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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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2016년 초판)
저자 - 방현희
출판사 - 답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277p




낮선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되다.



얼마전 도서출판 답 블로그에서 신간 출간 기념 이벤트가 열렸다.
그게 뭔고 하니....



 

지금까지 '가장 불운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나 경험'을 댓글로 
적는 것....-_-...그동안 크고 작은 불행과 항상 함께 했던 나로선
그만큼 쓸만한 이야깃 거리가 많았고, 심각한 불운보단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는 작은 불운에 대해 쓰자고 맘먹었고, 얼마전 미용실
에서 겪은 작은 불운에 대해 덧글을 남겼었다.

내용인 즉슨...


불운...생각해보면 난 불운의 아이콘이다.
머피의 법칙저리가라 할 정도로 엽기부족의 법칙이랄까...-_-;;;
식당같은 경우 항상 가려고 벼르고 벼르다 가보면 늘 붙어있는 
'정기 휴일' 팻말....아니면 아예 폐업으로 자취조차 사라져버린다....;;;;
전자기기도 내손만 닿으면 유난히 잘 고장난다. TV를 사도 오줌액정이 
당첨 되고, 휴대폰을 사도 남들은 한두개만 해당되는 버그가 내 
휴대폰에선 알려진 버그가 전부 발현되는 기염을 토한다...머...이제는 
이런 가변운 불운은 그냥 웃어 넘기는 수준이지만서도...ㅠ_ㅠ
아..언제부터 행운에서 불운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어 버린걸까?...
곰곰이 생각해도 그렇게 죄짓고 산 인생은 아닌데 말이다...


어쨌던... 가장 불운한 순간이라....'가장'은 아니지만 얼마전 경험했던 
불운의 순간이다. 내 라이프 스타일은 한번 이발할때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짧게 자르고 기르고 기르다 도저히 지저분해서 안되겠을때 다시 
미용실을 찾는다. 그 주기가 약 3개월 내외이다.
그날도 짐승의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서 직장 퇴근 후 미용실을 찾은 
엽기부족...반팔 피케에 면바지로 단촐하게 미용실을 찾고 평소 이발해 
주시던 여자 디자이너를 찾아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이발 시작... 대강의 이발이 끝나고 어깨에 두른 망토를 걷고 
바리깡으로 다듬기 시작하는데.....미용실 답게 높은 의자에 전신거울에 
비치는 내 머리를 보고....얼굴을 보고...차츰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는데....
뭔가 이상하다...검은색 면바지 사이로 내소중이가 있는곳에 빼꼼이 삐져나온 
파란색 천조각...-_-;;;;;; 검은색 바지 사이로 강렬한 파란색 빤쓰가 더 
강렬하게 보이는 효과가....아뿔싸...언제부터?....라는 의문과 함께 당장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면서 슬슬 디자이너의 눈치를 
본다...포커페이스로 열심히 바리깡질을 하는 디자이너의 표정으로는 도저히 
빤스를 봤는지 못봤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그러던중....헉...디자이너 옆에 
서있는 아리따운 보조 디자이너와 눈이 딱 마주쳤다....뭔가 똥씹은듯 
하면서도 알수 없는 표정.....젠장...봤나보다...ㅠ_ㅠ

등골이 서늘해 지면서 어서 수습해야 된다는 생각뿐...땀을 삐질 흘리며 
아무렇지 않은척 다리를 모으고 피케티를 끌어내려보지만...하필 상의가 짧다...
다 안가려진다...더이상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디자이너 마저 볼지도 모른다...
졸지에 개변태 또라이 아저씨 고객이 되버리기 일보직전...바리깡질을 마친 
디자이너는 가볍게 샴프~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고....보조 디자이너가 나를 
샴푸실로 에스코트 한다....샴푸실로 걷는 와중에도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최대한 벌어진 지퍼를 오므리며 걷는다...허허..애처롭다..ㅠ_ㅠ 의자에 앉고 
눕힐때까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므린다...다행히 하의 전체에 수건이 덮히고 
그제서야 맘을 놓고 머리를 맡긴다. 얇은 수건 한장 덮고 있는데 대놓고 지퍼를 
올리면 샴푸 변태로 낙인 찍힐것 같아 시원하게 머리를 감는 내내 지퍼 올릴 기회를
노렸고, 샴푸 후 보조 디자이너가 자리로 가면 샴푸실에서 후딱 올리겠다고 맘먹고 
또 맘먹었다. 드디어 샴푸가 끝나고....보조디자이너가 나가길 기다리며 쭈뼛데는데...
보조 디자이너가 안나간다..ㅠ_ㅠ 계속 쭈뼛대니 어디 불편하신데 있냐고..!!!
니가 불편하다! 고 속으로 외치고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오므리고 의자로 향한다.
꼭 나를 앞세우고 가야 한단 말이냐.... 피눈물이 흐른다...이젠 해탈의 경지....

어설프게 다리를 오므리고 정신 놓고 앉자 있으니 보조 디자이너는 드라이질을 
마치고 빠진다. 그리고 다시 디자이너가 오더니 앞머리를 다듬기 위해 망토를 
두르는것이 아닌가....헉...마지막 기회다!!! 두른 망토 속으로 손을 놀려 한시바삐 
지퍼를 올린다....혹여 소리가 날까 한번에 올리지 않고 천천히 3단계에 나눠 
올린다....망토 속은 부산하지만....망토 밖은 한없이 고요하다..
휴~~~ 상황 종료.....머리 다듬기가 끝나고 이발 종료....
이제 당당히 일어나 요금을 지불하고 나간다......어느새 문 앞에서 인사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보조 디자이너.....그녀의 샐쭉한 미소가 내 맘을 후벼판다.....
그녀에게 난 그저 개변태 아저씨로 비췄겠지....ㅠ_ㅠ....슬프다....그래도 그녀만
봤을거라 자위해본다...망할 불운이여.....

그리고...당첨..*_* 꺄!!~


몇일뒤


 책과 함께 찾아온 양키캔들 미니워머 세트...ㄷㄷㄷ
대인대 도서출판 답...항상 번창하십시오....응원하겠습니다...넙죽.
그리하야 생각지도 않은 선물과 함께 책을 완독 했다.
장르가 아닌 국내작가의 일반 소설을 읽었던게 언제더라.....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전임은 분명하고...정말 오랜만에 읽는 청춘(?) 소설은 나로선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요리와 관련된 작품이라니...나름 집에서
즐겨 요리하는 남자로 더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형진은 어머니가 위암에 걸려
오랫동안 암투병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간병생활에 몇년을 보낸다. 
결국은 병환으로 어머니 마저 여의고, 텅빈 2층 양옥집에서 쓸쓸함을 
맛보던 형진은 마침내 집밥주는 셰어하우스의 주인장으로 지내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의 환자식을 오랫동안 직접 만들어 올리면서 자연스레 늘게 된 요리
솜씨를 바탕으로 가정식에 일가견이 있는 형진은 셰어하우스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주3회 저녁 집밥을 제공하기로 하는 파격 조건을 걸고 세입자를
모집...엄정한 심사를 거쳐 미모의 자매와 3명의 피끓는 청년들 총 5명을 
세입자로 맞이한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잘날 없다던가...서로 일면식
없던 사람들이 한지붕에 모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데.......



어머니의 병간호 덕에 세월을 보내고 어느덧 서른살이 넘은 형진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가족이 되면서 사회에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미모의 건축사무소 
디자이너와의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치니, 잘만든 청춘 애정 성장 소설이라
보면 될 듯 하다. 이 책은 특이하게 요리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데,
소심하고 유치한 형진이 사람들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집밥(가정식)을 제공하
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열 수 있는 키로 작용하게 된다. 게다가
작품속 형진의 요리를 만드는 레시피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작품도 보고 
실제로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품속 형진의
스페셜 요리인 '프랑스식 파이 뀌시'는 처음 들어보는 요리였고, 정말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로 맛도 궁금하고 의욕이 솟구치는 음식 이었다. -_-



픽션이다 보니 어느정도 미화된 면도 있겠지만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형진의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보자니 뭔가
예전의 하숙집 같은 낭만이 느껴지는....어머님이 지어주신 집밥을 배불리
먹은것 같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따뜻해 지는 작품이었다.
이어지는 불운 속에서 작은 행운을 가져다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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