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두 아이를 MIT 장학생, 최연소 행정고시 합격생으로 키운 연우네 이야기
이채원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책리뷰/에세이] 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이채원 / 다산에듀

 

삶은 마라톤이다

 

 

 

 

   보증 빚 때문에 안 먹고 안 입으며 장만한 아파트 날리고 평생을 지긋지긋한 채무에 시달리며 살아본 적 있나요? 저는 넉넉지 못한 집에 태어나 공부 보다 돈을 벌어야 했던 20대 시절이 있었기에 조금은 알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빚을 지고 채무자에게 불법추심당하다가 쇼크로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어요. 장기라도 팔라는 삼성카드의 불법 추심으로 괴로워 하다가 결국 쇼크로 돌아가셨지요. 범죄기업 삼성은 제 원수이기도 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저는 가진 게 없었어요. 상속포기 서류를 법무사에 맡기려니 20만원 들더군요. 20만원이 없어서 제가 물어물어 직접 만들어서 접수했지요. 벌써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지긋지긋한 가난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요.

 

   읽는 내내 엄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봤어요. 아버지는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지만 엄마는 기준 제대로 잡고 알뜰하게 살림하며 두 아이를 키웠어요. 한 아이는 MIT 장학생, 한 아이는 행정고시 합격생. 늘 빚에 시달렸기에 넉넉하지 못했지만 아이들도 부모를 믿고 따랐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10억이라는 빚을 지고도 저렇게 훌륭하게 키웠으니 그 공로는 온전히 엄마의 것이에요. '나도 저자처럼 멋진 부모가 되어야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는 아내와 생각이 비슷해서 좋아요. 우린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죽자살자 공부하겠다면 몰라도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 안 하기로요. 저자의 자녀교육 원칙을 읽으니 배울 게 많았어요.

   1.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공부'라는 단어 쓰지 않기

   2.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을 느끼도록 북돋아 주기

   3. 꿈을 세워 주기

   저는 이 세가지 중에 1번 3번은 꼭 하려고 했거든요. 2번은 저자에게 배웠으니 꼭 실천하려고요. 자주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스스로 제 할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하는 힘을 키워줬다는 저자의 경험을 저도 실천하기로 했어요.

 

   저자는 아이들 유치원도 못 보내고 사교육도 못 하면서 악착같이 모아서 아파트를 장만해요. 하지만 그 곳에서는 2년 밖에 못 살았어요. 빚 10억이 터지면서 경매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신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어요. 저는 저자에게 운도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런 바로 미국행. 남편이 빚 10억을 지고 평생 제 역할 못할 줄 알았는데, 남편 덕분에 미국에서 3년간 살게 돼요. 국민 세금으로 국가에서 이 못난 남편에게 유학을 보내 준 거죠. 앗, 내 세금 아까워라. 국가 덕을 톡톡히 보며 미국에서 3년간 살게 된 일은 분명 저자에게 천운이 따른 거라 생각해요. 이런 좋은 기회를 누렸기에 두 아이를 저만큼 키웠을지도요. '만약'이라는 건 생각해 봤자지만, 만약 저자가 미국을 가지 않았더라면 두 아이가 저렇게 잘 자랐을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생활력이 강한 저자라면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도 잘 키웠으리란 생각도 들었어요.

 

   3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오자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독촉장이 날아와요. 협박성 문구들은 점차 익숙해지고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독촉장은 집 한 구석에 쌓여요. 그러다가 8년만에 두 번째 압류를 당해요. 10억이던 빚은 그동안 25억으로 늘어났어요. 평생을 갚으려 해도 못 갚을 어마어마한 액수에요. 결국 저자는 제발 빚좀 갚자고 발벗고 나서지요. 그렇게 채무조정을 해서 3억으로 빚을 줄였고 빚을 져서 빚을 갚아요. 드디어 10년 동안의 지긋지긋한 신용불량이 끝나게 돼요.

 

 


 

 

   또 하나 좋았던 내용은 저자의 꿈 얘기에요. "엄마는 왜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아?"라는 아이의 물음. 그제서야 꿈이 뭐였는지 생각을 해요. 등단은 했지만 아직 장편소설을 쓰진 못 했기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요. 저는 등단도 못했는데 저자는 등단을 오래전에 했더라고요. 고시생처럼 책상 앞에 이렇게 써 붙여요.

   * 장편소설 당선!

   * 매일 원고지 20장 쓰기.

   *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10장,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10장 쓰고, 밤 9시부터 11시까지 보충하기.

   *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운동하기.

   저자는 매 순간 자신에게 물었어요. 지금 치열한가.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거짓 노력은 던져 버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요. 어느 연기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오디션에서 119번 떨어져서 120번 도전했다고요. 그래서 합격할 수 있었다고요. 오디션에 떨어질 때마다 그 이유를 몰랐는데 어느날 깨달았다고 해요. '나름대로'와 '이 정도면'을 빼야 한다는 것을요. 스티브잡스가 한 말 '최선입니까?'가 떠올랐어요. 나도 과연 최선을 다해 소설을 쓰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어요. 귀찮아서 '이 정도면 됐어'라고 한 것은 아닌지.


   저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어요. 저와 비슷한 점도 많았고, 제가 겪었던 걸 먼저 겪기도 했고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아서였는지 읽는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힘도 얻었어요. 책을 덮는 순간 마치 저자가 저 읽으라고 이 책을 쓴 것만 같았어요. 가난도 벗어날 수 있고, 소설가의 꿈도 이룰 수 있다고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책 뒷표지를 보며 또 눈물을 흘렸어요. 저자의 첫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도 꼭 읽어 보려고요.

   그래. 힘 내자. 20년 동안이나 소설을 썼는데, 공모전마다 떨어지고 출판사마다 거절당해서 앞으로 20년 더 쓴다고 한들 별거냐. 삶은 마라톤인데.


#nahabook


리뷰원문 http://blog.naver.com/naha77/5019248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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