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평점 :
유곽 안내서 (2016년 초판)
저자 - 마쓰이 게사코
역자 - 박정임
출판사 - 피니스아프리카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3p
에도시대 유녀 사용설명서
일본의 기생 유녀들이 모여사는 사창가 유곽에 대한 안내서라...-_-;;
뭔가 19금 스러운 느낌의 기대감과 제 137회 나오키 수상작이라는 문학적
완성도 또한 갖춘 미스터리 작품이라 생각되어 흥분과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펴들었다. 상당히 독특한 전개 방식의 작품이었는데, 미스터리? 문학?
쪽 내공이 부족하여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방식의 작품은 처음 이다 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좀더 빠져들어 읽었던것 같다.
일단...몇몇 정사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원하던 노골적 19금 묘사는 없었다...ㅠ_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독특한 전개 방식은 작품의 전체가 각 인물들의 인터뷰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대화 조차도 생략되어 인터뷰어가 되묻는식으로
철저히 상대방의 말로 채워진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독특한 전개
방식이 일반 방식과 비교하여 장단점이 있겠지만 일단 상대방의 말 속에서
흘리는 말 한마디에 단서를 얻어 다음 사람을 인터뷰 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
해서 읽을 수 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들더라....
일본 기생이라 하면 밀가루 같은 떡 분칠에 눈썹의 절반 이상을 밀어버리고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끌며 뒤뚱 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외형적인 모습을 떠올리는것
외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뭔가 유녀(기생)의 기구한 일생과
쩐에 의해 긴밀하게 움직이는 기방(유곽)이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진짜 '유곽 종합 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기생이나 일본의 유녀나
시작과 끝은 별다를게 없는것 같다. 그저 가난에 찌들어 입이라도 줄이고자 꼬꼬마 어린
시절 부터 유곽에 헐값에 팔려와 온갖 굳은일을 하다가 입적하여 고급 유녀가 되는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남자를 홀려 단골을 만들다 그중 가장 부자집 상속자의 첩으로
들어가 유곽을 나오는것이 인생의 목표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인생피는 유녀는
하늘의 별따기...고급 유녀의 화대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고급 유녀가 되기위해 입는
옷이나 화장품 등등을 모두 유녀의 자비로 마련해야 하니 모이는 돈은 없고 점점 유곽에
빚을지고, 점차 나이는 먹어가고 단골은 떨어지고, 결국엔 유곽의 쓸모없는 늙은 노인네로
전락하여 굳은일이나 하며 근근이 풀칠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사창가 여성들과 비교해도 별반 다를바 없는것 같다는..-_-;;)
어쨌던...유곽 내 최고의 기방인 마이즈루야의 최고 고급 유녀 가쓰라기는 부유한 상인을
잘 구슬려 천냥이라는 거금을 뜯어내 기방에서 낙적(빚을 갚고 자유의 몸이됨)을 얻어
낸다. 낙적 수속을 밟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기 며칠전..... 가쓰라기는 감쪽 같이
사라져 버리는데...출입구가 하나에 항시 지키는 사람이 있는 기방 시스템상 유녀의
탈출은 있을 수 없지만 가쓰라기는 실종 되고 만다.....(뭔가...출소 하루전 탈옥하는
[라이프 오어 데스]의 오디가 떠오르는..-_-;;) 실종 사건이 있은 뒤 마이즈루야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쉬쉬하고, 통속 소설의 소재로 쓰기 위해 사건을 캐묻고 다니는
미모의 남성이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에 근접해 가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여러 유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으로 시작해 탐문으로
끝맺음 한다. 탐문만으로 사건을 파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다만 물흐르듯 읽다 보면 거짓과 진실이 가려지고,
가쓰라기에 대한 숨겨진 기구한 사연을 알 수 있는데, 실종 사건과 탐문이라는 추리적
요소로 진행은 되지만 딱히 읽는 이가 사건에 대해 추리하게 만드는 요소는 거의 없다는게
아쉬운 부분인듯 싶다. 반면 제목 답게 유곽에 대해서는 정말 에도시대 일본 유곽에 다녀온듯한
느낌을 줄정도로 그림이 그려지듯 완벽한 묘사로 시대의 정서를 잘 표현한것 같아 좋았다.
완벽히 돈에 의해 굴러가는 냉정한 유곽이란 시스템 안에서 채찍과 당근으로 주변인들을
사로 잡아 목적한 바를 이루는 가쓰라기를 보면서 나역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정신을
못차렸음을 고백한다.
판형도 손에 쏙 들어오고 표지 디자인도 제목 답게 맘에 쏙 든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여러
1인 출판사중 하나인 이 피니스아프리카에의 작품은 처음인데, 오래도록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원하면서 책속 출판사 설명처럼 대박 SF작품도 하나 발굴해 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