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 - 우리는 모두, 단어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지음, 김아영 옮김 / 사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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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가락의 지문이나, 눈의 홍채 같은 물리적인 유일한 특성을 우리의 행동이나 말 표정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우리는 단순히 목소리만 듣고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어린(젋은) 친구들은 휴대폰이 나오기 전의 세상이 마치 암흑 시대처럼 느껴지겠지만, 발신자 표시 장치가 없던 그 시절에도 여보세요 하는 단 네음절만 듣고도 누가 건 전화인지를 쉽게 아 수 있었다. 그 한마디에는 목소리의 음정과 톤과 액센트, 속도, 목소리 결, 등등 그 사람에 대한 수많은 단서가 조합되어 있어, 몇 음절만으로도 즉각적으로 그 사람을 알아맞출 수 있다. 경직된 채로 찍은 여권 사진보다는 웃거나 찡그린 어떤 표정이 있는 스냅사진에서 훨씬 쉽게 얼굴을 구분해낼 수 있는 것처럼 목소리에는 수많은 특성들을 실어나를 수 있다.


말은 어떨까. 그가 자주 쓰는 말,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 어휘의 종류, 억양 등 수많은 종류가 그 사람을 이 세상 유일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휴대폰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 달라져, 이제는 어떤 간격 만큼의 시간을 상호 독점해야 하는 소모적 통화보다는 문자나 그룹 톡 같은 형태의 메시지가 주요 통신 수단이 된 요즘에 인위적으로 설정한 사진과 닉을 통해 대상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익명의 폰으로 문자를 보낸다거나 한다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다시말해, 문자만으로 된 세상에서 나를 나이도록 하는 특별함이 존재가능할까 글도 길게 쓰면 그 사람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내가 나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특징을 발견할 수가 있을텐데, 거기에는 단연코 동의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계량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말에 비해, 측정 불가능한 복잡한 요소들이 제거되기에 글자는 훨씬 계량하기 편하긴 하겠지만,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규칙에는 문법이 있고, 그 문법내에서의 변화라는 것, 비슷한 환경에서 빤한 어휘들로 이루어진 텍스트로 표현된 글에서 텍스트 이외의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은 복잡해 보인다.


이런 아이디어가 흥미로와서 책이 나오자 마자 읽었는데, 연구자들이 깜짝 놀랐다는 내용에 독자로서는 그리 깜짝놀라지 못했다.(아래 인용 참조 - 좋은 부분이라 발췌한 것이 아님) 지난번 리뷰에 저널리스트가 쓴 책에 대한 일반적인 ‘깊이없음’에 살짝 탄식이 나왔는데, 학자가 쓴 책에 대한 내 나름의 편견 혹은 일반화에 더욱 가까이 있는 책 중 하나였다. 연구 성과가 학문적으로는 엄청 대단할 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읽었을 때, 완전 깜짝놀랄만한 일이 아니라, 뭐 이런 걸 다 연구를 해서 알아냈담? 그냥 대충 알 수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요소들도 적지 않았다.


‘나’라는 대명사의 사용 빈도가 두 사람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보여준다는 예가 흥미로 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대학원생-교수, 부모-자식, 선생-제자, 상관-부하, 고객-기업 등과 같이 갑을 관계가 존재하며, 때로 이런 관계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동적으로 변화하는데, 이 때 쓰인 대명사 ‘나’의 빈도를 조사한다면 누가 갑질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어떤 세부적 단어의 사용 빈도와 조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대명사나 지시어 같은 자주 쓰이는 단어들의 사용 빈도에 의존하여 여러가지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데, 여성과 남성 사이의 대명사 사용 빈도를 비롯하여 문화적인 차이까지 여러가지 측면의 언어적 특성들을 제시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고 했는데, 컴퓨터가 봉이 아니다. 컴퓨터에게 뭔가를 검사하려고 시키는 일은 인간이 그 처리 절차를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하는 일이므로, 독자들에게 알고리즘의 개략적인 내용을 (물론 그것이 굉장히 설명하기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수식을 알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신뢰할만한 근거로서, 좀더 세부적인 알고리즘을 알려준다면, ‘컴퓨터가 분석해보니’ 라는  표현보다는 독자들에게 훨씬 풍부한 지적 체험을 안겨주었을 듯하다.



직원들이 내 사무실이나 내 회사라고 말 한다면 그 회사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 사무실 우리회사라고 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더 나쁜 경우에는 저 회사 그 회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직원들 스스로 직업적 정체성과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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