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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서 무엇무엇 하기가 유행이다. 혼밥, 혼술, 혼잠, 혼삼겹살 등등, 혼여행. 얼핏 제목을 봐서는 이렇게 혼자서 하는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일 줄 알고 펼쳤는데, 알고 보니, 병적으로 회피형 인간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소극적이고, 책임을 피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성격 장애로 진단하고, 그러한 성격 장애를 가지게 된 원인과 치유 방법을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경우와 내담 환자의 경우의 예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내가 볼 때 일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데, 나는 이러한 그들의 성격을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이러한 성격을 사회적인 성숙도로 이해한다. 그 이면에는 본인 역시 남에게 눈꼽만큼의 불편도 겪고 싶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시끄럽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으로 인한 어떤 불유쾌한 접촉이나 관여를 피하겠다는 암묵적 동의이다.
우리나라에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혼자서 밥 먹거나 영화보거나 술 마시러 다니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좀 예외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야 배고픈 걸 못참는 사람이라 어디 가서 배고프면 혼자 들어가서 국수도 시켜먹고 짜장면도 시켜먹곤 하지만 아직까지 내친구들 중에서는 그렇게 혼자 들어가서 뭔가를 주문해서 혼자 먹는 걸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이렇게 혼자서 뭘 하면 남들 이목이 신경쓰이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뭘해도 떼로 몰려다니며 같이 해야 하는 저급한 문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하는데, 혼자서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못걸면서 예비군 훈련 같은 곳에 떼로 있으면 지나가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며 희롱하는 남성들이 생각난다.
얘기가 딴 대로 샜는데, 이제라도 혼밥 혼술이 유행하고, 남의 이목에 신경쓰지 않고 혼자서 여행을 하고 남을 돕는 등 하고 싶은 걸 싫컷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나는 굉장히 고무적으로 보는데 반해, 이러한 문화가 심화된 일본에서는 이를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서 두 문화의 갭이 있다고 본다. 지난 일본 여행때 유명한 라멘집에 줄서서 기다리는데, 거기 다 한국 여행객들이 많아 줄이 길었는데 테이블엔 자리가 없고 카운터엔 자리가 있어도 한국 사람들은 '함께' 먹기 위해 한결같이 테이블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기억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고, 사회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며, 남과의 인간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유형을 회피형 인간으로 보는데, 원인을 애착관계의 부재에서 찾는다. 전형적인 프로이트식 해설인데,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대개 환경적 요인으로 어릴 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이러한 유형의 인간이 되기 쉽다는 거다. 사회 생활을 하게 된 건 신체적으로는 변변치 못한 인류를 살아남게 한 기본적인 동력이었는데, 어쩌다가 애착 관계에 문제가 생겨 사회 생활을 두려워하고 혼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는지 아마도 개인적 사생활이 중요시되다 보니, 이런 저런 영향을 받아 과거보다 그런 '장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론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격 유형은 굉장히 다면적으로 분석 가능하며, 애정 부족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적당히 '회피형 인간'인 사람은 여럿이서 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동안 풍요로운 정신 생활을 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살과 살을 맞닿고 다양한 표정과 신체적 접촉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인터넷의 인간관계는 내보이고 싶은 부분만 내보이는 인간들의 부분적 모습과만 대면하기 때문에 때로 가상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애착 관계의 부재로 이런 저런 문제가 많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연구에서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를 두신 분들은 온힘을 다하여 사랑합시다. 그런데 과보호나 과한 기대 역시 이런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