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소설 같은 느낌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운영하던 사진관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과거와 비밀을 밝히고 결말을 맺는 방식이 한 아이의 성장담처럼 읽혔다. 한 장의 사진이 한 개인의 인생을 망처놓고, 찍은 사람과 찍힌 사람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작별을 준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최초의 사진이 그토록 빠르게 인터넷에 유포될 지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사진작가가 되고자 했던 본인 역시 다시는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사진관을 운영하는 할머니의 가게에조차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니시우라 사진관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작가인 엄마는 딸에게 유품 정리를 맡기고 나몰라라 한다. 작은 섬에 위치한 니시우라 서점은 마을 사람들이 자주 들르던 곳이다. 유품 정리중 미수령 사진들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전달하는중 의문의 사진 몇 장을 발견하는데, 이 사진에 얽힌 한 가족의 진실을 캐는 내용이다. 


유품 정리중 마유는 두 개의 진실과 맞닥뜨린다. 하나는 미수령 사진 속 가족의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한 때의 실수로 사진을 그만두게 된 자신의 과거다. 미수령 사진 속 가족의 미스터리는 흥미롭긴 했지만 치매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고를 당한 아들의 얼굴을 할아버지의 얼굴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설정이 일본풍 만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자기 자신의 얼굴을 찾겠다며 잘생기고 호감이 가는 그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의 평범한 얼굴로 또다시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듯한 결말 역시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다.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어머니의 그늘에서 크게 인정받지 않았던 어릴적 자신이 할머니에게서 사진을 배우고 우연한 기회에 찍은 소년 루이의 사진이 엄마의 책표지로 채택되자 이를 계기로 루이가 배우로 발탁되고 그의 사진을 독점하면서 자신감을 찾았으나 이후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 과정이 마유의 비밀이다.  그녀는 사진을 포기하고 경리일을 하면서 그 일을 입에 담지 않은 채 원래의 소극적이고 조용한 인물로 되돌아와 없는 듯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미수령 사진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마유는 지금은 작가가 된, 루이의 사진을 유출했다고 의심했던 한 선배가 할머니의 집에서 한동안 살면서 일을 도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사진 유출 사건 후 은퇴하고 자취를 감추었던 루이의 흔적 또한 미시우라 사진관에서 발견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잊고 살았던 그 4년동안의 시간, 자신에게 공백같았던 섬에서의 시간들을 발견한다.


생각보다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미스테리와 성장소설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사건을 캐는 당사자가 탐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과거와도 대면하게 되는 시간들을 잘 풀어나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교훈적인 듯한 일본 대중 소설 특유의 감각은 어쩔 수 없이 취향에 잘 안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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