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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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퍼센트가 인간이라면 나머지 90퍼센트는 무엇일까?  바로 미생물이다. 인간은 인간 이전, 포유류 이전의 까마득히 오래 전 진화 과정에서 미생물과 나란히 진화했다. 미생물에게 동물의 몸은 단순한 서식지일뿐만 아니라  '세계'이며 '기회의 땅'이다.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온갖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인체 역시 호르몬의 밀물과 썰물의 화학적 기후를 형성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복잡하게 달라지는 지형을 형성해 간다.(p26)'.


다윈 이후로 100년 동안 충수는  흔적기관이었다. 기능은 맹장염.  무용지물 기관이었다. 훗날 밝혀진 진실은 그 안에 특수화된 면역세포와 미생물을 보관한다는 것이다. 식중독이나 장염이 휩쓸고 가면 소화 효소를 돕고 몸의 기능을 함께하게 될 미생물들이 사라지고 텅 빈게 되면, 충수에 보관되어 있던  미생물이 채워지고 공장은 다시 굴러간다.  함부로 몸의 일부를 잘라 내면 안된다. 의사들이 예전에 충수며, 자궁이며, 전두엽이며 편도선이며 치료의 한 방편으로 잘라내던 것들의 중요성을 훗날 밝혀냈듯이, 현재 행하고 있는 각종 현대적 시술들, 검사들, 치료들 역시 훗날 다른 진실이 드러날 지도 모를일이다. 


지구가 다양한 풍경을 가진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각종 미생물로 가득차 있다. 몸속 거주자들의 구체적 신상명세는 개인별로 다양해서 지문만큼이나 각각의 인간은 고유한 미생물 집단을 가진다. 장애 서식하는 미생물은 필수 비타민을 합성하고 식물성 섬유질을 분해 하는 등 인체를 위해  몇 가지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1990 년대 후반 분자생물학 기술을 이용하여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  대표적 예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들이 우리가 음식에서 추출하는 에너지 수준을 결정한다. 또한 체내 미생물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인간 유전자의 발현을 조정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정 미생물의 부족과 과잉으로 설명되는 다양한 질병들의 사례를 통해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전달한다. 이제껏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혹은 유전자 조합)를 찾아내려고 세계 각지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연구했지만 그다지 큰 결실을 볼 수 없었던 21세기형 질병들, 비만, 자폐증, 자가면역질환, 알러지 등이 몸속 미생물의 작용으로 설명되는 점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심지어 성격까지도 미생물 집단에 의해 좌우되는 예를 톡소플라소마라는 기생충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는 집고양이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는데, 고양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쥐들은 대범해졌다. 인간의 경우에서 남녀가 약간 다른 양상을 띠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해진다는 것이다. 


동충하초에 감염되면 개미는 좀비로 변한다. 좀비로 변한 개미는 나무 위로 올러가 북쪽을 향해 달려있는 잎을 골라 뒷면의 옆맥애 턱을 깊숙하 박아 넣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동충하초가 시켜서 하는 일이다. 동충하초는 개미의 몸 속 양분으로 자라면서 개미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개미의 몸속에서 뻗어나와 방출된  동충하초 포자는 낙엽더미를 뒤덮으며 새로운 개미 군단을 감염시킨다 .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미생물은 많다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로 가득한 침을 문채 사납게 물어뜯게 만든다.톡소 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빛울 두려워하지 안ㄹ도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은 물애 빠져 자살한다.


자폐아의 경우에서 연구된 미생물과 자폐아와의 관계가 흥미로왔다. 사실 자폐아와 특정 박테리아와의 관계는 한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 알렌 볼트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어릴 때는 정상이었던 아이가 귀에 물이나와 병원에서 주는 온갖 종류의 항생제를 먹고 난 후 자폐아가 되었다고 판단한, 전직 프로그래머인 엄마는 평생을 아이의 자폐의 원인과 항생제의 사용에 관한 관계를 연구하였고 그 연관성에 대한 가설이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인간승리 스토리가 나와있는데, 이 작용을 일반인이 이해하려면 몇가지 난해한 용어들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정리를 해봤다. 이 부분을 이해하게 되면, 다른 모든 질병, 온갖 종류의 알러지와 루프스와 제1형 당뇨 등을 비롯하여 불치병으로 알려진 온갖 종류의 자가면역이 체내 미생물총과 갖는 관계를 대략 그려볼 수 있다. 


트립토판

살아있는 박테리아가 장에 들어오면 아미노산 중 하나인 트립토판 수치가 높아진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 분비를 높인다.  장내 미생물이 직접 트립토판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이 면역계를 조정해서 체내의 트립토판을 파괴시키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을 파괴하는 면역계의 화학 물질은 사이토카인이다.


사이토카인

인체가 침입을 감지하면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전달물질이 체내를 돌아다니며 제 역할을 한다. 사이토카인은 적을 공격할 준비가 된 흥분한 병사들과 같은 상태인데 이것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싸울 적을 만나지 못하면 인체를 공격한다.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조현증 치매까지도 면역의 과잉 반응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폐증에서도 '면역계가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이토카인을 공격적인 수준으로 뿜어내고 있다(178).'


클로스트리듐

자폐아동의 경우 장내 박테리아의 균형이 정상인과 다른데 그 중 클로스트리듐 속 박테리아가 많다. 자폐아들은 빵을 좋아한다. 


피로피온산

장내미생물이 소장까지 소화되지 못한 음식 찌꺼기를 분해할때 생기는 짧은사슬지방산(SCFA)의 일종이다. 인체에 중요헌 물질이지만 (자폐아들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때 방부제로도 쓰인다. 클로스트리듐 박테리아들이 프로피온산을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맥파비 박사는 동물(쥐) 실험에서 피로피온산을 주입하면 쥐들이 자폐증세를 보였다. 사망한 자폐 환자를 부검했을 때 면역 세포로 가득차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박사는 과다한 프로피온산이 아이들의 뇌 발달 과정에서 시냅스를 연결하고 끊는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생가설이라는 게 있다. 한마디로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는 면역이 극도로 민감해진다는 가설이다. 1989년 영국 의사 스트라찬은 알레르기는 감염이 너무 모자라서 생기는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알레르기가 급증한 시기와 공중위생이 개선된 시점도 맞아떨어진다. 면역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임에도  빠르게 인정을 받았다. 이 가설은 직관적인 호소력을 가졌지만 감염과 알레르기의 실질적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했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은 감염병의 발생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생물총의 정상적인 증식까지 막았다. 이 오래된 친구들은 진화의 역사적인 순간마다 우리와 함께 했고 그 과벙에서 면역계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 스트라찬의 위생가설은 돌연변이룰 겪어 올드 프랜드 가설로 진화되었다. 221


Tregs(티렉스) 면역세포 조절T세포로설명되는 올드 프렌드 가설은 보다 선명하게 면역계의 작용을 설명한다. 티렉스는 전반적인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군대의 준장과 같아서, 공격적인 면역세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티렉스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은 인간 세포가 아니라 미생물총이다. '미생물총은 티렉스를 앞잡이로 삼아 명령을 하달하여 면역 반응을 주도하고 진압에 투입되는 사병의 수를 조절함으로꺼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한다.(223)'는 가설이다.


항생제와 항균제

지구 생태계에 다양한 생물체가 서로 공공의 이익을 향해 진화하여 조화를 이루지만 급작스런 산림의 파괴와 환경의 변화, 외래종의 수입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듯이, 인간의 진화와 함께 공생해온 미생물총의 구성에 변화가 오면 인간의 몸은 진화가 적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항생제와 항균제의 남용, 서구화된 생활방식은 미생물총의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가축들을 살찌우게 하는 성장촉진제가 실제로 무엇일까. 바로 항생제다. 항생제는 저체중의 신생아들에게도 체중 증가를 목적으로 처방된다. 질병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오레오마이신)를 투여한 미 해군들은 플라시보 알약을  처방받은 신병에 비해 현저하게 몸무게가 증가하였다. 항생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시기인 1944년과 비만 , 제1형 당뇨, 다발성경화증을 비롯한 각종 면역질환이 퍼지기 시작한 시기가 일치한다.


항균제로 많이 쓰이는 트라이클로산은 유익균을 몰살시키고 상수원을 오염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원흉이다. 트라이클로산과 알레르기 수준 사이에는 명백한 상관관계 존재한다. 아이의 식탁을 항균 물티슈로 씻는 행위는  실제로 감염률을 높인다는 증거도 발견되었다.  우리에게는 옥시 데톨이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항균 비누가 생각난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가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옥시를 비롯해서 항균 제품의 배후에 숨은 항균제들의 파괴력은 유익균을 몰살시킴으로써 죽음의 사자와 같은 유해균이 독보적으로 군림하게 하는 데 있다.


체내 미생물은 인체에 필수적이다. 정상쥐와 무균쥐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무균쥐의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두 배 높게 나타났다. 성인 쥐에게는 박테리아를 주입해도 호르몬 농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지만 어린 쥐는 한 종의 박테리아만 주입해도 스트레스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난다. 장내 미생물은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았다눈 증거였다.


항생제 등으로 인해 미생물총의 생태계에 생긴 변화를 되돌리고 유익균을 다시 불러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생각할테지만, 이것이 생각만큼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듯하다. 대양의 화학 조성을 변경하기 위해 생수 한통씩 매일 들이붓는다고 대양의 농도가 묽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그래도 꾸준히 먹으면 안먹은 것보다는 낫겠다. 비만을 물리치고 각종 면역세포를 진정시키도록 미생물 조성을 바꾸는데 좋은 방법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고기를 좋아하는 미생물 조성이 높아지고, 식물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그것들을 분해해서 먹고 사는 미생물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대변이식인듯하다. 앞서 언급했던 클로스트리듐 속의 박테리아인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는 항생제 복용으로 초토화된 장 속에서 유익균이 없는 틈을 타 잡초처럼 장 전체를 장악하여 시디프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페기는 다리 수술 후 복용한 항생제로 이 병에 걸려 의사도 포기했는데, 남편의 대변을 이식해서 살아났다. 장내 미생물총을 다스리는 것은 직접 미생물을 장 속에 주입하는 방법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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