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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3
신원섭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평점 :
짐승 (2018년 초판)_밀리언셀러클럽 한국편-033
저자 - 신원섭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10p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같은 인간들의 막장극
황금가지의 인터넷 연재 플롯폼 [브릿G]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어딘가 모자란 사회부적응자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뒤틀린 욕망을 분출하며 물고 물어뜯는
한편의 막장극을 보는듯한 작품이었다. 아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아동을 성추행하여 직장에서 짤린 소아성애
자 전직 경찰 이진수, 돈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내팽겨치고 늙은 부호에게 팔려가듯 시집가 돈과 권력을 거머쥔
도미애, 안전빵 인생을 걷어차고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집을 뛰쳐나가 스스로 거지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도미애
의 동생 도미옥, 게으르고 더럽고 삶의 의욕없이 산소만 소비하는 도미애의 사촌 장근덕, 부유한 아버지 덕에
헬스클럽 사장이지만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보고 스토킹을 일삼는 사랑에 목마른 뚱땡이 백수 오동구, 오동구를
업신여기며 그에게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주워먹으며 자신이 우월하다 자위하는 최준...이 버러지같은 여섯명이
한건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교차되면서 빠른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진수 - 도미애]
아동 성추행으로 직장을 잃고 아내와 이혼한 뒤 할일없이 백수로 살아가는 전직경찰 이진수에게 고등학교 동창
이었던 도미애가 만남을 청한다. 오랜만에 만난 도미애는 이진수에게 오래전 집을 나간 동생 도미옥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고, 급전이 필요했던 이진수는 냉큼 도미애의 일을 수락한다. 도미옥의 행방을 찾으며 차츰
미애와 미옥의 껄끄러운 관계와 미애의 치부를 알게된 이진수는 통빡을 굴리기 시작하는데....
[오동구 - 최준]
자신의 여자친구 미셸이 사람을 죽였다며 시체를 숨겨달라는 전화를 받은 오동구는 전전긍긍 고민하다 끝내
친구 최준에 삼천만원을 대가로 함께 시체를 치우러 가게 된다. 그녀가 말했던 삼청동 성환연립에 도착하여
1층 반지하방의 창문을 엿보니 웬 남성이 자신들의 처리해야할 여성시체를 화장실에서 줄톱으로 절단하고
있는것이 아닌가.....최준의 제의로 시체 유기에 이 남성을 이용하기로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필름이 끊겼다 깨어난 장근덕의 눈에 비치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체...그 시체로 인해 어딘가
결여되있는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탐욕의 짐승으로 돌변한다. 보통 웬만한 작품을 읽다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도 등장인물중 누군가는 응원하게 마련인데...이 작품은 정말 여섯명 모두 정나미 뚝뚝 떨어지는 사회악에 가까운
인간들이라 그들이 서로 지지고 볶다 결국 각자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걸 보는게 그나마 작품을 읽는 낙이었달까..
-_-;;;; 어쨌던 갑자기 나타난 시체를 다짜고짜 썰어대는 놈이나 여친이 시체를 치워달란다고 무작정 시체를 유기
하러 가는 두놈들이나 읽다보면 설정 자체는 허술한 면이 없잖지만 유독 캐릭터들의 나사풀린 덜떨어진 설정 덕분에
허술함이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던것 같다. 오히려 밑바닥 인생들의 욕망에 대한 멍청하리만치 적나라한 모습들에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했다. 필름끊긴 장근덕의 문잠긴 방에서 나타난 여성 사체의 비밀은 무엇일까라는
밀실살인적 요소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엇갈리는 사체의 정체에 대한 추리적 요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진수의 탐정수사의 묘미와 액션 그리고 6인이 뒤섞여 빚어내는 파국의 결말까지... 정말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욕나오게 살아숨쉬는 캐릭터와 교묘한 복선이 두드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과연 각성한 오동구는 인정없는 냉혹한 악마에게 복수를 완수할 수 있을지...한번 맛을 본 장근덕은 본격 네크로
필리아가 될것인지...여러모로 뒷이야기도 궁금하게 만드는 여운도 있고, 분량도 삼백페이지로 적당하고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인 얼개와 초반부터 빨이들이는 흡인력도 뛰어나 일단 잡으면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재미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