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건축이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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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역사] 스페인은 건축이다 / 김희곤 / 오브제

 

건축으로 스페인을 말하다

 

 

 

 

   2년 전만 해도 '유럽? 거기 가서 뭐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내가 태어난 이 나라에도 얼마나 가 볼 곳이 많은지 알거든요. 아름다운 자연환경,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치, 위대한 문화유산 등 평생 봐도 다 못 볼 만큼 많아요. 그런데 궂이 외국까지 나갈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지요.

 

   제 생각이 바뀐 건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부터에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기면서 페이스북을 하기 시작했고,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다 보니 자주 사진을 찍게 됐고, 사진을 찍다보니 사진에 관심이 많아졌고, 책 좋아하는 사람답게 사진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진이 많은 책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에세이를 자주 접했지요. 책으로 만난 유럽은 경치가 아니라 문화에 반했어요. 선진 문명이라는 곳에서 사는 유럽인들이 부러워졌어요. 그러다가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는 세상이 오면서 더욱더 유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유럽에 관심을 가졌지만 스페인에 대한 책은 보지 않았기에 스페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어요.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 그저 축구 잘하는 나라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었지요. 고작 읽은 책이라봐야 몇 권이니 당연할지도요. 유럽 문화, 역사, 건축 등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던 제게 이 책이 나타났어요. 책을 읽는 내내 "와~"를 연신 내뱉었어요. 건축학도인 저자이 인문학적 지식에 놀랐고, 아름다운 건축물 사진에 놀랐어요. 사진과 글에 빠져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아쉽게도 벌써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어요. 이렇게 좋은 책으로 지식 욕구도 채워준 저자가 고맙게 느껴졌어요.

 

   스페인은 로마의 건축, 기독교의 건축, 유대의 건축, 이슬람의 건축들이 함께 공간을 채우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여러 시기를 겪었기에 이렇게 다양한 건축물이 있더군요. 대부분의 지명이 낯설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건축물들을 소개하며 관련된 역사와 건축물에 담긴 뒷얘기들을 읽다 보니 스페인으로 달려가고 싶어졌어요. 작가의 설명이 좋아서 비행기 타고 유럽으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거겠죠?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해요. 회사에서 휴가를 안 내줄 테니까요.

 

 


 

 

   책을 보며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은 알람브라 궁전이에요. 작가는 이 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부연설명을 해요. 사진으로 보면 아시겠지만, 자연과 잘 어울리게 지은 궁전이에요. 이 궁전은 이슬람이 지배한 800년 기간보다 더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슬람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요. 아핫, 제가 보는 눈이 있나봐요. 이 궁전이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유적이라니요. 아,,, 직접 가 보고 싶어라. 언젠가는 저도 이 궁전 벽을 직접 손으로 느껴볼 수 있겠지요? 네. 언젠가는요. ^^

 

   라틴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와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의 자존심이다. 돈키호테의 스페인 광장과 콜럼버스의 콜론 광장은 마드리드의 중심축인 그란비아 거리를 젖줄처럼 서로 물고서 마드리드를 신화 속으로 이끌고 있다. (20쪽)

 

   톨레도를 보지 않았다면 스페인을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톨레도는 '작은 로마' '이슬람의 메카' '작은 예수살렘'이라 불리며, 로마시대 이후의 이슬람, 유대 건축문화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64쪽)

 

   가우디 없는 바르셀로나는 상상할 수 없고, 성가족 대성당 없는 바르셀로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가족 대성당은 가우디 인생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그의 평생 프로젝트였다. (234쪽)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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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두 아이를 MIT 장학생, 최연소 행정고시 합격생으로 키운 연우네 이야기
이채원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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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이채원 / 다산에듀

 

삶은 마라톤이다

 

 

 

 

   보증 빚 때문에 안 먹고 안 입으며 장만한 아파트 날리고 평생을 지긋지긋한 채무에 시달리며 살아본 적 있나요? 저는 넉넉지 못한 집에 태어나 공부 보다 돈을 벌어야 했던 20대 시절이 있었기에 조금은 알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빚을 지고 채무자에게 불법추심당하다가 쇼크로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어요. 장기라도 팔라는 삼성카드의 불법 추심으로 괴로워 하다가 결국 쇼크로 돌아가셨지요. 범죄기업 삼성은 제 원수이기도 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저는 가진 게 없었어요. 상속포기 서류를 법무사에 맡기려니 20만원 들더군요. 20만원이 없어서 제가 물어물어 직접 만들어서 접수했지요. 벌써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지긋지긋한 가난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요.

 

   읽는 내내 엄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봤어요.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지만 엄마는 기준 제대로 잡고 알뜰하게 살림하며 두 아이를 키웠어요. 한 아이는 MIT 장학생, 한 아이는 행정고시 합격생. 늘 빚에 시달렸기에 넉넉하지 못했지만 아이들도 부모를 믿고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10억이라는 빚을 지고도 저렇게 훌륭하게 키웠으니 그 공로는 온전히 엄마의 것이에요. '나도 저자처럼 멋진 부모가 되어야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는 아내와 생각이 비슷해서 좋아요. 우린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죽자살자 공부하겠다면 몰라도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 안 하기로요. 저자의 자녀교육 원칙을 읽으니 배울 게 많았어요.

   1.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공부'라는 단어 쓰지 않기

   2.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을 느끼도록 북돋아 주기

   3. 꿈을 세워 주기

   저는 이 세가지 중에 1번 3번은 꼭 하려고 했거든요. 2번은 저자에게 배웠으니 꼭 실천하려고요. 자주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스스로 제 할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하는 힘을 키워줬다는 저자의 경험을 저도 실천하기로 했어요.

 

   저자는 아이들 유치원도 못 보내고 사교육도 못 하면서 악착같이 모아서 아파트를 장만해요. 하지만 그 곳에서는 2년 밖에 못 살았어요. 빚 10억이 터지면서 경매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신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어요. 저는 저자에게 운도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런 바로 미국행. 남편이 빚 10억을 지고 평생 제 역할 못할 줄 알았는데, 남편 덕분에 미국에서 3년간 살게 돼요. 국민 세금으로 국가에서 이 못난 남편에게 유학을 보내 준 거죠. 앗, 내 세금 아까워라. 국가 덕을 톡톡히 보며 미국에서 3년간 살게 된 일은 분명 저자에게 천운이 따른 거라 생각해요. 이런 좋은 기회를 누렸기에 두 아이를 저만큼 키웠을지도요. '만약'이라는 건 생각해 봤자지만, 만약 저자가 미국을 가지 않았더라면 두 아이가 저렇게 잘 자랐을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생활력이 강한 저자라면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도 잘 키웠으리란 생각도 들었어요.

 

   3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자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독촉장이 날아와요. 협박성 문구들은 점차 익숙해지고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독촉장은 집 한 구석에 쌓여요. 그러다가 8년만에 두 번째 압류를 당해요. 10억이던 빚은 그동안 25억으로 늘어났어요. 평생을 갚으려 해도 못 갚을 어마어마한 액수에요. 결국 저자는 제발 빚좀 갚자고 발벗고 나서지요. 그렇게 채무조정을 해서 3억으로 빚을 줄였고 빚을 져서 빚을 갚아요. 드디어 10년 동안의 지긋지긋한 신용불량이 끝나게 돼요.

 

 


 

 

   또 하나 좋았던 내용은 저자의 꿈 얘기에요. "엄마는 왜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아?"라는 아이의 물음. 그제서야 꿈이 뭐였는지 생각을 해요. 등단은 했지만 아직 장편소설을 쓰진 못 했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요. 저는 등단도 못했는데 저자는 등단을 오래전에 했더라고요. 고시생처럼 책상 앞에 이렇게 써 붙여요.

   * 장편소설 당선!

   * 매일 원고지 20장 쓰기.

   *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10장,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10장 쓰고, 밤 9시부터 11시까지 보충하기.

   *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운동하기.

   저자는 매 순간 자신에게 물었어요. 지금 치열한가.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거짓 노력은 던져 버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요. 어느 연기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오디션에서 119번 떨어져서 120번 도전했다고요. 그래서 합격할 수 있었다고요.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그 이유를 몰랐는데 어느날 깨달았다고 해요. '나름대로'와 '이 정도면'을 빼야 한다는 것을요. 스티브잡스가 한 말 '최선입니까?'가 떠올랐어요. 나도 과연 최선을 다해 소설을 쓰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어요. 귀찮아서 '이 정도면 됐어'라고 한 것은 아닌지.


   저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저와 비슷한 점도 많았고, 제가 겪었던 걸 먼저 겪기도 했고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아서였는지 읽는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힘도 얻었어요. 책을 덮는 순간 마치 저자가 저 읽으라고 이 책을 쓴 것만 같았어요. 가난도 벗어날 수 있고, 소설가의 꿈도 이룰 수 있다고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책 뒷표지를 보며 또 눈물을 흘렸어요. 저자의 첫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도 꼭 읽어 보려고요.

   그래. 힘 내자. 20년 동안이나 소설을 썼는데, 공모전마다 떨어지고 출판사마다 거절당해서 앞으로 20년 더 쓴다고 한들 별거냐. 삶은 마라톤인데.


#nahabook


리뷰원문 http://blog.naver.com/naha77/5019248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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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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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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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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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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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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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다산책방

 

가난한 내가 시를 사랑해서

 

 

 

 

  백석 시인을 아시나요? 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은 읽어봤을 시인 백석. 서정적인 그의 시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져도 슬프다기 보다는 아름다워요. 시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특히나 더 이런 모습을 잘 보여줘서 많이 읽혀요. 이 시는 읽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리면서도 안타깝지 않아요. 제가 시를 잘 몰라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적인... 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저는 어른이 되어서야 백석을 알았어요. 아마도 그가 북으로 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반공사상이 심했던 과거가 있잖아요. 뭐,,, 요즘 갑자기 TV에서 북한 소식을 아주 자세히 알려줘서, 이게 평양방송인지 대한민국 공영방송인지 헷갈리지만... 그가 북으로 가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시인을 잃었어요. 남북 분단이 남긴 아픔의 상처지요. 그는 반민족 매국신문 조선일보에서 열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해요. 으핫,,, 제 나이 반이네요. 시가 아니라 단편소설로 등단을 했어요.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고 많은 시, 소설, 수필을 발표한 대표 서정시인 백석은 남북 분단이라는 장벽에 막혀 잊혀져버린 시인이지요. 최근 여러 커뮤니티에서 백석 시인이 자주 거론되는 걸 지켜보며 참 마음이 아팠는데, 시집을 손에 잡고 보니 '모두 헛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백석 시의 특징이라면 방언을 많이 사용했다는 거예요.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백석은 해방 후에는 사랑하는 고향땅으로 돌아가요. 이만큼 고향을 사랑했기에 시도 방언으로 썼지 싶어요. 이 책에선, 매 페이지마다 시에서 사용한 방언을 풀이해놨어요. 시를 읽을 땐 모르는 말이 많오면 집중력이나 감성이 떨어지지 않을 까 걱정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시 속에 녹아들어 시와 하나가 되어버린 방언을 읽는 느낌이 색달랐어요. 시를 감상하고 나서 방언 풀이를 읽으며 한 번 더 이해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방언이라고 해도 전혀 못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뜻은 몰라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정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저는 이 시를 보고 난 후에 '응앙응앙'이라는 표현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저런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요? 눈이 나린다. 눈이 폭폭 나린다. 나는 나타샤를 사랑한다. 나는 나타샤를 생각한다. ㅎㅎㅎ


  책표지에도 책 내지에도 백석의 사진이 있는데요, 우앗. 헤어스타일이 죽여주네요. 이 시대에는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었는지, 예술가의 멋부림이었는지는 몰라도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는 스타일이에요. 책표지의 저 사진은 1937년에 영어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을 찍은 거예요. 저 만큼 잘 생겼지요?




<적경>


신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오는 아침

나어린 아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으핫,,, 저도 곧 아빠가 되잖아요. 제 아내가 첫 아들을 낳을 텐데요 시아버지는 없지만 제가 미역국을 맛나게 끓이고 싶어졌어요. 인천이라는 곳에 와서 만난 아내, 가진 거라곤 책 1,000 여권 뿐인 저에게 시집온 착한 아내가 먹을 미역국이라면 백 번도 더 끓일 수 있어요. 아핫,,, 요즘은 소설을 봐도 시를 봐도 아내와 태어날 아들 생각 뿐이네요. 



<여우난골>


박을 삶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오른 지붕 위에 한울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건너마을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왔다


노란 싸릿잎이 한불 깔린 토방에 햇칡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어치라는 산새는 벌배 먹어 고흡다는 골에서 돌배 먹고 앓던 배를 아이들은 떨배 먹고 나었다고 하였다



<야반>


토방에 승냥이 같은 강아지가 앉은 집

부엌으론 무럭무럭 하이얀 김이 난다

자정도 훨씬 지났는데

닭을 잡고 모밀국수를 누른다고 한다

어늬 산 옆에선 캥캥 여우가 운다



  이 시집은 백석의 시 93편을 수록했어요. 소리 내어 읽어 보고 눈으로도 읽고 느껴보고 하다 보니 시집 한 권과 함께 여행을 한 기분이에요. 백석이라는 젊은 청년과 함께 언어의 마법사와 함께 아름다운 서정시의 세계로 잠시 다녀온 것 같았어요. 맨 뒤에 연혁을 보니,,, 51세에 절필을 했더군요. 아,,, 천재 시인이 절필을... ㅠㅠ 그 후로 84세로 사망하기 까지 창작활동을 안 했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념이라는 벽에 막혀... ㅠㅠ 이 시집은 가까운 곳에 두고 오래오래 봐야 겠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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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4-09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를 읽으면~배가 고파져요~ 뽀얗게 삶아 낸 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봄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