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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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2016년 초판)

저자 - 마쓰이 게사코

역자 - 박정임

출판사 - 피니스아프리카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3p





에도시대 유녀 사용설명서




일본의 기생 유녀들이 모여사는 사창가 유곽에 대한 안내서라...-_-;;

뭔가 19금 스러운 느낌의 기대감과 제 137회 나오키 수상작이라는 문학적

완성도 또한 갖춘 미스터리 작품이라 생각되어 흥분과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펴들었다. 상당히 독특한 전개 방식의 작품이었는데, 미스터리? 문학?

쪽 내공이 부족하여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방식의 작품은 처음 이다 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좀더 빠져들어 읽었던것 같다.



일단...몇몇 정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원하던 노골적 19금 묘사는 없었다...ㅠ_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독특한 전개 방식은 작품의 전체가 각 인물들의 인터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대화 조차도 생략되어 인터뷰어가 되묻는식으로

철저히 상대방의 말로 채워진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독특한 전개

방식이 일반 방식과 비교하여 장단점이 있겠지만 일단 상대방의 말 속에서 

흘리는 말 한마디에 단서를 얻어 다음 사람을 인터뷰 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

해서 읽을 수 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




일본 기생이라 하면 밀가루 같은 떡 분칠에 눈썹의 절반 이상을 밀어버리고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끌며 뒤뚱 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외형적인 모습을 떠올리는것

외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뭔가 유녀(기생)의 기구한 일생과 

쩐에 의해 긴밀하게 움직이는 기방(유곽)이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진짜 '유곽 종합 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기생이나 일본의 유녀나

시작과 끝은 별다를게 없는것 같다. 그저 가난에 찌들어 입이라도 줄이고자 꼬꼬마 어린 

시절 부터 유곽에 헐값에 팔려와 온갖 굳은일을 하다가 입적하여 고급 유녀가 되는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남자를 홀려 단골을 만들다 그중 가장 부자집 상속자의 첩으로 

들어가 유곽을 나오는것이 인생의 목표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인생피는 유녀는

하늘의 별따기...고급 유녀의 화대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고급 유녀가 되기위해 입는 

옷이나 화장품 등등을 모두 유녀의 자비로 마련해야 하니 모이는 돈은 없고 점점 유곽에 

빚을지고, 점차 나이는 먹어가고 단골은 떨어지고, 결국엔 유곽의 쓸모없는 늙은 노인네로 

전락하여 굳은일이나 하며 근근이 풀칠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사창가 여성들과 비교해도 별반 다를바 없는것 같다는..-_-;;)




어쨌던...유곽 내 최고의 기방인 마이즈루야의 최고 고급 유녀 가쓰라기는 부유한 상인을 

잘 구슬려 천냥이라는 거금을 뜯어내 기방에서 낙적(빚을 갚고 자유의 몸이됨)을 얻어

낸다. 낙적 수속을 밟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기 며칠전..... 가쓰라기는 감쪽 같이 

사라져 버리는데...출입구가 하나에 항시 지키는 사람이 있는 기방 시스템상 유녀의

탈출은 있을 수 없지만 가쓰라기는 실종 되고 만다.....(뭔가...출소 하루전 탈옥하는

[라이프 오어 데스]의 오디가 떠오르는..-_-;;) 실종 사건이 있은 뒤 마이즈루야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쉬쉬하고, 통속 소설의 소재로 쓰기 위해 사건을 캐묻고 다니는 

미모의 남성이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에 근접해 가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여러 유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으로 시작해 탐문으로 

끝맺음 한다. 탐문만으로 사건을 파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다만 물흐르듯 읽다 보면 거짓과 진실이 가려지고, 

가쓰라기에 대한 숨겨진 기구한 사연을 알 수 있는데, 실종 사건과 탐문이라는 추리적

요소로 진행은 되지만 딱히 읽는 이가 사건에 대해 추리하게 만드는 요소는 거의 없다는게

아쉬운 부분인듯 싶다. 반면 제목 답게 유곽에 대해서는 정말 에도시대 일본 유곽에 다녀온듯한 

느낌을 줄정도로 그림이 그려지듯 완벽한 묘사로 시대의 정서를 잘 표현한것 같아 좋았다. 

완벽히 돈에 의해 굴러가는 냉정한 유곽이란 시스템 안에서 채찍과 당근으로 주변인들을

사로 잡아 목적한 바를 이루는 가쓰라기를 보면서 나역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신을

못차렸음을 고백한다. 




판형도 손에 쏙 들어오고 표지 디자인도 제목 답게 맘에 쏙 든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여러 

1인 출판사중 하나인 이 피니스아프리카에의 작품은 처음인데, 오래도록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원하면서 책속 출판사 설명처럼 대박 SF작품도 하나 발굴해 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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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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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2016년 초판)

저자 - 안토니오 가리도

역자 - 송병선

출판사 - 레드스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75p





파란눈의 외국인이 본 고대 중국




스페인의 이름도 낯설은 작가가 고대 중국의 최초의 법의학자에 대한 소설을 썼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사라고사 국제 역사소설상을 수상하고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고의

역사소설에 주어지는 그리프 누아르 상과 프랑스 렉퇴르 셀렉시옹상을 수상했다? -_-

머... 불란서의 상이름이야 들어본적도 없지만 어쨌던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스페인의 공학도가 써낸 이 작품으로 이런 상을 줄줄이 받아 냈다는 것은 픽션이던

팩션이던 허구와 사실의 비율이 얼마나 되던간에 나름 철저한 고증과 뛰어난 스토리 

텔링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중국 최고의 검시관이자 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의 이야기 라는것 하나만으로 궁금증이 일었고 좋은 기회가

닿아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사실 난 역사물(소설 포함)을 정말 싫어 한다. 특히나 외국의 역사물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거니와 다른 세계관이기에 이해하기도 어려워 질색하는데,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국의 아~~~~주 오래전 1186년에 태어난 인물의 작품이라니...

게다가 거의 600페이지의 분량...ㄷㄷㄷ 솔직히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무척 걱정 

했는데, 막상 책을 펴드니 그런 우려가 말끔히 씻겨 내려 갔다. 배경은 동양의 고대

중국이자만, 화자가 서양인이라서인지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묘사 같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되어 송자의 인생 그 하나에만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은 대하 역사극 조선왕조 500년인데, 읽히는 속도는 12부작 미니시리즈

랄까...-_- 





시대는 송나라....펭판관의 조수로서 각종 범죄 사건을 경험한 송자는 할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수도 린안에서 시골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망나니 형 송루의

지시로 매일 매일 강도 높은 농사일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논을 

갈다가 쟁기에 걸린 목이 잘린 이웃집 샹의 시체를 발견하고 때마침 송자의 아버지를

만나러온 펭판관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펭판관은 범인을 잡기 위해 시체를 검시하고

송자는 잘린 목의 입에 틀어막혀 있던 천조각을 펭판관에게 증거로 건낸다. 천조각과

펭판관의 기지로 송루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졸지에 살인자로 몰린 송루는

송자를 저주하며 투옥 된다. 죄책감에 시달린 송자는 루의 죄를 경감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송자는 송나라에서 1186년~1249년까지 살며 [세원집록]이라는 법의학서를 집필하며

인류 최초로 법의학에 기틀을 마련한 실존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실존인물이었던

송자와 몇몇 실존했던 인물들을 등장시켜 20살의 송자가 법의학자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그의 뛰어난 능력으로 국가를 전복 시킬 위험을 파헤쳐 황제에게 인정받고 나라의

법의학자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이다. 이야기 자체는 허구일지 모르나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범죄 에피소드가 실제 송자의 법의학 

지식으로 범인을 잡은 사례를 차용하여 허구 인줄 알면서도 실제적 몰입감을 갖게 만든다.

변변한 도구도 없이 그저 시체를 육안으로 검시하여 상처에 묻은 작은 흙이나 티끌 등 

작은 단서로 유추하여 범인을 잡는 장면들은 과학기술로 무장하여 빈틈 하나 없이 탐색해

범인을 잡는 CSI 와는 또 다른 원초적 재미를 느끼게 한다. CSI보다는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상황을 유추해내는 [셜록]과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됐던 기본적으론 추리 소설의 틀을 유지하면서 송자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전기적 성장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것 같다. 나름 흩뿌렸던 떡밥들도 에필로그를 통해

회수하고 있고, 결말도 깔끔하고 여기저기 반전도 포진해 있어 정말 즐겁게 일독 할 수 

있었다. 머랄까...번뜩이는 기지와 관찰력으로 범인을 잡는 송자의 모습은 600페이지의 

[판관 포청천]을 본 느낌이랄까...

딱딱한 역사 소설이라는 편견 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소설이라 생각된다.




덧1 - 처음 나오는 샹 살인사건에서 펭판관이 범인을 잡은 방법은 실제 송자가 범인을

      잡은 방법을 차용한것이다. 



덧2 - 중국에서 2005년 [대송검시관]이란 제목으로 송자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방영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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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피드의 날 미래의 문학 7
존 윈덤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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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피드의 날 (2016년 초판)_미래의 문학07

저자 - 존 윈덤

역자 - 박중서

출판사 - 폴라북스

정가 - 20,000원

페이지 - 527p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교과서




2014년에 출간된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이후로 3년간 침묵해오던

미래의 문학 SF시리즈가 드디어 새로운 라인업을 내놨다. 오랜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바로바로 [트리피드의 날]이었으니......

그동안 아이디어 회관이나 고려원에서 200페이지 내외의 분량으로 

축약된 아동용으로만 출간 됐었던 작품이 드디어 국내 최초 완역으로

출간 된것이다. 완역본의 페이지가 500여 페이지이니...뭉텅이로 

잘려나간 편집된 부분을 이제서야 읽을 수 있고 진정한 작품을

완독 할 수 있는 기회가 온것이다. -_-




트리피드 농장에 일하던 빌은 독액이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퇴원하기 하루전 밤 초록 혜성이 다가오는 우주쇼를

전세계 사람들은 목격하고 바로 다음날 혜성을 목격한 사람들 전부가 

실명하게 된다. 시력을 회복한 빌은 원인불명의 실명사태를 파악하고 

병원 밖으로 나와 사태를 파악하던중 실명한 남자에게 포박당한채 

구타를 당하는 미모의 여성 조젤라를 보고 남자에게서 그녀를 구한다. 

실명의 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빌과 조젤라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력이 정상인 사람들을 찾아나서는데....





이미 고려원 아동용 판본으로 읽어본 작품이라 대강의 스토리는 아는 

상태에서 책을 펴들었는데, 축약본에는 삭제된 재난 상황에 맞닥뜨린

인간 군상들의 갖가지 행태와 극한상황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각 인물들이 벌이는 다양한 견해와 갈등들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었다. 좀비가 등장하는 미드 워킹데드에서 좀비를 피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여러 부락을 만들고 그들 만의 규율 속에서 발생되는 갖가지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이 작품 역시 걷는 식물 트리피드나 

실명을 야기시킨 초록 혜성등은 인간들 간의 갈등을 이야기 하기 위한 

도구로서 작용하고 궁극적으론 재난 상황속에서 주인공 빌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겪는 고난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명인들을 최대한 돌보면서 그들의 생존을 먼저 지켜주자는 견해와

다음 세대를 위해 실명인들은 포기하고 시력이 정상인 사람들 끼리

공동체를 만들자는 견해의 대립등 인간성과 생존의 사이에서 대립하고 

고민하는 빌의 고뇌가 작품 내내 이어진다.)




사실상 작품을 읽기 전만해도 직립보행하는 괴물식물 트리피드에 의해 

인간이 학살당하는 괴기SF라고 생각 했었는데, 트리피드의 정체가 

식물성 기름을 뽑기위해 유전자 조작된 러시아의 유전공학 작품이고

독침을 제거하여 애완용으로 길러진다는 설정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어찌보면 작가는 트리피드던, 실명을 유발하는 초록 혜성이던 미지의 가공할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라기 보단 인간이 만들어내고 그로인해 야기되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다. 작품이 쓰인 시기가 냉전으로

인하여 전쟁의 위험이 증가했던 시기라고 하는데,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인간이 만들어낸 트리피드나 혜성에 빗대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듯 싶다.  




결과적으로 눈먼 인간들 속에서 생존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

이다보니(트리피드는 재난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양념정도 랄까)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이다. -_- 난 책으로는 못보고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던 영화를 봤었는데

트리피드의 등장 유무를 빼고는 무척 흡사하다고 느꼈다.(소재가 같으니

당연한건가?..-_-;;;) 조만간 책으로 읽어보고 비교해 봐야 겠다는....




문장도 짧고 쉬운편이라 몰입도 좋고, 속도는 꽤 잘 붙는 편이다. 재난 소설 

답게 재난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도 있고

빌의 (통속적 사랑의) 여정을 흥미있게 따라 갈 수 있었다. 500여 페이지가

순식간에 줄어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도 주옥같은 작품들을 미래의 문학 시리즈로 쭈~욱 계속 만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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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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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2016년 초판)

저자 - 알렉스 마우드

역자 - 이한이

출판사 - 레드박스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83p





지옥처럼 무섭다. 최고의 캐릭터들. 

by 스티븐 킹




다쓰러져 가는 낡은 아파트, 그곳에 살고 있는 6명의 이웃...

그중 한명은 엽기 변태 살인마?!!! 평범한 얼굴로 매일 마주치는

이웃중 누군가는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과연 이 살인마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여러 작품에 후한 평을 남기는 '스티븐 킹'할배지만 강렬한 한줄평과

할배가 뽑은 그해의 책 10권에 뽑힌 작품이라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가까운 이웃사람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설정은 영화나 여타

작품에서 많이 다뤘던 설정이기에 새롭진 않았다. '강풀'작가의

[이웃사람]이 생각나면서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작가는 영국 여성 작가로 이 작품이 두번째 장편으로 2013년 

에드거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단 두편만에 에드거 상이라..)

'제임스 프랑코'감독에 영화화도 진행중이라는데....음.....

머..영화야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 진짜 개봉해야 

나오는거고....여성작가답게 각 인물간 세세한 심리묘사나 잡다한 

신변잡기 스러운 묘사가 이어지는데, 어떨땐 수다 떠는 식의 

장황한 주변 묘사에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트리게 하는 단점도 있었다.

일단 등장인물이 많아지면 머리가 나빠서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이작품은 7명의 중심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각 인물들의 개성이 명확해서

인지 각 캐릭터들이 전혀 헷갈리지 않고 살아숨쉬는 듯한 생동감 

있는 캐릭터 들이었다.(머..정상적인 인물은 호세인 한명 뿐인듯

하지만..)





조직의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은행에 검은돈을 입금하는 역할을

맡은 클럽 스트립 댄서 콜레트는 어느날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거액을 들고 튄다. 그렇게 도망자 생활을 하던 콜레트는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임종을 지키기 위해 요양원

근처 낡은 아파트에 세를 얻는다. 무척 낡고 거지같은 아파트지만

인적 사항에 관한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전에 살았던 실종된 

임차인 니키의 짐들을 그대로 떠안고 살게 된다. 이곳엔 자신을

포함해 6명이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 도망자 신세를 감안해 이웃

들과 엮이지 않으려 선을 긋지만...역시나 사람이다 보니 각종

사건에 휩쓸리는데......




작품 초반만 해도 변태 살인마의 정체를(책에선 '연인'으로 지칭한다.)

숨기고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고양이의 시점

에서까지 묘사한다는....한번만 출연해서 다행이라는...) 6명의 이웃중 

누가 살인마일까라는 추리적 요소를 깔면서 각 인물들의 사연을 흥미있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연쇄 살인범에 의해 순박한 이웃들이 한명씩 죽어나가

겠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어라?..-_-;;; 중반 이후 아파트 집주인 로이 

프리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이후 작품의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바뀐다. 로이가 아파트에서 사망한 이후 각각의 세입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힘을 모아 시체를 비밀리에 처리하고....이후 부터는 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진채로 추리적 요소 보다는 인물의 행동에 따라 심리 스릴러적 

작품으로 뒤바뀐다. 일단 내 기준에선 좀더 잔혹해도 좋을것 같긴한데, 

뭔가...좀 아쉬웠다. 그리고 어느정도 읽다보면 예상 가능해지는 살인마도

약간 아쉬웠고...그래도 일단 벌려논 떡밥은 전부 회수되고 결말부 콜레트의

깔끔한 반전에 점수를 주고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극한의 개인주의로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낡고 허름하지만 그래도 사람사는 정이 있는 

(100키로가 넘는 거구의 뚱땡이 시체까지 함께 치워 줄 수 있는) 아파트

세입자들이 정겹게 느껴졌다.(시체를 약품 처리하여 미라로 만들어 자신

만의 마론 인형으로 만드는 살인마가 포함되 있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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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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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2016년 초판)
저자 - 방현희
출판사 - 답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277p




낮선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되다.



얼마전 도서출판 답 블로그에서 신간 출간 기념 이벤트가 열렸다.
그게 뭔고 하니....



 

지금까지 '가장 불운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나 경험'을 댓글로 
적는 것....-_-...그동안 크고 작은 불행과 항상 함께 했던 나로선
그만큼 쓸만한 이야깃 거리가 많았고, 심각한 불운보단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는 작은 불운에 대해 쓰자고 맘먹었고, 얼마전 미용실
에서 겪은 작은 불운에 대해 덧글을 남겼었다.

내용인 즉슨...


불운...생각해보면 난 불운의 아이콘이다.
머피의 법칙저리가라 할 정도로 엽기부족의 법칙이랄까...-_-;;;
식당같은 경우 항상 가려고 벼르고 벼르다 가보면 늘 붙어있는 
'정기 휴일' 팻말....아니면 아예 폐업으로 자취조차 사라져버린다....;;;;
전자기기도 내손만 닿으면 유난히 잘 고장난다. TV를 사도 오줌액정이 
당첨 되고, 휴대폰을 사도 남들은 한두개만 해당되는 버그가 내 
휴대폰에선 알려진 버그가 전부 발현되는 기염을 토한다...머...이제는 
이런 가변운 불운은 그냥 웃어 넘기는 수준이지만서도...ㅠ_ㅠ
아..언제부터 행운에서 불운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어 버린걸까?...
곰곰이 생각해도 그렇게 죄짓고 산 인생은 아닌데 말이다...


어쨌던... 가장 불운한 순간이라....'가장'은 아니지만 얼마전 경험했던 
불운의 순간이다. 내 라이프 스타일은 한번 이발할때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짧게 자르고 기르고 기르다 도저히 지저분해서 안되겠을때 다시 
미용실을 찾는다. 그 주기가 약 3개월 내외이다.
그날도 짐승의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서 직장 퇴근 후 미용실을 찾은 
엽기부족...반팔 피케에 면바지로 단촐하게 미용실을 찾고 평소 이발해 
주시던 여자 디자이너를 찾아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이발 시작... 대강의 이발이 끝나고 어깨에 두른 망토를 걷고 
바리깡으로 다듬기 시작하는데.....미용실 답게 높은 의자에 전신거울에 
비치는 내 머리를 보고....얼굴을 보고...차츰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는데....
뭔가 이상하다...검은색 면바지 사이로 내소중이가 있는곳에 빼꼼이 삐져나온 
파란색 천조각...-_-;;;;;; 검은색 바지 사이로 강렬한 파란색 빤쓰가 더 
강렬하게 보이는 효과가....아뿔싸...언제부터?....라는 의문과 함께 당장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면서 슬슬 디자이너의 눈치를 
본다...포커페이스로 열심히 바리깡질을 하는 디자이너의 표정으로는 도저히 
빤스를 봤는지 못봤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그러던중....헉...디자이너 옆에 
서있는 아리따운 보조 디자이너와 눈이 딱 마주쳤다....뭔가 똥씹은듯 
하면서도 알수 없는 표정.....젠장...봤나보다...ㅠ_ㅠ

등골이 서늘해 지면서 어서 수습해야 된다는 생각뿐...땀을 삐질 흘리며 
아무렇지 않은척 다리를 모으고 피케티를 끌어내려보지만...하필 상의가 짧다...
다 안가려진다...더이상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디자이너 마저 볼지도 모른다...
졸지에 개변태 또라이 아저씨 고객이 되버리기 일보직전...바리깡질을 마친 
디자이너는 가볍게 샴프~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고....보조 디자이너가 나를 
샴푸실로 에스코트 한다....샴푸실로 걷는 와중에도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최대한 벌어진 지퍼를 오므리며 걷는다...허허..애처롭다..ㅠ_ㅠ 의자에 앉고 
눕힐때까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므린다...다행히 하의 전체에 수건이 덮히고 
그제서야 맘을 놓고 머리를 맡긴다. 얇은 수건 한장 덮고 있는데 대놓고 지퍼를 
올리면 샴푸 변태로 낙인 찍힐것 같아 시원하게 머리를 감는 내내 지퍼 올릴 기회를
노렸고, 샴푸 후 보조 디자이너가 자리로 가면 샴푸실에서 후딱 올리겠다고 맘먹고 
또 맘먹었다. 드디어 샴푸가 끝나고....보조디자이너가 나가길 기다리며 쭈뼛데는데...
보조 디자이너가 안나간다..ㅠ_ㅠ 계속 쭈뼛대니 어디 불편하신데 있냐고..!!!
니가 불편하다! 고 속으로 외치고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오므리고 의자로 향한다.
꼭 나를 앞세우고 가야 한단 말이냐.... 피눈물이 흐른다...이젠 해탈의 경지....

어설프게 다리를 오므리고 정신 놓고 앉자 있으니 보조 디자이너는 드라이질을 
마치고 빠진다. 그리고 다시 디자이너가 오더니 앞머리를 다듬기 위해 망토를 
두르는것이 아닌가....헉...마지막 기회다!!! 두른 망토 속으로 손을 놀려 한시바삐 
지퍼를 올린다....혹여 소리가 날까 한번에 올리지 않고 천천히 3단계에 나눠 
올린다....망토 속은 부산하지만....망토 밖은 한없이 고요하다..
휴~~~ 상황 종료.....머리 다듬기가 끝나고 이발 종료....
이제 당당히 일어나 요금을 지불하고 나간다......어느새 문 앞에서 인사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보조 디자이너.....그녀의 샐쭉한 미소가 내 맘을 후벼판다.....
그녀에게 난 그저 개변태 아저씨로 비췄겠지....ㅠ_ㅠ....슬프다....그래도 그녀만
봤을거라 자위해본다...망할 불운이여.....

그리고...당첨..*_* 꺄!!~


몇일뒤


 책과 함께 찾아온 양키캔들 미니워머 세트...ㄷㄷㄷ
대인대 도서출판 답...항상 번창하십시오....응원하겠습니다...넙죽.
그리하야 생각지도 않은 선물과 함께 책을 완독 했다.
장르가 아닌 국내작가의 일반 소설을 읽었던게 언제더라.....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전임은 분명하고...정말 오랜만에 읽는 청춘(?) 소설은 나로선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요리와 관련된 작품이라니...나름 집에서
즐겨 요리하는 남자로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형진은 어머니가 위암에 걸려
오랫동안 암투병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간병생활에 몇년을 보낸다. 
결국은 병환으로 어머니 마저 여의고, 텅빈 2층 양옥집에서 쓸쓸함을 
맛보던 형진은 마침내 집밥주는 셰어하우스의 주인장으로 지내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의 환자식을 오랫동안 직접 만들어 올리면서 자연스레 늘게 된 요리
솜씨를 바탕으로 가정식에 일가견이 있는 형진은 셰어하우스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주3회 저녁 집밥을 제공하기로 하는 파격 조건을 걸고 세입자를
모집...엄정한 심사를 거쳐 미모의 자매와 3명의 피끓는 청년들 총 5명을 
세입자로 맞이한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잘날 없다던가...서로 일면식
없던 사람들이 한지붕에 모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데.......



어머니의 병간호 덕에 세월을 보내고 어느덧 서른살이 넘은 형진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가족이 되면서 사회에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미모의 건축사무소 
디자이너와의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치니, 잘만든 청춘 애정 성장 소설이라
보면 될 듯 하다. 이 책은 특이하게 요리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데,
소심하고 유치한 형진이 사람들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집밥(가정식)을 제공하
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열 수 있는 키로 작용하게 된다. 게다가
작품속 형진의 요리를 만드는 레시피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작품도 보고 
실제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품속 형진의
스페셜 요리인 '프랑스식 파이 뀌시'는 처음 들어보는 요리였고, 정말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로 맛도 궁금하고 의욕이 솟구치는 음식 이었다. -_-



픽션이다 보니 어느정도 미화된 면도 있겠지만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형진의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보자니 뭔가
예전의 하숙집 같은 낭만이 느껴지는....어머님이 지어주신 집밥을 배불리
먹은것 같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따뜻해 지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불운 속에서 작은 행운을 가져다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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