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커플
샤리 라피나 지음, 장선하 옮김 / 비앤엘(BNL)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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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6개월된 아기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앤 부부는 잠든 아기를 혼자 두고 옆집 아저씨네 생일 파티에 갔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다. 돌아와보니 문은 반쯤 열려져있고, 누워 있어야 할 아기 침대에 아기가 없는 것이다. 아기의 부모는 30분마다 한 번씩 아기가 잘 있는지 교대로 확인을 했고 무선기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가서 확인했던 시간이 12시 반인데, 1시 살짝 넘어서 돌아와 보니 아기가 없어진 것이다. 경찰은 바로 부모들을 의심하는데,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설은 3인칭이지만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 앤의 시점에서 주로 서술되기 때문에 앤은 범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앤은 겉으로 보기에 그 중에서 가장 범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해리성 장애를 겪어 가끔 정신을 잃고 저지른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했는데 화장실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완전 피투성이가 되어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개박살내고나서 그 행위를 기억하지 못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아이를 죽였다는 의심을 의식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생긴 원인을 따지게 된다. 만일 파티가 없었다면 아기가 혼자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은 잘 지내는 옆집 아저씨 생일이었고 두 사람만 초대했기 때문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신시아가 아기를 데려오지 말라고 당부하지 않았다면, 앤은 아기를 데리고 갔을 것이고 파티도 일찍 끝나고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앤은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아기는 칭얼댔으며 남편은 아기 없이 좋은 시간을 갖고자 했기 때문에 아기는 두고 가기로 했다. 아기를 대신 봐주기로 했던 베이비시터가 제 때 왔다면 또한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베이비시터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자 앤은 아기를 두고 가지 않겠다고 고집했으나 마르코가 괜찮다며 재워놓고 자주 찾아가면 괜찮을 것이라 우겼고, 앤은 할 수 없이 남편의 뜻에 따랐다.


그런 모든 자세한 상황을 아무 상관도 없는 언론이나 이웃에서 알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그들이 한 가지 사실만 안다는 것이다. 디테일을 모르려면 피상적인 것조차 모르는 게 낫고, 관심이 재난을 돕는 게 아니라면 무관심이 낫다. 그들이 아는 것은 단지 아이를 혼자 두고 파티에서 술을 퍼마시다가 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불행에 관심을 쏟고, 매스콤의 마구 쏟아내는 추측성 보도를 시청하며 범인 찾기 놀이와 누구든 비난하는 현상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놀이이자 오락거리가 된지 오래다.


앤의 남편 마르코도 범행동기의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최근 사업이 몹시 어려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사업상 재정문제로 매우 곤란한 위기에 놓여있는데, 그 사실을 앤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마르코는 아기의 몸값으로 큰 돈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 돈은 엄청나게 부자인 앤의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로 약속받는다. 탐문 수사 결과 범인이 12시 35분에 앤의 집 차고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기를 납치해서 뒷길로 빠져나간 경황이 포착된다. 마르코가 아기를 옆집에서 파티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아기를 본 직후의 시간과 일치한다.


싱겁게도 범인은 소설을 반쯤 읽었을 때 밝혀지고 마는데, 독자들이 충분히 상상했을 법한 사람이다. 즉 중간부터 독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범행 동기와 범행 과정이 서서히 밝혀진다. 이 때부터 심리전이다. 수사 당국의 끝도 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탐문 과정에 대답해야 하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집앞에서 기다리면서 가뜩이나 아기를 잃어 실성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들에게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부모를 비난하는 우편물을 보내 집안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범인이 밝혀지고 나서도 아직 밝혀져야 할 진실은 많이 있고, 진짜 범인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기로 약속되어 있던 베이비시터의 갑작스런 취소가 내겐 설명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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