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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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2018년 초판)
저자 - 흔글
출판사 - RHK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99p

 

치열한 일상 속에 작은 휴식을 주는 글

 

하루하루 매시간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일상 속에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잠시 자유를 주는 휴식같은 글.
다른 이가 쓴 소설을 통해 감동을 느끼고 치유를 느끼는 일은 종종 있어 왔고 그래서 틈틈이 짬을내 소설을
읽는 이유도 그때문이인데...그런데 짧게는 두줄...길어봤자 두페이지 정도의 글을 통해 이렇게 마음이 치유
되는 듯한 힐링을 경험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바빠서 그냥 지나치던...그래서 내가 소홀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와 에세이...[내가 소홀했던 것들]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학교 정규수업
외에 처음 읽는 시/에세이 집인것 같다. 아직도 내게 이런 감성이 남아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반신반의하며
책을 펴들었는데, 일상의 작은 사물, 지나치던 사람들, 내 주변에 평소엔 모르고 지나치던 소중한 이들에 대해
그들, 그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참...흔글?...흔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소중하게 새로운 시각
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글이라서 흔글일까?...문학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은 정말 사소한 것 하나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보나보다..-_-; 어떻게 이렇게 읽는 것 만으로도 말하고 싶은바가 무엇인지, 그 속의 깊은
의미를 헤아리게 만드는건지...그것도 단어 몇 개로 말이다...적절한 단어와 함축적 의미의 공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깨닫게 하는것 같다.....

 

인상깊었던 작품을 적어보자면...

* 어둠의 장점

삶의 환희나 즐거움
그 모든 것이 밝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가끔은 먹먹하게 흐린 날.
가장 눈부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한치 앞의 안 보이는 어두운 곳에서
슬쩍 손잡아주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니까.

 

머...당연한 거겠지만 이런 짧은 에세이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의 힘이라는 것이다. 흔글의 글을 읽으면
어느새 나의 상황과 대비하여 바라보고 공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 고민하고 공감해 준다는것.
그것으로 상처는 치유되고, 고난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이런 글들을 읽는 거겠지만서도...-_-
작가는 SNS에서 꽤 많은 '좋아요!'를 받는 인기 시인이라고 하는데, 빨리 빨리를 외치는 Fast 사회에서 그것도
휘리릭 눈팅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SNS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글을 읽어 사유하고 치유 받으려면
얼마나 촌철살인(?)으로 글을 써야 하겠는가...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야 말로 22세기의 음유시인이자 이
작품이야 말로 22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치유제인 것이다....


어쨌던...우연한 기회를 통해 마음의 여유도 갖고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도 배우고..좋은 경험을 한것
같다능...ㅎㅎ 잠시 커피한잔과 함께 흔글을 읽고 등을 토닥토닥 위로 받는 기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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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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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피크닉 (2017년 초판)
저자 - 아르카티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역자 - 이보석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79p



러시아식 퍼스트 컨택트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 [종말전 10억년]을 처음 접한건 지금으로 부터 11년전 2007년 이었다. 당시만 해도 SF소설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시기라서 SF소설하면 무지막지한 과학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때거리로 지구로 침공하는 [우주전쟁]류의 작품만을 생각하던 꼬꼬마 시절이었는데, 독특한 제목에 끌려 읽었던 [종말전 10억년]으로 SF소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게 된것 같다. 나비효과로 인한 10억년이라는 억겁의 세월을 관통하는 깊은 통찰력을 가진 형제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작품으로 남았는데......그랬는데..,..-_-;;; 어찌된것인지 더이상의 초역없이 [종말전 10억년]이 [세상이 끝날때까지 아직 10억년]으로 제목이 바껴 재간되더니 그 이후부터는 잊을만 하면 표지갈이만 해서 재출간되는 영겁의 무한 로테이션....ㅜ_ㅜ.. 그래서 이번 1988년 [종말전 10억년] 초판 발행 이후 무려 29년만에 현대문학에서 새롭게 초역된 스트루가츠키 형제작가의 초역 [노변의 피크닉]은 내게도, SF팬에게도 정말 많은 의미를 갖는 작품인듯 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이번 형제의 작품은 SF소설에서 흔한 소재인 퍼스트 컨택트류인데 불곰국의 퍼스트 컨택트는 이렇게 어둡고 기묘하고 기괴한가보다... 


러시아의 도시 하몬트에 방문자가 다녀가고 그들이 다녀간 곳엔 방문자들의 부스러기들이 남게된다. 그들이 다녀간 지역은 구역으로 불리며 구역 곳곳엔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진다. 초문명의 외계인이 버린 쓰레기 조차 인류에겐 무궁한 과학 자원이니 군대가 격리 해놓은 구역을 몰래 들어가 방문자의 부스러기들을 훔쳐다 팔아넘기는 스토커가 등장하고 전문적인 스토커질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그러나 구역 곳곳엔 몸을 흐물하게 만드는 '젤리'나 중력중첩으로 신체를 짜부러지게 만드는 '모기지옥'등 온갖 트랩들로 위협을 가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평범한 외계문명지부 연구원이던 레드릭 슈하트는 스토커가 되어 사랑하는 연인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데.....


하몬트 지역의 사람들은 구역의 비공식적 영향 때문에 이주가 금지되고 비좁은 마을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릎쓰고 가족을 위해 구역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엄청난 공포와 맞서야 하며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작품은 내내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불곰국 러샤에선 이정도 공포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그래서 더욱 몸서리처지게,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방문자들로 오염된 구역에 다녀온 사람들(스토커)은 정체모를 질병을 얻고, 신체가 변형되며 접촉한 사람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기괴한 외모의 돌연변이가 태어나는등의 설정은 그야말로 방사능 사고와 그로 인한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1970년에 구상된 이 작품이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예견한건 아니겠지만 하몬트의 격리된 구역의 으스스한 풍경은 그야말로 유령도시로 변해버린 체르노빌과 겹쳐 보였다. 
 

생계를 위해 스토커가 가져온 외계의 쓰레기들을 개조하여 무한동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등 초고도 문명을 나름대로 개조하여 사용하는걸 보니 마블 히어로 영화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마이클 키튼'이 연기했던 생계형 소시민 빌런 벌처가 떠오른다. 벌처나 스토커나 가족을 위해 살기위해 일을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처음의 목적을 잃고 행위 자체에 잠식당해 파국을 맞게 되는 결말 또한 서로 닮아 있는것 같다. 그래서 레드릭 슈하트에게 더욱 정감이 가고 부던히 노력했지만 장애를 가진 딸아이는 치유될수 없을 정도의 상태로 변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가정은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파멸로 치달아가는 그의 운명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작품 내내 구역중 가장 위험한 곳에 위치해 애써 외면하던 소원을 이루어주는 황금빛 구체를 향해 가는 레드릭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그는 그 황금빛 구체에 어떤 소원을 빌려 했을까...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렇듯 익숙하지 않은...전에 없던 설정의 작품 [노변의 피크닉]이 여타 SF들의 첫번째 접촉과는 다른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제목처럼 외계인이 지구에 접촉했다 사라진것이 외계인의 입장에서 노변의 피크닉을 즐기듯 지구로 소풍을 즐기다 온갖 쓰레기를 남기고 떠난것 일지도 모른다는 독특한 시각이다.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지구로 달려와 다짜고짜 총질을 해대는것이 아니라 이미 외계인은 지구는 그저 잠시 쉬었다 가는곳일뿐이고 비루한 인류가 그나마 쓰레기라도 차지하기 위해 지지고 볶는다는 탈 지구적, 전 우주적 시점인 것이다...-_-;;; 아...이 얼마나 냉소적인가!!!!


러시아 작품이라 해서 길고긴 이름을 걱정 했는데 그런거 하나 없었고, 철학적 은유나 메타포등 사전 지식 그런거 없이도 정말 작품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게 즐긴것 같다. 그저 작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면 SF, 공포, 서서히 무너지는 절망의 나락을 경험할 수 있다. 아..정말 이런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것에 감사하고 형제의 다른 작품도 꼭 보고 싶은 바램이다...설마 또 다시 29년이 걸리는건 아니겠지....-_-;;;;    
 
   

덧 - 마지막 레드릭이 소원을 말하지 못한 이유는 수능금지곡 '링딩동', '암욜맨' 때문에 사고가 마비되서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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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3
신원섭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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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2018년 초판)_밀리언셀러클럽 한국편-033
저자 - 신원섭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10p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같은 인간들의 막장극



황금가지의 인터넷 연재 플롯폼 [브릿G]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어딘가 모자란 사회부적응자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뒤틀린 욕망을 분출하며 물고 물어뜯는
한편의 막장극을 보는듯한 작품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아동을 성추행하여 직장에서 짤린 소아성애
자 전직 경찰 이진수, 돈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내팽겨치고 늙은 부호에게 팔려가듯 시집가 돈과 권력을 거머쥔
도미애, 안전빵 인생을 걷어차고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집을 뛰쳐나가 스스로 거지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도미애
의 동생 도미옥, 게으르고 더럽고 삶의 의욕없이 산소만 소비하는 도미애의 사촌 장근덕, 부유한 아버지 덕에
헬스클럽 사장이지만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보고 스토킹을 일삼는 사랑에 목마른 뚱땡이 백수 오동구, 오동구를
업신여기며 그에게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주워먹으며 자신이 우월하다 자위하는 최준...이 버러지같은 여섯명이
한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교차되면서 빠른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진수 - 도미애]
아동 성추행으로 직장을 잃고 아내와 이혼한 뒤 할일없이 백수로 살아가는 전직경찰 이진수에게 고등학교 동창
이었던 도미애가 만남을 청한다. 오랜만에 만난 도미애는 이진수에게 오래전 집을 나간 동생 도미옥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 급전이 필요했던 이진수는 냉큼 도미애의 일을 수락한다. 도미옥의 행방을 찾으며 차츰
미애와 미옥의 껄끄러운 관계와 미애의 치부를 알게된 이진수는 통빡을 굴리기 시작하는데....


[오동구 - 최준]
자신의 여자친구 미셸이 사람을 죽였다며 시체를 숨겨달라는 전화를 받은 오동구는 전전긍긍 고민하다 끝내
친구 최준에 삼천만원을 대가로 함께 시체를 치우러 가게 된다. 그녀가 말했던 삼청동 성환연립에 도착하여
1층 반지하방의 창문을 엿보니 웬 남성이 자신들의 처리해야할 여성시체를 화장실에서 줄톱으로 절단하고
있는것이 아닌가.....최준의 제의로 시체 유기에 이 남성을 이용하기로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필름이 끊겼다 깨어난 장근덕의 눈에 비치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체...그 시체로 인해 어딘가
결여되있는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탐욕의 짐승으로 돌변한다. 보통 웬만한 작품을 읽다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도 등장인물중 누군가는 응원하게 마련인데...이 작품은 정말 여섯명 모두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 사회악에 가까운
인간들이라 그들이 서로 지지고 볶다 결국 각자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걸 보는게 그나마 작품을 읽는 낙이었달까..
-_-;;;; 어쨌던 갑자기 나타난 시체를 다짜고짜 썰어대는 놈이나 여친이 시체를 치워달란다고 무작정 시체를 유기
하러 가는 두놈들이나 읽다보면 설정 자체는 허술한 면이 없잖지만 유독 캐릭터들의 나사풀린 덜떨어진 설정 덕분에
허술함이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던것 같다. 오히려 밑바닥 인생들의 욕망에 대한 멍청하리만치 적나라한 모습들에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다. 필름끊긴 장근덕의 문잠긴 방에서 나타난 여성 사체의 비밀은 무엇일까라는
밀실살인적 요소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엇갈리는 사체의 정체에 대한 추리적 요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진수의 탐정수사의 묘미와 액션 그리고 6인이 뒤섞여 빚어내는 파국의 결말까지... 정말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욕나오게 살아숨쉬는 캐릭터와 교묘한 복선이 두드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과연 각성한 오동구는 인정없는 냉혹한 악마에게 복수를 완수할 수 있을지...한번 맛을 본 장근덕은 본격 네크로
필리아가 될것인지...여러모로 뒷이야기도 궁금하게 만드는 여운도 있고, 분량도 삼백페이지로 적당하고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인 얼개와 초반부터 빨이들이는 흡인력도 뛰어나 일단 잡으면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재미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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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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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2017년 초판)

저자 - 로버트 크레이스

역자 - 윤철희

출판사 - 오픈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56p




압도적 서스펜스, 이번엔 유괴사건이다.



[LA 레퀴엠]으로 다죽다 살아난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콤비가 다시 뭉쳤다. 전작에서 불과 몇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커다란 사건에 휘말려 버린 콤비는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특유의 팀워크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명탐정에게 사랑은 불필요한 사치란듯이 전작에서 콜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휘말렸던 엘비스 콜의 연인 루시와 그녀의 열살내기 아들 벤은 이번 작품에서도 또 사건의 중심에 휘쓸려

버리고....결과적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콜과 루시의 관계는 끝끝내 파국을 맞게 된다. 



연쇄살인범과의 한판(LA 레퀴엠)으로 총상을 입었던 조 파이크는 부상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 되지도 않은

시점...일주일간의 출장을 떠난 루시는 벤을 콜의 집에 맡겨 놓는다. 루시의 출장기간 동안 별탈없이 

지내던 벤과 콜은 드디어 루시가 돌아오는 마지막날이 되고, 휴대용 게임을 하던 벤은 루시와 콜이 통화를 

하는 사이 잠시 집밖으로 나가 게임을 계속한다.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루시는 2시간 뒤 콜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통화를 종료한다. 벤과 함께 저녁 준비를 하려고 벤을 찾아보았으나 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집 밖 비탈과 이웃집을 모두 뒤져봤으나 벤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루시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찾으려는 찰나 콜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루시와 콜은 괴한에게 벤이 유괴 당한것을

알게 된다. 이에 유괴사건 전담 조사반, 조 파이크, 루시의 전남편 리처드가 데려온 개인 보안업체까지

모두 혈안이 되어 벤을 찾아나서는데....



엘비스 콜 시리즈 아홉번째 작품인 [마지막 탐정]은 전작 [LA 레퀴엠]에서 한 여성의 실종사건으로 시작해 

경악의 연쇄살인마를 잡게되는 일련의 과정을 처절하리만치 강렬한 하드보일드로 그려냈는데 이번 작품은 

분위기를 확 바꿔 처음부터 10세 소년의 유괴사건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족, 지인, 경찰등의 각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의 여러 인간군상을 그리며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유괴사건답게 시시각각

시간단위로 챕터를 나눠 상황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그와 함께 엘비스 콜의 비극적인 월남전에서 겪은 

과거사를 액자 식으로 기술하여 실없이 농담따먹기만 하던 콜의 진지했던 예전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다. 

이번 빌런은 암살기술을 습득한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으로 그들의 프로페셔널하면서 인간이길 포기한 흉폭함 

VS 어떻게든 벤을 구하기 위해 수일을 뜬눈으로 지새며 티끌이라도 단서를 찾기위해 현장을 이잡듯 뒤지는 

콜의 절실함이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고조 시킨다. 전작보다 액션적 요소는 덜할지 모르겠지만 유괴당한 

부모의 입장이나 아이를 살리기 위한 절실함에 감정이입 되서인지 긴박감이나 서스펜스는 전작을 뛰어넘는것

같았다. 다만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일까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이크의 활약이 덜해서 강철

같은 몸뚱아리로 무지막지하게 밀어 붙이는 마초 액션을 기대했던 내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의 분노유발자 캐릭터 크란츠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루시의 전남편 리처드가 바턴을 터치받아 그 역할

을 톡톡히 아니...분노유발을 한단계 초월하니 이 발암 캐릭터를 보는 맛도 쏠쏠하고, 섹스에 눈이 먼 감식반 

말라껭이 존 첸도 그 성격 그대로 등장해 반가움을 더 한다. 앞서 말했지만 이 유괴사건을 계기로 루시와 

콜의 사이는 파국을 맞는다. 하지만...새로운 매력적인 꼴초 여형사가 새롭게 등장하니 다음 시리즈에서 

이둘의 관계가 어떤 진전을 보일지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것 같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두 콤비의

활약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되니...범죄 스릴러의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수긍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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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대륙
미지 레이먼드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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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마지막대륙 (2017년 초판)

저자 - 미지 레이먼드

역자 - 이선혜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23p




미지의 대륙 사랑의 종착점



사시사철 살을 애는듯한 추위와 빙하로 뒤덮인 극한의 오지...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을 저주받은 대지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런 극지에도 생명은 활기차게 꿈틀대고 사랑 역시 활활 타오른다. 펭귄 모양의 실루엣에 거대한

빙하와 거대 유람선이 그려진 심플한 표지...그리고 첫장부터 유람선 오스트랄리스호가 역대급 사상자를 낸 남극

선박 사고라고 언급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몇장의 프롤로그 이후로 오스트랄리스호가 난파되기 전 적게는 20년

전부터 짧게는 난파 몇시간 전의 이야기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펭귄이 좋아서 남극펭귄프로젝트 APP에 참여하여

해마다 남극에서 펭귄의 생태와 남극의 관광객과 팽귄 생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박물학자 뎁, 유명한 증권

애널리스트에서 불운한 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와 이혼한 뒤 새로운 인생을 위해 남극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캘러.

서로 다른듯 하지만 비슷한 내면을 가진 두 남녀의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지고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 그들의

남극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러브스토리인가?...둘의 사랑이야기 만큼 많은 

페이지가 다양한 남극 팽귄들의 습성과 인간들로 인해 훼손되는 남극의 자연에 대해, 자연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이 작품은 생태환경소설인가?...후반부 오스트랄리스호가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하면서

칠백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내며 침몰하는 숨막히는 순간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재난소설인가?...-_-;;;

작품을 읽는 사람에 따라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인간관계에 지치고 어딘가에

상실된 마음을 안고 사는 상처받은 두 남녀가 극한의 남극에서 서로를 보듬고 치유 받는 애틋한 러브스토리로

보였다. 물론 인간의 어리석은 만용으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고 그로인하여 죽어간 인간보다 더 많은 남극의

동물들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그리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생태환경보호 재난소설적 측면도 강조 하지만 말이다.



집을 나간 아버지로 인해 화목하던 가족은 금이가고 그렇게 마음 한곳에 허전함을 채우지 못하고 성인이 된 뎁은

대학에서 교수를 도와 조류 생태 관찰 작업에 참여하고 생태관찰 작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것을 깨닫는다.

아르헨티나의 마젤란 팽귄섬을 거쳐 남극의 박물학자로 APP에 참여하게된 뎁은 팽귄의 생태를 관찰 조사하면서

APP 활동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남극 관광사업의 관광선박에 함께 승선하여 관광객들의 남극 안내를 맡는다.

관광선박에서 짧은 계절을 보내고 오리건의 집으로 돌아와 겨울을 나고 다시 남극으로 향하는 로테이션중에

우연히 몇년전 남극기지에서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남성 캘러를 관광선박에서 만나게 되고...박물학자로

돌아온 캘러와 함께 다시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데....



남극에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있다는걸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관광객으로 인해 남극의 생태계가 

무참히 파괴된다는것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팽귄을 죽이는 인간이 팽귄 생태보호금을 지원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_-;;; 아늑한 집과 본업을 두고 해마다 남극으로 가서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이 또한 아이러니하다....하지만...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과

무한경쟁에서 도태되면 바로 패배자로 낙인 찍히는 냉혹한 사회에서 티끌 한점없이 때묻지 않은 백색의 나라...

밤에도 해가 지지않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오로라가 맞이하는 고요한 세계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것 같기도 

하다. 그곳에 살고 있는 뒤뚱거리는 귀여운 생물체까지...남극은 얼어붙은 낙원이 아닐까?...(하지만 난 추운건

오지게 싫으니...내겐 무간지옥일지도...)



어찌됐던...다들 예상 했겠지만 뜨겁게 사랑하던 두 사람은 오스트랄리스호의 난파라는 재난으로 큰 고난에

빠지게 된다...이렇게 모르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키워가다 차가운 남극 바다에 선박사고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은 [타이타닉]과 상당히 닮은 느낌을 준다. (작품에서도 오스트랄리스호를 빗대 타이타닉호를

언급하기도 한다..영화처럼 화딱지 나게 만드는 개민폐 캐릭터도 등장한다는..ㅠ_ㅠ) 과연....이 작품에서는 두

남녀의 운명에 어떤 결말을 낼지는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기고...세상의 끝 남극에서 상실된 사람들의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고요하고 아름다운 낙원이자 언제든 사람들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지옥의 양면성을 담고있는 남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는 남극...광활한 극지에서의 험난한 생활과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산물들....온세상이 하얀곳....그곳에서 뒤뚱거리는 작은 점들...귀여운 펭귄들과의 만남이 좋았던 

따뜻한 작품이었다. 더이상 숨을 곳이 없는 경계에 몰린 남극의 생물들과 환경오염, 대자연과의 공존에 대해 깊은 

성찰과 커다란 마음의 울림을 주는 의미있는 작품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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