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0쪽에 8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책을 갖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착한 가격이다.  2011년 출간되었던 해럴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 (백년후) 는 절판 중이었을 때 중고 판매가가 20만원에 육박했다. 


전공이 요리도 아니고, 그런 책이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신간 정보로 이 책을 접하고 바로 주문했다. 그동안 음식과 요리에 대한 갈증에, 이책 저책 두서 없이 읽어왔지만, 가격과 두께로 뿜어내는 이 책의 포스는 이러한 갈증을 잠재우기 충분하다. 음식에 관한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백과사전이 다루지 않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일상적인 정보도 다룬다. 책이 다루는 주제는 세계 모든 장소와 역사에서 흔하게 먹어왔고 계속해서 소비되고 있는 기본적인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내용들이다. 1장이 우유와 유제품으로 여기까지만 읽었는데, 우유 하나만 해도 포유류 젖의 유전적 발생부터 생리학적 화학적 영양학적 특성, 살균 방법에 따른 맛과 성질의 차이, 수많은 종류의 유제품의 전통적 유래와 현대적인 제조 방법까지, 거의 모든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8만원에 가까운 책 가격이 사악하여, 고민하였지만, 절판시의 중고가격을 보면 책의 가치를 말해준다. 전통적으로 버터와 치즈와 요구르트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슈퍼마켓 매대에서 구입하는 제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거의 일반적 사이즈의 책 한권이 커버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가 빽빽하게 들어있다. 과연, 요리사들과 요리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성경과도 같은 책이라고 하지만, 요리와 음식이라는 게 일반인의 일상생활에서도 가장 가깝게 접하는 일상이기에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쉽지 않은 소중한 정보라는 판단이다.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된 비슷한 류의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동아시아 장의 역사와 계보'라는  부제가 붙은 이한창님의 《장보》라는 책이다. 분류는 동양사에 속해 있는데, 주제는 장이다. 90세가 가까운 저자 이한창 박사가 '일생을 걸쳐 연구한 장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고서들을 뒤지고 뒤져, 장과 관련된 자료들을 추려내었다고 하는데, 미리보기가 없어서 한 줄도 읽어볼 수가 없지만, 출판사 소개글에서 인용된 몇몇 줄을 보면, 방대한 고대 문헌들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장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면서 동시에 근거가 분명한 문헌 속에서 장의 유래와 이용을 찾아온 흥미로운 책이라고 여겨진다.  한자가 많아보여 걱정은 되지만, 절판되기 전에 구입해두고 싶은 목록 1위로 등극이다.


근 읽은 음식에 관한 인문 과학 책들이다. 미각의 비밀은 지난 달에 나왔고, 음식의 언어와 맛의 천재는 1~2년 정도 되었다. 맛의 천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 약 10가지 정도를 택해 그 유래를 찾아 떠나는 역사와 공간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로마시대 때부터 이어오는 풍부한 문헌을 바탕으로, 피자와 스파게티 등 현재 우리가 즐기는 이탈리아 요리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와서 어떻게 변화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탐험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음식의 언어는 맛의 천재의 세계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와 음식의 변천을 함께 연구하면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음식이 언어와 함께 변화해온 과정을 탐구한다. 미각의 비밀은 미각과 관련된 잡다한 유전, 싱리학적 화학적 지식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국내 저자가 쓴 책들도 많이 있을텐데, 읽은 것 중 생각나는 것은 두 권이다. 요리책쓰는 선비 술빚는 사대부는 그나마 전통을 지키는 종가집을 찾아다니며 전해내려오는 종가 음식을 취재한 것으로 앞의 책들에서 제공한 것과 같은 넓이와 깊이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한국 맛집은 맛에 대한 작가(미식가)의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된 맛집으로, 그악한 시대에 자극적이고 그악한 맛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진정한 식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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