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 : 권력의 기록 1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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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연재했던 소설이라든데, 수없이 쏟아지는 인터넷 연재소설이 인기를 끌고 드라마로 제작되고 판권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른 종류의 무협지를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소설은 황당한 액션이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시각적인 장면으로 떠오르는 묘사가 일품이고, 자칫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하기 쉬울 장르 소설의 캐릭터에 재치있는 입담과 상상을 앞지르는 사건과 행동으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강한 개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번역은 유려했지만, 내 경우 한자어로 된 각종 지명, 제도, 나라이름, 단체 및 권력기관이나 무술 협회 등의 이름, 성들을 구분하지 못해 읽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시간을 허비했다. 게다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고,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여러 중요 과거 인물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누가 누구인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기에 더욱 그랬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매장소이고 소설 내에서 현재의 주인공을 지칭할 때 거의 매장소라고 지칭하지만, 강좌맹의 대종주라는 표현과 강좌매랑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그래서 강좌맹은 또 뭐고 강좌매랑은 뭔가 궁금해하다보니 강좌맹은 천하제일 대방파라고 하니, 뭐가 뭔지 더욱 헷갈린다. 무협지를 자주 보거나, 한자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이런 이름들이 대략 무엇의 이름인지를 알 것 같지만,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짦막하게라도 각주를 붙여주었다면 무지 감사하게 읽었을 것 같다. 


700여 페이지 가까이 되는 거대한 소설이 전체 스토리의 1/3에 해당되기 때문에, 앞으로 두 권을 모두 읽어야 전체 내용이 이해가 가겠지만, 1편에서는 매장소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데에서 끝을 맺고 진짜는 매장소가 자기 목적을 달성하게 될 2편과 3편에서야 만나게 될 것 같다. TV 드라마로도 했다고 하는데, IPTV의 드라마 다시 보기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유튜브에 자막없는 동영상들은 볼 수 있었다. 


매장소는 실로 여러 인물이 결합되어 하나의 인물이 된다. 성형 수술이 아직 생겨나지 않았던 시대라 얼굴을 뜯어고칠 수 없었는데도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인물이 되려면 어떤 상상력이 필요할까. 처음 부분을 읽을 때는, 매장소가 자꾸 역모에 희생되는 장면을 회상할 때, 본인이 그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당시의 기술로 자기 식구들도 못알아볼 만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액션신의 황당함을 생각하니, 물론 2편과 3편에서 밝혀질 일이겠지만, 변신술로 커버가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사실은 당시 성형수술이 이루어졌다는 설정도 가능하겠다. 


랑야각은 돈만 내면 원하는 정보를 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매년 여러 분야 고수들의 순위를 매기는데, 이 순위는 절대적으로 신뢰된다. 태자와 예왕의 두 차세대 황제 후보가 치열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랑야방은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기린지재'로 등극시킴에 따라 두 후보 태자와 예왕은 앞다투어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 과정에서 매장소의 의도대로 순위에 한참 밀려 아예 경쟁 대상도 되지 않는 우직한 정왕을 밀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매력과 독특한 성격들을 나타내며 등장하는데 매장소는 처음부터 베일에 쌓여있다. 그것은 황자였던 아버지가 무모하고도 잔인한 왕권 다툼에서 역모로 몰려 그가 데리고 있던 7만 대군과 함께 희생되었으며, 매장소 역시 죽은 걸로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모든 정교한 계략들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천하여장부 예황과의 어릴 때 약혼자였음을 통해, 그들의 사랑이 각자의 삶의 목적의 뒤에서 어떤 비극적 결말을 보게될 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엄청난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황제가 죽으면 태자와 예왕 중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어느 편에 서 있는지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앞으로의 영화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각기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상황도 곁다리로 펼쳐진다. 토지강탈사건에서 비롯하여 우물살인사건, 기방살인사건 등 여러 굵직 굵직한 사건이 발생하여 예왕과 태자의 주요 세력들은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사건들의 배후에는 매장소의 계략이 숨어있다. 계략은 일단 십여년 전 역모 사건에 대한 복수인데, 그 복수가 사사로운 복수인지 어떤 정의감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매장소 자체의 캐릭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하고 냉철한 인물로 설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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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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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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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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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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