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굿 미 배드 미 (2017년 초판)_미드나잇 스릴러 시리즈

저자 - 알리 랜드

역자 - 공민희

출판사 - 나무의철학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5p




굿 걸 배드 걸




어쩌다 보니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에 이어 또 잔혹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15세 소녀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_- '미스에이'의 데뷔곡 제목이 연상되는 [굿 미 배드 미]는 10년간 9명의 아이들을

죽인 연쇄살인 엄마를 경찰에 직접 고발한 15세 소녀의 이야기라는 무척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너무나 강렬하면서도 너무나 궁금증이 이는 플롯으로 인해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고, 

서평 카페에 이 작품이 올라온걸 보고 바로 신청하여 운좋게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태어나 기억할

수 있는 나이부터 쭈욱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고 도저히 정상이 아닌 엄마 아래서 비뚤어진 모성을 

느끼며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자녀는 정상적으로 성장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책을 펴 들었고 소녀가 정상적으로 살기위해, 정상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그녀

만의 방식으로..)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들을 지켜 볼 수 있었다..-_-;;;; 상처입은 15세 소녀의 심리

를 통해 자식에 대한 정상적인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드는 가족 사랑 휴머니즘 사이코 

스릴러??...라고 할 수 있겠다...-_-




10년간 9명의 아이들을 놀이방에 감금한뒤 잔인하게 살해한 엄마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애니는

제발로 경찰서에 찾아가 엄마를 신고 한다. 이 사건으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엄마는 입건

되고 재판을 기다린다. 심리일정을 기다리는 동안 애니는 밀리로 가명을 쓰고 밀리를 돌봐주던 심리

학자 마이크의 집에 수양딸로 들어가 지내게 된다. 온화하고 상냥한 심리학자 마이크와는 대조적으로

마이크의 아내는 어딘가 정신이 나가 있는듯 하고, 마이크의 딸 피비는 밀리와 함께 지내는것에 대해

상당한 적대적 반감을 대놓고 드러낸다. 피비와 같은 나이인 밀리는 피비와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입학하자마자 피비의 주도로 본격적인 밀리에 대한 이지메가 시작되는데......




그렇게 굴러온 돌과 박힌 돌 간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고 밀리는 이지메를 이겨내고 정상적 생활을

하고자 고군분투를 벌인다....대부분의 페이지가 괴롭힘을 당하는 밀리의 고통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분량이 할애되는데 엄마의 잘못된 사랑으로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인식하에 이지메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밀리의 심리는 여타 괴롭힘 당하는 비운의 가녀린 소녀들의 심리와는 사뭇 

달랐다....엄마의 환영이 시든때도 없이 나타나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가르친 살인 기술로 

예뻐(?)해주라고 속삭이지만, 어떻게던 정상적으로 살고자 하는 밀리는 이 위험한 충동적 내면(BAD ME)과

참으려 노력하는 인내의 내면(GOOD ME)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고뇌한다. 사실 말이 좋아 고뇌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지켜보는 심정이라 꽤나 쫄깃한 느낌으로 지켜 보게 만들었다.(머..결국

터지긴 터진다...) 잔혹한 표현 없이 그저 중딩 애들이 벌이는 왕따 짓거리들이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바로 시한폭탄 밀리 덕분에 이런 유치한 괴롭힘 만으로도 예측하기 힘든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느끼게 한것 같다. 




아픈 과거를 숨긴채 정상적인 삶을 살기위해 자신을 감추는 밀리와 눈엣가시 같은 밀리를 괴롭히는

피비와의 갈등...그리고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밀리와 엄마의 비밀....날로 수위가 심각해지는

피비의 왕따....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혹은 방관하는 피비의 부모....점차 인내력이 바닥나는

밀리의 내면....밀리 내면의 착한 나와 나쁜 나 중 누가 수면위로 올라올 것인가?.....이 작품이 

스릴러 이기에 누가 올라오는지는 뻔하지만....관건은 어떻게? 얼마나 치밀하게 올라오는가 아니겠

는가?...그런면에서 볼때 마지막 결말부 사건의 내막은 다소 부족한 인과 관계로 아쉬움이 남는다.

(왜???? 라는 의문이 드는 결말이었다...ㅠ_ㅠ) 나쁜 밀리가 나오려면 좀 더 확실하게 나와주지...-_- 

어찌됐던 상처입은 소녀의 엇갈리는 내면에 대한 심리묘사는 정말 좋았고, 그로 인해 작품 전체에 

쫀쫀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분위기도 좋았던 작품이다. 자식을 괴물로 만들지 정상인으로 만들지는 

부모에게 달렸다...사랑으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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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2017년 초판)

저자 - 웬디 워커

역자 - 김선형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75p





너의 기억을 찾아줄께




15세 소녀의 강간 사건을 다룬 다소 충격적인 소재와 기억 삭제 요법이라는 실제 연구되고 있는 치료

방법을 접목한 심리 스릴러 작품이 출간되었다. 두 딸래미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사실 미성년자의

강간이라는 자극적 소재는 끔찍하게 다가온다. 소설속 뿐만 아니라 지금도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일이

기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다가 부모의 마음으로 읽게 되니 소녀의 아픈 마음에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는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소녀에게, 소녀의 부모에게 마음이 쓰이고 마음이 

아팠다...ㅠ_ㅠ 이 작품은 여타의 심리 스릴러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사건의 당사자인

소녀나 전지적 시점의 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것이 아니라 작품속 소녀의 치료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의 회고(?) 혹은 수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심리학 스릴러'

라고 해야할것 같다. 




꼬꼬마 중딩시절...한창 오컬트, 괴담, 기담, 공포호러에 열을 올리던 시절....인터넷 헌책방 목록중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하였으니....[늑대인간]...당연히 늑대인간에 대한 공포 작품이겠거니 생각하고

앞뒤 않보고 질르고 난뒤.....실물이 도착했다.....제목 : 늑대인간, 저자 : 프로이트....-_-;;;;;

그당시 '프로이트'가 누군지도 모르던 꼬꼬마 중딩 시절이었기에 책을 펼치고 읽었다...그리고 본문에 

도배되듯 난무하는 거세..거세..거세...거세 공포...배설...배설의 공포..등등등.-_-;;;;;; 한 챕터 

정도 읽다가 덮은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을 읽다보니 불현듯 그때의 황당함이 떠올랐다... 이 작품 

처럼 이야기(충격적인 이야기지만)에 심리학을 녹였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독특하게도 이 작품은 강간을 범한 가해자를 검거하기 위한 수사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강간을 당한 당사자의 망가진 정신과 마음을 정신과 의사의 시점에서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로 

어떻게 추스르는지와 사건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틀어진 소녀의 엄마와 아빠가 어떤 상담과 치료를 통해

정상적 관계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찰하는 내용이 작품의 대부분을 체운다. 





15살의 제니는 친구의 홈파티에 평소 짝사랑하던 급우에게 대시했으나 비참하게 퇴짜를 맞고 정신적 

충격에 만취 상태로 파티장 밖 숲으로 뛰쳐 나간다. 그곳에서 의문의 남성에게 1시간 동안 성폭행을

당하고 만신창이로 사람들에게 발견되 병원으로 실려간다. 딸의 소식을 들은 부모는 재빠르게 병원으로

찾아가 딸이 겪었던 1시간을 통째로 삭제하는 시술을 받는데 동의한다. 퇴원후...1시간의 기억이 

사라진 제니는 언뜻 평범한 일상을 사는듯 보였지만 사실은 그녀의 정신상태는 극도로 불안해져만 

갔고, 급기야 양손목을 긋고 자살시도를 벌인다. 때마침 엄마에게 발견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제니는

심신 안정을 위해 마을의 정신과 의사를 찾게 되는데......





상처난 기억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는 망각치료가 과연 소녀의 상처난 가슴을 치유할 수 있을까?...

얼핏보면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같지만 상처입은 소녀의 멍든 가슴을 보듬어 주고 함께 극복할 기회

자체를 뺏어 버린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제니만 기억이 사라졌을뿐...그녀를 대하는 가족, 친구, 이웃

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은연중 그 사실에 대한 반응을 비췄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니는 그런

주변사람들의 비일상적인 모습들에 상처를 받고 결국엔 자살미수 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부터는 정신과 전문의가 지워버린 기억을 다시 되찾아 주기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는데, 제목은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이지만, 줄기차게 [너의 기억을 찾아줄께]로 전개된다. 얼핏 정신분석학적인 전개

때문에 지루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읽으며 느낀점은 사건의 전개가 전문의의 말에 국한되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그때문에 사건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점, 각 인물들의 갈등이 전문의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바뀌는점들로 인하여 웬만한 추리소설 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초중반까지는 제니의 기억을 찾기 위한 정신분석학적 치료에 치중한다면, 중반 이후엔 극적 

반전을 통해 의사의 숨겨진 비밀이 대두되면서 이야기 양상이 뒤바껴 버리는 사이코 드라마의 재미를

보여준다. 독특한 시각, 유니크한 스타일, 숨겨진 반전 등등 재미있게 읽은 심리'학' 스릴러 인것 같다.




덧1 - 정신과 의사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같은 방식의 작품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음악]이 있다.


덧2 - '지워줄게'? OR '지워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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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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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2017년 초판)
저자 - 해원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48p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하드보일드 액션

 


냉철하고 잔혹한 북한 특수요원이 낯선 남미의 타국 콜롬비아에서 거대 마약상과 특수부대, CIA와
맞서 싸우는 방대한 스케일의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 작품이 출간되었다. 해원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가는 이 작품이 첫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막힘없이 읽히는 문체나 가독성, 깊이 있는 스토리와 복선
등등 첫 데뷔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프로의 완성도를 갖춘 스릴러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특수요원이 펼치는 액션을 보며 '공유'가 북한 정보원으로 출연하여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영화 [용의자]가 떠올랐는데, 다만 기존의 여타
작품들과 다른점은 이 작품의 북한 특수요원을 여성으로 설정하여 차별점을 둔것이다. 여리여리한
여성이 눈알을 터뜨리고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머리통을 깨부수는등 거의 하드고어적인 액션을 거침없이
선보이니 킬링머신이 따로 없을 지경....-_-;;;; 처절 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매 챕터마다 시원
시원하게 펼쳐지니 오백여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도 전혀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짧은 분량으로 챕터를
나눈 구성도 자칫 스토리가 늘어지는 느낌을 막아주고 짧은 호흡으로 쭈욱 읽을 수 있도록 만든것 같다.

 

작품의 배경인 콜롬비아 거대 마약 카르텔인 메데인 카르텔과 보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모두 실존
했던 조직과 인물로 실로 나라를 흔들었던 악명 높은 보스였다고 한다. 마약을 통해 모은 돈이 너무
많아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뿌리고, 그로 인해 인기가 높아진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마약조직의 보스로
국회의원에 선출되고,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에 까지 올라 나라를 잠식하려는 야욕을 보인다. 그리하여
경쟁 유력 대선후보를 처단하기 위해 후보가 탄 비행기까지 폭파 시켜버리는...실로 엄청난 인물이더라
....-_-;;; 그런 메데인 카르텔의 숨겨진 마약 공급책으로 동물농장이라 불리는 마약 생산 공장에서
파블로의 오른팔 디에고를 보스로 지키는 보디가드 용병....전직 북한 특수요원 권순이의 이야기는
실존 사건과 인물에 작가의 픽션을 절묘하게 녹여놔 실제 사건을 보든듯한 사실적 느낌을 극대화 시킨다.

 


비밀 화물을 선박에 싫고 이동중이던 권순이는 불의의 사고로 배가 침몰하고, 구사일생으로 홀로 목숨을
건진다. 당에 복귀하지 않은채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의 마약 생산 공장에 보디가드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던 권순이는 거대 마약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에 정면으로 맞서 각 공장을 폭파시키는 정체불명의 조직
늑대에 맞서 본격적으로 거대 조직간의 싸움에 발을 들이며 휘말리게 된다. 그러던중 늑대에의해 부모를
잃고 약에 취해 성노예로 학대 당하던 소녀 리타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를 돌보면서 잊고 있던 가족에
대한 향수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미래 없이 삶을 연명하던 생활에서 리타로 인해, 리타를 위해 콜롬비아
를 탈출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권순이는 늑대 조직을 추적하는 동시에 한국 대사관의 요원에게 타국으로
망명 요청을 하는데.....

 


리타로 인해 킬링 머신에서 그나마 약간의 인간성을 회복하지만....역시..애가 등장한다는건 누구나 예상
가능 하듯이...발암 캐릭터로 활약 한다는것...-_-;;;; 정말 오지게 말 않듣고 멋대로 행동해 순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미드 [24]에서 '잭 바우어'의 외동딸 '킴 바우어'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초반 단순해 보이던 카르텔 간의 알력 다툼이 수많은 반전을 거듭하며 실제로는 국가간의 깊은
음모와 국제 전쟁으로 까지 확대되는 거대한 스케일의 범죄 스릴러물의 재미를 보여준다. 특수요원 간의
일대일 전투, 대전차 로켓이 난무하는 대규모 총격전까지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한 숨막히는 액션씬은
하드보일드 액션의 정석을 보는듯 했다. 물론 권순이 혼자서 총알 세례를 피해 원샷 원킬로 수십명의 무리를
해치우는 장면들은 '장클로드 반담'이나 '척 노리스'의 1인 전쟁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만...그래도 미화
없이 뇌수가 터지고 살점이 날라다니는 참혹한 전쟁의 참극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 좋았다. 그와 함께 살인
기계였던 권순이가 리타로 인해 서서히 인간의 감정을 되찾아 가는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도 권순이에게 좀더
감정적으로 이입 할 수 있고 그녀를 응원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이지 않았나 싶다. 어디서 본듯한 첩보물의
클리셰들로 다소 예상가능한 결과를 보여주긴 하지만 젼혀 모르고 있던 남미의 이국의 땅이라는 배경 덕분에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것 같다.  

 


국내에서 이정도 스케일에 이정도 완성도의 하드보일드 작품을..그것도 데뷔작으로 들고 나왔다는데 놀라움을
느끼면서 이후에 나올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작가인것 같다. 영화 [시카리오], 미드 [나르코스]와
함께 보면 더 없이 좋을 작품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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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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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2017년 초판)
저자 - 강지영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03p




개만도 못한 인간들의 적나라한 민낯



개의 탈을 쓴 소년과 인간의 탈을 쓴 개가 어울리는 표지....얼핏보면 강아지와 노는 소년이
등장하는 발랄한 반려견 소설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제목도 그렇거니와...) 하지만 표지를
넘겨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말랑한 환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9편의 단편 속엔 실로 개만도
못한(개님 미안합니다 ㅠ_ㅠ) 버러지 같은 인간군상들이 등장하여 내 속을 온통 후벼판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의 적나라한 민낯을 어떠한 가식도 없이 있는 그대로 때로는 참혹하게, 
때로는 아련하고 슬프게 그려낸다. '강지영'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지만, 내겐
이 단편집 하나만으로 공포 장르 소설의 완소 작가로 아로 새겨질것 같다. 첫 표지를 넘기고 
책날개에 인쇄된 작가의 미모에 놀라고 첫번째 단편의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에 놀라고
단편이 거듭될수록 깊어지는 인간적 비애에 놀라게 된다. 공포와 호러, 판타지가 혼재된 9편의
이야기는 어느하나 버릴것 없는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말을 선사하여
어릴적 즐겨보던 [환상특급] 혹은 [기묘한 이야기]를 본듯한(제목 앞에 잔혹을 붙여야 겠지만)
꿈같은(악몽같은???) 시간과 여운을 선사한다. 하드고어한 잔혹동화라는 점에서 '편혜영'
작가의 [아오이 가든]이 떠오르기도 한데, [아오이 가든]이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몽환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면, 이 작품은 지극히 정말로 잔인하리 만치 현실적이다.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까발리는.....



1. 개들이 식사할 시간
PC방을 운영하는 강형은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실로 오랜만에 고향을 향한다.
경찰을 통해 어머니의 실종과 함께 재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강형은 의붓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갈피를 못잡고 고향집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재혼 상대가 자신이 지긋지긋하게 경멸하던 식용
개를 잡아 팔며 생계를 유지하던 장갑 아저씨라는걸 알게되는데......
- 표지의 그림과 같은 이야기다...개의 탈을 쓴 개만도 못한 강형....-_- 짐승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은 물지 않는다. 그러나 개만도 못한 인간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법...결국 비극적 결말은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그나저나 개를 도살하는 첫 장면은 너무 리얼하고 끔찍해서 작가가 도살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묘사하는가 싶을 정도...


2. 눈물
공장의 폐기물이 흘러든 마을에 생명이 잉태되고 여자 아기가 태어난다. 오염 때문인지 엄마의 
비행 때문인지 아기는 7달만에 밖으로 나오고, 숨쉬지 않는 아기를 땅에 묻으려던 엄마와 마을의
노인은 한참만에 숨을 쉬며 첫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보고 놀란다. 양쪽 눈 미간 사이의 세번째
눈에서 눈물대신 영롱한 보석을 떨어뜨리는 아기.....이때부터 아기가 소녀가 될때까지 마을 사람
들은 비밀리에 소녀를 집안에 가두고 온갖 가학적 고문을 통해 세번째 눈에서 보석을 짜내 보석을 
판 돈으로 호위호식한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고통 속에 소녀는 드디어 마을을 탈출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 그로테스크함이 넘치는 잔혹동화였다. 결말의 충격적 반전과 소녀의 마지막 선택까지 탐욕에
물든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3. 거짓말 
아내의 막대한 빚과 사채업자의 횡포로 위장이혼을 한 여성은 집으로 찾아온 사채업자의 압력에
못이겨 콜라에 에프킬라 반통을 섞어 마시게 하여 목숨을 잃게 만든다. 얼마뒤 남편도 집으로 
찾아와 화장실에 죽어있는 사채업자를 보지 못하고 갈증에 살충제가 든 콜라를 마시고, 그도 
역시 정신을 잃는다. 두구의 시체를 본 여성은 이내 집을 뛰쳐나와 정처없이 헤메이다 한 남성을
만나는데......
에프킬라 반통의 콜라가 이렇게 위험한 것이다!...인간답게 살기위해 사채빚을 지고, 그 사채
빚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여자의 인생이 참으로 기구하다...모든것을 잃고 나서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시리도록 차갑더라....


4. 스틸레토
어느날 당신이 나의 기대 쉴곳이란 말과 함께 알몸의 미모의 여성이 찾아온다. 이 여성은 죽고 
또 죽어도 자유자재로 나이대를 바꿔가며 남성에게 알몸으로 찾아온다. 그렇게 수백번의 인스
턴트 생을 살던 여성의 뒷처리를 해오던 남성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되고, 여성은
병든 남성을 버리고 남성의 아들에게 달라 붙으려고 하는데......
- 죽고 또 죽어도 되살아나 남성에게 달라붙어 기를 빨고 사는 아메바 같은 여성을 보며 '이토
준지'의 [토미에]가 떠올랐다. 기묘한 설정과 속고 속이는 심리묘사가 잘 어울러진 작품.


5. 사향나무 로맨스
게임을 통해 여친을 사귀게 된 백수인 나는 여친의 헤픈 씀씀이 때문에 급하게 알바자리를 구하
던중 책읽기 알바 모집을 보고 신청한다. 도시를 벗어나 한참 시골로 들어간 외딴집. 고목나무
처럼 말라 비틀어진 노파를 따라 들어가 노파의 책장에서 책을 집어들고 첫 책읽기 알바를 시작
한다. 그런데 골라 잡은 책은 B급 성인 도색 포르노 소설이었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나는 책읽기
를 멈추는데......
- 역시나 옹이 투성이의 노파의 모습은 '이토 준지' 만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젊은 남성이
읽어주는 포르노 소설을 들으며 성적 만족을 느끼는 노파의 모습은 '박찬욱'감독의 [아가씨]중
'김민희'가 포르노 소설을 리얼하게 읽던 장면과 오버랩 됐다. 공포 만화적 상상력과 괴담식 
이야기가 어우려진 기괴하고 요상한 이야기. 


6. 키시는 쏨이다
성인 AV배우 키시를 즐겨보며 DDR을 치는 경호, 같은 고등학교 동급생 소미를 짝사랑하는 경호.
혈기왕성한 경호에게 소미로 추정되는 여성이 나오는 포르노 동영상이 유출되어 돌아다닌다는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유출 동영상을 검색한다. 그리고 확인한 동영상속
여성은 소미가 확실하고, 영상속 섹스장소가 자신의 집. 자기방 침대위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에 
빠지는데.....
- 허허....단편속 경호의 사이버 여친인 키시가 실존 AV배우 '키시 아이노'였다니...-_-;;;; 아...
너무나...지극히...현실적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남성의 성적 생리를 자세히 알고 있는건지....  
고등학생 소미의 문란한 섹스를 강하게 대두하면서 그녀가 직업여성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흘리듯 던져 가슴 아프게 만든다.


7. 이상하고 아름다운
친한 친구를 사고로 죽게 만들고 이후 실패자의 삶을 사는 자동차 세일즈맨 최장희는 점차 사회
에서 도태되며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듯 육체도 희미해져간다. 그렇게 아둥바둥 사는데 
지쳐버린 세일즈맨은 생을 끊기 위해 숲속을 찾고 깊은 숲속을 헤매다가 신선을 만난다. 의문의
신선과 알까기 시합을 벌이는데......
- 실패한 인생의 패배자에게 찾아온 인생을 되돌릴 기회....9편의 단편중 그나마 휴머니즘 단편
인듯...-_-


8. 허탕
직업여성도 거부할 정도의 왕자지를 가진 대물 남성과 허공에 삽질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헐거운
여성이 만나 진짜 사랑을 나누 이야기...
- 내가 지어서 쓴게 아니라 정말 단편속에 나오는 표현이다...-_-;;;; 다시 말하지만 이 작가
어떻게 이렇게 남성의 성적 심리를 파악하고 있는건지.....너무 적나라해서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그러나 저러나 상처입은 외롭고 고독한 남자, 여자의 진짜 리얼 러브스토리....


9. 있던 자리
허울좋은 말만 번지르르한 남편을 둔 죄로 어린 딸과 지지리 가난하게 사는 박복한 여성은 어떻게든
살기위해 발버둥 치지만 오늘도 남편은 새로운 전도 유망한 사업아이템이라며 의절한 남동생에게
돈 삼천을 빌려오라고 꼬셔댄다. 연이은 실패로 친가와 의절당한 여성은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닭
똥같은 눈물을 흘려대는 남성의 눈물 작전에 마음이 약해진 여성은 또 한번 속아넘어가 유치원을
마친 딸과 함께 남동생의 집을 찾아가는데.....
- 아...젠장....정말 욕나오는 단편이다...제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너무나 가혹한
이야기라 도중에 책을 덮고 싶을 정도였다....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남편 새끼와 가난에 찌들은
여자...그리고 너무나 티없는 딸래미...ㅠ_ㅠ...아....그리고 모든 짐을 내려놓는 결말을 보며 
내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단편들중 가장 슬프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작품이었다. 



9편의 단편중 버릴 단편 하나 없이 모두 독특하고 기묘한 세계를 보여 준다. 때로는 이기적인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 대해, 때로는 탐욕에 물든 인간들의 잔인함에 대해, 때로는 성정체성과 진짜 사랑에 
대해, 때로는 저주에 씌인 잔혹한 운명에 대해,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때로는 잘못된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에 대해, 때로는 상처받은 자들의 사랑에 대해, 때로는 박복한 인생에 대해..
어찌보면 터부시 되어 입에 담기 조차 민망하고 비밀 스러웠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들려 준다...
9편의 단편이 꿈만 같다. 한편 한편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깝다는 생각....그리고 한편 한편 남기는 
진한 여운.....그리고 남는 씁쓸한 뒷맛....서평단에 뽑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라서 좋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정말 책속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흡입력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마이너한 취향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2017년에 가장 가슴에 남고 오래도록 뇌리에 박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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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액스 (2017년 개정판 1쇄)

저자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오픈하우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39p




누가 이자에게 돌을 던지랴...




AX는 도끼의 뜻을 가진 동시에 감원, 대삭감이란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도끼로 단번에 찍어

버리듯 다니던 직장에서 짤려버린 가장이 궁지에 몰리다 벌이는 끔찍한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 

이 작품은 학창시절 대량 실업으로 인하여 가정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나아가 나라의 주축이

흔들리게 만들었던 IMF 사태로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어 하셨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고, 현재 십년 이상 직장을 다니며 나의 수입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는 현실에서 볼때 다른 작품에 비해 피부에 와닿는 공포의 무게가 달랐으며 너무나 끔찍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실직이라는 주인공의 상황에 동정심 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한해가 지날때

마다 한살 한살 나이를 쳐묵쳐묵 하고 있는 회사원으로 '정리해고'라는 말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

해지는데, 휘몰아치는 감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한순간 실업자로 등극하여 그나마 겨우겨우

유지하던 생활이 무너져 내린다면....나역시 도끼(AX)를 집어들지 않을까?...-_-;;; 매우 극단적

이긴 하지만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무척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가 

범행을 계획하고 차례차례 성공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면 안되지만) 카타르

시스도 느끼게 되더라는....회사의 논리에 따라 가차없이 잘려나가는 직장인에겐 이 불편하고 

비틀린 냉혹한 현실에 좌초되지 않고 이렇게 일이라도 벌이는 주인공이 대단해 보이기 까지 했다.




작품의 기본 플롯만 봤을땐 부당 실직에 좌절한 주인공이 한순간 획까닥 돌아서 도끼를 들고 

회사로 컴백해 참혹히 도륙하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얼핏 그런 내용의 헐리웃 영화도 봤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데보레는 분노의 칼을 실직시킨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린다....좀더 생산

적이고 좀더 발전 가능한 곳으로....(이런 고약한 악마 같으니라고...-_-;;) 




제지회사의 관리자로서 근무하며 아내와 두 아이들과 중산층으로 부족한것 없이 살아온 중년의

데보레는 불경기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휩쓸려 정리해고 당한다. 실직 초기 금방 복귀할것이라

던 기대는 사회 전체적으로 깔린 불경기로 인하여 여의치 않고 실직 상태로 한해, 두해가 지나간다.

더이상 가계의 지출을 줄이는 것 만으로는 가계를 꾸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로인하여

전혀 문에 없었던 부부관계에 까지 먹구름이 끼게된다. 궁지에 몰린 데보레는 궁리 끝에 악마적

묘안을 생각해내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제지회사 관리직을 뽑는 구인광고를 구독하는 잡지에

올린다. 동종업계의 대량해고로 인하여 데보레는 수백통의 이력서를 수집하고, 곧바로 데드리스트

를 만든다.......





솔직히 데보레가 꾸민 이 일련의 범죄 계획을 보며 황당함 보다는 현실적 치밀함에 내심 놀랐다. 

업계 바닥이 좁은 특정 업종 중에서도 이십년 이상의 관리 감독직이라면 한치건너 두치면 다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인재풀도 좁은대다가 가짜 구직광고로 받은 이력서중 자신의 이력과 비교하여 

채용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경쟁자를 추리고 제거한다는 데보레의 계획은 완전 범죄만 가능하다면

정말로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_- 그렇게 6명의 경쟁 후보가 추려지고, 바로 

작업에 착수하는 데보레를 보며 잠시 잠깐 그의 성공을 응원하는 마음이 스쳐 갔는데.....이내

그것이 얼마나 미친짓인지 깨닫게 되었다. 하물며 악질 범죄자도 아니고 데보레와 같은 처지의

나약하고, 살려고 아둥바둥 하는 아이들의 아버지...누군가의 남편을 가차없이 처리해 버리고 

자신의 가정만을 지키려 하는 파렴치한 이기주의는 악마 그 자체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ㅠ_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면서 부터의 스토리는 단순해진다. 대상의 집에 찾아가 정탐을 하고,

대상을 확인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살해할 방법을 숙고한뒤, 실행!..이같은 행위의 반복....

(상황은 대상마다 약간씩 달라지지만...)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고, 처음의 긴장과 떨림, 죄책감은 

행위가 거듭될수록 사라지고, 대담함과 살인 스킬은 반대로 일취월장한다. 약간만 흥분 해도 죽여

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무게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연쇄살인마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게다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떠오를 정도로 온 우주가 나서서 

데보레를 돌보고 있으니....때마침 적절히 벌어지는 이벤트들이 데보레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준다.  




냉혹한 사회적 시스템이 초래한 비극인가? 가장의 욕망에서 비롯된 참극인가?....작품을 보면서

감정이입도 하고 내 입장과 비교도 하면서 그의 결정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흔하지 않은 결말 또한 나름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긴 했지만....나는 

절대로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정말로 피하고 싶은 작품이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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