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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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민족, 어느 문화에서라도 음식이 모자랄 때 덜먹고, 양보하는 쪽은 대개 여성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늘 양보의 아이콘이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혹은 기록 속의 문화에 소밥한 밥상 위의 새로 가득 푼 따스한 밥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고, 아들을 위한 것이지 딸을 위한 것인 적이 없었고, 어머니 자신을 위한 적이 없었다. 

지금 21세기 일부 남성이 보기에 여성의 파워는 '지나치게' 막강해졌다. 일부 남성이 보기에 여성이 남성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권력의 차지하는 일은 부당하고 참을 수 없다. 내가 젊었을 때는 어떤 남성은 여성이 '감히' 공공 장소에서 담배를 핀다고 모르는 여성의 뺨을 때렸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담배는 몸에 나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던 시대에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일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담배 피는 친구가 있을 때에는 밀폐된 장소에서 만나야 했다. 

21세기에 많은 것이 변했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 지금이지만 공공 흡연 장소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어도 누가 다가가서 뺌을 때릴까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밤길은 여전히 두렵고, 강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만, 여성에게 모든 기회는 활짝 열려있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뒤늦은 페미니즘 논쟁은 오히려 핍박받던 시대보다 더욱 후꾼하다. 만연된 것인지, 일부 루저들의 커뮤니티 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 알 수 없는 여혐 현상이 전국을 강타하고, 참다 못한 여성들은 여혐을 그대로 미러링 하여 일상에서 여혐을 일삼던 남성들을 그대로 비추기를 시도했다. 여혐을 방관했던 죄없는 '착한' 남성들은 남혐에는 예민했다. 그들은 작은 성기 사이즈를 뜻하는 어느 커뮤니티의 로고에 대동단결하여 분노했다. 영원할 것 같은 진부한 개그 소재로 여성 아이돌의 작은 가슴 사진과 함께 절벽 사진이 매일 유머 랍시고 올라오고 여성 연애인들의 얼굴과 노출된 몸매로 늘상 떠들썩한 곳들,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고 있는 '정의로운'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조차 메갈색출에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렀다.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했을까. 

여성이 하면 안되지만 남성이 하면 되는 일들이 많다. 남성은 안해도 되지만 여성이 안하면 안되는 일도 많다. 그 중 이제까지 여성이 좋아서 스스로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 책에서는 여성에 대한 정치적 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엄청난 규모의 산업과 숨겨진 계략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신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의심해본 적도 없는 여성의 미, 여성성, 여성다움에 대해 새고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때로 지나친 비약이다 싶은 부분도 많았지만, 자각은 자극에서 시작된다. 

책의 초판은 1990년대에 쓰였다. 하지만 당시 저자 나오미 울프가 목격한 만연된 '아름다움이라는 신화'는 20년 후인 지금 더욱 심화되었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내 식대로 받아들이자면 이 책을 통해 나오미 울프가 주장하는 것은 여성은 사회가, 혹은 여성이 혹은 관습이 만들어낸 거짓말인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서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란 이런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객관적, 보편적 특성이 존재하며 여성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싶어하고 남성은 그런 특성을 지닌 여성을 원한다. 이러한 특성은 생물학적, 성적 진화론적 현상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을 두려워한 기존 권력에 의해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들어서는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여성이 바보인가, 예뻐야 한자 라고 남성이 말했기에 예뻐지시 위해 스스로를 가꾸기 위해 이제껏 쌓아온 여성의 위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일부는 맞다. 불행스럽게도 말이다. 대략 챕터별로 6가지 정도로 각각,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이라는 주제 하에서 어떻게 여성의 아름다움의 신화에 의해 다시 여성이 억압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일을 보자. 남성의 몸은 옳고, 여성의 몸은 그르다. 남성은 햇볕에 그을린 그대로의 생기있는 맨얼굴로 다니지만 여성은 18세가 지나면 노화가 시작된다는 시장의 논리에 천문학적 숫자를 화장품에 쏟아 부으며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 성숙의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얼굴을 감추고 '교정'한다. 요즈음은 화장을 하는 시기도 빨라져 중학생 아이들도 화장을 하고 다닌다. 수많은 직업군에서 여성의 외모와 '여성스러운' 복장을 강요하거나 해고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용인된다. 손석희 와 함께 아나운서 공채 시험으로 입사했던 그 많은 예쁜 아나운서들은 지금 티브이에서 얼굴를 볼 수 없으면 뉴스 앵커들은 마치 규칙이라도 있는 것러럼 나이든 남자와 젊고 예쁜 여자와 짝을 이룬다. 서비스업이 고용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갈 수록 여성은 나이가 듦에 따라 일자리에 위협을 받으며 시대가 만들어 놓은 허상인 아름다움의 신화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뼈를 깎고 옷을 사고 얼굴을 바늘로 레이저로 찌르는 등의 아픔과 비용을 감수한다.

포르노에 쉽게 노출된 현대 사회에서 강압적 섹스(강간)과 사도마조히즘은 마치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현상 역시 여성을 폭력에 무감각하게 한다. 강간과 같은 난폭한 성 문화를 비디오 등으로 릴찍부터 접하게 되면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학습되어 폭력적이고 난폭한 섹스에 더 성적으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여성은 학습되어 가고 길들여져가고 있었던 거란 말인가. 날씬해야 한다는 아름다움의 신화는 천문학적 비만 시장의 논리대로 움직여 다이어트 열풍은 수십년째 식을 줄을 모르며 여성들은 19세기 이전에는 어느 문화에서도 미인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어느 허약하고 깡마르고 뼈가 드러나는 몸을 갖기 위해 스스로 건강을 해치며 굶고 병든다.

여성을, 얼굴을 수술과 화장으로 교정하지 않고, 몸매를 건겅하고 활기차게 유지하고 여성이 필요로하는 지방을 지니 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누가 아름대움의 신화를 유지하기를 원하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여성들이 외모에 쏟는 시간과 돈 건강 등등을 이용해 반사 이익을 얻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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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0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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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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