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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아이가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는
남편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도 다르다.
때론
'난 다른 면도 있어. 네가 잘 몰라서 그래~'
홀로 생각하지만
'앗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일까?' 할 정도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갈 때도 있다.
얼굴에 달린 조그마한 두 개의 창(눈)
두개의 수화기(귀), 한 개의 마이크(입)은
오로지 앞을 향해 있어서 그런 것일까?
눈 앞의 누군가 뿐 만 아니라
이 몸의 주인인 나 역시
스스로를 다양한 각도, 입체적인 형태로
경험하진 못한다. 내가 움직이는 주체이지만
움직임을 느끼는 데엔 주체적이지 못한다.
기억 하고픈 것만 기억하는 인간^^
사진 속에서, 영상 속에서, 때론 공간 안에서
과거의 향수가 때론 맛으로, 때론 향으로, 때론
감으로 피어오르곤 한다.
혼자서 즐기기도 하지만, 때론 과거 함께 한 이와
손과 손을 부딪혀 소리내듯 함께 좋아하고 싶어서
넌저시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다.
상대에게서 반응이 온다.
나의 기대와는 무색할 때가 있다.
기억하지 못하거나, 나만큼 중요하지 않거나,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아있거나. 한때는 실망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안다. 사람은 경험한 것을
기억하는 것은 맞지만, 기억하고픈 걸 아이스크림
고르듯 기억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개인의 경험의 크기와 부피에 따라
기억이 더 촘촘해진 만큼 새어나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고, 기억되고 싶다.
그리움 이라는 키워드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간에 인사하고 싶다.
이희영 작가님의 신작,
여름의 감귤을 좋아하세요 를 읽었다.
곰솔과 JIN과 혁의 메타버스 '가우디'처럼
비밀스럽지만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그때 만났던 인연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파란 창 안에서 밤새도록
기쁨, 슬픔, 때론 아픔을 이야기를 나누던
닉네임들이 스쳐갔다. 당시는 생생했던,
지금은 습한 창에 끼인 서리처럼 뿌연 기억
속에서도 잘 지내고 있기를, 안녕하기를,
여름의 귤과 함께 생각해 본다.
사람은 기억하고픈 것만 기억하고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저장한다.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자신과 연관있는 것을
기억한다. 추억으로 혹은 아픔으로 펴고 접어본다.
사람에 대한 기억도 그런 것이라면,
사람의 어떤 기억을 모아봤다 멀어져 간 사람의
모든 면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 조각 조각 나뉜 기억을
모으면 우리가 한 때 사랑했던 이, 계속 불러내고픈
자리로, 공간으로, 그리움의 마음 안녕하고픈 마음의
조각을 맞출 기억의 숲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