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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ㅣ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액스 (2017년 개정판 1쇄)
저자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오픈하우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39p
누가 이자에게 돌을 던지랴...
AX는 도끼의 뜻을 가진 동시에 감원, 대삭감이란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도끼로 단번에 찍어
버리듯 다니던 직장에서 짤려버린 가장이 궁지에 몰리다 벌이는 끔찍한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
이 작품은 학창시절 대량 실업으로 인하여 가정이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나아가 나라의 주축이
흔들리게 만들었던 IMF 사태로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어 하셨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고, 현재 십년 이상 직장을 다니며 나의 수입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는 현실에서 볼때 다른 작품에 비해 피부에 와닿는 공포의 무게가 달랐으며 너무나 끔찍하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실직이라는 주인공의 상황에 동정심 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한해가 지날때
마다 한살 한살 나이를 쳐묵쳐묵 하고 있는 회사원으로 '정리해고'라는 말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
해지는데, 휘몰아치는 감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한순간 실업자로 등극하여 그나마 겨우겨우
유지하던 생활이 무너져 내린다면....나역시 도끼(AX)를 집어들지 않을까?...-_-;;; 매우 극단적
이긴 하지만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무척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가
범행을 계획하고 차례차례 성공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면 안되지만) 카타르
시스도 느끼게 되더라는....회사의 논리에 따라 가차없이 잘려나가는 직장인에겐 이 불편하고
비틀린 냉혹한 현실에 좌초되지 않고 이렇게 일이라도 벌이는 주인공이 대단해 보이기 까지 했다.
작품의 기본 플롯만 봤을땐 부당 실직에 좌절한 주인공이 한순간 획까닥 돌아서 도끼를 들고
회사로 컴백해 참혹히 도륙하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얼핏 그런 내용의 헐리웃 영화도 봤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데보레는 분노의 칼을 실직시킨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린다....좀더 생산
적이고 좀더 발전 가능한 곳으로....(이런 고약한 악마 같으니라고...-_-;;)
제지회사의 관리자로서 근무하며 아내와 두 아이들과 중산층으로 부족한것 없이 살아온 중년의
데보레는 불경기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에 휩쓸려 정리해고 당한다. 실직 초기 금방 복귀할것이라
던 기대는 사회 전체적으로 깔린 불경기로 인하여 여의치 않고 실직 상태로 한해, 두해가 지나간다.
더이상 가계의 지출을 줄이는 것 만으로는 가계를 꾸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로인하여
전혀 문에 없었던 부부관계에 까지 먹구름이 끼게된다. 궁지에 몰린 데보레는 궁리 끝에 악마적
묘안을 생각해내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제지회사 관리직을 뽑는 구인광고를 구독하는 잡지에
올린다. 동종업계의 대량해고로 인하여 데보레는 수백통의 이력서를 수집하고, 곧바로 데드리스트
를 만든다.......
솔직히 데보레가 꾸민 이 일련의 범죄 계획을 보며 황당함 보다는 현실적 치밀함에 내심 놀랐다.
업계 바닥이 좁은 특정 업종 중에서도 이십년 이상의 관리 감독직이라면 한치건너 두치면 다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인재풀도 좁은대다가 가짜 구직광고로 받은 이력서중 자신의 이력과 비교하여
채용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경쟁자를 추리고 제거한다는 데보레의 계획은 완전 범죄만 가능하다면
정말로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_- 그렇게 6명의 경쟁 후보가 추려지고, 바로
작업에 착수하는 데보레를 보며 잠시 잠깐 그의 성공을 응원하는 마음이 스쳐 갔는데.....이내
그것이 얼마나 미친짓인지 깨닫게 되었다. 하물며 악질 범죄자도 아니고 데보레와 같은 처지의
나약하고, 살려고 아둥바둥 하는 아이들의 아버지...누군가의 남편을 가차없이 처리해 버리고
자신의 가정만을 지키려 하는 파렴치한 이기주의는 악마 그 자체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ㅠ_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면서 부터의 스토리는 단순해진다. 대상의 집에 찾아가 정탐을 하고,
대상을 확인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살해할 방법을 숙고한뒤, 실행!..이같은 행위의 반복....
(상황은 대상마다 약간씩 달라지지만...)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고, 처음의 긴장과 떨림, 죄책감은
행위가 거듭될수록 사라지고, 대담함과 살인 스킬은 반대로 일취월장한다. 약간만 흥분 해도 죽여
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무게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연쇄살인마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게다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떠오를 정도로 온 우주가 나서서
데보레를 돌보고 있으니....때마침 적절히 벌어지는 이벤트들이 데보레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준다.
냉혹한 사회적 시스템이 초래한 비극인가? 가장의 욕망에서 비롯된 참극인가?....작품을 보면서
감정이입도 하고 내 입장과 비교도 하면서 그의 결정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흔하지 않은 결말 또한 나름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긴 했지만....나는
절대로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정말로 피하고 싶은 작품이었다...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