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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정리의 힘 -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공간, 시간, 인맥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형 마트가 없고, 개인 차도 없던 시절에는 부모님들이 소모품 같은 게 떨어지면 그 때 가서야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고, 매일 시장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식거리들을 준비하셨기 때문에 식구가 많이 살아도 대형 냉장고가 필요없었다. 지금은 어느 집에서도 무언가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사서 쟁여놓기 때문에 냉장고와 부엌 수납공간은 꽉꽉 채워져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구석에 있어서 막상 사용하려면 찾지 못해 또사고, 또산 것들을 쟁겨놓다보면 그 구석에는 뭐가 들어있는지조차 모른다. 이건 부엌용품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옷이다. 계절이 뚜렷하다보니, 계절별로 입는 옷들이 다르고, 유행이 빠르게 지나다니니, 비싸게 사서 한두번밖에 입지 못했어도 입지 못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에코는 <책의세상>이라는 책에서 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책 한권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정확한 가격은 잊어버렸는데 엄청 비싸다는 말이다.
사는 만큼 버려야.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물건이 계속 늘어나다 보면, 사람을 위한 공간이 줄어들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많은 잡동사니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들을 찾는데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대가는 시간과 노력이다. 특히 큰맘 먹고 하는 대청소, 혹은 대정리는 전문가라도 몇일이 걸릴만큼 대대적인 작업이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옷정리를 하루 하면 온몸이 몸살이 날 정도인데, 입으려면 없던 옷들이 정리를 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기어나온다. 현대 산업사회는 풍요로운 물질 생활을 가능하게 했지만 오히려 그 물질의 덫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이유는 갖고 싶은 욕망 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필요 떄문이기도 하다. 한정된 공간에 새로운 물건을 사들일 때는, 오래된 물건 하나를 버리야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기본 하나만 지켜도 최소한 더는 집안이 복잡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리의 법칙들
저자가 충고하는 말 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 중 하나는 제목처럼 매일 15분씩 정리하라는 거다. 매일 정리하는 것은 대대적으로 날을 잡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15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는 않지만, 힘들지 않다. 만일 사무실 정리의 예를 든다면 오늘은 맨 윗서람, 내일은 두번째 서랍, 그다음날은 서류함, 그 다음은 책들과 같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작업을 분산하고 그것을 매일 실행하라는 것이다. 대단한 아이디어 같지만, 사실 대부분 어느 정도는 그렇게들 하고 살지 않나. 간이 옷걸이에 너무 많이 옷이 걸려 있어서 넘어가게 생기면, 안입는 것 몇개 꺼내 옷장에 넣지, 넘어질때까지 내버려두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종류의 정리를 매일 조금씩 요기 조기 15분씩 습관적으로 한다면 한결 정리가 쉬워질 거 같다.
정리할 대상은 물건 뿐만 아니다. 우리는 때로 스마트폰 주소록 정리, 시간 정리, 인맥 정리 등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인맥도 정리해야 하고, 불필요한 일에 낭비하는 시간도 버려야 한다. 하지만 물건 정리와는 달리 실제 생활에서 이러한 일들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인맥이 사회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생성하고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충고가 있는데, SNS를 활용하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모임도 만들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인맥은 끊어버리고 등등의 이런 방법들이 실제로 인맥 형성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고, 단지 저자의 경우 그렇게 했다 라고 참조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정리력 카페에서 회원들과 교류하며 정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매일 한가지씩 버리기, 혹은 하루씩 쇼핑 안하고 지나가기 등등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을 회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실천하면 훨씬 실행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긴 한데, 본인이 운영하는 정리력 컨설턴트에 대한 홍보성 이야기가 너무 많고, 또한 정리력 컨설턴트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교육 사업까지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자칫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을 현혹하는 말은 아닌지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