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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는 영화는 21 세기에 만든 영화로, 당대의 화려한 귀족적 모습을 세련되게 구현하였지만, 책에서 보는 내용과 차이가 종종 보인다. 톨스토이는 깨알같은 심리묘사, 일상의 묘사가 특징인데 가령 사람들이 추운 겨울 무명옷을 입고 어쩌구 하는 부분을 보면 영화가 표현한 극도의 화려한 의복들은 (물론 고증이 충분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시각적 만족을 위해 화려함과 세련됨에 방점을 찍었을 뿐이고, 현재의 기준으로 봤을 때 당대의 낙후된 모습들을 캡쳐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생각해낸 것이 아마도 러시아에서 자국민들이 즐겨 보았을 영화다. 유튜브에서 러시아어로 안나 카레리나(Анна карелина) 라고 타입해 보았더니 2시간짜리 영화가 나온다. 러시아어로 말하기에 오 여기 있었군 했는데, 알고보니 1997년 소피 마르소가 연기했던 버전에 러시아어 더빙을 입힌 것으로, 아마도 러시아어 더빙이고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튜브에 버젓이 풀버전이 돌아다니는 듯했다. 말을 못알아먹어 어렵긴 했지만 중요한 몇몇 키티에게 레빈이 구혼하는 장면, 기차에서 안나와 브론스키가 만나는 장면, 연회장에서 춤추는 장면 등등을 골라 보았는데 역시 키이라 나이틀리 버전에서 안나의 욕망을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연회 씬은 압권이다. 엉뚱한 얘기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는데, 그래서 결론은 러시아 버전의 안나 카레리나를 드디어 찾아서, 보다가 잠들었다는 얘기. 컬러판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오래되었고, 의복이니, 건물의 인테리어니 기타 등등 21세기 버전에 비하면 훨씬 궁색해 보인다. 아마도 그런 모습이 더 실제 당대와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1편 읽은지 한참 되었는데 오랜 만에 계속 읽으려고 2편을 들었는데 어디까지 읽었는지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면 읽었다는 건 알겠는데, 다시 읽기 전에는 뭔 내용이었더라로 가서. 떠올려보기로. 안나의 오빠 스티바는 가정교사랑 바람피다가 걸려서 호되게 와이프 에게 질책을 당하고 아내를 설득시킬 목적으로 안나를 부른다. 기차에서 브론스키 백작의 엄마와 동행하게 된 안나는 역에서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고 서로 안면을 트는데, 안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브론스키 백작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편 레빈이라는 작가 톨스토이의 페르소나로 생각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키티에게 구혼을 했다가 퇴자를 맞는다. 키티는 안나의 시누의 새언니인 돌리의 동생으로 브론스키 백작이 구혼할거라고 기대하고 성대한 파티를 준비했다가, 브론스키가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고 안나와 질펀하게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실망을 하여 병이 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안나의 심경 변화다. 역에서 만났을 때부터 브론스키는 계속해서 안나에게 노골적으로 치근덕 거리는데, 안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그를 피하고 외면하지만 연회장에서는 그와 함께 정열적으로 춤을 추면서 그를 갈구한다. 자신을 마중나온 남편을 보고, 저이의 귀는 왜 저모양으로 생겼을까라고 생각하는 안나는, 결국 이전까지의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브론스키가 나타나는 사교계에 얼굴을 들이밀고, 조금씩 조금씩 대담하게 브론스키와의 러브어페으를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아이를 임신하기에까지 이르는데,(이 부분이 영화랑 헷갈려서 1편에서 이미 임신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의 외도를 눈치챈 남편이 주의를 주우도 막무가내의 태도로 일관하던 그녀는 결국 경마장에서 브론스키가 탄 말이 낙마하는 사건을 계기로 외도 사실을 온천하에 드러내게 된다.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부, 아름다운 부인, 냉철한 이성, 안가진 거 빼놓고 모든 걸 다 가진 안나의 남편 카레린 역시 부인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모든 것이 안나의 외도를 반증하고 그녀가 그를 더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이 뻔한 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추궁하거나 외도사실을 캐거나 함으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더럽힐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경마장에서의 사건으로 이미 안나가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했음에도,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기 힘들다. 이런 카레린의 태도는 관대하다기 보다는, 득과 실을 따져서 유리한 것을 취하는 종류의 사람으로 인식된다.
한편 키티에게 퇴짜를 맞은 레빈은 귀족임에도 시골의 영지에서 육체 노동의 가치를 인식하며 살아가는데, 키티가 브론스키와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았고, 상처받아 몸이 아프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더 자존심을 건드린다. 2편은 스티바의 아내 돌리가 아이들과 함께 레빈이 사는 시골 자신의 영지 근처로 여름을 지내러 왔다가, 레빈을 만나고, 동생 키티가 이곳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소피 마르소 주연,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