래에서 발견된다. 이상한 점은 교량 1키로 전 지점에 그녀의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서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교통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여성이 고통을 참고 1키로 미터나 걸어 교량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는 '이상한'자살 사건이 벌어진 것. 남동생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에게 진실을 밝혀줄 것을 의뢰하고,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최가로와 함께 기묘한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데.....
2부 | 피 그리고 복수; 탐정의 탄생
삼비 탐정 박병배 비기닝이다. 고등학교 과학선생님이던 박병배가 교직을 그만두고 최가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교통사고를 조사하게 되는 계기가 그려진다. 피의 복수라는 제목에 걸 맞는.... 비극적이지만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3부 |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교통사고가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사실 '도진기'작가의 [판결의 재구성]에서도 다뤄졌고 얼마전 재판 판결이 나서 판결문을 찾아봤었는데, 그 모든 요소들이 작품에 담겨있다. 윤자영 작가가 재구성한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 사건은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끝내주는 결말을 만들어 낸다.
4부 | 장애인 울리는 중고차 사기
사기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중고차 딜러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차에 들이 받힌다. 가해 운전자를 변호하기 위해 최가로와 삼비가 사고 조사를 하고, 악랄한 중고차 딜러의 만행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의 밤]을 보며 교통사고를 소재로 이런 미스터리도 나올 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었다. [교통경찰의 밤]이 별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라면 이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은 국선변호사 최가로와 삼비 탐정 박병배가 4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 단편집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누구든 경험했을 법한 사고들로 이루어져 있어 함께 분노하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강한 연대와 공감을 자아낸다.
개성있고 살아숨쉬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와 극과 극인 최가로와 박병배가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서로에게 끌려가는 과정을 보면서 '김재희'작가의 [서점탐정 유동인]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유동인]이 밝은 코지미스터리라면 [삼비]는 굉장히 다크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길티플레져의 묘미가 있다. 가슴 한 켠에 악마를 품고 사는 삼비 탐정의 단죄는 선을 넘지 않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여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그 불쾌와 유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높이 사고 싶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안타까운 사건에 슬퍼하고 통쾌한 단죄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전작들 [나당탐정사무소], [파멸일기]와는 또다른 스타일로 진화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아예 대놓고 복수하는 길티플레져물도 써주심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